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6)
136. 모르는 일
이안이 한국 작품에 나올 수 있다는 떡밥은 한국 연예계를 뒤흔들만했다.
자잘한 걸 다 떼놓고 빌보드 1위와 에미상 후보 타이틀만 봐도 외래종 수준이 아니라 외계인 침공에 가깝다.
한국에서 국뽕을 치사량에 가깝게 채워준 노래도 빌보드 2위가 한계였는데 1위라니 경악할 순위였고, 한국 가요계는 아직도 그때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엄한 한국 차트까지 박살 내며 오랫동안 최상단에 굳건히 자리를 지켰으니까.
당시 ‘제발 한국에서 좀 꺼져!’라며 라이의 이름을 보며 이를 간 소속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크게 양보해서 가수 커리어를 제거한다고 해도 에미상은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더군다나 슬슬 정규 시즌 드라마들이 하나둘씩 끝나며 에미상 후보 예측이 시작됐고 이안은 유력한 남우조연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그런 사람이 한국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고? 관심이 안 생기면 이상하다.
-돌았네 ㅋㅋㅋ 진짜 한국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고?
└도망쳐! 헬조선이 뭐가 좋다고 들어와!
└쪽대본이 날아다니는 한국 드라마 촬영을 제대로 경험하면 다신 한국에 안 올지도?
└한국이 미안해…
-그랜드 라인도 참여했으니 할 수도 있는 거 아님?
└응, 아님. 그랜드 라인은 제작은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이뤄졌거든.
└근데 이안은 예전에 한국 드라마에 나온 적도 있었잖아.
└있었지. 염병할 방송사가 주민들에게 민폐를 잔뜩 끼쳐서 이안이 상품권을 돌렸지.
└맞다. 그랬었지. 설마 그때 그 꼴을 보고도 또 도전한다고?
└사람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다 필요 없고 로코 하나만 찍어줘! 아니면 사극이라도.
└Holy Love 있잖아.
└기대는 하고 있긴 한데 감성이 다르잖아. 달달하고 간질간질한 게 보고 싶다고.
└하긴 그쪽 동네가 일단 침대에 던지고 시작하긴 하지.
└…그건 괜찮을지도?
└철컹철컹, 선생님. 아청법이 무섭지 않으십니까?
떠들썩한 반응도 ‘누추한 곳에 귀하신 몸이 왜 여길?’에 가까웠고 연예계 곳곳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아오,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 이렇게 욕심을 부려?!”
괴물 같은 경쟁 상대 등장에 질색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케케묵은 인연 때문에 방송국 본부장한테 붙잡힌 사람도 있었다.
“성원아, 너랑 같이 핫도그를 튀기며 쌓은 인연이 있다며. 어떻게 다리 좀 놔주면 안 되겠냐?”
“아니, 그 예능은 언제 찍은 건데 지금 이야기를 해요?!”
아역으로 데뷔할 때쯤이다. 7년 전 인연으로 어떻게 들이밀겠는가.
아무리 상대가 본부장이라도 안 되는 게 있는 법이다.
“누가 너한테 섭외해달래? 그리고 나만 좋자고 하는 일이겠냐. 드라마 섭외에 성공하면 홍보 때문에라도 네 예능에 얼굴을 비출 수도 있잖아.”
“난 모르겠고. 좋은 작품으로 직접 캐스팅 제안을 넣어요. 어차피 시답지 않은 작품이면 캐스팅 못 하는 거 아시죠? 작품 보는 눈이 좋다고 소문난 배우잖아요.”
지금까지 이안이 선택한 작품은 최소 중박은 쳤다. 선구안이 좋다는 건 이 바닥 사람이라면 얼추 알았고.
“그리고 출연료는 감당이 돼요?”
“배우 몸값이 옛날하고 똑같냐. 회당 억대를 받는 배우들도 여럿 나왔잖아. 조금 더 쓰면 돼. 설마 미국 본토만큼 받을 생각으로 저런 말은 안 했을 거 아니야.”
“아, 난 모르겠고. 알아서 해요. 드라마국 일을 왜 저한테 이야기해요?!”
“야, 성원! 인마!”
이안의 캐스팅만 성공하면 자잘한 홍보는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슈가 될 게 뻔했다.
성원의 방송사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군침을 뚝뚝 흘리는 이유였다.
느닷없이 튀어나온 대형 폭탄에 각자 계산기를 두들기느라 많은 사람이 골머리를 앓는 시간.
정작 일을 벌인 이안은 떠들썩하든 말든 평온하게 촬영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에서 촬영 장면은 유진의 캐릭터 성을 더해줄 일상 장면이다.
“좋아요. 어색하지만 따뜻한 느낌으로.”
사흘간 이어진 촬영의 마지막.
이전까진 슈퍼스타 같은 유진의 삶을 조명했다면 마지막 촬영은 케빈에게 패배 후 게임에서 매몰된 생활에서 벗어난 장면을 찍었다.
이전과 달리 어린 팬들에게 다가가 팬서비스를 해주는 장면이 그 마지막이었다.
“컷! 수고했어, 이안!”
