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2)
152. 저승사자
스타가 가진 흠을 인간미로 포장할 수 있다면 이안은 인간미가 없는 편이었다.
스타가 가진 흠을 인간미로 포장할 수 있다면 이안은 인간미가 없는 편이었다.
능력? 배우로는 에미상, 가수는 빌보드 1위, 학업은 하버드를 실력으로 노크할 정도고 Holy Love로 프로듀서 일까지 성공했다.
사생활? 약물에 손을 대거나 온갖 사건·사고로 경찰서를 오가는 다른 스타들과 비교할 것도 없이 그냥 깨끗했다.
막말은커녕 함께 일한 스태프들 사이에선 항상 칭찬만 있을 정도였고.
적어도 대외적으론 이미지가 완벽에 가까운 만큼 이안의 팬들은 ‘다 좋은데 인간미 좀 있었으면 좋겠네.’라는 배부른 소리를 늘어놨었다.
그리고 이번 팬미팅 계획을 통해 그렇게 찾던 인간미를 드디어 찾았다.
-…이딴 게 인간미?
└인간성을 포기했는데 그게 어떻게 인간미가 될 수 있죠?
└Fianist: 고작 천 석이라뇨. 그렇게 팔고 뭐가 남습니까?
└???: 여러분의 분노가 남습니다.
└Holy Shit!
-누가 이안에게 천 명이 얼마나 적은지 알려줄래?
└야, 공지 사항 밑에 작게 쓴 주의 사항 봤냐?
└장소 섭외 문제로 좌석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양해 같은 소리 하네! 더 줄어들면 우리도 더는 신사답게 못 나와!
-티켓팅을 위해 K-POP 팬인 동생에게 조언을 구해봤어. 참고로 얘의 도움으로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티켓팅도 성공했지.
└오오오! 뭐라고 해?!
└단단히 미쳤다는데. 나가서 복권이나 긁으래.
└그렇군. 신은 죽었나.
이안의 팬미팅 소식은 ‘자, 이제 서로 죽여라.’ 수준이었고 이상한 스타를 좋아하는 죄로 Fianist는 패닉에 빠졌다.
Fianist끼리 경쟁하는 것만 해도 암담할 수준인데 해외 팬부터 암표상까지 가뜩이나 없는 자리를 노리는 하이에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이런 사고를 친 이안은 뭘 하고 있냐? 도주를 위해 열심히 짐을 싸고 있었다.
그것도 샬럿과 벤의 감시 아래에서.
“허니, 당장 가방 더 안 가져와?”
“아니. 대본은 또 왜 쌓아놨어?! 그렇게 보고 싶으면 그냥 가서 새로 뽑으라고.”
4개월에 달하는 기간인데 여행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가려던 이안은 휙휙 늘어나는 가방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가방이 늘어나는 건 그렇다 치고. 이 정도로 늘었으면 대본 정도는 넣어도 되지 않나?
고르고 고른 대본 뭉치를 휙하고 구석에 처박은 벤은 이안의 머리를 꾹 눌렀다.
알고 지낸 세월이 있는 만큼 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얼추 알았다.
“뭔 생각하는지 다 보인다. 차라리 한국에 가서 그쪽 대본을 구해. 여기서는 구하기 힘들잖아.”
“오! 그거 괜찮네요.”
열심히 옷을 챙겨 넣던 샬럿은 벤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래서 사람은 경험이 중요했다. 이젠 이 문제아도 손쉽게 다루지 않나.
“가방 세 개는 너무 많지 않아요? 옷 정도는 가서 사도 되는데.”
“네가 잘도 사겠다. 그럴 여유가 있으면 빈둥거리며 대본이나 읽겠지.”
…너무 잘 아는데?
차마 부정하지 못한 이안은 입을 꾹 다물었고 샬럿은 한숨을 내쉬었다. 출국 일주일 전에 찾아오길 잘 했다.
“숙소는 어떻게 돼?”
