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7)
147. 선댄스 영화제
벨라는 이안에게 마르코 감독이 밴드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전하며 크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녀가 이안을 알게 된 지 벌써 1년 남짓 됐다.
물론 알기야 진즉에 알았다. 언론에서 차세대 스타들을 거론할 때마다 함께 묶이곤 했으니까. 그리고 1년 동안 이게 얼마나 부끄러운 기사인지도 잘 알게 됐다.
단순히 미성년자 나이에 빌보드 1위를 찍고 에미상 남우조연상을 받고 프로듀서 일도 하고…
‘아니, 잠시만. 이것도 조금 말이 안 되는 거 같긴 한데.’
온갖 괴물들이 출몰하는 미국 연예계이니 경력을 따로따로 보면 비슷한 예시를 여럿 찾을 수 있는데 합쳐 놓으니까 전례가 있나 싶다.
아무튼, 그동안 이안에 대해 알게 된 바로는 성과를 두고 호들갑을 떠는 기사조차 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주목받는 Holy Love의 배우들. 이안 프라이스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으로 호평.
그러니 이런 기사나 나오고 있지.
오드리, 도로시, 다니엘을 비롯한 Holy Love의 배우들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저 기사에 가장 부끄럽게 느낄 사람도 저 셋이다.
누구보다 이안을 가까이서 경험한 배우들이니까.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급이 조금 다르지.’
저 셋이 왜 또래보다 월등한 연기력을 가졌겠는가. 이를 꽉 물고 따라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그가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 맴돌았는지 쉽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솔직히 당사자 앞에선 민망해서 말은 못 했지만.
‘존경스럽지.’
벨라가 지금 가장 존경하는 사람 둘을 뽑으라면 이안과 제이 안을 뽑을 거다.
이안을 존경하는 이유는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 때문이 아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감탄을 할지언정 존경까지 가는 경우는 드무니까.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태도 때문이었다.
학업, 배우, 프로듀서. 이 셋이 합쳐지며 미친듯한 스케줄을 자랑하는데도 연기 연습은 한 번도 손에 놓지 않았다.
그저 완성형 연기자라며 감탄만 하던 그녀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존경하기도 하고 바쁜 게 뻔한 이안에게 기껏 부탁해서 소개를 해줬더니.
‘이렇게 쉽게 때려치워?’
진짜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벨라는 사과를 위해 마르코 감독을 데리고 이안과 만났다. 의외라면 이안도 프레드 켈리를 데려왔다는 점?
멀뚱멀뚱 서 있는 마르코를 대신해 벨라는 진지하게 말했다.
“마르코 감독님 때문에 번거롭게 해서 미안…”
“우리 프레드 때문에 죄송합…”
…어?
사과하던 둘은 눈을 마주쳤다.
아, 상황을 알기 전에 사과부터 할 정도로 데려온 사람이 정상은 아니구나.
말하지 않아도 서로 눈치챘고 한숨을 내쉬었다.
***
마르코 감독이 실제 프레드를 만나고 충격을 받는 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스노우레이크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데.
‘영화는 영화로 봐야지.’
아무리 전기 영화로 최대한 사실을 담았다고 해도 영화에는 제작자의 의도가 담기는 법이다.
그 의도에 맞게 같은 사람이라도 특정 부분을 부각하는 게 당연했고.
실제로 만났을 때 충격받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저 사람은 미쳤어요.”
마르코가 프레드를 향해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정상인은 아니다. 하늘에 있는 제이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거다.
“너는 글러 먹었고.”
프레드의 말에 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은 눈으로 대화를 나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말죠.’
‘그게 낫겠다.’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프레드? 얘가 네 스승의 스승이라면서 제이의 야한 잡지를 소개해줘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다.
깊게 알아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란 걸 동의한 이안은 이야기를 넘겼다.
“디아즈 감독님,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네요. 퍼펙트 라이프는 재밌게 봤습니다.”
“고마워요. 저도 벨라가 꼭 보라고 추천해서 참여한 작품은 전부 봤습니다. 대단한 배우더군요.”
“얘는 배우보다 가수가 더 어울려.”
이안은 헛소리를 하는 프레드를 흘겨봤다. 라이의 정체를 알고 제이의 옆자리를 파려고 할 때 적극적으로 응원할 걸 그랬다.
“밴드도 포기하셨겠다. 이제 뭘 하시려고요?”
“다시 감독 일을 해야죠.”
마르코의 확답에 이안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세상일은 모른다고 프레드의 이상 행동이 이렇게 도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예전부터 꿈꿨다는 밴드를 바로 접게 했는지 알고 싶진 않았지만.
“생각 중인 작품이 있나요?”
“준비 중이던 작품이 있긴 하죠.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사람들끼리의 이야기요.”
