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1)
161. The King Of Prison(2)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The King Of Prison은 6부작으로 넷플러스의 기대작 중 하나였다.
아시아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오리지널로 만들었던 전작, Melted Moonlight가 전체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시리즈물의 장점이지.’
흥행한 콘텐츠라면 전작의 팬들이 유입된다.
괜히 미국에서 온갖 드라마와 영화가 시리즈물로 나오는 게 아니었다. 다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모든 시리즈물, 특히 장기로 넘어가는 경우 공통으로 생기는 단점이 진입 장벽이다.
엄청난 흥행을 바탕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쏟아내는 어느 히어로물이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 신규 팬은 수많은 전작을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에 허덕이게 되니까.
KOP만 해도 루가 감옥에 들어온 이유와 봉인된 리처드와는 무슨 관계인지는 두 개의 전작을 보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없었고.
‘그나마 KOP는 장기 시리즈가 아니라서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지.’
막말로 감옥에 왜 들어왔고 리처드와 어떤 관계인지 드라마를 즐기는 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작품 내에서 간간이 뿌려주는 정보로 어느 정도 이해하기엔 충분하고.
남은 건 전작을 보고 온 팬들이 즐겁게 여길 요소를 넣는 거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전작을 오마주하는 것도 포함된다.
감옥에서 벗어난 루는 눈앞의 상대를 보고 여섯 개 남은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리운 향기가 난다.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서 달을 듬뿍 머금었던 여성의 잔향.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녀가 남겨놓은 잔재가 눈을 깜빡였다.
“…누구야.”
거의 백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봉인된 리처드와 첫 대면이다.
루는 첫 감상을 내뱉었다.
“흐음… 백 년간 이 정도밖에 안 컸다니. 발육 부진이로다. 나가면 성장판 검사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삼미호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빠로서 이 정도 걱정은 당연한 거 아닌가.”
“…아빠?”
평생을 봉인 속에 살아놓고는 용케 대화가 되는 게 신기하긴 하지만 루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인외의 신비란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는 법이니까.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보는 아이에게 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아빠!”
휙하고 뛰어오른 리처드는 루의 품에 쏙 안겼다.
품에 고개를 묻은 아이의 숨소리가 가슴팍을 간지럽힐 때 차가운 쇳소리와 불쾌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왔다!”
교도관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심처를 지키는 괴물들을.
코가 썩을 것 같은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녹색 괴물들이 몰려와 무기를 꺼내 들었다.
철컥
“크흠, 요즘 것들이란 낭만이 없구나.”
어디 녹슨 검이라도 꺼낼 것처럼 생겨놓고 총을 꺼내?
루는 겨눠진 총구를 힐끔 보곤 리처드에게 말했다.
“춤이나 한 곡 추겠느냐.”
사랑하던 그녀를 처음 만난 지하의 무대처럼 활짝 웃은 루는 총알이 쏟아지기 전에 바람처럼 사라졌다.
-키엑?
순식간에 괴물 앞에 나타난 루가 몸을 움직이자 사방에서 녹색 핏물이 튀었다.
고작 자신 같은 말단이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괴물들이 기겁하며 도망쳤고 서둘러 도망치던 괴물 하나가 총을 밟고 미끄러졌다.
몸이 붕 뜬 괴물은 눈을 동그랗게 떴고 루는 순식간에 다가왔다.
마치 과거의 마피아를 구해줄 때처럼 다가왔던 그는 기대 어린 눈을 한 괴물에게 말했다.
“미안하네.”
우당탕탕 바닥을 나뒹군 괴물에게 말을 이었다.
“저번엔 도와주고도 고맙다는 말을 못 들어서 말이야.”
뜻 모를 소리를 내뱉는 루를 올려다보는 괴물의 배 위로 삼미호가 튀어나왔다.
밟혀 켁 소리를 내는 괴물을 무시한 삼미호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런 느긋한 소리를 할 시간에 빨리 움직이는 게 어때?”
-캬아아아악!
몸서리쳐지는 날카로운 괴성.
방금 만난 것들과는 급이 다른 괴물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도망가려면 바쁠 거 같은데.”
“그전에 곧 우리가 사라진 걸 눈치챘을 소장에게 선물부터 주도록 하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루는 손가락을 튕겼다.
이곳까지 오면서 부려놓은 수작질이 발동하면서 죄수들을 묶어놨던 족쇄가 풀려났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위층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집단 탈옥.
대형 사건을 일으킨 루가 환하게 웃자 삼미호는 리처드의 눈을 가렸다.
“아가는 저런 거 보는 거 아니란다.”
“미니 아빠, 왜?”
“미니 아빠?!”
신선한 호칭으로 삼미호는 흠칫 놀라면서도 말을 이었다.
“착한 아이는 절대 따라 하면 안 되거든.”
그렇게 말하며 삼미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긴 봉인 끝에 아이가 처음으로 본 게 괴물 폭행과 집단 탈옥이라니.