감독의 외침으로 모든 촬영이 끝났고 함께 촬영한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이안! 이안! 외국인이라는데 진짜예요?”
“한국말은 어떻게 그렇게 잘 해요?”
“가수라고 했는데 왜 연기도 해요?”
…누구냐.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이.
심각한 명예훼손에 이안이 타격을 받든 말든 아이들은 해맑게 달라붙었다.
이미 초등학생 시절부터 애들을 상대하는데 이골이 난 이안은 여유롭게 애들을 상대하며 부모들에게 돌려보냈다.
‘역시 초통령!’이라는 쓸데없는 감탄사를 듣긴 했으나 어쩌겠는가. 애들 전용 페로몬이 있는 생활은 너무 익숙했다.
스태프들이 촬영 장비를 정리하는 사이 감독은 겨우 숨을 돌린 이안에게 다가왔다.
“바로 한국에서 약속이 있다고 했나?”
“네, 그랜드 라인을 함께 찍은 사람들이랑 만나기로 했거든요.”
“아! 그 작품. 알지.”
장르 영화로 칸 경쟁부문까지 올라간 작품이다
영화 쪽 사람이면 한 번쯤 봤을 법했다.
“미국처럼 위험한 곳은 아니지만 되도록 조심하고 다니라고.”
“그래야죠.”
촬영할 때마다 이안을 보겠다고 몰린 사람들을 생각하면 경호원 한 명만 있는 것도 조금 불안했다.
당사자는 사람이 많으면 눈에 띈다고 주장했지만.
‘그냥 둘만 있어도 눈에 엄청 띌 거 같은데.’
꽁꽁 싸매도 이안은 사람의 시선을 끄는 느낌이 있었다. 연예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스타성에 가까웠다.
반대로 그의 경호원은 엄청 위압감 있는 외모를 하고 있다. 미소년과 야수도 아니고 시선을 끌 만한 조합인데 본인이 괜찮다니 말릴 방법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고. 수고 많았어.”
“고생하셨습니다.”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이안은 차에 올라탔다.
약속 장소로 이동하면서 남수에게 촬영이 끝났다는 연락을 했고 이미 준혁 감독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식당에 도착한 이안은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는 룸으로 안내받았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이안! 정말 많이 컸구나.”
“잘 왔어.”
부쩍 큰 손주를 보는 듯한 남수의 뿌듯한 시선과 달리 준혁은 평가하듯 이안을 훑었다.
나쁘지 않은 징조다. 감독이 배우를 살피는 이유는 보통 캐스팅 때문이니까.
“자, 앉으렴. 오랜만에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았는데… 오자마자 사고를 쳤더구나.”
“사고라뇨. 성실하게 답변한 것밖에 없었는데요. 혹시 불쾌하셨나요?”
이안이 조심스럽게 묻자 남수는 유쾌하게 웃었다.
“너랑 밥그릇 싸움할 나이도 아니고 불쾌할 게 뭐 있겠니. 물론 어떻게 알았는지 너에 관해 묻는 전화가 잔뜩 걸려오긴 했는데 덕분에 심심하진 않았단다. 준혁 감독이라면 조금 다르려나.”
“전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은 꽤 신경 쓰이겠죠. 이안이 출연료를 높게 받을수록 다른 배우들도 더 높게 받을 가능성이 생기니까요. A급 배우들은 이안의 등장을 반긴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는데 신경 쓸 거 없다. 네가 아니어도 계속 올랐을 테니까.”
20년 만에 회당 수백 하던 스타의 출연료가 억대까지 수직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이안의 출연료는 핑곗거리에 불과했다.
“그렇게 말해도 정작 돈을 주는 방송국에선 널 잡으려고 혈안이지.”
“홍보도 홍보인데 다른 배역 캐스팅도 쉽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미국에 진출하고 싶은 배우부터 미국 가요계 인맥이 필요한 가수까지 다 달라붙을 겁니다.”
“이유가 뭐든 연기만 잘하는 사람이면 됐죠.”
불쾌하게 생각할 거 없다. 일반 회사 생활도 인맥 관리가 중요한데 연예계라면 오죽할까.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우가 나왔고 이미 가족 여행 때 먹어본 적이 있는 이안은 즐겁게 식사를 시작했다.
“근데 경호원 친구는?”
“따로 먹을 거예요. 혼자 불판 하나 쓰기도 부족한 사람이거든요.”
걱정할 거 없다고 말한 이안은 가볍게 근황 이야기를 나눴다.
남수는 최근 연극 생활을 한다고 했고 준혁은 기대하던 말을 꺼냈다.
“나는 요즘 새 작품을 준비 중이지.”
“그래요? 어떤 작품인데요.”
과연 과거에 봤던 작품이랑 똑같을지 아니면 그랜드 라인이 경쟁부문까지 오르며 다른 작품이 나왔을지 궁금했다.
“나도 산부인과 의사랑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출생 신고를 안 한 아이들이 꽤 많다고 하더라.”
“그래요?”
처음 듣는 것처럼 대답하며 이안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영화가 맞았다.
