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0)
170. 선의
이안의 개입이 없었다면 대형사고가 일어날뻔했다.
당연히 촬영 중지 후 스턴트 연기를 계획하고 연기자를 관리하는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비롯한 책임자들이 전반적인 점검에 들어갔고.
“별문제 없는데요?”
결론이 나왔다.
이안이 주장한 작은 변속 문제? 원래 스턴트로 박살 나는 차는 겉만 멀쩡하지 속은 골골거리는 법이다.
이 정도는 차량 결함이나 점검 불량으로 칠 수도 없다. 모든 스턴트맨들도 긍정한 일이고.
-이안이 개입한 건 운이 좋았다.
제작진의 상식으로는 이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강도에게 드롭킥을 갈기고 또래를 구하겠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등 이안이 쌓아놓은 화려한 전적에 또 한 줄이 채워진 건 덤이고.
남은 건 사고를 언론에 알릴 걸까 말 건가였다.
‘홍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긁어 부스럼이다.’ 이 두 개를 저울질해봤고 공개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극적인 장면이었으니 말이다.
-이안이 재치 있게 원격 조종 차량을 움직여 대형사고를 막았다.
라는 짧은 정보와 미끄러진 차가 탱크로리에 충돌하기 전 그사이를 다른 차가 가로막는 영상이 언론에 공개된 이유였다.
예상대로 영상까지 추가되어 있기에 반응은 뜨거웠다.
-I’m okay에서 벌어질 뻔한 대형사고! 그걸 막은 이안 프라이스.
이런 기사가 할리우드를 뜨겁게 달궜으니 말이다.
물론 지구가 평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의심병 걸린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이안을 띄워주려고 거짓말한다.’ 같은 주장이 있었으나 크게 주목받진 않았다.
굳이 나중에 들통날 위험을 감수하고 가짜로 관심을 끌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안은 스타로 자리잡은 상태니 말이다.
아무튼, 예상대로 언론의 관심을 듬뿍 받으며 만족하던 제작진들은 이상한 기사를 발견했다.
-취두부와 수르스트뢰밍으로 이안에게 감사를 표한 필릭스 대표?
…에이, 설마.
훌륭한 일을 했는데 어떻게 벌칙을 줄 수 있겠…
“진짜네?”
이게 왜 진짜일까.
어지간한 중국인도 못 먹는 초록빛이 감도는 취두부 원물 위에 당당히 올라간 삭은 청어 그리고 그걸 나눠 먹는 두 사람.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취두부와 삭은 청어는 그렇다 치자.
악명이 높긴 하지만 현지에서 즐겨 먹는 사람들이 꽤 있고 역사와 전통이 있으니까.
‘근데 그 사람들도 저걸 같이 먹진 않잖아.’
조회수에 미친 위튜버들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일을 이안에게 권유한 일로 필릭스에게 온갖 항의가 쏟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랜드라인 촬영 때도 함께 이런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당당한 필릭스의 고백에 Fianist가 달아올랐다.
-이안이 이상한 원인을 드디어 찾았다!
이들의 결론이었다.
***
이안이 아이작을 구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 동안 Fianist들은 활발하게 활동했다.
「팬미팅 티켓팅에 성공한 사람으로 꿀팁을 알려준다.
티켓팅을 시도하고 안 될 거 같으면 사이트를 폭파한다. 그럼 무려 기회가 2번!
└천잰데?
└사이트 오열!
└아, 죽기 싫으면 얌전히 티켓을 내놓으라고.
└이게 Fianist들의 평균?
└우릴 이렇게 만든 건 이안이야!」
지옥 같은 티켓팅이 예정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노하우를 위해 귀한 손님을 모셔왔다며 K팝 팬들을 데려오는 등 온갖 이야기로 왁자지껄할 때 새로운 떡밥이 전해졌다.
-이안이 I’m okay에서 사고를 막았다는데?
이 말에 Fianist들은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놀랍게도 이안이 사람을 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다만 사람을 구한다고 총 든 강도에게 뛰어든다거나 애를 끌어안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무모한 행동을 하는게 문제였다.
얘가 또 위험한 일을 했나 헐레벌떡 사실을 확인한 사람들은 안도했다.
-원격 조종으로 막았네. 난 또 직접 차에 타서 막았다고.
└HAHA, 이안도 이젠 어리지 않다고. 위험한 행동을 하겠어?
└하긴 그렇지?
환상으로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면 웃어넘기는 일이 현실이 됐을 테지만 그건 알지 못했다.
당연히 팬들은 뿌듯한 심정을 느꼈다.
필릭스가 취두부와 삭은 청어를 들고 SNS에 등판하기 전까지 말이다.
-구에에엑. 왜 애한테 저런 걸 먹여?!
당연히 재빨리 필릭스에게 달려들어 항의를 쏟아냈고 그의 입에서 끔찍한 과거사를 듣게 됐다.
그랜드라인 촬영 때. 그러니까 무려 이안이 중학생 시기에 저런 음식을 함께 먹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젠장! 우리 이안이 이상한 이유를 알았어.
