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5)
145. 동물 촬영(1)
하늘에 있는 제이에겐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이름이 좋지 못한 거 같다.
제이 안에게 교수, 교주, 공화당의 친구같이 흉악한 별명이 붙는 걸 보면 말이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
“음… 제이 안이 공화당의 친구니까. 나는 민주당을 지지해야겠네요. 그럼 나중에 합쳤을 때 중도가 되겠죠?”
이건 산성과 염기성을 섞어서 중성을 만드는 것처럼 아주 과학적인 방법이다.
AP 화학을 5점을 맞은 이안의 답변에 벤은 게빈을 보며 말했다.
“감독님, 제가 말했잖아요. 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차라리 오늘 데이트 나간 데미안을 걱정하는 게 생산적이죠.”
“흠, 진짜 그런 거 같긴 하구나.”
“…농담 한 번 했다고 데미안하고 같은 취급하는 건 조금 너무하지 않아요?”
어떻게 데이트에 공작새를 데려가도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하고 동급 취급을 할 수 있는가.
차라리 익숙한 인종차별을 해줬으면 좋겠다.
“너도 참. 옛날부터 이상한 일에 잘 꼬인단 말이야.”
“부정하진 않겠지만 이번엔 완전히 뜬금없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같은 공화당조차 승리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후보 눈에 승리 가능성이 크다는 글이 얼마나 매력적이었을까.
그것도 단체로 두들겨 패는 할리우드 쪽 사람이 그런 분석 글을 내놨으니 말이다.
“정치인이 제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주장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요.”
미래의 일이지만 공장 일용직을 전전하던 무명 가수가 ‘열심히 일해도 자기만 생각하는 정치인 때문에 나아지는 게 없다.’라는 노래로 빌보드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이 센세이션한 반응을 보고 정치권에선 뭐라고 했냐고?
‘공화당에선 민주당이 세금을 막 걷어서 복지에 써서 그렇고 하고, 민주당은 노동조합을 강화해야 이런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나.’
분명 같은 노래를 들었는데 해석은 제 맘대로였다. 가수가 자신은 중도라고 말해도 의미가 없었고.
이안도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탔을 때 비슷한 싸움에 휘말렸다.
힘들게 배우로 성공한 건 사람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야, 한 입만.’이라며 숟가락 얹으려는 인간이 수두룩했지.
추억을 떠올리고 있자니 벤이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백악관에 놀러 가고 싶은 건 아니잖아.”
“그럴 시간에 대본 한 줄이라도 더 읽는 게 낫죠.”
잘못하면 다음 대통령하고 절친이 될 수도 있다. 쇼 비즈니스에 도가 튼 사람이 괜한 걱정이 아닌데.
“뭘 그렇게 고민해요. 같은 내용물이라도 어떻게 포장하냐에 따라 다른 법이잖아요? 민주당도 제 입맛에 맞게 해석하도록 하면 되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제이 안이 쓴 글은 결과만 보면 공화당 손을 들어준 거 같지만, 공화당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큰 이유에 대해 늘어놓은 건 민주당에 건네는 조언으로 볼 수 있다.
같은 글이라도 양당이 제 입맛에 맞게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안의 답을 들은 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진짜 정치인 안 할래?”
“미쳤어요? 아무튼, 성공만 하면 한쪽 정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잖아요. 그럼 남는 게 있죠.”
“이름값 말이구나.”
맞다.
4년마다 이뤄지는 빅 이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으니까.
‘거기에 투표 결과까지 나오면 한 차례 더 크게 주목받겠지.’
그렇게 높아진 이름값으로 뭘 하냐고? 괜찮은 작품에 투자할 때도 도움이 될 테고 무슨 말이라도 하면 관심을 주지 않겠나.
원래 유명세라는 건 써먹기 나름이다.
대충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이안은 둘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걱정돼서 찾아왔어요?”
“혹시 몰라서 찾아왔지. 역시나 괜한 걱정이었지만.”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마음만이라도 어딘가.
진심을 담아 말하자 벤은 민망한 듯 시선을 피했고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게빈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이안, 아이작의 이야기는 들었니?”
“아, 은퇴작이요?”
“그래, 그거 말이다.”
얼마 전에 들었다.
“독립 영화가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만든다고 하더구나.”
“솔직히 그 말 듣고 놀랐죠.”
물론 자신이 알던 아이작의 은퇴작도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건 쿠퍼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크게 충격받은 네이선을 위한 작품이었지.’
모든 경위를 알게 되고 나서 깨달은 거지만 그 사건을 암시하는 내용도 군데군데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TellMe 프로젝트로 쿠퍼가 바뀌면서 없던 미래가 될 줄 알았는데 아이작이 은퇴작으로 할리우드를 선택한 건 의외였다.
