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9)
159. 간담회
팬미팅 중에 시작된 깜짝 라이브는 짧았다.
준비된 팬미팅 시간이 한정된 것도 있고 이안의 팬뿐만 아니라 ‘소문 듣고 찾아왔습니다. 여기가 Fianist의 장례식입니까?’라며 몰려든 사람들까지 합쳐져 방송이 터진 탓이다.
결국 공개된 질문과 답변은 몇 개 없었으나 떡밥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화제의 Q&A 요약. 피 튀기는 팬미팅은 연례행사가 될 것, 굿즈 안 판다, 콘서트 투어는 없다, 대학 생활로 1년간 활동이 어떨지 모른다.
그래서 여기가 Fianist의 장례식 맞죠?
└…Fianist 외에는 다 나가줄래?
└우리 애가 너무 천재라서 그래. 일반인과는 달라.
└상식이 부족한 것 정도는 인간미… 아오!
-이안어 해석해 왔다.
팬을 위해 매년 팬미팅도 열고 선물도 많이 주겠다. (천 석이 문제라는 인식이 없음.)
어린 팬들도 많은 만큼 금전적 부담이 될 굿즈 판매를 안 하겠다.
그렇게 바라니 콘서트도 열어 준다. (투어는 머릿속에 전혀 없었음.)
대학을 가니 1년 정도는 미리 양해를 부탁한다.
└만점. 만점 드리겠습니다.
└나름대로 우릴 생각해서 한 말이라서 더 열 받아!
└이안아! 배려해줄 거면 한 발자국만 더 나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과연 이 아이가 팬심이란 걸 알까요?
-팬미팅 참가자인데 그래도 어릴 때 사진 영상은 뜯어왔다.
└진짜 같은 팬인 너희밖에 없다.
└그래, 우리만 보여준다면서 뿌듯한 미소를 짓는 것도 꼭 보렴.
└아무래도 우린 이안과 대화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은데.
└근데 받은 굿즈 중에서 공작새 인형은 왜 있는지 아는 사람?
가뜩이나 Q&A로 시끄럽던 분위기에 팬미팅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까지 더해지며 팬 사이트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묘하게 핀트가 어긋난 배려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운 건 덤이고.
결국 Fianist들은 이안과 친한 연예인들에게 도움을 구하러 다녔고 가장 많은 난민의 방문을 받은 사람은 레이첼이었다.
라이로 함께 활동한 만큼 둘의 팬을 겸하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그래서 찾아왔다고?”
“겸사겸사? 요즘 바빠서 잘 못 만나기도 했잖아.”
이안은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레이첼을 봤다.
수줍음 많던 소녀는 어느덧 화사하게 피어났고 행동에는 여유가 묻어나왔다.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제 능력을 가감 없이 펼치고 있는 덕분이었다.
“근데 진짜 팬들을 괴롭히려고 하는 건 아니지?”
“에이, 내가 그러겠어?”
“…솔직히 말하면 조금 의심되는데. 넌 마음에 들면 장난기가 심해지잖아.”
“내가?”
“응.”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소심했던 자신에겐 소소한 장난을 주로 쳤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라이의 정체를 숨기고 괴롭힌 도로시도 그랬고 어쩌다 정체를 알게 된 다니엘에게도 장난을 많이 쳤잖아. 근래에는 벨라였지?”
“…벨라는 진도를 너무 잘 따라와서 그랬지.”
아, 똑같이 대본 더미를 과제로 받은 오드리는 예외였다.
이안이 내준 과제를 웃으며 받는 사람을 벨라처럼 대학원생 취급할 순 없으니까.
“아무튼, 가끔 보면 애 같다니까.”
“애라니. 그리고 다 이유가 있다니까. 굿즈 판매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잖아. 외주를 맡기는 건 솔직히 믿기 힘들고.”
부실한 퀄리티와 비싼 가격 같은 문제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컸다.
“콘서트 투어도 쉽게 결정 못 하지. 단독 콘서트도 처음 열어보는 데 투어는 너무 앞서가는 거고.”
“흐응.”
이유는 그럴듯하다.
다만 레이첼은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다. 이안과 긴 시간을 함께해온 만큼 아는 것도 많았다.
“솔직히 네 능력이라면 전부 해결할 수 있는 일이잖아. 안 그래?”
이안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고 지금까지 해온 걸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도 이런 대답을 내뱉은 이유는 뻔했다. 팬을 생각하지 않거나 그런 것보단.
“너도 참 고집이 세다니까.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까 안 될 이유부터 찾고 있잖아.”
“…그렇게 보여?”
“응.”
확신이 가득한 대답에 이안은 지그시 눈을 감고 기억을 되짚어 봤다.
고집이 센 성격이란 건 부정하지 않았다.
남들이 불가능한 꿈이라고 손가락질한 배우라는 꿈을 놓지 않은 건 남다른 고집 덕분이었으니까.
이런 성격은 과거로 돌아온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성공했기에 더욱 그런 걸지도 모르지.’
