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1)
141. 이상한 보상
9월 18일로 예정된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여러 일이 있었다.
우선 재스퍼가 약속한 OST가 완성됐다. 완성은 됐는데…
“이게 뭘까요?”
“후, 이걸 만드느라 신경 좀 썼지. 어때. 괜찮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재스퍼는 빨리 칭찬을 내놓으라는 듯이 눈이 반짝였다.
이안은 Holy Love라는 드라마 제목에 맞게 성가를 샘플링한 곡이 흘러나왔을 때는 솔직히 감탄했다. 온갖 사고를 다 쳤지만 재능만큼은 진짜라는 걸 느꼈으니까.
그래, 여기까진 좋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이거 내 목소리 아니에요?”
“역시 바로 알아보는구나! 라이의 곡을 리믹스했지. 미성인 목소리하고 아주 잘 어울리더라고.”
…칭찬하는 거 아니다. 이 공작새2야.
성가를 샘플링하고 거기에 라이의 보컬을 섞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발상 자체가 놀라웠다. 성공한 건 경악스럽고.
일단 묻기나 하자.
“왜 이렇게 곡을 만들었어요?”
재스퍼는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가수인 너를 리스펙하기 위해서지. 이번에 에미상을 받아서 가요계로 돌아왔으면 좋겠네.”
“…한동안 연락하지 마요.”
“어째서?!”
왜긴 왜야.
애석하게도 OST는 호평을 받으며 확정됐고 방영을 앞두고 시작한 홍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두 번째로 에미상 시상식 바로 이전 주에 열리는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에서 특수분장을 포함한 3개의 부문에서 수상을 확정 지었다.
후보로 선정된 숫자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결과지만,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작품상을 받을 거로 예상되는 엄청난 판타지 TV 드라마가 있으니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이 많았다.
‘쇼러너도 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했고.’
노아가 사라지고 나서 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 invisible children 측은 3개도 엄청나게 만족했다.
그 외에도 데미안이 주치의… 아니, 연인에게 공작새 알을 들이밀며 ‘같이 키워보지 않을래요?’라고 고백했다는 말에 경악한 사람들이 모였고.
“저런 고백을 받아줬다고? 얼굴 때문인가.”
“그것보다 결혼도 생각 중이라면서요. 데미안 2세가 나오면 저 사람한테 육아를 맡기면 안 될 거 같은데요.”
“이안, 네가 우리 에반 때처럼 아이를 뺏어버려.”
이런 진지한 토론이 열렸다.
오죽하면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벤의 말에 솔깃한 느낌이 들었을까.
거기에 재스퍼가 만든 OST를 듣고 경쟁심을 불태운 레이첼이 ‘난 블랙가스펠로 만들어 볼 거야.’라며 라이를 보컬로이드로 만들려는 걸 말리느라 진땀을 흘린 일도 있었다.
이런 사건들 속에서 촬영 일정까지 소화했으니 시상식이 어느덧 훅하고 다가오는 게 당연했다.
“음, 좋군. 어때 마음에 드나?”
이안은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만족했다.
만족하지 않는 게 이상하긴 하다. 칸 영화제 때에도 신세를 졌던 로렌조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정장에 불평하면 욕을 내뱉을 스타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
“이번 옷은 오랫동안 잘 입을게요. 저번 옷은 너무 빨리 작아져서 아쉬웠거든요.”
“하하하, 한 옷을 너무 오래 입으면 나 같은 사람은 뭘 먹고 살겠나.”
유쾌한 웃음을 터트린 로렌조는 이안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봤다.
처음 인연을 맺을 때보다 훨씬 큰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이젠 언더힐 가문의 요청이 없더라도 로렌조쯤 되는 디자이너가 붙을만한 수준이었으니 엄청난 성장이다.
“다음에도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내가 맡아주도록 하지.”
“저야 고맙죠.”
이런 대화를 나눌 때 노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니, 들어가도 돼?
“들어와요.”
어릴 때부터 변함없는 호칭.
누가 들어도 샬럿이었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이안은 깜짝 놀랐다. 그녀와 손을 잡은 작은 소녀가 있었다. 그것도 그녀를 빼닮은.
잠시 둘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무슨 관계인지 깨달았다.
“로티, 섭섭하네요. 숨겨둔 딸이 있었으면 말을 하시지.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요.”
“…죽을래? 내 조카야! 벤저민의 딸이거든.”
“농담이에요. 농담.”
웃음을 터트린 이안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보는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안녕, 난 이안 프라이스라고 해.”
“케일리.”