“거기는 촬영 때 트레일러 차량을 안 쓴다고 하더라고요. 세트장 인근 호텔에서 생활할걸요.”
“그래? 신기하네.”
미국 배우에게 트레일러는 영혼의 단짝이다.
탈의실과 휴게실이 되는 것도 모자라 외부 촬영에는 숙소를 대신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출연 계약 시 조건에 캠핑 트레일러도 포함할까.
‘비싼 캠핑 트레일러는 어지간한 호텔만큼 좋기도 하고.’
대신 집 한 채 값이지만.
“걱정되네. 시설이 열악하면 꼭 항의하고 알았지?”
“괜찮아요. 규모 있는 세트장이라서 붙어 있는 숙소도 멀쩡하다고 했거든요.”
어련히 알아서 신경 써줄까.
솔직히 노숙자로 구른 경험이 있는 만큼 열악한 숙소도 별로 상관없었고.
고개를 끄덕인 샬럿은 방 한쪽에 걸린 금색 실로 치장된 학사모를 쓴 이안 사진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졸업식 때 찾아갔어야 했는데.”
“졸업식은 학생이 주목받아야죠. 그리고 소란스러워져서 안 돼요.”
레드카펫에서나 볼 법한 사람들을 단체로 오겠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허락해주나.
그냥 가족끼리만 졸업식을 했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고.
“말도 마. 딜런에게 들었는데 전교생하고 전부 사진을 찍었을 거라고 하더라.”
괜히 양자역학이니 상대성이론 같은 걸 공부해서 애들을 떨쳐내려고 했겠는가.
이젠 추억이 된 일을 떠올리며 이안은 사진을 잠시 물끄러미 봤다.
남들에겐 흔한 졸업 사진.
이건 이안에겐 낯선 물건이었다. 초등학교 때 가족과 얼굴을 잃고 위탁 가정에 맡겨지면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으니까.
졸업식에서 좋아하던 가족들의 모습은 불행했던 그때의 기억을 살포시 덮어줬고 이젠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사진을 보며 말이 없어진 이안에게 벤이 말했다.
“졸업은 그렇다 치고. 팬미팅 이야기는 들었는데. 진짜 천 석 규모로 열 거야?”
“아, 맞다. 허니, 진짜 돌았어? 저번에 내 조카 만났었지.”
“이름이 케일리였나요?”
에미상 시상식 전에 한 번 만난 기억이 있다. 팬이라면서 엄청 좋아했으니까.
“그래, 걔가 천 명이라는 말에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다가 와 엄청 많다. 그럼 나도 갈 수 있겠네?! 라고 말해서 얼마나 당황한 줄 알아?”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그것도 사실 오백 명에서 늘린 거예요.”
이안은 옆에 Fianist가 있었다면 각혈을 했을 소리를 태연하게 늘어놨다.
“허니, 나랑 같이 병원에 갈까.”
“이렇게 된 거 데미안하고 같이 손잡고 가면 되겠네.”
가야 할 곳은 한국이 아니라 정신병원이 아닐까. 둘은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이안도 아무 생각 없이 적은 숫자로 결정한 게 아니었다.
“팬미팅은 팬과 만나 소통을 하는 거잖아요. 숫자가 너무 많으면 소통을 어떻게 합니까? 사실 지금도 오백 명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면 팬들 이름도 외워줄 수 있을 텐데.”
문제는 그 이유가 그럴듯한 개소리라서 그렇지.
어디서부터 말해줘야 할까.
팬들은 소통보단 만남을 원한다고 하면 이놈이 알아들을까?
‘힘들겠지. 에이전트가 그런 설득을 안 했을 리도 없고.’
‘난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이안이 보통 고집인가. 남들이 무슨 말을 하건 가수 활동을 한동안 접어버릴 정도였다.
설득을 시도해봤자 입만 아플 게 뻔했다.
둘이 한숨을 푹 내쉴 때 이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라, 닉이네요. 잠시만요.”
-이안, 통화 가능해?
“네, 가능하죠. 혹시 괜찮은 장소 섭외가 됐나요?”
