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4)
144. 친구
1화 시청자 463만 명.
유료 가입 케이블이 아닌 지상파인 걸 생각해도 하이틴 드라마치곤 놀라운 숫자다.
이 수치에 그럴듯한 이유를 붙이는 전문가들이 붙었고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건 역시 이안이었다.
-Holy Love의 성공은 에미상 수상의 후광 효과? 홍보에 큰 영향을 끼쳐.
-타 드라마보다 아시아계 시청자 비중이 컸던 Holy Love. 이안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같이 봐도 걱정 없는 내용도 한몫해.
-보수적인 미국 남부 지역에서 흥행도 눈여겨볼 만해.
미국은 생각보다 성적으로 보수적이다. 이렇게 말하면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접한 사람들은 ‘뭔 헛소리야?’라고 할 수도 있다.
미디어만 보면 무슨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맥락 없이 몸으로 대화하는 걸 흔하게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일반화하기엔 미국은 땅덩어리가 너무 크지.’
캘리포니아 같은 곳은 상상처럼 개방적이지만 기독교 색이 강한 보수적 지역을 가면 유교를 들이미는 선비도 한 수 물러야 할 수준이다.
이건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30세 이하에 성 경험이 없는 비율이 남녀 모두 20%가 넘고, 이건 서구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보수적인 사람이 보통 미국 드라마를 볼 때 ‘이 새끼들 다 사탄 들렸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개방적인 부모도 자녀가 되도록 좋은 것만 보고 듣고 했으면 하는 사람은 수두룩하고.
한국에서 괴물 같은 보이그룹이 튀어나왔을 때 반기는 부모가 많았다고 하잖나. 약물, 돈, 성적인 가사로 선정적인 미국 팝 음악에 비해 ‘이건 동요인가?’ 싶은 내용이었으니까.
‘물론 단순히 선정적이지 않은 내용이라서 Holy Love가 인기를 끈 건 아니지만.’
괜히 날이 갈수록 드라마 자극적인 내용을 담겠는가.
다 그게 시청률에 도움이 되니까 그런 거지.
시대를 역행하는 스타일로 성공한 건 이안이 미성년자 팬이 많은 덕분이다.
옛날부터 육아 치트키로 분류됐으며 그건 지금도 비슷하다. 어린 자녀와 함께 Holy Love를 봤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였고.
그렇다고 Holy Love가 이안의 스타성에만 기대는 드라마도 아니었다.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중간에 나온 비가 내리는 장면은 큰 관심을 받았다.
-중반에 내린 Sun shower. 인공 비가 아니라 촬영 중에 우연히 찍힌 장면이라던데.
└구라치지 마. 그렇게 타이밍 좋게 내리는 게 어딨어?
└근데 그게 사실이었습니다. (1화 비하인드 영상 링크)
└…OMG! 제목값 하는 것 보소.
└아아 역시 아기 천사 이안의 힘인가! 가뭄 때 집 앞에 사진을 걸어놔야겠네.
└lol! 그거 괜찮네! 나도 해야겠다.
실제, 우연 이런 단어는 묘한 마력이 있다.
폭발 장면에서 게빈이 CG가 아니라 진짜 터트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고.
우연히 찍힌 1화의 장면은 화제성을 더해주기 충분했고 재방송도 괜찮은 수준의 시청률이 나왔다.
이외에도 거창하게 다양한 성공 원인을 늘어놓은 전문가들이었으나 모두 결론은 같은 걸 내놨다.
-1화의 성공은 이슈를 잘 탄 덕분이고 다음 화부턴 크게 하락할 것.
전문가들이 드라마가 망하라고 저주를 내뱉은 게 아니다.
invisible children처럼 시청자가 우상향하는 드라마는 극히 일부고 대체로 첫 화와 마지막 화 시청률이 가장 높다.
아쉽게도 Holy Love는 우상향을 기대할 장르가 아니었고 시청자 하락은 이안을 포함한 제작진도 동의했다.
실제로 2화에는 백만 가까운 숫자가 줄었고.
그래서 실망했냐고?
“이안, 지금 들어온 PPL 목록이다. 엄청나게 들어오는구나.”
“쓸데없이 대사를 요구하는 PPL은 전부 치워주세요. 그런 거로 대본 수정할 생각은 없거든요.”
“흠, 알겠다.”
조슈아는 수북한 제안서 중 한 움큼 떼서 버렸다.
PPL의 본고장답게 미국에선 PPL이 활발하다. 상상 이상으로 대놓고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마냥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니지.’
회당 적게 잡아도 수십억의 제작비를 쓰는 곳이 미국이다. 편당 10억 정도만 넘어도 블록버스터급으로 여겨지는 한국보다 PPL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다.
거기에 비용 규모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안은 서류를 확인하며 조슈아에게 물었다.
“방송국에서 방영료가 추가로 들어왔나요?”
“그래, 들어왔단다. 잔말 없이 주더구나. 누가 봐도 캔슬할 가능성이 없잖니.”
미국은 IP를 제작사가 가져가는 대신 많은 리스크를 짊어진다.
