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7)
157. 팬미팅(1)
팬의 특징과 성향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이다.
남성 팬이 많은 스포츠 스타가 여성들이 좋아할 법한 제품을 홍보하면 효과가 떨어지잖는가.
이안처럼 유명한 스타라면 당사자가 관심이 없어도 여러 전문가가 달려들어 분석한 결과물을 내놓는 법이고.
이들이 꼽은 이안 팬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초통령답게 어린아이부터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하고 남성이 많이 봤던 invisible children 덕분인지 남녀 성비도 균형 있었다.
아시아권에서도 인기가 많은 덕분에 인종 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폭넓은 인기를 가졌다는 건 큰 장점이다.
두 번이나 빌보드 1위에 오른 이유를 분석한 사람들은 성공 원인으로 이걸 꼽기도 했다.
핫100 차트 선정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라디오는 익숙한 음악을 좋아하는 보수적인 청취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였으니까.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이안의 팬은 생각보다 다양하게 많다는 뜻이다,
‘월드 투어로 수십만 석을 예약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천 석이라고?’라며 가볍게 생각한 티켓팅 사이트의 머리통이 깨질 정도로.
-이안 팬미팅 티켓팅에 몰린 사람들. 사이트는 마비!
-분노한 팬들 티켓 월드를 청문회로!
-티켓 월드, ‘디도스 공격과 과도한 봇 트래픽이 있었다. 아티스트 요청에 따라 일정을 연기했다.’
청문회로 의원들 앞에 서기 싫은 티켓 월드는 바로 변명을 늘어놨으나.
-닥쳐! 내가 팬미팅에 못 가면 더 너희들 때문이야!
└죽기 싫으면 당장 팬미팅 규모를 늘려달라고 이안에게 무릎 꿇고 빌어!
└뭐야. 그렇게 하면 추가해줌?
└되겠냐. 우리가 간절히 말해도 안통했는데.
└아… 티켓팅 2회 차라니. PTSD 온다.
-근데 티켓팅이 연기됐으면 그나마 다행 아니야? 발 빠른 대처잖아.
└…다행? 이번 일로 쓸데없이 홍보가 됐는데?
└???: 아직 487표가 남았네요. 힘내세요! 🙂 (천만 팔로워의 SNS.)
└으아악, 이안!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인간적으로 이미 표를 확보한 사람들은 포기하자.
└혹시 암표도 나오려나.
└글쎄. 암표상들도 이번 팬미팅에는 혀를 내두르던데.
└그러고 보니 중국이나 한국 같은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많이 시도했다더라.
└제발 멀리 오지 말고 위튜브로 보라고!
└우리 중국은 위튜브 차단입니다.
└지랄 마. 차단해도 잘만 보더만! 그리고 여긴 또 어떻게 왔어?!
결국 지옥 같은 티켓팅 2차 전이 벌어졌고 욕을 단단히 먹고 준비한 티켓 월드는 무사히 일을 끝낼 수 있었다.
물론 모두가 행복한 결과는 아니었다.
-이상하다. 왜 결제가 안 됐지? 통장에 돈이 두둑한데.
└와, 부럽다. 난 이번에 백 달러나 한 번에 나갔는데.
└이 새끼야, 죽여!
└네, 차단 한 달 드렸습니다.
실패한 대다수와 성공한 극소수.
Fianist 사이트에는 당연히 절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고 이안은 짧게 평가했다.
“음, 활기차네.”
활기찬 게 아니라 불타고 있는 거겠지.
벤은 얘가 바쁜 연예계 활동으로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한 탓에 사회성이 이렇게 떨어지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제발 팬들 앞에선 그딴 헛소리는 하지 마라. 알겠지?”
“활기찬 거 맞잖아요. 글이 엄청 빨리 올라오는데요.”
글이야 빨리 올라오겠지. 누구 때문에 속이 터져 죽으려고 할 테니까.
뉴욕대에서 신입생 생활을 즐기고 있는 도로시가 봤으면 한때 동료였던 라이 팬들을 대신해 처벌했을 게 뻔했다.
물론 이안도 나름의 논리는 있었다.
“원래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성공해야 그만큼 성취감도 더 큰 법이죠.”
그게 헛소리라서 그렇지.
“안 되겠다. 넌 내년에 꼭 대학교에 가라. 기왕이면 최상위 대학으로.”
대학에서 부족한 사회성도 다시 배우고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라며 한탄을 내뱉어 봐야 할 거 같았다.
대학 이야기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대학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진짜?”
“네.”
벌써 2017년 말이다. 이안이 노숙자로 보낸 가장 끔찍한 시기이자, 그 끔찍한 전염병이 퍼지기까지 3년도 안 남았고.
‘물론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번에는 전염병이 안 퍼질 수도 있지.’
솔직히 말하면 알고 있던 미래가 전부 뒤바뀌어도 좋으니 이번 생은 그 꼴을 안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게 바란다고 되는 것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 이번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전염병이 돌 수도 있다.