당장 전화할 건 그것 말고 없는데 닉이 전한 말은 의외였다.
-아니, 혹시 위튜브에서 레드라는 서비스 알아?
“알죠.”
훗날 프리미엄으로 이름이 바뀌는 서비스다. 광고 삭제를 비롯해 여러 혜택으로 가입자를 열심히 늘려가는 중이고.
업로드를 자주 안 할뿐이지 이안의 위튜브 구독자는 백만 단위였다. 모를 리가 있나.
-거기에 있는 오리지널 서비스도 알고 있겠네?
“서비스 가입자만 볼 수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잖아요.”
드라마부터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을 활발하게 제작 중인 거로 안다.
‘물론 망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것과 달리 결국엔 돈이 안 됐는지 사업 철회하는 서비스였다.
“근데 그건 갑자기 왜요?”
-네 팬미팅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들어보는 건 어때?
닉의 말을 옆에서 들은 샬럿과 벤은 감탄했다.
‘이안의 팬들에게 엄청 욕을 먹는다고 했던가.’
‘사람이 살고 싶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구나.’
기어코 방법을 찾아낸 닉의 생존 본능은 기대 이상의 능력을 뽑아냈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힘들게 티켓팅한 사람의 노력도 있을 텐데.”
이안의 삐뚤어진 배려에 세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하필 이런 애를 좋아해선.’
아마 옆에 Fianist가 있었다면 ‘티켓팅에 실패한 팬도 사람이야!’라며 사방으로 울부짖었을 게 뻔했다.
듣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처음으로 인성 논란이 생길 뻔했다.
***
요즘 한창 이름값 높은 이안의 첫 번째 팬미팅.
이건 진짜 핫한 아이템이었다. 아시아에도 팬들이 많은 이안이니 다른 다큐멘터리와 달리 큰 관심을 받을 게 뻔했고.
빠르게 결정을 내린 위튜브는 통 크게 배팅을 했으나.
“글쎄요.”
예상과 달리 설득은 쉽지 않았다.
달러 다발을 내밀어도 시큰둥하게 볼뿐이고.
정체 중인 위튜브 구독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말에 ‘아 맞다. 요즘 영상을 잘 안 올리는데. 잠시 폐쇄할까요.’라는 대답을 해 담당자가 기겁하게 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압박에 이안 프라이스 위튜브 채널을 닫아.
이딴 기사라도 뜨는 순간 위튜브가 발칵 뒤집힐 테니까.
불행 중 다행히도 다년간 에이전트 경험이 쌓인 닉은 그 능력을 훌륭하게 선보였다.
“기념비적인 첫 번째 팬미팅이잖아. 다녀온 사람들도 영상을 보면서 그때를 추억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암표 문제도 걱정했잖아. 벌써 몇십 배로 가격이 뻥튀기될 거 같다는 말이 나오는데 위튜브로 영상이 공개되면 암표 걱정은 조금 덜해도 될걸.”
“위튜브의 지원을 받으면 팬미팅을 훨씬 좋은 환경에서 꾸밀 수 있다고. 이게 진짜 팬을 위하는 행동이지.”
위튜브 담당자가 물개 박수를 칠 정도로 줄지어 늘어놓는 이유는 훌륭했고.
닉은 마지막 수단을 동원했다.
“그럼 우리 미국 답게 민주적인 절차인 투표를 사용하자고. 팬들과 소통이 그렇게 중요하다며.”
그렇게 Fianist 사이트에서 팬미팅 영상 제작을 두고 투표가 열렸고.
그 결과?
“뭐지. 공산당인가.”
당연히 압도적인 찬성.
인터넷 트롤들이 끼어들기 힘든 조건으로 이뤄진 투표는 거의 만장일치를 이뤘다.
이 정도면 이안도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이안의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만세! 우리가 드디어 악마 같은 이안을 회개시켰습니다!
└사이트 정면에 승리의 아기 천사 이안 사진을 내걸자.