독점 방영을 대가로 받는 비용은 제작비의 80~85% 정도인데 ‘어?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싶을 거다.
PPL과 넷플러스 같은 OTT나 타국에 드라마를 팔면 제작비 이상을 건질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방송국이 엄청 쪼잔하다는 거지.’
한 번에 돈을 주지 않고 촬영 시작 전에 1/3, 방송국에 드라마를 납품하면 1/3, 촬영을 마치면 1/3.
이런 식으로 방영료를 쪼개준다.
제작사는 적자 상태로 드라마를 제작할 수밖에 없는데 캔슬이라는 끔찍한 괴물도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방영료도 제대로 못 받고 캔슬 당하면 그 적자는 제작사가 다 떠안아야 했다.
추가 수익? 시청률이 안 나와 반 토막 난 드라마에 그런 걸 어떻게 기대하는가.
‘오, 이 TV는 42인치에 가격, 색, 해상도 모두 최고인 그 회사 TV가 아닌가?’ 이런 대사를 대놓고 넣더라도 당장 제작비를 끌어모아야 할 처지다.
그런 면에서 Holy Love는 그나마 낫다. 협상도 유리하게 했고 드라마 장르도 제작비가 크게 들어가는 종류가 아니다.
가장 몸값이 높은 이안의 출연료를 일단 제작비로 돌릴 수 있어서 숨통이 트이는 것도 있고.
“언더힐 쪽 브랜드에서 추가로 PPL을 요청한 건 어떻게 할까? 다른 브랜드를 받는 게 단가는 더 높은데.”
“그건 의리를 지키죠. 조금 더 버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알겠단다. 이건 그렇게 처리하고.”
들어온 PPL과 여러 제안 때문에 정신이 없다.
행정적인 건 조슈아 담당이지만 작품에 표현되는 일이라 이안이 빠질 수도 없는 업무고.
그 외에도 제작비 지출 상황 같은 것들까지 전부 확인을 끝내고 나서야 둘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커피? 아니면 탄산?”
“물이요.”
생수를 건네준 조슈아는 이안에게 물었다.
“촬영은 좀 어때?”
“좋죠. 일단 시청률 걱정은 안 해도 좋잖아요.”
촬영장에 있는 배우, 스태프 모두 프리랜서다. 시청률이 안 나와서 드라마가 제작 중단되면 손잡고 백수가 된다는 뜻이다.
그럴 걱정이 사라졌으니 한층 생기 있게 촬영이 진행됐다.
“다음 시즌은?”
“안 해요.”
“…매정한 녀석. 지금 정도에 시청자를 끌고 시즌 3까지만 찍으면 진짜 큰돈이 되는데도?”
사실 인기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바로 떼돈을 버는 건 아니다.
진짜 큰돈은 건 세 시즌 이상 좋은 시청률을 기록해서 지역방송이나 케이블에 몇 달 동안 띠 편성될 분량을 방송할 권리는 임대할 때 나온다.
새로 제작되는 드라마 중 세 시즌이나 살아남는 건 20% 수준인데도 괜히 제작사가 시리즈에 목을 거는 거 아니었다.
‘Holy Love면 세 시즌을 살아남을 수도 있지만.’
이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요. 이 이상 시즌을 늘려봤자 사족에 불과해요. 괜히 시리즈로 바꾸겠다고 대본을 건드려봤자 작품을 망칠 뿐이고요.”
“뭐 네 마음대로 해라. 월급쟁이 프로듀서가 무슨 힘이 있겠니. 편하게 일 좀 하려고 했더니 그건 안 되겠구나.”
투덜거리는 말에 이안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말은 저렇게 해도 틈틈이 다음 드라마 준비를 하는 건 알았다.
‘조슈아와 함께 일을 한 건 확실히 행운이야.’
드라마 프로듀서로 필요한 지식을 베푸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괜한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순탄하게 제작이 진행되지 않았을 거다.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잘 부탁해요.”
“돈 받고 하는 일인데 당연하지. 급여가 밀려서 고소할 일만 안 만들면 돼.”
“어후, 무서워서 가장 먼저 급여를 챙겨줘야겠네요.”
“하하하, 내가 알아서 챙겨가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네 출연료보다 먼저 가져가거든.”
아니, 이 사람이?
조슈아와 농담을 주고받고 있자니 핸드폰에 연락이 왔다.
“집에 가봐야겠네요.”
“아, 바쁘니?”
“그게 아니라 오늘 보호소에서 부모님이 함께 살 녀석들을 데려왔거든요.”
“오, 그래? 반려동물이라. 좋지!”
개와 고양이라 참 다행이다. 공작새, 비둘기 같은 게 아니라서.
어서 가보라는 조슈아 말에 인사를 한 이안은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평소처럼 대본을 보고 있자니 할머니인 소피아가 동영상을 보냈다.
-크르릉!
얼마나 고생했는지 윤기 없는 털을 가진 골든 리트리버가 으르렁거렸다.
온화하고 인내심 강한 리트리버가 사납게 굴 정도로 안 좋은 환경에서 지낸 건 잘 알겠다.