“음,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소수자들이고요?”
“어라,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떻게 알긴 마르코가 감독으로 크게 성공하는 Minority Battle의 시놉시스니까 알지.
그랜트가 대통령이 되면서 역으로 영화제에선 소수자에 관한 영화에 후한 평점을 줬고 그 혜택을 받은 영화 중 하나다.
‘물론 이 분위기에 편승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었지. 그냥 라틴계인 감독이 미국에서 경험한 게 녹아 있을 뿐이니까.’
Minority Battle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채팅으로 싸움을 벌이던 소수자들이 직접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였다.
이건 지금 시기에 나오는 영화들과 명백한 차별점이 있었다.
당장 내년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작품만 봐도 소수자들끼리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한다는 이야기인데.
아시아계면서 얼굴의 화상이라는 장애를 안고 살아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이건 진짜 동화 같은 이야기지.’
현실에선 ‘우리 서로 힘을 합쳐볼까?’보다는 ‘이 새끼보단 내가 더 낫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
괜히 소수자들끼리 서로 혐오하고 차별하는 일이 많겠는가.
Minority Battle은 이런 현실을 꼬집는 작품이었다.
“작품은 얼마나 준비가 됐어요?”
“밴드에 신경 쓰느라 준비가 부족한 점이 많죠.”
대충 그럴 거 같았다.
이안은 빠르게 계산을 해봤다. 이슈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원래처럼 성공하려면 내년 바로 베니스와 토론토 영화제 출품하는 게 좋고.
그래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출품 기간을 생각하면 엄청 빠듯한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촬영 시간과 편집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 아니란 점 정도?
물론 이대로라면 절대 불가능했다.
“주제는 좋아요. 그랜트가 대통령에 오르는 게 사실상 확정되면서 소수자와 관련된 영화가 내년에 크게 관심을 받을 거 같거든요.”
“아, 그런가요?”
이안 본인도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인맥도 넓은 만큼 마르코는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저 프레드와 만나며 낭비된 시간을 아쉬워할 뿐.
이런 그에게 대안을 제시했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으면 벨라에게 제이 안을 소개해달라고 하는 건 어때요?”
“…제이 안이요?”
“혹시 모르시나요?”
모를 리가 있나.
작년과 올해 떠들썩했던 이름인데. 굳이 지금 나오는 이유를 몰라서 그렇지.
“제이 안이 지금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어? 진짜?!”
벨라가 놀랐다는 듯이 묻자 이안은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제이 안하고 공동프로듀서 일을 하는 사람하고 약간 아는 사이거든요. 이번에 프로듀서로 나선 작품이 선댄스에 초청받았다고 들었어요.”
프로듀서 일까지 하는구나.
새삼 놀란 벨라는 마르코에게 말했다.
“생각 있다면 제가 한 번 부탁해볼게요. 제가 잘 아는데 후회는 안 할걸요.”
“맞아요. 제이 안의 실력은 들어봤죠? 한 번 믿어 보는 것도 좋아요. 공동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사람도 믿을 만하고요.”
도로시가 봤으면 ‘어릴 때 그렇게 사기꾼이 되지 말라고 했건만.’이라며 혀를 찰 정도로 이안은 태연하게 말을 내뱉었다.
두 배우가 제이 안을 추천하자 마르코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렇게 대단해요?”
“이야기라도 나눠보는 게 어때요. 후회는 안 할걸요.”
이안은 자신이 있었다. 완성된 Minority Battle도 직접 봤고 어디가 아쉬웠는지도 훤히 기억한다.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줄 자신이 있었다.
적극적인 추천에 마르코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상담만이라도…”
마르코는 잘 모르나 본데.
원래 상담만으로 시작해서 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법이다.
월척을 낚았다.
***
이안은 할리우드 밑바닥에서 오랫동안 뒹굴었다.
그중에는 사기꾼도, 훗날 크게 성장하는 능변가도, 몽상가도 많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나고?
-이안, 디아즈 감독과 계약을 맺었어.
“고생하셨어요.”
감히 연기를 버리고 밴드라는 이상한 길에 빠졌다가 돌아온 감독 하나를 구워삶는 건 쉬웠다는 뜻이다.
-고생이라고 할 게 뭐 있냐. 아주 정신이 쏙 빠진 상태로 왔던데. 도대체 뭘 한 거야. 세뇌라도 했어?
“예언도 모자라서 이번엔 세뇌에요? 무슨 진짜 사이비로 만들 일이 있나요.”
진짜 세뇌빔을 갈긴 게 아니다. 고민이 되는 부분을 말하지 않아도 콕콕 집으며 막힌 부분을 술술 풀어준 덕분이지.
제이 안이 공동 각본으로 올라가게 될 정도였다.
