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8)
158. 팬미팅(2)
이번에 열린 이안의 팬미팅은 천국보다 가기 힘든 팬미팅이란 별명이 붙은 상태였다.
암표조차 제대로 안 나오는 걸 보고 ‘역시 천국행 티켓은 돈으로 못 산다.’라는 농담까지 튀어나올 정도였고.
그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팬미팅에 참여한 팬들은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설렘이 분노로 바뀔 줄은 몰랐다.
‘저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생해서 온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뭐라도 해주려고 하는 마음은 고맙다.
근데 그냥 마음으로 끝냈으면 좋았을 거 같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SNS에 자신의 사진을 잘 올리지 않는 이안인 만큼 평범한 일상 사진이었다면 아쉽긴 해도 수긍할 수 있을 텐데.
‘아이 때 사진은 반칙이지!’
장담하는데 만약 이런 영상을 특전으로 보여준다고 티켓팅 전에 알려줬으면 가뜩이나 미쳐 날뛰던 경쟁률이 팍 뛰었을 거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티켓팅 성공하긴 힘들었겠지만, 여기 모인 팬들은 차라리 그게 낫지 않았나 싶었다.
적어도 감탄만 하며 넋 놓고 있다가 이렇게 뒤통수를 얼얼하게 맞진 않았을 테니까.
이 꼴을 만들고는 정작 이안은 좋은 선물을 줬다는 듯이 뿌듯한 표정을 지어서 팬들의 가슴을 한층 따뜻하게 만들었다.
너무 따뜻해서 가슴이 익어버리는 느낌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안은 본격적으로 팬미팅을 시작했다.
“오프닝 무대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역시 시작을 알리는 노래로 떠오르는 건 하나뿐이더군요.”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단순한 멜로디 위로 통통 튀는 재기발랄함.
미숙한 느낌을 풋풋함으로 감춘 곡은 라이의 기념비적인 첫 곡인 Any Time이었다.
-See you anytime. Any time~
라이의 특징으로 꼽히는 고운 미성으로 시작된 곡은 감미롭게 울려 퍼졌다.
올드팬들이 무조건 들어봐야 하는 곡으로 꼽는 곡은 팬미팅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가장 알맞았다.
그렇게 팬미팅은 순조롭게 시작됐다.
***
‘…이상하다. 분명 순조롭게 시작했는데.’
이번 팬미팅에 참여한 팬들은 전부 열성팬이라고 보는 게 맞다.
라이트 팬이라면 큰돈을 주고 표를 사겠다는 유혹에 휙하고 넘어갔을 테니까.
그런 만큼 좋아하는 연예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자체를 기뻐하는 사람이 많았고 뭘 해도 좋은 반응이 나왔다.
Any Time처럼 노래를 불러줘도 좋아했고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의 영상을 보며 명장면을 따라 하는 것도 열성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정말 화기애애하고 좋은 분위기였는데 어째서 Q&A가.
“그럼 질문하겠습니다. 오프닝에 나온 영상은 무슨 생각으로 비공개를 선택했습니까.”
…청문회가 됐을까.
“여기 모인 여러분을 위해서? 여러분만의 추억을 따로 만들면 좋잖아요.”
이 대답에 팬들은 단체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기로 자신들만 어린 이안을 봤다며 자랑하면 엄청난 부러움을 받긴 할 거다.
‘근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부러움을 받는 것보다 원할 때마다 영상을 다시 보는 게 훨씬 좋다.
이곳저곳에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오자 이안은 Q&A 시간을 함께하는 셋을 바라봤다.
“왜 저럴까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걸 묻는 게 문제겠지.”
“허허허, 카메라가 있는데 말조심해야 하지 않겠니.”
“다들 죄송합니다. 애는 착한데 이상하고 엉뚱한 부분이 있어서요.”
…굴욕적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데미안에게 이상하다는 말을 듣다니.
“그럼 오프닝 영상도 공개해요?”
-네!
“분명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반대하시는 분. 손 좀 들어주세요!”
와, 이게 맞나?
천 명이나 모였는데 어떻게 손을 한 명도 안 들 수 있지.
“진짜 마음 놓고 들어도 돼요. 우린 민주주의잖아요.”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주겠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온라인 투표도 할까요. 안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 아니에요.”
“포기하고 앉아라.”
벤의 단호한 말에 팬들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팬들은 이 감정이 한순간이란 걸 직감했다.
일단 원하는 바를 뜯어내긴 했으나 설득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내심 짐작했으니까.
이건 바로 다음 질문에 뼈저리게 느꼈다.
“왜 팬미팅 규모를 고작 천 석으로 하셨나요. 다음에는 더 늘릴 계획이겠죠?”