“그래, 케일리. 만나서 반가워.”
가벼운 인사에 방긋 웃은 아이는 이안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볼 때마다 신기하네. 진짜 너한테 페로몬이라도 있는 거 아니니. 엄청 까칠한 애인데.”
“왜 이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얼굴 때문인가.”
잘 생긴 사람은 애들도 좋아한다. 가능성이 없는 말은 아니지만 과거로 돌아온 후부터 아이들에게 둘러싸였던 이안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젠 아이들에게 둘러싸이는 게 너무 익숙한 일이라서 그러려니 했다.
제 조카를 신기하게 보던 샬럿은 이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안드레티 디자이너의 솜씨는 훌륭하네요.”
“모델이 괜찮아서 그런 거죠.”
“내일이 시상식이지? 저번처럼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알았지?”
아일라의 임신 소식을 들은 탓인 걸 알면서도 짓궂게 놀리는 그녀에게 방긋 웃어줬다.
“아, 그러고 보니 괜찮은 비즈니스가…”
“악! 안 들려! 난 아무것도 안 들려!”
질색하며 싫어하는 그녀를 보며 이안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 자신을 놀리려면 멀었다.
***
에미상 시상식이 개최되는 날이 밝았고 레드카펫 입장을 기다리는 연예인들을 태운 차들이 줄지어 이어졌다.
9월의 따뜻한 날씨에 맞는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은 한껏 꾸민 상태였다.
첫 번째 에미상 때처럼 이안과 함께 입장하게 된 쇼러너, 케이틀린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지난 시상식에 참가할 때만 해도 이렇게 또다시 함께 참석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러게요.”
이렇게 드라마에 다시 합류할 줄은 몰랐으니까.
그녀는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도 가능성이라도 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었으니까.
“그래서 제작자로 일하는 건 어떻니?”
“어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죠. 그나마 조슈아 프로듀서가 도와주니 할만해요.”
“그래? 조슈아는 네 덕분에 너무 편해서 살만 찌는 거 같다고 하던데. 오죽하면 Holy Love가 시즌제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겠니.”
Holy Love는 단일 시즌으로 기획되는 리미티드 시리즈였다. 물론 계획이 변경되어 다음 시즌까지 만들어지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쉽게도 Holy Love는 이번 시즌으로 끝낼 생각이라서요.”
드라마가 잘 돼서 방송국에서 다음 시즌을 요청해도 이건 바꿀 생각이 없었다.
“그럴 줄 알았단다. 넌 캐릭터 욕심이 많아서 비슷한 역할이 이어지는 드라마와 잘 안 맞는 편이긴 하지. 이번에 노아도 캐릭터가 안 바뀌었으면 출연을 안 했을 거잖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죠.”
드라마가 싫은 건 아니다. 인기 드라마라면 출연료가 영화에 크게 뒤처지는 것도 아니고 한 배역을 오래 한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기도 하니까.
다만 그동안 포기해야 할 배역을 생각하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선택지기도 했다.
“내가 이 말을 하니까 좌절하는 조슈아의 얼굴을 네가 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하하하, 실력 있는 분이잖아요. 쇼러너로 활동하셔야죠.”
“그래, 나만 머리 아프게 고생할 수는 없지.”
유쾌하게 웃는 사이 차가 움직였다.
시상식장에 입장할 시간이 됐다는 의미였고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살폈다.
‘다행히 이번엔 아무런 연락도 없었네.’
벤의 아일라 임신 소식부터 시작해서 레드카펫 중에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솔직히 갑자기 데미안에게 연락이 와서 ‘야, 공작새 2세가 생겼어.’라는 연락이 오는 것까지 각오했는데 이번엔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안도하던 사이 앞선 차들을 뒤따르던 차는 레드카펫 앞에서 멈춰섰다.
“왔다!”
밖으로 나서자 셔터 소리가 울렸고 이안은 쇼러너를 에스코트하며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번 에미상에서 주목받는 점은 2번째로 도전 중인 남우조연상을 이번에야말로 이안이 수상할지였다.
그만큼 입장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포토존에서까지 촬영을 마친 이안은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생방송이 아닌 녹화로 진행되는 시상부문을 앞두고 뭉그적거리던 배우들이 하나둘 입장했고 그 막이 올랐다.
몇 년 만에 참석하는 에미상의 진행은 비슷했다.
녹화로 진행되는 시상은 심드렁한 분위기로 이뤄졌고 가끔 희미하게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옷의 맵시를 위해 굶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콘도그를 나눠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그러게요. 사회자가 제리가 아니니 어쩔 수 없죠.”