“그래, 그런 아이는 죽어도 모른다는 말이지. 물론 꼭 아동학대를 하는 건 아니고 대부분 베이비박스에 유기… 아, 미안.”
말을 잇던 준혁은 깜빡한 사실을 깨닫고 사과했다.
아주 어릴 때 입양된 이안은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컸다. 괜한 말을 꺼냈다고 자책하는 준혁에게 이안은 손을 내저었다.
“전 괜찮아요. 좋은 부모님을 만나서 지금처럼 잘살고 있잖아요. 부모가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고요. 계속 이야기해주세요.”
“아무튼, 한국인은 출생 신고 의무라도 있지.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은 의무조차 없어서 나중에 확인조차 힘들다고 하더라. 지금 준비 중인 이야기는 이런 그림자 아동에 관한 이야기야.”
설명을 들으니 남수도 흥미가 생겼는지 질문했다.
“장르는 어떤 건가?”
“범죄나 스릴러 느낌을 내긴 할 거지만 인간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볼까 합니다. 뭐 지금은 그냥 얼개만 짜놓은 상태지만요.”
“그럼 나중에 시놉시스 좀 보내주세요.”
“왜? 관심 있니.”
관심이 없을 리가 있나. 완전히 같은 영화가 나오리란 보장은 없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거기에 단순히 작품의 성공 때문만도 아니다.
“이런 내용이면 제가 나오는 게 더 주목받지 않겠어요?”
이안은 준혁이 수상소감으로 했던 말을 떠올려봤다.
-세상에 완벽한 국가란 없습니다. 다만 보다 나은 나라를 꿈꿀 순 있죠. 전 이 영화를 비난하기 위해 제작한 게 아닙니다. 더 늦기 전에 소외된 아이들을 지키자고 말하려고 한 겁니다.
이 생각에 이안도 전적으로 공감했고 실제로 수상 이후 빠르게 법이 재정비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늦지.’
그사이에 얼마나 더 많은 아이가 피해를 볼지 모르니까.
이안의 출연은 화제성을 키워 보다 빠르게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좋은 수였다.
이 생각을 엿본 준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준비되는 대로 시놉시스를 보내줄게.”
“준혁 감독, 설마 날 빼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이죠. 제가 어떻게 선생님을 빼놓겠습니까.”
준혁에게 남수는 페르소나 같은 배우다. 빼놓을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이안은 깜빡한 일을 물어봤다.
“한국의 샤먼. 무당이라고 했나요. 혹시 아는 사람 있어요?”
“무당? 무당은 왜.”
“궁금한 게 있어서요.”
어째서 과거로 돌아왔는지 이런 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고사의 효과만이라도 속 시원하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음, 하긴 네가 이런 쪽에 관심을 많이 두긴 했지?”
“그랜드 라인 촬영 후에 촬영 전 고사를 꼬박꼬박한다는 기사까지 있긴 했죠.”
의외의 행동이라 한국에서도 꽤 주목받았었다.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주는 건 어렵지 않지.”
“정말요?”
“그럼. 제발 다음 작품 잘 되게 해달라고 연예계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당을 찾아다니는지 알면 놀랄 게다. 연예인의 사주랑 무당의 사주가 비슷하다는 말도 있고.”
남수는 딱히 찾아다니지 않지만 수소문해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냥 문화 체험한다고 생각하며 다녀오는 건 나쁘지 않지. 괜히 푹 빠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에이, 그럴 생각은 없어요.”
애초에 크게 기대하고 가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시간이 생긴 김에 한 번 확인 차 가보려는 거지.
‘내가 앞으로 잘 될지 묻고 싶은 마음도 없고.’
과거로 돌아오기 전 끔찍하게 힘든 시기에도 종교에 의지했을 때는 노숙자를 위한 무료 배식밖에 없었다.
단호한 이안의 말에 만족한 남수는 흔쾌히 말했다.
“그럼 내일 나와 함께 가도록 하자.”
“그럼 고맙죠. 잘 부탁할게요.”
어떤 말을 내뱉을까. 이안은 궁금증을 잔뜩 품었다.
***
한옥으로 된 주택.
무당의 깃발이 걸린 집에 남수가 노크를 했다. 철저한 예약으로 이뤄지는 용하다는 무당집이었다.
예약 손님을 확인한 상대가 문을 열어줬고 이안은 그 뒤를 들어갔다.
묘한 분위기의 집을 훑어보고 있을 때 한복을 입은 여성이 나왔다.
무당인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이안은 인사를…
“꺄아아아악!”
털썩.
비명과 함께 무당은 쓰러졌고 당황한 이안은 재빨리 상대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
이미 기절한 상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할 때 안쪽 문이 다급하게 열렸다.
“선생님 무슨 일이… 으아아악!”
뛰어나온 남자까지 기절하며 쓰러지자 이안은 고개를 돌렸다.
입을 떡 벌린 남수가 보였다.
“전 모르는 일이에요.”
…진짜로.
자신도 모르게 무당을 퇴치했다.
게빈이 봤으면 눈물을 흘리며 박수칠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