성공으로 인한 자신에 대한 확신.
마치 성공한 사업가 중에 외골수적인 성격이 많은 것과 비슷하다.
생각을 정리한 이안은 길게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웃는 레이첼의 얼굴이 보였다.
“어떻게 결론은 내렸어?”
“덕분에.”
이안은 고집부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그걸 유지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일단 팬들하고 대화부터 나눠봐야겠어. 그래야 오해가 없잖아.”
“응, 잘 생각했어.”
대화를 통해 양보할 건 서로 양보하자. 상황이라는 게 있고 각자 욕심만 차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타협점을 찾기로 생각한 이안은 팬 사이트에 들어가 글을 썼다.
「안녕하세요, Fianist 여러분. 이안 프라이스라고 합니다.
팬미팅, 굿즈, 콘서트 등 여러분께서 관심 두는 일을 솔직하게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잡아가야 할까 고민하던 중 올린 글에 처음으로 반응이 왔다.
그것도 전혀 예상 못 한 것으로.
-본 계정은 영구 차단됐습니다.
이안은 눈을 깜빡였다.
팬들에게 입구컷 당했다.
아무래도 팬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나 보다.
***
자신의 사진을 잘 올리지 않는 이안의 SNS에 게시물이 업로드됐다는 알림을 받은 팬들은 부랴부랴 몰려들었고.
환한 미소를 지은 이안의 사진을 보고 돌처럼 굳었다.
-똑똑. 혹시 여긴 팬만 가입할 수 있나요?
영구차단된 계정이란 문구가 뜬 모니터 앞에서 찍은 셀카였으니까.
-으아악! 운영자! 운영자 어디 갔어?! 왜 차단이야?!
└사칭인 줄 알았나 봐. 저런 인간이 한둘이었냐고.
└그러니까 일 좀 게으르게 하랬잖아!
└아니야, 저게 낫지. 다른 팬들이 욕설 박기 전에 차단했잖아.
└…다시 생각해보니 잘했다. 역시 너밖에 없다.
-공지) 팬 사이트 운영자입니다. 차단을 풀었습니다.
└왜 그랬니. 운영자야.
└…이런 누추한 곳에 연락도 없이 오실 줄은 몰랐죠.
└야, 근데 사이트 정면에 아기 천사 이안 사진은 내려야 되는 거 아니야?
└악?!
└다 봤습니다. 🙁
‘논란의 팬미팅 이안, 팬들에게 보복당해.’ ‘자존심 강한 스타와 팬덤의 싸움.’
이딴 루머가 퍼질 때마다 팬들은 괜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했으나,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차단이 풀린 이안이 돌아왔으니까.
-이안 프라이스입니다. 간담회를 열 생각입니다. 팬들의 의견을 대신해줄 분을 찾습니다.
이 말에 팬들은 사이트 운영자들을 뽑았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인터넷 음성 채팅으로 준비를 끝낸 이안은 바로 위튜브 라이브를 켰다.
“안녕하세요. 클라크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Fianist 사이트를 운영 중인 클라크입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자 채팅에는 클라크를 응원하는 채팅이 쏟아졌다.
제2의 Q&A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며 다들 두려움에 떨었던 것과 달리 이안은 인간의 마음을 배우고 찾아왔다.
“팬미팅 숫자가 그렇게 적나요? 그럼 선물은 지금처럼 주지 못할 텐데요.”
-선물보단 한 명이라도 더 참석할 기회를 얻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혹시 클라크 씨도…”
-…묻지 말아 주시죠.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클라크의 간절한 요청에 좌석을 3천 석까지 늘리는 쾌거를 이뤄냈다.
물론 횟수를 늘리는 데는 실패했고 팬덤 규모를 생각하면 여전히 터무니없이 적지만 이미 이안에게 호되게 당한 팬들은 ‘이 정도면 괜찮을지도?’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없는데 팬미팅 외에도 이안을 설득해야 할 일은 수두룩한 것도 있고.
다음은 굿즈 문제였다.
-걱정하는 부분은 이해합니다만 굿즈는 꼭 파셔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어요?”
-네, 선택권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잖습니까.
하긴 둘의 차이가 크긴 하다.
멀쩡한 집이 있는데 밖에서 자면 캠핑이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노숙하면 노숙자라고 부르지 않은가.
‘이렇게 원하는데 안 하긴 조금 그렇네.’
이안은 빠르게 계산을 굴렸다.
위탁 업체를 구하는 것보단 처음에는 힘이 들더라도 직접 사업체를 만드는 게 나을 거 같다.
어차피 생산은 외주를 맡기면 되고 직접 운영해야 일이 생겼을 때 빠르게 조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굿즈로 번 수익금은 기부하든 다른 식으로 사용하면 되겠지.’
활용할 수 있는 돈이 늘어나는 건 어찌 됐든 좋은 일이니까.
“알겠어요. 대신 굿즈 판매를 준비하는 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이안의 항복 선언을 받아낸 팬들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모든 게 순탄하게 이뤄진 건 아니었다. 이안도 팬들의 요구를 무작정 들어줄 순 없는 노릇이니까.