콘도그를 나눠줬던 것도 참 추억이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시간은 훅훅 지나갔다.
“곧 생방송을 시작합니다!”
스태프의 알림과 함께 배우들은 자세를 고쳤고 오프닝 무대와 함께 드디어 생방송이 진행됐다.
사람들이 가장 주목받는 상들의 수상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드라마 시리즈 우수 연출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코미디 시리즈 우수 연출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기다리던 부문이 시작됐다.
“코미디 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드디어 남우조연상 부문 발표가 시작됐다.
코미디 시리즈와 리미티드 시리즈의 남자, 여자 조연상 발표가 끝나고 수상 발표자는 잠시 뜸을 들였다.
“개인적으로 기대하던 순서입니다. 이 상의 발표자로 뽑혀서 아주 기쁘군요. 드라마 시리즈 남우조연상입니다.”
발표자의 발언에 이안은 사람들의 시선과 함께 카메라가 자신을 찍는 걸 느꼈다.
고작 몇 초 후면 누군가의 이름이 불린다. 그게 자신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두근거린다고?’
조금 놀랐다.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얻은 이후 오히려 배우 생활이 힘들어졌기에 상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난 에미상 시상식 때도 떨리는 마음은 전혀 없었고.
살짝 당황할 때, 발표자의 시선은 한 명에게 향했다.
“축하합니다! 수상자는 이안 프라이스입니다!”
이름이 불리자 얼떨떨하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주변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축하해줬다.
“이안! 축하해!”
“빨리 나가봐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이안은 무대 앞으로 걸어갔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축하 인사를 들었다.
무대에 오르자 에미상 트로피를 들고 기다리는 사람이 보였다.
날개 달린 여인이 원자 모형을 들고 있는 에미상 특유의 트로피.
제작 과정에서 지문이 남지 않도록 흰 장갑을 끼고 만드는 트로피를 손에 움켜쥐었고 이안의 지문이 묻어났다.
이 트로피의 주인이 결정됐다는 의미였다.
3kg 남짓한 트로피의 무게가 손을 타고 느껴졌고 이안은 발표자의 손짓에 따라 마이크 앞에 섰다.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얼굴이 보였다.
한껏 들뜬 얼굴로 기뻐하는 지인들부터 비록 자신은 선택받지 못했지만 기꺼이 축하해주는 경쟁자들까지.
이안은 이들의 시선을 온전히 느끼며 입을 열었다.
“두 번째 도전을 끝에 드디어 이 상을 탔네요. 더 늙기 전에 받아서 다행입니다.”
미성년자인 이안의 능청스러운 농담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쟁쟁한 분들을 대신해 이 상을 받은 덕분인지 더 기쁘네요. 우선 invisible children 팬들에게 감사를 전해야겠네요. 삐뚤어진 노아를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좀비가 된 모습도 사랑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함께 촬영을 한 우리 invisible children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가볍게 감사 인사를 전한 이안은 트로피를 만지작거렸다.
아카데미 때와 달리 왜 이렇게 기쁠까. 짧게나마 이걸 고민한 이안은 곧 정답을 깨달았다.
그때는 없고, 지금은 있는 것이 있다.
가족.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는 찢어질 듯이 아픈 그 단어가 이제는 떠올리는 것만으로 행복함을 느끼게 했다.
이안은 보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엇보다 절 사랑으로 키워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네요. 그분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저는 없었겠죠. 사랑은 가장 위대한 마법이라고 했던가요. 제게 마법을 걸어준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무대를 내려오자 박수가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렸다.
그 어떤 수상자보다 뜨거운 축하가 쏟아졌다.
***
생방송으로 진행된 에미상 시상식이 끝났다고 해도 모든 일정이 끝난 건 아니다.
배우들이 참석하는 파티가 진행되고 수상자들은 트로피를 들고 포토존에서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지난번 때는 어린 나이라 밤에 하는 파티에 참석하지도 못했고 수상도 못 했기에 인터뷰 일정도 없이 돌아가야 했으나 이번엔 아니었다.
트로피를 움켜쥔 채로 포토존에 서자 셔터 소리가 울렸다.
익숙하게 촬영을 하던 이안은 문득 들리는 소리에 의아함을 느꼈다.
‘푸드드득?’
날갯짓 소리에 의아함을 느끼던 이안은 팔에 묵직한 무게가 더해지는 걸 느꼈다.
“…비둘기?”
-구우!
태연하게 팔에 앉아 있는 흰 비둘기를 보며 이안은 깨달았다.
뭔가 이상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