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4)
화제의 신입생(1)
이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하하, 영상 판매를 안 하신다고 했는데 영상은 왜 찍나 했습니다. 개인 소장용일 줄은 몰랐네요.
콘서트 기획자인 로엔은 전화를 걸어 웃음을 터트리고.
-???: 콘서트? 그거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걸 왜 혼자 보는데!
└이안도 자기 fancam을 찍었는데 콘서트 간 애들은 안 찍었니?
└있긴 한데 안 보는 걸 추천할게. 영상 상태가 다 개판이라 오히려 입맛만 버릴걸.
└그래서 왜 안 파는데!
-배우 팬이라고 방심하지 마라. 이 녀석 조만간 영화나 드라마를 찍고 혼자 볼지도 몰라.
└lol! 우리 이안이라면 충분하지.
└시끄러워. 그게 아니더라도 브로드웨이 진출 소문이 돌아서 머리가 아프다고!
└꼴 좋다. 배우 팬 놈들아. 콘서트 때 우릴 그렇게 놀렸지?
└응, 뮤지컬을 할지도 몰라.
└OMG…
-드디어 이안이 콘서트 영상을 안 파는 이유가 가치 보존 때문이래. 티켓을 팔 때 영상을 팔 수 있다는 경고를 안 했다고…
└이딴 배려 필요 없어! 누굴 위한 가치 보존이야!
└소송은 안 한다고! 제발 팔란 말이야.
└생각을 바꾸자. 영상을 팔도록 소송을 거는 건 어떨까?
└…천잰데? 아주 미국인다운 해결방법이야.
팬들이 사이트를 불태울까.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 아닐까.”
레이첼의 답변에 이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금보다 딥페이크니 뭐니 하는 게 미친 듯이 발달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게 더 힘든 미래에선 가치라는 개념은 굉장히 중요했다.
“다신 보기 힘든 콘서트라고 생각해서 힘들게 티켓을 샀으니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지. 영상을 팔면 그게 안 되잖아.”
“어라, 그런가.”
…그런가는 무슨.
묘하게 설득되려는 레이첼을 보며 도로시는 고개를 내저었다. 얘는 이안에게 특히 약해서 문제였다.
“잘 모르겠으면 팬들에게 의견을 물어봐. 그럼 되잖아.”
맞는 말이다.
뿔난 팬들의 반응을 보면 일이 잘못 됐다는 것 정도는 이안도 눈치챌 수 있었으니까.
이 의견은 팬 사이트 운영자인 클라크에게 전해졌고 그도 동의했다.
쏟아지는 글 때문에 팬덤에 비하면 너무나 연약한 사이트가 언제 또다시 고혈압으로 쓰러질지 모르는 탓이다.
여러 인원이 들어올 수 있는 채팅이 빠르게 준비됐다.
보는 건 Fianist가 가능하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팬으로 활발히 활동한 사람뿐.
이상한 글이 올라오는 걸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도로시가 관리자 권한을 가졌다.
그렇게 채팅창이 열렸는데.
-해명해요!
-진짜 소장용으로 남겨놓을 생각은 아니죠?
-Shut up and take my money!
격렬한 환대가 쏟아졌다. 그래도 이안의 골수팬들답게 ‘안녕하세요, 이안 프라이스입니다.’라는 인사가 올라오자 조용해졌다.
무슨 말을 할지 집중하는 모습에 이안은 미소를 지으며 글을 이어 적었다.
-영상을 팔면 힘들게 콘서트에 참석하신 분들이 불만을 갖지 않을까요?
-전혀.
-그럴 일 없습니다만.
단호한 부정.
그래도 이미 콘서트를 본 사람과 영상을 보고 싶은 사람을 만족할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안은 떠오른 방안 하나를 제안했다.
-그럼 영상에 모자이크해서 위튜브에 올리는 건 어떨까요?
콘서트를 본 사람의 가치는 훼손 안 하고, 콘서트를 못 본 사람의 궁금증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이안은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했으나.
-내가 지금 무슨 대답을 들은 걸까.
-도대체 어떤 알고리즘을 타면 저런 결과가 나와!
…현대 예술인가.
콘서트 영상에 모자이크한다는 발상은 전례가 없다. 아니, 있는 게 이상하다.
난리가 난 채팅창을 보며 도로시는 한숨을 내쉬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관리자가 나서야겠네. 그렇지?”
“어쩔 수 없지.”
이안의 동의를 받은 도로시는 칼을 빼 들었고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관리자가 이안 프라이스님을 퇴장시켰습니다.
…어라.
쫓겨난 이안은 도로시를 봤고.
“아무래도 넌 얌전히 눈으로 보는 게 맞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내가 대신 올려줄게.”
이 결정에 Fianist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무래도 이제야 대화가 될듯했다.
***
자칫하면 콘서트 모자이크 참사라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으나 도로시 덕분에 위기는 무사히 넘겼다.