└에이전트를 욕한 나를 반성합니다.
└이게 올바른 연예계지.
-근데 원래 계획하고 있던 거 아니었을까?
└응, 아니야. 내가 위튜브 다니는데 갑자기 세워진 계획이었어.
└진짜?
└진짜. 그리고 담당자가 죽으려고 하더라. 설득하기 너무 힘들었다고.
└…이안, 앞으로 우리에게 섭섭한 게 있으면 말로 해줄래?
-지금 든 생각인데. 나중에 콘서트 때도 이 꼴 나는 건 아니겠지?
└…닥쳐. 그딴 불길한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근데 얘 하는 꼴을 보면 콘서트도 몇 번 안 열거 같은데.
└닉! 에이전트 닉! 제발 다음번에도 우릴 살려줘요!
한국으로 도주하는 이안을 붙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하던 팬들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모든 일을 진행한 닉은 칭송을 받았고.
한 번 팬덤을 뒤집어 놓은 이안은 그렇게 한국으로 떠났다.
***
이안의 한국 방문은 세 번째였다.
해외를 거의 나가지 않은 이안이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였고 어느덧 익숙한 공항에 도착하자 엄청난 인파가 맞이해줬다.
-이안 프라이스, 세 번째 방한. 고준혁 감독의 작품 참여로 4개월가량 체류 예정.
-한국에서 촬영 기대를 숨기지 않는 이안. 다른 작품도 기회가 있을까?
에미상 수상과 또 한 번의 빌보드 1위 경력을 쌓고 온 이안은 플레이어 촬영으로 방한했을 때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뉴스에서도 이안의 방한 소식을 한 번씩 전했을 정도로.
팬서비스와 인터뷰를 끝내고 호텔로 들어온 이안을 반가운 사람들이 반겨줬다.
“잘 지냈니. 아픈 곳은 없고?”
“보다시피 멀쩡해요. 오히려 너무 잘 지냈죠.”
“그래, 걱정했는데 다행이구나.”
오랜만에 이안을 만난 남수는 안도했다.
무속 신앙은 그다지 믿지 않은 그였으나 이안이라고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무당들 때문에 혹시 무슨 일이 생기나 많이 걱정했으니까.
남수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이안은 반갑게 고준혁 감독과 악수했다.
“약속대로 출연을 해줘서 고맙다.”
“에이, 제가 부탁한 일이잖아요.”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네가 출연한다고 하니까 투자자들이 아주 돈다발을 싸들고 찾아오더라.”
“감독님이 준비하는 작품인데 당연히 투자자들이 모였겠죠.”
이안의 말에도 준혁은 고마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할리우드에선 제작비 1억 달러,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천억 미만의 영화는 저예산 영화 취급한다.
100억 이상이 되면 블록버스터 취급하는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당연히 흥행에 따른 러닝개런티를 추가했다고 해도 할리우드에서 받는 출연료에 비하면 부족할 텐데 약속대로 참여해준 건 고마울 수밖에.
준혁과 가볍게 대화를 나눈 이안은 생각났다는 듯이 남수에게 물었다.
“혹시 이상한 기사가 나진 않았죠?”
“무당 말이냐. 신기할 정도로 전혀 안 나왔단다.”
분명 소문이 돌았을 텐데 이안의 이름이 금기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런 기사도 안 나왔다.
“찾으신다는 뛰어난 무당은요?”
“아… 그거 말이냐.”
소위 만신이라고 불리는 무당.
그런 무당을 인맥을 통해서 찾긴 찾았는데.
“네 사주를 한 번 보시더니 퇴송하셨단다.”
“퇴송이 뭐예요?”
한국어를 잘 아는 이안에게도 낯선 단어.
남수는 친절하게 그 뜻을 설명해줬다.
“그만두셨다고.”
무당계의 저승사자.
이안은 새로운 타이틀이 생긴 걸 깨달았다.
교주부터 저승사자까지 점점 흉흉한 타이틀이 늘어나는데 이게 맞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