“교육 환경이 영 별로인데. 저승에서 기다리는 그녀에게 한 대 맞는 거 아닌지 몰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다. 일단 가도록 하지.”
“잘 나셨습니다, 본체 나으리.”
툴툴거린 삼미호는 빠르게 달려가는 루를 쫓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삼인조의 본격적인 탈옥이 시작됐다.
“컷! 수고했어요!”
경쾌한 외침과 함께 이안은 품에 꼭 안겨 있는 에반을 토닥여줬다.
“어때할 만해?”
“응!”
“다행이네.”
이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CG를 위해 크로마키로 도배가 된 세트장이 보였고 주변에는 괴물 연기를 한 스턴트맨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보였다.
모션 캡쳐 장비가 붙은 옷을 입고,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잡기 위해 새하얀 마커를 점처럼 다닥다닥 붙인 모습은 꽤 우스꽝스러웠다.
‘저 사람은 괴물이다. 괴물.’이라고 아무리 되뇌어도 성인 배우도 몰입하기 힘든 외모였다.
촬영하다가 웃음이 안 터지면 다행이지.
‘근데도 에반은 촬영에 몰입을 잘 하네.’
여러 경험으로 단련된 성인 배우도 ‘또 크로마키인가.’라며 한숨을 내쉴 텐데 에반은 주변 환경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훌륭한 장점이다.
지금도 CG 활용이 많지만 앞으로는 그 비중이 더 늘어날 일만 남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완성도도 높아지고 비용도 낮춰질 테니까.
이런 흐름 속에서 CG 촬영을 능숙히 소화하는 모습은 배우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누구 키웠는지 잘 키웠네.”
이안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베이비시터로 에반을 오랫동안 보살펴온 자신의 덕분이 아니겠는가.
***
“음…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요. 교육 탓일까요? 우리 아역은 독특하네요.”
“…그렇죠?”
순조로운 KOP 촬영 중에 스태프들은 동의하며 밝은 금발의 소년을 바라봤다.
‘에반 로버츠.’
팝스타 아일라와 톱배우 벤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이다.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인 만큼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았고 부모의 유전자를 듬뿍 받은 외모로 이미 유명했다.
KOP의 아역으로 뽑히고 남을 인기는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근데 조금 문제가 있지.’
아, 물론 연기력 문제는 아니다. 첫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소화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성격이다.
촬영 준비를 하면서 이미 스태프와 어느 정도 친해진 이안은 에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에반이요? 엄청 착하고 순해요. 강아지 같달까요. 모르는 사람이 과자를 준다고 하면 따라갈까 걱정된다니까요.”
“여러분하고도 금방 친해질 거 같은데요. 실제로 보면 엄청 귀엽다고요.”
이런 말로 에반을 설명했었다.
분명 그랬는데…
스태프는 이안의 촬영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에반에게 다가가 간식을 내밀었다.
“로버츠 군, 지루할 텐데 이거라도 먹고 있을래?”
“괜찮아요.”
거절하는 로버츠에게 재차 권유하려던 스태프는 시린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게 몸을 돌렸다.
“…못 주겠어.”
“그렇지?”
‘당신이 누군지 관심이 전혀 없다.’, ‘이안을 보는 데 방해하지 말라.’ 이런 티를 팍팍 내는데 두 번 권유할 사람은 없었다.
스태프에게만 매몰찬 거 아니냐고?
감독, 배우 할 것 없이 이미 침몰한 지 오래였다.
‘저게 무슨 강아지야!’
‘간식 주면 쫓아간다고? 쫓아내는 거겠지.’
아무리 봐도 강아지는커녕 고양잇과다. 그것도 엄청 까칠한.
촬영장에 있는 유일한 아역이니 뭐라도 하나 챙겨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안은 사람 보는 눈이 없나?’라고 평가하기엔.
“이아아안!”
“읏차, 기다렸어?”
“응!”
이안에게 도도도 달려가 안겨 해맑게 웃는 에반의 모습은 누가 봐도 강아지였다.
아마 꼬리가 달렸으면 엄청나게 흔들리지 않았을까.
저 모습에 홀딱 넘어가 에반과 친해지고 말겠다며 다짐했던 사람들이 결국엔 마음의 상처만 생긴 건 덤이다.
물론 아역이 원하지 않는데 굳이 친해질 필요도 없고 저 정도 까칠함은 애교인 배우도 많은 만큼 대체로 큰 흠은 아니었으나.
딱 하나 저 성격이 문제 될 때가 있었다.
“오늘이지? 로버츠, 혼자서 촬영하는 장면이.”
바로 이안 없는 촬영 날이었다.
작품 내에서 루와 리처드가 함께 있는 장면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둘이 항상 같이 촬영하는 건 아니었다.
안전한 장소로 리처드를 대피시켜 놓는 장면도 있고 루가 아닌 삼미호와 단둘이 있는 장면은 지금처럼 따로 촬영을 해야 했다.
삼미호는 키가 작은 루인 만큼 따로 촬영해서 두 영상을 합쳐야 했으니까.