게빈은 이 의문에 답변을 줬다.
“평생 독립 영화만 찍던 노인네가 고집을 꺾은 이유가 뭐겠니. 너랑 네이선 때문이겠지.”
“손자인 네이선라서 그렇다 치고 저까지요?”
“아이작이 널 진짜 손자처럼 아끼잖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랑 함께 하는 작업은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할리우드를 선택했을 거다.”
몇 번 입을 달싹이던 이안은 침묵을 선택했다.
자의든 타의든 은퇴를 선택하는 사람은 수많이 봤다. 하지만 한 번도 이런 감정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말을 못 하고 있자니 주름진 손이 머리 위에 얹어졌다.
“너무 마음 쓸 거 없단다. 감독 중에 자신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니까.”
원래라면 불명예스럽게 감독을 은퇴했을 게빈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은퇴하면 뉴욕에서 이쪽으로 이사 오라고 해야겠구나. 추웠다가 더웠다 하는 곳에서 지내다 보니 사람이 점점 괴팍해지는 거 같거든.”
“그것도 나쁘지 않죠. 백수 클럽에 사람이 늘어나겠네요.”
“하하하, 그렇겠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상인인 아이작 감독님이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슬슬 혼자 있는 정상인 라인에 한 명이 추가될 때도 됐고.
이안이 뻔뻔한 생각을 하는 사이 벤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은퇴라고 하니 생각났는데 저번에 랜든 감독님이 은퇴작은 감독님이랑 같이 찍겠다고…”
“누구 마음대로! 그놈이랑 같이 영화를 찍느니 아이작 밑에서 촬영 감독을 하고 말지.”
“그래도 엑소시스트 같은 명작 하나 남겨보는 건 어때요?”
“싫어!”
질색하는 게빈의 반응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웃던 이안은 핸드폰을 들었다.
“누구한테 전화 걸어?”
“제이 안의 일을 도와줄 사람이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빨리 처리해둬야죠. 미룬다고 좋을 것도 없고요.”
이런 일에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잠시 기다리자 상대에게 통화 연결이 됐다.
-응, 허니. 어쩐 일이야.
“아, 로티, 오랜만에 비즈니스 파트너로 할 말이…”
뚝!
…어라, 신호 불량인가.
끊긴 통화를 내려보던 이안은 혀를 찼다.
항상 통신사가 문제였다. 진짜로.
***
샬럿에게 그냥 도와달라고 하지 왜 비즈니스 파트너 같은 불길한 말을 꺼냈냐고 혼나긴 했지만 그 외에는 일이 잘 풀렸다.
이안의 예상대로 민주당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으로 잘 포장됐다는 뜻이다.
‘그럼 뭐해.’
야, 너희들 방심하다가 머리통 깨진다? 라고 말해봤자 정신 차릴 사람들 같으면 처음부터 잘 했을 거다.
11월 8일 선거일이 되고 나온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총 선거인단 538명 중 300명 이상을 공화당이 가져가 사실상 당선 확정.
-300만 표가량 민주당이 앞섰으나 선거인단 수는 공화당이 압승. 충격에 빠진 미국.
한국처럼 대부분 대통령제 국가에선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지만 미국은 특이하게 간선제를 했다.
국민이 뽑은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지금처럼 간발의 차로 많은 지역에서 이기면 투표로는 이겨도 선거인단에서 밀려 패배하는 경우가 생겼다.
그것도 상하원 둘 다 공화당이 차지하며 엄청난 참패를 당할 걸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한 줌도 안 되는 사람에 속하는 게 제이 안이었고.
-충격적인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제이 안.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
-제이 안은 2015년 유니버스의 엄청난 성공을 예연한 사람. Quiver에선 교주로 불려.
…그놈의 교주는 진짜.
그래, 교주 타령은 이젠 익숙하니 그렇다 치는데.
-그랜트 후보 연설에서 ‘미리 답안지를 받고도 패배한 멍청이들.’이라고 발언해.
-제이 안이 누군지 아느냐는 질문에 ‘아주 훌륭한 친구다.’라고 답한 그랜트 후보.
누구 마음대로 친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안은 빠르게 주변 분위기를 확인했고 결론을 내렸다.
“아주 개판이네.”
세계화에 가장 큰 혜택을 받다가 그랜트가 주장하는 신고립주의에 두들겨 맞을까 겁이 나는 연예계는 거품을 물고 있고.
그랜트가 당선되면 미국을 뜨겠다는 발언까지 한 연예인들은 언제 꺼지냐면서 조리돌림을 당하는 중이다.
이럴 때 미래를 미리 경험했다는 건 아주 좋았다.
괜한 분위기에 휩쓸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니까. 이안은 펜과 종이를 꺼냈다.
배우에게 대통령이 누가 되고 하는 게 정말 중요한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거다.