“콘서트 투어는 불가능합니다. 준비할 여력도 없고 긴 투어 일정을 소화하는 건 힘들 거 같거든요.”
-…이해합니다.
“대신 같은 장소에서 두 번의 콘서트를 여는 쪽으로 잡아볼게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2번이 어디인가. LA까지 직접 찾아가야겠지만, 티켓만 구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Fianist가 그럭저럭 만족한 만큼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렀다.
-그럼 대학은 어느 쪽으로 가실 생각입니까?
“아직 고민 중이에요.”
지금은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10월 말이지만 미국의 입시는 벌써 시작됐다.
4개의 입시 유형 중 가장 빠른 얼리 액션은 길어도 11월 중순이면 원서 접수가 끝나니까.
이안의 팬들은 1년의 휴식기가 뼈아프긴 해도 대학에 가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년 입학을 포기했을 때 가장 크게 아쉬워했던 이들이 Fianist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잘 나가는 건 팬들에게도 기쁨이니까.
기부 입학 같은 꼼수를 쓰지 않아도 최상위 대학 들어갈 성적을 받은 이안이 어느 대학, 학과를 선택할지는 큰 관심거리였다.
워낙 다재다능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었으니까.
“입학이 결정되면 바로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소소한 이야기로 간담회를 끝낸 이안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가능한 팬들의 의견을 들어주다 보니 계획과 달라진 부분이 여럿 있으나 충분히 감당 가능한 정도였다.
‘대신 정신 없이 바쁘긴 하겠지만.’
언제는 안 그랬나.
이안은 Fianist 팬 사이트를 들어갔다.
사이트는 승전보에 축제 분위기였다.
-간담회 요약. 클라크는 신이었고, 이안은 인간이었다.
└우리 이안에게 인간의 마음이 있었다니!
└레이첼의 조언을 받았다고 하더라.
└레이첼, 그녀는 지금까지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해왔던 걸까.
└라이는 사실 억제기였을 지도…?
-아무튼, 행복하다. 드디어 적금을 깰 수 있는 건가?!
└Shut up and take my money!
└후… 지금부터 열심히 돈을 모아야겠다.
└어떤 굿즈를 내놓을지 엄청 기대된다.
열심히 행복해하는 팬들을 본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SNS를 켰다.
콘서트를 한 장소에서 연달아 두 번이나 하게 됐으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팬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알리려고 합니다. 내년에 있을 두 번의 콘서트에서 곡의 세트리스트를 다르게 할 예정입니다. 4개의 앨범에 수록된 곡을 전부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네요. 🙂
이안이 올린 글을 본 팬들은 제대로 본 게 맞나 싶어 눈을 깜빡였다.
‘두 콘서트에서 전부 다른 곡을 부른다고?’
물론 라이의 곡은 전부 훌륭했고 어떤 곡을 들려줘도 기뻐할 마음이 있지만.
이렇게 되면 콘서트 두 개를 전부 예약하려고 팬들이 달려들 게 뻔했다.
-…이안아, 우리 친해진 거 아니었니?
-간담회에서 기분 상한 게 있으면 말로 해줄래?
-힘들게 모든 곡을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정말 네가 걱정돼서 그래.
└팬분들을 위해서라면 괜찮아요 🙂
└하하하, 우리 이안은 괜찮구나. 정말정말 다행이다.
이안의 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갈 길이 아직 먼듯했다.
***
“이안!”
이안은 달려오는 에반을 안았다.
“준비는 잘 했지?”
“응! 잘 할 수 있어!”
주먹을 움켜주며 활짝 웃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줬다.
귀엽게 멜빵바지를 입은 에반을 아련하게 보는 벤에게 이안은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다녀올게요.”
“…그래, 이왕 할 거면 잘 해라. 응?”
미련 가득한 눈빛을 보내든 말든 에반은 진즉에 차에 올라타 이안의 옷을 꾹꾹 당겼다.
“빨리 가자. 응?”
소풍 가는 것처럼 보채는 아이와 함께 차에 올라탄 이안은 대본을 펼쳤다.
The King Of Prison의 대본 리딩이 있는 날이다.
리딩 전에 에반과 호흡을 맞춰봤는데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루를 강아지처럼 따르는 연기는 정말 잘했다.
‘연기라기보단 그냥 평소 에반이긴 했지.’
생활 연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루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날카롭고 냉정한 연기였다. 옆에서 해맑게 웃기만 하니 걱정될 수밖에.
‘괜찮으려나.’
걱정을 가득 품고 갔는데.
***
“놔. 이 버러지야.”
싸늘하고 차가운 에반의 연기에 이안은 감탄했다.
‘벤이 정말 잘 가르쳤네.’
어떻게 아기 때부터 순한 성격인 에반에게 이 정도로 연기를 가르칠 수 있었을까.
분하지만 온갖 대본을 섭렵한 자신의 가르침과 견줄 수 있을 정도다.
이안은 벤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