전체 콘서트 영상은 판매되고 일부 영상은 위튜브로 올라가는 데 합의를 봤다는 뜻이다.
공연 영상이 위튜브로 올라오는 건 그리 오래 안 걸렸고 영상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이틀간 콘서트에서 부른 마흔 곡이 넘는 곡 중에서 영상으로 올라온 건 고작 네 곡.
전체에 10%도 안 되는 영상이었으나.
-…이걸 너만 보려고 했다고?
-글쎄. 수집가가 명품 그림을 꼭꼭 숨겨놓는 거랑 비슷한 느낌일까.
-블루레이는 언제 팔아! 당장 내놔!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가수가 혼자 보려고 찍은 영상.’이라는 소문까지 타니 조회수가 미친 듯이 치솟는 건 당연했고.
덕분에 이안도 바빠졌다. 블루레이 패키지를 준비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기획자인 로엔의 소개를 통해 손쉽게 이뤄졌다.
-다음에는 월드투어로 함께 준비해보죠!
라는 고마운 말도 하긴 했는데. 내후년이면 있던 투어도 줄줄이 취소될 걸 생각하면 콘서트를 언제 열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
정신이 없는 일정 속에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7월에는 예정된 폭염이 찾아왔고.
-기록적인 폭염. 7월 6일 LA 43.9도 기록. 교외인 우드랜드 힐즈에선 47도가 넘는 날씨에 집배원이 열사병으로 사망해.
더위에 관한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안은 타는 것 같이 뜨거운 거리를 내려봤다.
‘진짜 힘들었지. 이 시기에.’
회귀 전에는 노숙자로 거리를 떠도는 시기였다. 더위에 열병으로 죽은 노숙자를 처음 본 때기도 했고.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했던 게 선명하게 기억났다.
노숙자로 살면서 수없이 지켜볼 삶과 죽음의 경계선의 시작점이 이 시기였는데 지금은 달랐다.
-아브…
-이것 봐봐. 날 보고 웃었다니까?
웃는 비비안을 보며 설레발을 치는 데미안을 향해 이안은 빙긋 웃었다.
“그때는 사회성이 전혀 없어요. 그냥 자극에 대한 반응이에요.”
-…미아랑 똑같은 말을 하냐.
“그게 사실인 걸요.”
진실을 말해줘도 툴툴거리는 그를 보며 이안은 잠시 날짜를 계산해봤다.
백일 정도는 돼야 부모의 말에 반응도 하고 그럴 텐데 그때가 9월 말이다. 이미 대학에 다니느라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저 먼 매사추세츠에 있을 예정이었다.
한 달가량 되는 겨울 방학 전까진 그저 지금처럼 영상통화로 만족해야했다.
‘아쉽긴 하네.’
에반과 함께 보낸 기억이 있기에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데미안과 통화를 끝낸 이안은 올리버에게 온 연락을 확인했다.
-레이먼과 마르코 두 감독과 함께 넷플러스에 납품할 작품 준비를 시작했어.
이후 받은 투자금과 활용 계획이 세밀하게 적힌 보고서가 보였다.
이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반에 촬영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제작이라.’
이안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겼다.
내년 중순에는 브로드웨이 작품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그때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제작자들과 오스틴이 꾸준히 접촉 중이고.
어지간한 변수가 없다면 팬데믹 전에 브로드웨이 작품에 들어가는 건 달라지지 않을 거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브로드웨이 작품을 끝내고 얼마 안 지나서 팬데믹이 휩쓸고 지나가고 대부분 촬영 현장은 문을 닫는다.
지금부터 계획을 잘 안 세워놓으면 몇 년간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 있다.
“일단 OTT를 노리는 게 맞아. 그것도 되도록 제작자로 참여해서.”
큰 타격을 입은 영화관과 달리 OTT는 이 시기에 펄펄 날아가니까. 그래서 넷플러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팬데믹이 터지기 전에 작품을 선정하고 투자금을 받으면 전 세계 셧다운 기간에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할 수 있다.
만나서 하면 좋지만, 원격으로 못할 것도 없으니.
‘그럼 본격적인 촬영은 20년 중순이나 말쯤 되나.’
…미국 배경으론 힘들겠는데.
할리우드에서 어떻게든 촬영을 재개하려고 발버둥 쳤으나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곳이라. 잠시 고민하던 이안은 떠오르는 두 곳이 있었다.
“한국이나 뉴질랜드?”
일단 한국은 전 세계 셧다운 상황에서 봉쇄 조치까지 없던 나라였으니 괜찮았고 뉴질랜드도 좋은 선택지다.
유명한 판타지 영화를 필두로 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촬영지로 삼은 아름다운 나라기도 하고 셧다운을 한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게 6월부터 영화 촬영을 재개한 나라였다.
그 외에도 괜찮은 나라들도 몇 개 떠올랐고.
‘어떤 대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고민해봐야겠네.’