‘근데 좀 위험하지 않나.’
대형견에 사냥개다. 안타깝긴 한데 잘못하면 가족이 물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 풍성한 리트리버 털에서 빼꼼 작은 고양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냐앙…
품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고양이를 개는 앞발로 끌어당겼다.
-냐앙!
-킁!
호기심에 나가려는 고양이와 그걸 막는 개.
이 치열한 싸움에 클로이가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보였다.
-어머, 귀여워라.
언제 으르렁거렸냐는 듯이 고양이만 신경 쓰는 개의 모습에 이안은 살짝 안도했다.
새끼 고양이를 품는 걸 봐선 본성 자체는 그렇게 사납지 않은 것 같았다. 인간 불신에 걸린 만큼 친해지는 건 꽤 힘들겠지만.
관찰일기처럼 보내는 문자를 받다 보니 어느새 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소피아가 반겨줬다.
“왔니?”
“다녀왔어요.”
고개를 돌리니 소파에 앉은 부모님이 살짝 열린 방문 쪽을 힐끔 보는 게 느껴졌다.
“저기에 있어요?”
“그래.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게 부담되는 거 같아서 말이야.”
“잘 하셨네요. 이름은요?”
“리트리버는 레오, 고양이는 크림이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다른 의견은 있니?”
“아뇨. 괜찮네요.”
흔한 이름이지만 부르기만 편하면 됐다.
“영상으로 보긴 했는데 상태는 어때요?”
“다행히 음식을 주면 먹긴 하더구나. 가까이 다가가면 싫어하지만 말이야. 보호소에서도 친해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 같다고 했어.”
“그래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Holy Love에 출연시킬 동물은 따로 구해볼까.’
바뀐 체질이 동물과 촬영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이걸 확인하려면 훈련된 동물 배우가 아닌 평범한 동물을 쓰는 게 좋긴 한데 어쩔 수 없다.
아쉬움을 털어낸 이안은 이제 한 가족인데 얼굴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방에 다가갔다.
“안녕?”
몸줄이 묶인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새카만 눈동자를 물끄러미 보던 이안은 놀라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다가가 봤다.
‘괜찮은 거 같은데.’
영상과 달리 공격성은 크게 안 보였다.
그저 상대를 살피듯 얌전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지.
움직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갔는데도 별 반응이 없어 한 걸음 다가가자 레오는 꼬리로 바닥을 내리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냥?
넙죽 엎드린 레오는 앞발로 크림을 쓱 내밀었다.
-멍!
“…나 준다고?”
꼬리를 붕붕 흔드는 레오를 보며 이안은 깨달았다.
공동 육아를 책임질 상대로 낙점됐다.
숙련된 베이비시터를 알아보는 걸 보니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
이안이라는 매개체 덕분인지 레오는 보호소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빠르게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졌다.
이안을 제외한 다른 사람이 만지는 건 아직 싫어하지만 공격적인 모습은 사라졌고.
“으으, 나도 만지고 싶은데.”
레이첼은 애타는 얼굴로 레오와 크림을 봤다.
“아일라 씨의 털 알레르기 때문에 어차피 안 되는 거 아니야?”
“심한 건 아니라고 갔다 와서 깨끗이 씻고 옷만 갈아입으면 된다고 했어.”
그렇다면 다행이다.
직접 키우는 것만 아니라면 괜찮은 듯했다.
“흠, 저 녀석도 교육하긴 해야 하는데.”
“화장실 교육?”
“아니? 대본을 골라오는 훈련. 잘만 훈련하면 2층까지 대본을 가지러 갈 필요가 없잖아. 무작위로 대본이 뽑히는 재미도 있을 테고.”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안은 이안이구나.
정말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대본을 읽는 교육을 안 하는 게 어디인가.
두 동물이 낮잠을 자는 걸 지켜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 이안에게 연락이 왔다.
“벤?”
심심한가. 왜 또 연락했는지 모르겠다.
“벤, 무슨 일이에요? 레이첼 때문에 연락했어요?”
-아니, 너희 집에 한두 번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거로 무슨. 공화당 후보가 네가 쓴 글을 SNS에 올렸던데?
“…뭔 헛소리에요. 무슨 글이요.”
-제이 안으로 쓴 글 말이야.
…아?
이안은 바로 SNS에 들어갔다. 누구보다 SNS를 활발하게 쓰는 후보인 만큼 계정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진짜 Quiver에서 제이 안 이름으로 쓴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큰 이유가 고스란히 올라가 있었다.
‘이게 왜 진짜지?’ 머리가 아플 때.
그 글 밑에 후보가 남긴 글도 있었다.
-땡큐! 제이 안! 역시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이지. 친구, 나중에 백악관에서 보자고!
필요 없어.
-당선되면 진짜 백악관에 초청되겠는데. 갈 거야?
“미쳤어요?”
왜 이상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지 정말 모르겠다.
-공화당의 친구이자, 교주 제이 안.
정신 나갈 거 같은 타이틀에 이안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