“지금이 딱 좋지 않나요? 여러분 얼굴도 전부 보이고 좋은데요. 그리고 천 명이 적은 숫자도 아니잖아요.”
그래, 천 명이란 숫자 자체는 적지 않다.
‘근데 너한테는 적잖아!’
SNS 팔로워만 따져도 천만에 달하는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과연 또다시 이 정신 나간 경쟁률을 뚫고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잘도 되겠다. 차라리 파워볼을 하고 말지.
질문한 팬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진짜 다음에도 이런 규모로 하겠다고요?”
“그럴 거 같은데요.”
고작 청문회로는 안 된다. 이걸 깨달은 팬은 다음 질문자를 찾기 전에 재빨리 말을 이었다.
“위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켜주세요.”
청문회가 안 되면 인민재판이라도 해야겠다.
***
팬미팅 중에 라이브를 켜는 정말 이례적인 일은 몇 가지 조건이 맞아들어가며 성사됐다.
우선 팬미팅의 참석한 팬들의 적극적인 동의가 있었다.
어차피 팬미팅 영상이 위튜브로 올라갈 예정이니 조금 일찍 보여준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지금은 이 글러 먹은 인간을 재판장에 세우는 게 먼저였고.
두 번째로 위튜브 측이 팬미팅 현장을 찍고 있다는 점이다.
깜짝 라이브? 이 훌륭한 이벤트는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었다. 오리지널로 공개될 다큐 영상에도 더 풍부한 장면이 찍힐 테고.
세 번째로는 썩 내키지 않아 하는 이안을 설득할 수 있는 세 명이 무대에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빠르게 라이브 준비가 끝이 났고 깜짝 라이브가 켜졌다.
-어라, 이안이 지금 라이브를 켰는데?
└낚시할 거면 조금 믿을만한 거로 해라.
└지금까지 라이브 방송을 거들떠도 한 본 인간인데 말이야.
└아니야, 진짜라고!
-속보) Pryce’s Room 라이브 시작. 실시간 팬미팅.
└OMGGGGGG!
└lol! 시간 낭비하던 나를 아주 칭찬해!
└SNS에도 올라왔다. Q&A는 함께 할 거라고!
└으아아악! 이안은 신이야!
아니, 이런 깜짝 선물을 준다고?!
커뮤니티를 떠돌며 참가하지 못한 팬미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사람부터 소문에 밝은 사람까지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기쁜 마음으로 라이브에 들어간 이들을 처음 반긴 건.
“팬미팅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규모는 비슷해도 더욱 풍성한 선물을 준비할게요.”
벌써 아찔한 경쟁을 예고하는 말이었다.
팬미팅인줄 알았는데 선전포고라는 걸 깨달은 팬들은 채팅창에서 온갖 말을 쏟아냈다.
-팬들 학대를 멈춰!
-이 박 터지는 경쟁이 연례행사가 된다고?!
-매년 해주는 건 좋은데. 선물은 필요 없고 좌석을 늘리는 게 어때?
선물이 아무리 좋으면 뭘 하는가 받질 못하는데.
어르고 달래고, 협박도 하고, 죽는소리까지 내봤지만 이안은 순식간에 스치는 채팅을 그저 웃으며 넘겼다.
문제는 뒤이은 질문도 팬들에게 아찔함을 선사했다.
“혹시 굿즈를 정식으로 판매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선물로 주는 것도 아니고 이거로 돈을 버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여러분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굿즈로 돈을 벌지 않아도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요.”
굿즈는 안 팔 생각이다.
살짝 기대한 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우리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니까?
-왜 너만 생각하는데. 우리도 사람이야!
-우리 지갑 사정을 왜 네가 생각하는데!
무대 중앙에서 나오는 화면으로 팬들이 무슨 채팅을 쏟아내든 이안은 가볍게 넘기자 팬 한 명은 진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고.
“채팅 보고 계신 거 맞죠?”
“그럼요. 다 보고 있죠. 전 괜찮아요.”
태평한 대답이 돌아왔다.
위튜브로 라이브를 보던 팬들은 왜 갑자기 팬미팅에 참여한 팬들이 라이브를 켜달라고 한지 깨달았다.
-이 자식들, 혼자 죽지 않겠다는 뜻이구나!
-아아악! 얼마 안 남은 머리카락이 빠지려고 해!
그래도 다행히 이안은 팬들의 속만 뒤집어놓은 건 아니었다.
가벼운 근황 토크는 기대감을 심어줬으니까.
“앞으로 일정이요? 일단 곧 있을 The King Of Prison 촬영을 할 예정입니다. 아,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벤의 아들이 오디션을 통해 아역으로 합격했거든요.”
“누가 연기를 가르쳐줬는데 당연히 합격해야지.”
“제 아들 역할을 하는 에반을 기대해주세요.”