취두부와 수르스트뢰밍이 냄새가 골수까지 파고든 탓이 아닐까?
└이거네. 어릴 때부터 저런 걸 먹으면 이상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야, 우리 중국에선 어릴 때부터 취두부를 먹는데?
└저걸 같이 먹었어? 아니잖아.
└현직 의사입니다. 이안의 건강이 심히 걱정되네요.」
취두부와 수르스트뢰밍 같은 음식을 먹었으니 문제가 생길만하다.
노르웨이에선 25년 된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이 발견돼 폭발물 처리반까지 출동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안이 이상해진 원흉으로 지목된 필릭스는 Fianist의 습격을 받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이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뭐가 이상하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말이다.”
이안의 말에 동의하는 아이작을 보며 벤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안 패밀리라고 불리는 멤버 중 이안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아이작밖에 없을 거다.
“근데 이거 안 말려도 돼요?”
“내버려 두렴.”
아이작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애한테 이상한 걸 먹이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사고 수습으로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일을 저질렀으니 욕을 먹을만했다.
“거기에 그놈은 오히려 즐기는 것처럼 보이잖니.”
놀랍게도 한때 식성이 특이한 걸 부끄럽게 여겼다는 필릭스는 세월만큼 단단하진 정신력을 갖고 있었다.
항의를 쏟아내는 이안의 팬을 상대로 그랜드라인 촬영을 하며 함께 밥을 먹으러 다니는 사진을 공개했으니 말이다.
팬들은 이안의 생생한 어린 시절 모습에 흐뭇함을 느끼기도 잠시, 입으로 들어가는 귀뚜라미 튀김에 경악했다.
마치 낭떠러지로 발을 내딛는 애를 보는 느낌이랄까.
오죽하면 팬 사이트에 올리면 정지되는 사진으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였다.
덤으로 이안이 필릭스와 함께 식도락을 즐겨야 했던 원흉인 당시 라인 프로듀서 패트릭도 함께 사진에 있다는 이유로 유탄을 맞았다.
‘그 사람이 고생하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러게 괜히 텃세 부리지 말고 잘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 아닌가.
옛 기억을 떠올리던 이안에게 아이작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 음식 정도는 알아서 먹을 나이가 됐다는 건 알지만 웬만하면 평범한 음식만 먹었으면 좋겠구나. 필릭스가 주는 그런 음식 말고 말이야.”
“음, 저도 이젠 그런 음식은 안 먹으려고요.”
힘든 노숙자 시절을 잊을 만큼 배가 불러서 그런 게 아니다.
이안은 꼭 붙어 있는 두 동물을 부드럽게 쓸어줬다.
“레오랑 크림이가 엄청 싫어하더라고요.”
평소처럼 자신을 반겨주기 위해 뛰어나오던 둘이 코를 찡긋하더니 발작을 일으켰는데 어떻게 다시 먹겠는가.
냄새가 다 지워질 때까지 가까이 가고는 싶은데 차마 다가갈 수 없어 둘은 스토커처럼 멀찍이 떨어져 따라다닐 정도였다.
하긴 사람도 힘든 냄새인데 후각이 훨씬 예민한 동물에겐 아마 지옥이었을 거다.
이안의 말에 아이작은 활짝 웃었다.
“그렇게 말하니 다행이구나.”
크게 안도한 그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촬영 스케줄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거란다. 앞부분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된 덕분이지. 거기에 칸 영화제도 다녀와야 한다고 했잖니.”
“그렇죠.”
그림자 가족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초청받았으니 다녀와야 했다.
촬영 막바지랑 살짝 겹치긴 하는 데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어차피 12일가량 이어지는 칸의 일정 중 머무는 시간은 며칠에 불과하니 말이다.
옆에 있던 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저번하고 달리 혼자 방을 써야 해서 쓸쓸하겠네?”
“헛소리하지 마요.”
질색하며 싫어하자 웃음을 터트리는 벤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진짜 만난 지 8년이 넘었는데 사람은 여전했다.
웃던 그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서 대학은 정했어?”
“하버드로 갈까 생각 중이에요.”
정말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뉴욕와 비교적 가까운 스탠퍼드로 가는 것도 고민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위해 가는 것인 만큼 집과 떨어져 있기로 했다.
‘도로시, 다니엘, 네이선이 있는 뉴욕과 하버드가 있는 보스턴은 그렇게 멀지도 않고.’
차로 4시간가량 걸리지만 광활한 미국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가깝다.
“에반이 엄청 싫어하겠네. 졸업까지 한다고 치면 동부에 꽤 오래 있어야 하잖아.”
“뭐 생각보다 오래 안 떨어져 있을 수도 있어요.”
만약 직접 경험한 미래처럼 바이러스가 돈다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이 될 테니 말이다.
아니면 중퇴를 할 수도 있고.
이안은 잠시 일정을 떠올려봤다.
5월 중순이면 I’m okay 촬영도 끝이 나고 바로 콘서트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6월 중순에 콘서트가 있으니 말이다.
대학 입학 시기인 9월 전에 넷플러스에서 The King Of Prison도 공개가 될 테고.