이런 촬영 일정 때마다 많은 사람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자, 여기 작은 인형 보이죠? 이게 작은 루에요.”
“이건 이안이 아니야.”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각해볼까요?”
CG로 지울 수 있는 초록색 인형을 애처롭게 흔드는 감독에게선 피곤함이 물씬 느껴졌다.
그나마 촬영장에 이안이 함께 있을 때는 그나마 낫지 오늘처럼 다른 일정으로 촬영장에 전혀 없을 때는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 같았다.
그나마 툴툴거리면서 연기는 잘 해주니 참 다행이다.
이제는 익숙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듣기 좋은 중저음이 들려왔다.
“쟤는 또 저러네.”
“오셨습니까?”
에반의 보호자로 온 벤은 스태프의 인사에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벤의 모습을 스태프들은 힐끔힐끔 봤다.
이안이야 ‘백수니까 보호자 역할이라도 똑바로 해야죠.’라며 장난스럽게 평가했으나 벤은 몸값 비싼 톱배우였다.
냉정하게 에반의 연기를 살피는 벤의 주변으로 함부로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긴 했으나 스케줄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착착 촬영이 진행됐다.
그러던 중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라, 촬영이 꽤 진행됐네요. 다른 뱀파이어들과 만나기 전 장면이죠?”
감옥에 갇혀 있던 뱀파이어들이 로드라며 리처드를 찾아오기 바로 전 장면이다.
루의 껌딱지 같은 모습만 보여주던 리처드가 버러지라는 표현까지 쓰며 냉정한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촬영 일부만 보고 바로 장면을 맞춘 이안의 목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이아아안!”
에반은 쪼르르 달려가서 이안에게 안겼고 냉기를 풀풀 풍기던 벤은 활짝 웃는 낯으로 일어났다.
“뭐야. 이제 왔냐. 주연 배우면 조금 일찍 일찍 다녀야지.”
“에이, 제가 벤처럼 백수인 줄 알아요? 저는 바쁜 사람이라니까요.”
“누가 백수야. 너는 작품만 안 들어가면 백수 취급하더라. 광고나 인터뷰도 일이야. 일.”
“배우가 작품을 안 들어가면 백수죠. 그렇지, 에반?”
“응! 맞아! 아빠는 백수야.”
“에반?!”
셋이 재잘재잘 떠드는 목소리를 들은 스태프들은 깨달았다.
‘아, 에반은 아빠를 닮았구나.’
유전자의 위대함을 느꼈다.
그보다 대단한 건 저 둘을 홀린 이안이고.
***
KOP 촬영을 진행하면서 이안은 팬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팬미팅 규모와 콘서트 회수를 늘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투어 일정을 도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문제는 굿즈 판매였다.
이안은 이번 팬미팅에서 나눠준 굿즈를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 원래 팬미팅 참석자들만을 위해 제작한 굿즈였으니까.
물론 이 소식에.
-팬미팅 굿즈가 한정판이었다고?!
└잠시만 혹시 앞으로 팬미팅 때 나눠주는 굿즈도 한정판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매번 팬미팅 때는 참석자를 위한 특별한 굿즈를 나눠줄 생각이랍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좌석을 늘린 게 마음에 안 들었니? 우리 대화로 풀어보자. 응?
팬미팅 좌석을 3천 석으로 늘리면 뭐하는가. 한정판 굿즈라는 소식에 경쟁률이 박터질 예정인데.
팬들은 어떻게든 다시 이안과 대화를 나눠야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젠 Fianist에겐 이게 일상이었다.
아무튼, 새로운 굿즈를 개발하고 제작할 업체와 선정하며 굿즈 판매를 할 사업체까지 준비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전처럼 한국 소속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괜찮은 사람을 수소문하며 차근차근 준비하는 수밖에 없었다.
팬들이 좋아할 굿즈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Fianist 중에서 직원을 채용할까 고민하던 이안에게 전화가 왔다.
데미안이었다.
-이안.
평소와는 달리 진지한 목소리.
이안은 걱정을 담아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어요?”
-일이 있긴 해. 나쁜 일은 아니고.
“뭔데요?”
나쁜 일이 아니라 안심하고 물었는데.
-조만간 데미안 주니어를 볼 수 있을 거 같아.
“…네?”
이상하다. 귀가 잘못됐나.
-만나는 애인 있다고 했잖아. 그렇게 됐어.
“아하. 그렇게 됐구나.”
하긴 벤도 그렇고 요즘 트렌드가 과속이긴 한가 보다.
공작새 2세 소식에 머리가 어지럽긴 했지만 축하할 일이었다.
“책임지실 거죠?”
-그럼! 내가 그렇게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보여? 당연히 결혼도 해야지.
책임진다니 됐다. 남자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만족하던 이안은 이어진 말에 말문을 잃었다.
-그러니 우리 애의 대부가 되어주는 건 어떻게 생각해?
…이상하다.
결혼한 적도 없는데 애가 늘어나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데미안을 공작새로 만든 업보가 돌아온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