단순히 미래의 작품을 표절해서 각본을 만들었으면 양심상 극구 거절했겠지만.
‘그렇다기엔 대본의 많은 부분이 바뀌긴 했지.’
이번에 선댄스에 출품된 Happy Homeless와는 사정이 달랐다. 이미 완성된 대본에 조언을 해줬을 때와 달리 대본을 처음부터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했으니까.
그만큼 내용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오히려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준비 기간이 엄청 빠듯한 거 아시죠?”
-알고 있지. 바로 촬영 준비 들어갔어. 예술 영화 규모라 다행이지. 아슬아슬하게 출품 기간에 맞출 수 있겠더라.
“연말도 없이 고생하겠네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까 신경 쓰지 마.
프로듀서로 실패해 가뜩이나 없는 머리를 쥐어뜯을 때 비하면 지금이 훨씬 즐거웠다.
올리버의 확답에 이안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통화를 종료했다.
이안은 달력을 봤다.
프로듀서일까지 한 탓인지 평소보다 빨리 연말이 된 거 같았다. 방송국들은 휴방기를 맞이해 열심히 칼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어떤 드라마가 캔슬이 됐을까?
제작 취소.
프로듀서로 활동한 만큼 저게 얼마나 뼈 아픈 결과인지 더 와닿았다. 손실처분 나는 돈을 생각하면 지금쯤 피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물론 이건 남의 집 이야기였다.
-시작부터 화제가 된 Holy Love! 코미디와 풋풋한 사랑의 조합. 평균 시청자 300만을 넘겨!
-Holy Love 시즌2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안 ‘다음 시즌을 만들 생각은 없어.’ 팬들 좌절.
Holy Love는 캔슬은커녕 다음 시즌을 만들어도 될 정도 성과가 나왔다.
이 성과는 곧 돈으로 연결이 됐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 수출 계약을 맺었어. 넷플러스와는 아직 이야기 중이고.
조슈아가 보낸 문자였다.
이미 제작비 회수는 끝났다고 봐야 했고 남은 건 이 드라마로 얼마나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였다.
당연히 벌어들인 돈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건 이안이었고.
괜히 Holy Love로 이안이 얼마나 벌 수 있을지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니었다.
‘작품을 통해 버는 돈이라면 거리낄 게 없지.’
미래 지식을 사용하면 떼돈을 벌 순 있다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배우로서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투기로 돈을 벌어봤자 질투하는 사람들이 잔뜩 늘어날 테고 이건 언제든 비수로 꽂힐 위험이 있었다.
부자로 사는 대신 연기를 포기할래? 돈을 제대로 못 벌더라도 배우로 살래? 라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할 이안으로선 괜한 위험을 짊어질 생각이 없었다.
“돈이 생기면 이사를 가긴 해야지.”
지금 사는 집이 작은 건 아닌데 경호를 받는데도 한계가 있고.
이안은 고개를 내렸다.
“너희가 뛰어노는 곳도 부족하니까.”
크림이가 들어간 바구니를 물고 있는 레오가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이 정도면 벤도 한 수 접어줘야 할 팔불출이 아닐까.
가볍게 웃은 이안은 기지개를 켰다. 내년에도 바쁠 예정이었다.
Holy Love도 마무리 지어야 하고 Minority Battle도 참여해야 했다. 넷플러스와 협의 중인 루의 외전하고 고준혁 감독님과 아이작 감독님 작품도 준비해야 하고.
‘어쩌면 대학도 가야 할지도 모르지.’
선댄스에서 Happy Homeless가 수상하면 이 경력을 이용해 다른 작품들도 계약을 맺어야 했다.
Minority Battle처럼 바뀐 미래 때문에 사라질뻔한 작품들이 여럿 있는 상태니까.
이안의 다짐과 함께 해가 넘어갔다.
***
저예산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중점으로 다루는 영화제, 할리우드에서 신진 영화감독과 배우들을 발굴하는 등용문.
선댄스 영화제가 막이 올랐고 엄청난 희소식이 전해졌다.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레이먼 번즈 감독의 Happy Homeless.
원래 역사를 뛰어넘는 성과에 기뻐하기도 잠시.
-레이먼 감독 수상 소감 ‘교주님께 감사드린다.’
-레이먼 감독이 말한 교주는 누구? 15, 16년을 뜨겁게 달군 예언의 주인공!
-‘교주님을 믿었더니 복이 찾아왔다.’ ‘영원히 믿을 생각이다.’ 레이먼 감독, 영화제에서도 포교한 거로 밝혀져.
…멈춰, 이 자식아.
레이먼과 함께 선댄스에 가 있던 올리버에게 연락이 왔다.
-교주님이라면서 널 찾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갑자기 교세가 확장됐다.
게빈이 신성모독이라며 성수를 들고 뛰어올까 걱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