결정을 내린 이안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런 고민보다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다. 괜찮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작품 제작에 들어가거나 할 거 아닌가.
다행히도 이안에겐 훌륭한 인맥이 있으니 망설임 없이 문자를 했다.
-지금 온다고? 상관없어.
금방 돌아온 답장에 이안은 이동했다.
차를 타고 익숙한 동네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얼굴이 나왔다.
“이안! 갑자기 어쩐 일이야!”
“에이든, 너무 갑자기 왔나?”
“우리 사이에 무슨. 아멜리아도 네가 온다는 말에 기다리고 있었어.”
확고한 베스트셀러 작가 자리에 오른 두 남매와 이안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종종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서로 스케줄이 어긋나서 만난 건 꽤 오랜만이었다.
“안 그래도 전해줄 말이 있었는데.”
“전할 말?”
“…내가 말할래.”
“그럴래?”
에이든을 막은 아멜리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각막 이식을 받기로 했어요.”
“정말?”
“…네.”
이제는 소녀 티를 벗은 아멜리아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연이은 수술 실패로 가족이 깨진 걸 경험한 그녀는 세상을 바라보는 걸 포기했었다.
그건 작가로 성공한 지금도 마찬가지였고.
이안은 죽은 오빠의 눈으로 살아가던 여인을 떠올려봤다.
그렇게 바라던 세상의 빛을 되찾은 대신 삶의 등불을 잃어버린 여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겠지.’
이 결정에 밝은 미소를 짓는 에이든은 그녀를 떠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정말 잘 선택했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그렇지?!”
고맙다며 수줍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이안은 빙긋 웃었다.
좋은 일이다. 만약 수술이 잘 돼서 시력을 되찾는다면 그녀는 다양한 걸 볼 수 있을 테고 그녀 작품에 도움이 될 테니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던 에이든은 깜빡했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서 어쩐 일로 방문했어?”
“아.”
너무 좋은 소식에 잊을 뻔했다.
이안은 두 손을 내밀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작품을 줄래? 습작도 빠짐 없이.”
“…아.”
…손님인 줄 알았는데, 강도였다.
벌써 두 번째였다.
***
이안이 다람쥐처럼 두 남매가 열심히 모아놓은 작품을 약탈하는 시기.
여름 방학 중인 하버드는 바빴다.
다음 학기에 개강할 과목부터 곧 입학할 2천 명 남짓한 신입생을 관리하는 일까지.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도 그 일이 적은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특히 올해는 살인적 입학 경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엄청난 경쟁이 붙었고 그만큼 성적 우수자도 많았다.
위의 학년과 교직원이 새로운 신입생을 기대할 때 한 전공은 고민이 깊었다.
바로 2015년 개설된 극·무용·미디어(TDM) 전공이었다.
연기와 연극이론, 연출, 극작, 뉴미디어, 가상현실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이 모이는 전공으로 100년간 논의만 이어졌던 연기 전공이 드디어 개설된 곳이다.
하버드가 보수적인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고 예일대에 이어 아이비리그 중 두 번째였다.
다양한 곳에서 훌륭한 교수를 초빙해 열린 TDM은 한 신입생을 주목했다.
“이안 프라이스라니.”
학과장은 눈을 반짝였다.
다시 봐도 설레는 일이다. 두 개의 상으로 이미 연기력은 입증받았고 심지어 제작자 경력까지 있다.
교수뿐만 아니라 학과생들도 이안의 입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경력만 생각하면 학생이 아니라 교수로 데리고 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긴 합니다.”
하버드 교수들답게 쟁쟁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경력을 생각하면 이안도 만만치 않다.
‘솔직히 말하면 인맥도 마찬가지지.’
어릴 때부터 엄청난 인맥으로 유명한 이안이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어떻게 프라이스 군에게 수업을 맡길 방법이 없겠습니까?”
“…수업입니까?”
“그렇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수업을 교수진이 아니라 석박사 학생들이 가르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버드는 스타급 교수들이 수두룩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교수들은 학부생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많은 학생이 석박사 학생이나 teaching fellow가 수업을 가르치는 것에 불만을 갖는 게 사실이고.
“…그래도 학부생, 그것도 신입생은 조금.”
“학생들은 원할 거 같습니다만.”
개설한다고 하면 꽤 많은 학생이 들으려고 할 게 뻔하긴 하다.
교수들도 이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보겠습니다. 방법은 그 후로 생각해보죠.”
학과장의 대답에 교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흩어지던 교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동료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나? 왜 그런 표정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네.”
“싱겁긴.”
떠나는 동료를 보며 차마 교수는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이메일에 잔뜩 쌓였던 대본 더미를.
이안이 하버드를 선택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교수는 금방 걱정을 털어냈다.
‘하긴 어차피 고생하는 건 학생이지. 원래 과제는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교수는 불의에 눈을 감았고.
하버드는 교수형 인재를 받아들였다.
참고로 경력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