이안이 경험한 미래는 기온 상승이 전염병 확률을 높인다는 주장이 맞는지 여러 차례 질병이 퍼졌으니까.
‘그나마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한 번 경험한 덕분에 비교적 적은 피해로 해결했지.’
반대로 생각하면 이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뼈아픈 예방 접종을 한 번은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미래가 바뀌길 기대하는 것보단 알고 있는 미래에 맞춰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외부와 조금 더 단절된 넓은 저택으로 이사 갈 준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였고 내년에 대학을 가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입학해야 평범한 대학 생활을 2년이라도 경험할 수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할 순 없으니 이안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대신 학교 때문에 활동이 뜸해지면 벤이 가라고 했다고 할게요. 괜찮죠?”
“괜찮겠냐?!”
“농담이죠. 농담.”
아무렴 진짜 그러겠는가.
“근데 넌 아까부터 뭘 그렇게 쓰고 있어?”
“아, 별건 아니에요. 어차피 티켓팅도 끝났겠다.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아서요.”
“뭘?”
“무슨 굿즈를 줄지요.”
SNS에 올릴 글을 열심히 쓰는 이안에게 벤은 진지하게 말했다.
“안 올리는 게 좋을 텐데.”
“에이, 저도 중간에 김빠지게 전부 올릴 생각은 없어요. 몇 종류만 샘플로 올려둘 거에요.”
…그 뜻이 아니잖아.
모르겠다. 본인 팬이니 알아서 하겠지.
벤은 불의에 눈을 감았다.
***
이안이 팬미팅에서 굿즈를 나눠준다고 할 때 좋은 퀄리티를 기대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팬들이야 천 명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어도 그만한 인원의 선물을 준비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팬미팅을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만든 것 아닌가.
좋은 굿즈를 기대하기보단 팬들은 첫 굿즈라는 상징성을 생각했다.
거기에 바쁜 스케줄에도 ‘우리 팬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줘야지.’라며 다람쥐 옷을 입은 이안이 선물을 챙기는 팬아트가 퍼지면서 그런 마음은 더 커졌다.
-굿즈가 별로여도 실망하지 말자.
이렇게 다짐했던 팬들은 이안이 SNS에 올린 샘플 사진을 봤고.
-실망하ㅈ… 이안, 이 자식아! 이런 걸 왜 공짜로 주고 있어?!
└제발 돈 주고 팔라고! 왜 돈 벌 기회를 걷어차는 건데?!
└하, 미치겠다. 암표 없냐?
└있겠냐?
티켓팅에 실패하고 별 볼 일 없는 굿즈를 기대하던 팬들은 정신승리는커녕 각혈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예산을 쏟아부어라.
자본주의 논리를 팬들은 철저하게 느낀 건 덤이고.
-이번 팬미팅 적자 아니냐?
팬미팅 사이에선 이런 글이 올라오는 게 당연했다. 장소 대관료와 굿즈까지 합치면 적자가 확실했으니까.
하지만 이건 괜한 걱정이었다.
이안은 팬미팅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어도 굳이 손해를 볼 생각도 없었다.
오리지널 영상을 올리는 대가로 위튜브에서 돈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서 이안은 넷플러스에도 연락했었다.
“이제 곧 The King Of Prison 촬영이 진행되잖아요.”
-그렇죠?
“그럼 홍보 비용도 있겠네요. 마침 제가 곧 팬미팅을 여는데 촬영 바로 전이지 뭡니까. 루와 관련된 굿즈를 함께 주면 홍보가 되지 않을까요?”
…강도인가?
넷플러스 측은 순간 당황했으나 순순히 홍보비 일부를 떼어내서 줬다.
진짜로 강탈당한 건 아니고 손익 계산을 해본 결과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안의 첫 팬미팅은 위튜브가 침을 바를 정도로 관심을 받은 상태고, 엄청나게 들어가는 홍보비를 생각할 때 효과가 없어도 굿즈 제작비 정도는 타격도 없었다.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루의 캐릭터 열쇠고리나 배지 같은 굿즈가 추가된 이유였다.
이안이 팬미팅에 앞서 팔로워 천만이 넘는 SNS에 루의 굿즈를 올리자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넷플러스에선 루의 과거 이야기를 담은 Melted Moonlight의 영상 순위가 껑충 뛰었고 The King Of Prison의 소설 판매량까지 올랐다.
굿즈 제작을 허락해준 스텔라가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전했을 정도로.
티켓팅의 성공한 팬들 사이에서 ‘팬미팅 후 절대 대중교통을 타지 말 것.’, ‘기왕이면 티켓팅에 성공한 사람끼리 뭉쳐 다닐 것.’ 같은 주의사항이 돌아다닌 건 덤이고.
이안은 핸드폰으로 기사를 봤다.
팬미팅 한 번으로 요 몇 달간 떠들썩한 게 여러모로 신기하긴 했나 보다.
-이안 프라이스의 천재적인 마케팅. 팬미팅을 활용하는 방법.
이런 기사가 올라오는 걸 보면.