“…남의 아들을 뺏어가는 말을 여전히 당당하게 말하네?”
KOP의 소식과 아이작 감독님의 신작에 들어간다는 이야기와 함께.
“콘서트도 계획도 생각 중입니다.”
환호성이 터트린 팬들은 순간 불안을 느꼈다.
‘설마 콘서트도 이딴 규모로 하진 않겠지?’
‘아니야. 그래도 크리스마스 때는 큰 무대에서 공연한 적도 있잖아.’
애써 부정해도 이안이라면 소규모 공연장에서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혹시 규모는 어떻게 되죠?”
“아직 확정된 건 없어서 정확한 답은 못 드리겠네요. 그래도 만 석 이상은 되지 않을까요?”
최소 규모는 10배.
팬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북미 투어인가요. 월드 투어인가요.”
이건 아주 중요했다. 이안은 아시아의 팬들이 엄청 많았다.
미국에서 아시아계로서 배우와 가수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으니 인기가 없을 리 없다. 특히 언어를 할 수 있는 한·중·일 3개국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북미 투어만 한다고 하면 분명 아시아의 팬들이 엄청나게 넘어올 거다.
제발 팬들이 월드 투어라는 말이 나오길 바랐으나 이안의 대답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투어라뇨. 그냥 콘서트인데요.”
아, 장소 이동을 안 하는구나.
“그럼 몇 번의 공연이 열리죠?”
“당연히 한 번이죠.”
…?
채팅창은 물음표로 도배가 됐다.
“진짜로 한 번인가요?”
“네.”
이안은 이대로는 오해가 생긴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자신은 가수 활동을 피할 생각이 없다.
‘가수로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내겐 소중한 팬들이니까.’
이런 마음이 없었다면 팬미팅에 노래를 부르는 시간 대신 독백 연기 같은 걸 넣었을 거다.
자신의 변화에 뿌듯함을 느끼며 이안은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어쩔 수가 없어요. 투어를 돌기엔 여유가 없을 거 같거든요. 내년에 대학에 들어갈 예정이니 아마 1년 정도는 다른 활동도 힘들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가수 팬만 죽이지 않겠다.
공평하게 가수 팬, 배우 팬 둘 다 죽이겠다.
끔찍한 소식에 위튜브는 난리가 났고 갑작스러운 라이브로 제대로 대비를 못 한 이안의 방송은 그대로 터져버렸다.
“저런. 서버 상태가 안 좋았나 봐요.”
…상태가 안 좋은 건 너겠지.
무대 위에 함께 있던 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다.
***
고작 팬미팅 하나로 티켓 예매 사이트, 팬 사이트, 위튜브 라이브.
이 셋을 격파한 이안의 팬미팅은 그럭저럭 마무리까지 순조롭게 이뤄졌다.
라이의 목소리와 본래 자신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혼자 듀엣곡을 부르고 이안과 친한 지인들이 풀어주는 그의 이야기 등.
이안이 열심히 준비한 것들은 팬들이 현실도피를 하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물론 환상 같은 시간이 끝이 나고 현실로 돌아올 때가 된 팬들은 전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선택한 연예인,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다.’ 같은 말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으니까.
그렇다고 불평을 토하기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정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코팅된 자신의 사진에 열심히 사인을 해주며 해맑게 웃는 이안에게 차마 불평을 토해낼 순 없었다.
‘…진짜 사람은 참 착해. 이렇게 바른 연예인을 찾기도 힘들고.’
차라리 나빴으면 욕이라도 하고 탈덕이라도 하겠는데 매몰차게 밀어내기엔 참 괜찮은 연예인이었다.
결국 한 아름 안겨준 선물을 챙겨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쉬지 않고 사인을 해준 이안은 어느덧 마지막 팬까지 사인을 해줬다.
살짝 뻐근한 손목을 풀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선물꾸러미를 받고 나가는 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라, 인형도 있네?”
…인형?
이상하다. 그런 건 넣은 적이 없는데.
“공작새인가? 이건 왜 있지.”
그러게 그게 왜 있을까.
‘…어쩐지 오늘 얌전하더니만.’
망할 공작새가 자신 몰래 소매넣기를 했다.
이게 맞나 싶다.
***
지옥 같은 경쟁률로 시작 전부터 여러 관심을 받은 팬미팅이 드디어 끝이 났다.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던 만큼 위튜브 오리지널 영상이 올라오기도 전이었으나.
-신은 공평했다. 어째서 신은 이안에게 수많은 재능을 주고 상식을 앗아갔는가.
-화제와 논란의 끝판왕. 이안의 팬미팅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
-‘내년에 대학에 갈 예정이다.’ 깜짝 발표. 과연 이안이 어떤 대학에 갈까?!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