‘이게 끝나면 한동안 아무런 일정이 없네.’
이안에겐 살짝 신기하게 다가왔다.
변성기라는 어쩔 수 없는 시기를 제외하면 그동안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니 말이다.
근데 어쩔 수 없긴 했다. 심심치 않게 들어오는 오디션 제안을 거절한 이유처럼 대학 생활도 있긴 하지만, 그놈의 바이러스가 문제였다.
I’m okay가 마지노선이다. 이 이후에 참여하는 영화는 자칫하면 팬데믹 시기에 겹쳐 개봉이 길게 미뤄질 가능성이 크니까.
‘올리버하고도 이야기해야겠네.’
이번에 아이작의 운명을 바꾼 것처럼 팬데믹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고 준비를 안 할 순 없다.
이안은 대비를 시작했다.
***
올리버에게 최근에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걸 꼽으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안과 손을 잡은 걸 꼽을 거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상황에 만족했다.
비록 제이 안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감이 있었지만, 줄줄이 성공하는 작품들에서 올리버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걸 업계 관계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영화를 만들지 않고 넷플러스에 영화를 납품해야 한다고?
“네, 그래야 하거든요.”
-왜? 지금도 잘 나가고 있잖아.
이안의 말에 올리버는 의문을 표시했다.
넷플러스 같은 OTT에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든다.
뭐 자본력을 생각하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이미 거둬놓은 성과도 있고 뛰어난 감독들과도 연이 닿은 상태기도 하고.
하지만 굳이?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수차례 성공한 방식을 벗어날 필요가 없으니까.
이안도 이런 의문이 제기될 걸 예상했다.
“앞으로 OTT는 더 커질 거에요. 지금이라도 관계를 터놓으면 좋죠.”
-음, 틀린 말은 아니네. 근데 너랑은 좋은 관계잖아. 네가 제이 안이라고 나중에 밝히면 문제가 없지 않아?
“배우면 모를까 제작자로서 맺은 연은 없으니까요.”
-뭐 알겠어.
굳이 설득하는데 팬데믹으로 OTT 업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자칫하면 개봉할 수 없는 영화관보다 OTT에 납품하는 게 낫다는 걸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이안은 실적으로 증명해온 게 있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레이먼하고 마르코가 언제 만날 수 있는지 묻던데.
“아…”
아이작 감독님의 안전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보니 생각보다 늦어졌다.
한 명은 제이 안을 전파하는 광신도요, 다른 한 명은 데스 메탈로 찬송가를 만드는 기괴한 감성을 갖고 있으나 만나긴 해야 했다.
그만큼 훌륭한 감독들이니까.
‘왜 이렇게 내 주변엔 이상한 사람이 모이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가끔은 이게 과거로 돌아온 대가일까 고민할 때가 있었다.
물론 이안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저 유유상종이라고 답했겠지만 말이다.
올리버와 통화를 끝낸 이안은 날짜를 확인했다.
곧 콘서트 티켓팅이 날짜가 다가왔고 슬슬 콘서트 정보를 공개할 때가 됐다.
그 포문을 여는 게 바로 천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이안의 SNS였고.
“빨리 올려줘야겠네.”
팬들이 기대하는 정보를 올린다.
들뜬 마음으로 이안은 손가락을 놀렸다.
***
팬이라면 모두가 관심을 두는 이안의 SNS에 드디어 콘서트 정보가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이안 프라이스입니다. 6월에 열리는 Full Moon 콘서트 정보를 공개합니다!
바로 눈길이 향한 곳은 바로 좌석이었다.
자리가 줄어들까 봐 마음을 졸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속보! 콘서트 좌석은 만오천 석으로 유지!
희소식이었다. 다만 안도하기엔 양일 3만 석도 부족했을뿐더러.
-아니, 진짜 두 콘서트 세트리스트가 완전히 다른데.
라이의 전곡을 라이브로 들을 엄청난 기회! 골수팬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유혹이었다.
엄청난 경쟁률을 두 개나 뚫어야 한다는 큰 문제를 빼면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예상했다는 듯이 글을 내리던 Fianist는 정지했다.
이안이 직접 특급 게스트라고 표현한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토요일 게스트, 재스퍼 브라이언트.
-일요일 게스트, 아일라 올슨과 레이첼 그레이스.
그야말로 특급 게스트.
요즘 가장 핫한 남자 싱어송라이터와 팝스타 아일라 모녀가 무려 게스트로 올라왔다.
너무 특별한 나머지.
-똑똑, 여기가 재스퍼가 나오는 콘서트인가요?
-큼큼, 아일라 모녀가 게스트로 나온다고?
이안의 팬들은 원치 않는 낯선 방문자를 맞이해야 했다.
-특급 게스트라고 쓰고 지옥행 특급 열차라고 읽는다.
└이안! 멈춰!
└HAHAHA, 너무 기쁘다! 이런 게스트까지 준비해주고 말이야! 응?!
선의로 이뤄진 지옥문이 열렸다.
Fianist는 오늘도 이안의 팬을 위하는 마음이 무겁다고 느꼈다.
일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