대충 맛집 마케팅으로 줄을 세우는 것처럼 일부러 적은 좌석을 배정했고 굿즈라는 미끼로 더 큰 관심을 끌었으며.
위튜브와 넷플러스까지 끌어들여 손해를 보지 않고도 팬에게 아낌없이 베푼다는 이미지를 남겼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가 있었는지 장황하게 떠드는 기사였다.
“보셨어요? 전 다 계획이 있었다고요.”
“그랬니. 그러니까 내가 몇 번째 게스트라고?”
와, 이게 안 통하네?
시큰둥한 게빈의 반응에 이안은 작게 웃었다.
하긴 왜 저런 결정을 내렸는지 다 아는 사람에겐 개소리, 딱 수준이긴 했다.
“그냥 나중에 다른 분들이랑 같이 나오시면 돼요. 간단하게 이야기만 주고받을 생각이니까요.”
팬들은 이안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이안 패밀리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외부 활동이 많지 않고 별다른 입방아에 오른 적도 별로 없는 만큼 사생활이 궁금한 팬들이 적극적으로 요청한 코너였다.
‘사생활이라고 해봤자 별거 없지만.’
그래도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 해도 좋은 추억이 될 거다.
이안은 게스트를 시작으로 대관한 장소까지 마지막으로 팬미팅을 점검했다.
벌써 약속한 팬미팅 날짜가 바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기분이 묘하긴 하네.’
이미 만 단위 인파가 모인 콘서트도 경험해봤으나 그것과는 달랐다.
라이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팬이 찾아왔다는 건 알아도 스노우레이크의 팬들과 뒤섞인 상태였다.
그 때문에 그냥 불특정다수처럼 느껴질 따름이었고.
‘물론 도로시는 빼고.’
도로시는 확실한 라이 팬이었다. 레이첼과 함께 그녀를 잔뜩 신경 써서 노래를 불렀고.
이 배려가 닿았는지 너무 감격한 나머지 잠시 실신까지 하지 않았는가.
음음, 아무튼 이번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팬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많은 사람의 기대를 받은 팬미팅의 날이 밝아왔다.
***
LA에 있는 천 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
크지 않은 규모인 만큼 언론에 관심을 받은 적은 거의 없는 곳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입구 주변에는 있을 리 없는 암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돌아다녔고 티켓은 없어도 먼 곳에서 찾아온 사람들까지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막기 위해 돌아다니는 경찰은 덤이고.
벨은 티켓을 소중히 품고 주변을 쓱 둘러봤다.
수많은 팬이 머리채를 움켜쥔 1차 티켓팅에는 실패했으나 신이 도왔는지 2차는 성공했다.
‘이안은 신이야.’
욕하지 않았냐고? 그런 패배자의 생각으로 덮인 부끄러운 과거는 이젠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부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뒤로 섰다.
경찰들이 걱정하며 돌아다니는 게 무색할 정도로 지금까지 문제는 없었다.
그 스타의 그 팬이라고 이안의 팬들이 온화한 편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
‘괜한 사건을 일으켰다가 잠수라도 탈까 봐 걱정해서 그렇지.’
팬들 사이에서 이안의 이미지는 거북이였다.
톡치면 껍데기 속에 머리를 쑥 넣고 안 나올 수도 있다. 팬미팅?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티켓 없이도 여기까지 찾아올 정도로 열성팬인 사람들이 그런 참사를 바랄 리 없지 않은가.
티켓 확인 작업을 거쳐 사람들이 입장했고 천 석 규모가 가득 차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든 입장이 끝나자 불이 꺼지고 정면에서 영상이 나왔다.
딜런 부부가 가장 큰 보물로 여기는 이안의 어린 시절 사진을 모아놓은 영상이었다.
아장아장 걷는 어린 이안의 사진을 시작으로 희귀한 사진들이 쏟아져 나오자 여러 감탄사가 나왔다.
‘위튜브로 이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고? 너무 좋은데.’
‘꼭 캡쳐해서 들고 다녀야겠다.’
귀여운 모습에 감탄하던 팬들은 영상이 끝나자 아쉬움의 탄성을 흘렸다.
아쉬움도 조명이 켜지며 무대 위로 이안이 나왔다.
“다들 안녕하세요. 이안 프라이스입니다.”
짧은 인사와 터져 나오는 환호성.
인사를 나눈 이안은 아까 영상이 나왔던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들 영상 잘 봤나요. 제 어린 시절을 보여주자니 엄청 민망하네요.”
-좋았어요!
“다행이네요. 이곳에 모인 여러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영상이거든요.”
…응?
어쩐지 뉘앙스가 이상하다. 이걸 느낀 일부 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번졌고.
벨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손을 들었다.
“혹시 위튜브에는 조금 전 영상이 안 올라가나요?”
“네! 오직 여러분들을 위한 영상이니까요.”
…야! 그럼 사진이라도 찍었지!
그리고 뭘 잘했다고 활짝 웃어!
이안의 팬들은 분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