이건 일종의 트랜드고 이 흐름은 생각보다 많은 걸 결정하는 법이다.
-진짜 연예계가 걱정하는 것처럼 수익에 큰 타격을 줄 것인가.
이건 아니다.
할리우드가 발작하는 건 기껏 중국 시장을 노리고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미·중 무역 분쟁이 벌어져서 타격을 받을까 걱정하는 부분도 컸다.
근데 이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저렇게 거품을 물고 그랜트를 반대하는데 괜히 할리우드를 때려봤자 중국으로선 우군만 줄어드는 결과니까.’
아시아계 배우이자 중국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이안에게 다행인 일이다.
펜을 놀려 한 문장을 더 썼다.
-시상식과 대통령.
이건 확실히 영향이 있다.
미국의 시상식은 정치적인 선택을 내릴 때가 많다.
당장 내년에 오스카 작품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타는 영화는 사회적 소수자 차별을 메인 주제로 잡고 그랜트에 반대 의견을 내놓은 작품이었고.
물론 수상할 정도로 작품이 훌륭했으나 트랜드를 잘 탔다는 것도 부정할 순 없다.
“이건 조금 고민해봐야겠네.”
좋은 작품으로 상을 타는 건 좋으나 상을 타기 위해 작품을 고르고 싶진 않았다.
애초에 저런 영화에 참여하지 않아도 당장 참여할 작품이 여럿 있었다.
“일단 고준혁 감독님의 작품하고 아이작 감독님의 은퇴작에 참여해야지.”
이게 끝이냐? 그것도 아니다.
감옥에 간 루의 외전도 슬슬 영상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미 Melted Moonlight로 괜찮은 성과를 거둔 넷플러스에서 관심을 보이는 중이고.
‘잘하면 에반하고 연기할 수도 있으니 중요한 작품이지.’
물론 주연인 걸 앞세워 에반을 억지로 캐스팅시킬 생각은 없으니 괜한 기대로 끝날 수도 있지만.
아무튼, 계약서에 도장만 안 찍었지 사실상 참여가 확정된 작품만 셋이다.
이것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법이다.
“대학도 아직 고민 중이고.”
내년이면 고등학교도 졸업이다. 대학을 갈지 선택할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건 아직도 고민 중이다.
배우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학업에 몰두하느라 요즘 잘 만나지 못하는 래리는 물론이고 도로시와 다니엘도 대학에 갈 생각이라고 했다.
친구 따라 대학갈 생각은 없으나 대학 생활이란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고.
“음,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좀만 더 고민해보자.”
대학 입학시험인 SAT는 꾸준히 준비 중이니 어떤 결정을 내려도 상관없었다.
대충 앞으로 계획을 끄적거린 이안은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촬영장으로 갈 시간이었고 1층으로 내려가자 레오가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멍!
“그래그래.”
함께 살게 된 지 한 달이 채 안 됐으나 푸석푸석한 털은 어느덧 윤기가 흘렀다.
처음 올 때만 해도 볼품없던 외모가 가족들의 사랑을 받은 탓인지 꽤 살아났다.
‘드라마에 출연시켜도 괜찮을지도.’
간단한 장면이라면 촬영할 수 있지 않을까.
바뀐 체질이 동물과 함께 하는 촬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비교하기도 좋고.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싶은 이안은 레오가 기웃거리던 소파에 올려둔 가방을 들었다.
“난 갔다 올 테니까 집에서 얌전히 있어. 알겠지?”
-머엉!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늘어지는 레오를 보며 살짝 웃은 이안은 바로 집을 나섰다.
Holy Love 촬영장으로 운전을 하는 마커스가 가방을 내려놓은 이안에게 물었다.
“면허는 따놓고 운전은 안 하십니까?”
“왜요. 귀찮아서 그래요?”
“귀찮을 게 뭐 있습니까. 그냥 보통 면허를 따면 운전하고 싶어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어서 물어본 겁니다.”
운전이 무슨 대수라고.
집 없이 차에서 몇 년 동안 살아본 경험도 있는데.
“저는 운전할 시간에 대본을 읽는 게 더 좋거든요.”
당당하게 의견을 밝힌 이안은 가방을 열고 대본을… 대본을…
“…어라?”
가방에 대본이 안 잡히고 물컹한 게 만져졌다.
가방을 활짝 열었다.
-냐앙!
“왜 네가 여기에 있냐.”
새끼 고양이, 크림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왜 여기 있을까 고민하던 이안은 소파에서 기웃거리던 레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자식이?”
이안은 깨달았다.
레오는 ‘오늘 도비는 자유에요.’를 외쳤고, 자신은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슈퍼 대디로 강제 전직했다.
첫 만남 때부터 생각했지만 레오는 보통 놈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