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1)
151. Fianist
이안의 본업은 가수다.
이건 일종의 밈으로 시작은 빌보드 1위를 했을 때쯤 누군가 올린 글이었다.
-야, 4집 앨범에 빌보드 1위까지 찍었으면 본업이 가수 아니냐?
배우와 가수 중 뭐가 본업이냐.
이안 말고도 배우와 가수로 큰 성과를 거둔 스타들이 있었지만 이런 주제는 이야깃거리도 안 됐다.
그럼 왜 이안만 이슈가 됐냐고? 라이의 정체가 밝혀진 지 오래 안 지났을 때라서 그렇다.
정체 공개는 지금도 가끔 이불을 걷어차는 도로시만 충격을 받은 게 아니었다.
라이와 이안의 팬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둘로서는 갑자기 두 집 살림을 고백받고 ‘이젠 둘이 한 지붕에서 살아야 한단다.’ 이딴 소리를 갑자기 듣게 된 꼴이니까.
가수와 배우의 팬덤으로 접점이라곤 1도 없는 둘은 뻘쭘하게 만나게 됐고,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이안(Ian) 앞에 팬(Fan)을 붙여 이름을 만든 이안의 팬덤 Fianist로 하나가 됐다.
순탄하게 하나가 될 수 있던 건 둘 다 라이의 정체에 만족한 덕분이다.
누가 나올지 몰라 걱정하던 라이 팬은 말할 것도 없고 원래 이안 팬도 ‘아, 맞다. 우리 애가 노래도 잘했지.’라며 기뻐했으니까.
여기까진 좋았지만 서로 이안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다른 두 집단이 하나가 됐는데 문제가 안 생길 리 없다.
배우와 가수를 함께 하는 건 좋다. 좋아하는 스타가 다재다능한 건 자랑거리기도 하고 둘은 인지도를 비롯해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를 냈으니.
하지만 어느 쪽 활동에 더 집중할지는 의견이 달랐다.
-이안은 언제 다음 작품에 들어가려나.
└작품이라니? 콘서트를 뛰어야지.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맞아! 너희가 언제 깰 수 있을지 모르는 콘서트 적금을 드는 마음을 알아?!
└OMG! 배우로서 이안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
└응, 몰라.
-소신 발언한다. 북미 투어 한 번은 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쳤어? 준비 기간부터 생각하면 일 년이 훌쩍 가잖아!
└너희도 그렇게 쓰잖아. 양보 좀 해라. 우린 이제 만났다고.
└맞아. 콘서트 열면 좋지. 영상이 아니라 나도 실물 좀 보자.
└망할 우리 것도 없다고! 너희가 크리스마스 암표의 추억을 알아?!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본업 논쟁으로 번지게 됐다.
배우냐 가수냐. 처음엔 비등비등했으나 이게 확 뒤집힌 건 이안이 빌보드 1위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다작과 에미상 후보. 대단하긴 한데 마음에 확 와닿는 건 빌보드 1위였으니까.
그래서 가수파가 마음껏 축포를 터트렸냐고?
-이안 프라이스, ‘한동안 가수 활동 포기. 배우 일에 집중하기로.’
그렇다. 준비된 건 축제가 아니라 장례식이었다.
갑자기 터트린 정신 나간 발언은 승리를 자축하던 사람들의 머리통을 깨버렸고 Fianist는 혼란에 빠졌다.
녹다운된 가수파는 말할 것도 없고.
-…Oh, shit! 이렇게까진 안 바랐다고!
배우파도 경악했다.
가수 이안도 좋은 건 마찬가지였으니 이렇게 때려치우길 바란 건 아니었다.
충격과 공포에 빠지거나 말거나 이안은 자신의 말처럼 배우에 집중했고 에미상을 수상한 것도 모자라 프로듀서 겸 배우로 Holy Love까지 성공시켰다.
겨우 정신승리를 하던 본업 타이틀까지 뺏기자 넋이 나가 있던 가수파가 이대로 말라 죽겠다 싶을 때 구명줄이 내려왔으니 그게 바로 「Make Up」였다.
-망할 재스퍼 사랑한다! 너 이 자식 사실 좋은 놈이었구나?!
└라이 목소리가 아닌 건 조금 아쉽지만 이건 이것대로 맛이 있네.
└변성기 이후로 팬이 돼서 그런가. 난 이 목소리가 훨씬 좋은데?
-으아아악! 「Make Up」 빌보드 1위!
└얘는 무슨 연타석으로 홈런을 치냐.
└재스퍼랑 궁합이 잘 맞는 듯?
└절대 아닙니다. 절대로.
└아니긴. 이젠 사이도 엄청 좋아 보이던데. 아무튼, 너무 좋다.
2번째 빌보드 1위.
물론 1주 만에 내려왔으나 아직도 한 자릿수에서 버텨내는 거로 반짝인기가 아님을 증명했다.
Fianist에 속한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시작된 2차전.
이번엔 날 선 분위기가 아닌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이뤄졌다. 지난번의 경험으로 깨달은 게 있기 때문이다.
‘이안은 폭탄이나 마찬가지야. 괜히 건들면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고.’
‘제 팬덤이 싸워서 가수 활동을 또 멈추겠습니다. 이딴 소리를 하고도 남지.’
발언의 무게가 농담 수준으로 내려오자 평소 이안과 친분이 있는 스타들도 ‘이안의 본업이 뭐인 거 같냐.’라는 질문을 받았고.
“이안은 타고난 배우지. 걔가 Sucker punch에서 보여준 연기를 보고 다들 얼마나 놀랐는데.”
“흠. 내가 인정한 배우인데 당연히 배우지. 내가 키우는 공작새도 알고 있는 사실이야.”
“허허, 늙은이에게 너무 어려운 걸 물어보는 거 아닌가. 그래도 직업상 배우가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네.”
이건 백수 클럽의 답변이었다.
“이안의 목소리가 얼마나 예쁜데요! 그러니까 이젠 대본을 그만 보고 노래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내가 스노우 레이크 촬영을 하면서 걔 재능을 바로 알아봤잖아. 뭐? 라이를 욕했던 건 뭐냐고? …그때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제이가 눈앞에 아른거렸으니까.”
대본병을 조금이라도 고치고 싶은 레이첼과 흑역사가 있는 프레드의 답변이었고.
이후에도 너도나도 한 마디씩 뱉으니 이슈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였는데.
-이안의 본업 논란 종결. 재스퍼, ‘이안은 근본이 가수였다.’
재스퍼가 근본론을 꺼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꺼냈다.
이안은 역시 인간형 공작새와는 엮이는 것부터 문제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냐아아…
계속 쓰다듬으라고 앞발로 툭툭 치는 크림이를 쓸어줬다.
골골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의 평온이 찾아오는 느낌이었고 표정이 풀렸는지 오랜만에 집을 방문한 닉이 물었다.
“좋냐?”
“이게 바로 애니멀 테라피죠.”
요즘 신세를 톡톡히 지고 있다.
“그것보다 살을 뺀다고 하시더니…”
“…요즘 일이 많아서 그래. 사람 만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니까.”
변명 안 해도 되는데. 보기 좋다. 원래 알던 볼링핀 몸매가 돼서 친근감이 더 들고.
이안의 가수 활동을 담당하는 닉은 시계를 힐끔 보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가수 활동은 어떻게 할 거야. 본업이니 근본이니 이런 말로 흔들리진 않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하죠.”
근본 가수는 솔직히 예상도 못 했는데 큰 의미는 없었다.
가수로 알려지는 건 배우로서 자부심을 건들긴 했으나 오히려 동기부여가 됐다. 배우로 더 잘 나가면 될 일이니까.
“계속할 생각은 있지?”
“있긴 하죠. 발을 빼긴 너무 멀리 온 것도 있으니까요.”
가수로 버는 돈? 솔직히 짭짤하긴 하다. 크게 벌 수 있는 콘서트도 안 열었는데도 감탄이 나올 정도니.
‘근데 돈이 중요한 건 아니지.’
그랬으면 라이로 1위를 찍었을 때 열심히 콘서트를 돌았을 거다.
이안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언제 낼지도 모르는 노래를 계속 기다려준 팬들 때문이다.
솔직히 이안에게 팬이란 그렇게 친근한 존재가 아니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도 팬들이 있긴 했지만 항상 듣는 말은.
“꿈을 포기하지 않은 당신 덕분에 희망을 느꼈어요!”
“저도 당신처럼 꼭 지금 문제를 극복할 겁니다.”
이런 말이었다.
노력해서 배우가 된 건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고 저런 말은 부담을 넘어 거부감까지 느끼게 했다.
직접 팬을 만났을 때 팬 서비스에 소홀한 건 아니었으나 팬덤 자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건 이 이때 경험 탓이었고.
‘하지만 Fianist는 회귀 전 팬들과는 달랐지.’
미성년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크게 뭘 바라지도 않았고 아시아계의 희망 같은 이상한 감투를 씌우지도 않았다.
가수와 배우 일을 두고 말다툼을 하긴 했으나 이안에게 강요하기보단 자기들끼리 그냥 소망을 말하는 정도였고.
이런 팬들이라면 조금 더 가까이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되도록 실망하게 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들었다.
이안의 답변을 들은 닉은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이안은 은인이다. 에이전트로 얻는 수익도 있으나 좋은 재능을 썩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훨씬 컸으니까.
“잘됐네. 그럼 지난번처럼 앨범 계약을 맺을 생각은 있어? 안 그래도 앨리엇 씨가 물어보기도 했거든.”
“Big Sound Records도 좋긴 하죠.”
라이 곡으로 빌보드 1위에 오른 건 재스퍼의 역할이 톡톡했으나 Big Sound Records의 힘도 컸다.
순위로 산정되는 점수를 얻기 위해선 대형 음반사의 힘이 중요했으니까.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깔끔한 일 처리도 좋았고.’
콘서트니 뭐니 욕심을 낼 법도 했으나 앨리엇은 욕심부리지 않았다.
그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일하자는 말만 남겼을 뿐.
물론 이안의 성향을 알고 그런 조치를 한 거겠지만 그것 자체가 능력이었다.
“계약은 조금 여유를 두고 고민할게요. 어차피 당장 앨범을 낼 것도 아니고 라이로 활동할지 지금처럼 이안으로 활동할지는 모르니까요.”
“좋아. 그건 급한 게 아니지. 그럼 콘서트는 어떻게 할래. 네 팬들이 엄청나게 바라는 거 알지? 가뜩이나 얼굴 보기 힘든 스타로 꼽혔잖아.”
학업과 촬영 이게 아니면 연기 연습.
이 쳇바퀴를 열심히 돌리는 게 이안이었고 외부 활동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근래에는 프로듀서 역할까지 한다고 더욱 그랬고.
“당장 콘서트는 힘들죠. 내년까지 바쁘거든요.”
한두 곡을 부르고 내려올 것도 아니고 못 해도 2시간 동안 4집까지 수록된 곡들을 불러야 할 텐데 준비 시간이 꽤 필요했다.
“그렇지? 그럼 빨라도 내년 중순을 넘겨야겠네. 콘서트 장소를 빌리고 하는 걸 생각하면 더 걸릴 수도 있고. 실망하는 사람이 많겠다.”
“으음…”
지금까지 오래 기다렸으니까 더 기다려도 괜찮지? 이딴 말을 할 정도로 이안은 인정머리 없진 않았다.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방법이 있긴 했다.
“팬미팅을 여는 건 어때요?”
“팬미팅?”
“네, 콘서트랑 달리 빡빡하게 무대 퍼포먼스를 준비할 필요는 없잖아요. 가볍게 소통하며 시간을 보내도 좋고요.”
“오, 그거 괜찮네. 언제쯤을 생각하고 있어?”
“질질 미룰 필요가 있나요. 한국에서 촬영이 끝나고 나서 하죠. 한 10월쯤 되지 않을까요.”
“10월이라. 전화를 꽤 돌려야겠네.”
예약이 빈 곳을 찾으려면 쉽지 않겠지만 설마 넓은 미국 땅에 장소 하나를 못 찾겠는가.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까.”
음, 만 석?
아니다. 처음 여는 거고 언제 또 열지 모르니까 더 잡아야 하나.
고민하던 닉은 이어진 말에 입을 떡 벌렸다.
***
악동 재스퍼가 이안에 남긴 선물 중 하나.
천만이 넘는 SNS 팔로워를 자랑하는 이안의 계정은 팬들이 주로 서식하는 장소였다.
“오늘은 뭐 없나.”
Fianist인 벨은 이안의 SNS를 훑었다.
보통 인플루언서와 달리 이안은 게시물을 자주 안 올렸다.
오죽하면 차라리 광고라도 좋으니까 뭐라도 좀 올려달라는 말이 쏟아질까.
그래도 요즘은 간간이 두 반려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곤 해서 벨을 비롯한 팬들을 기쁘게 했다.
물론 그래 봤자 허탕 치는 날이 더 많았지만.
실망하며 SNS를 끄려던 벨은 새로 업로드된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
공지사항이라고 적힌 글은 SNS에 처음 올라온 형태였다.
시작을 본 벨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Fianist 여러분. 이렇게 제대로 인사드린 건 처음인 거 같네요.
“와! 우리를 알고 있긴 하구나.”
Fianist끼리 ‘이안은 양자역학은 알아도 우린 모르는 거 아니야?’라는 농담이 공공연히 떠돌 정도였는데 이젠 그것도 끝이었다.
공식 팬덤으로 인정받았으니까.
활짝 웃은 벨은 글을 계속 읽었다.
-많은 팬 여러분이 콘서트를 원하셨지만 정해진 일정상 당장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까 합니다.
-한국에서 있는 촬영이 끝나는 10월쯤에 팬미팅을 열까 생각 중입니다.
“팬미팅?!”
미쳤다.
이 생각밖에 안 들었다.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영상이나 사진이 아닌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가격은 얼마지? 규모는? 흥분한 벨은 이어지는 글을 보고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규모는 천 석 정도 될 거 같습니다. 모두 그때 만나요 🙂
…모두요?
고작 천 명으로 모두요?
이상하다. 우리 똑똑한 이안이 영어를 못 쓸 리가 없는데.
“혹시 만 석을 혹시 천 석으로 잘 못 쓴 건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핸드폰을 든 벨은 댓글에 같은 걸 물어본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천 석이 아니라. 만 석이지?
└천 석이 맞아요. 🙂 by Ian Pryce
아, 맞구나.
“미쳤냐?!”
벨 외에도 보살 같던 Fianist들이 단체로 욕설을 내뱉었다.
이 인간은 악마냐?!
인간성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