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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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많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좁은 푸드트럭에 가득 울렸다.
달궈진 기름 온도와 뜨거운 여름 기온이 만나 숨 막히는 열기를 토해냈다.
“죽어! 이대로는 분명 죽는다고!”
“난 예능을 찍으러 왔지. 다큐를 찍으러 온 게 아니라고.”
재료를 준비하고 치즈와 소시지를 막대에 꽂아 반죽을 묻히고 튀긴다.
오래전 포드가 시행한 분업화된 조립라인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체감하면서 예능 멤버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과 쿡쿡 쑤시는 허리.
쌓여가는 달러 다발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한 장면은 이런 게 아니었다고.”
한 명이 한탄하자 뒤이어 다른 멤버들도 동의했다.
“맞아! 핫도그를 사러 온 사람과 웨얼 알 유 프롬도 좀 하고! 시원하게 커피 한잔하면서 주변도 둘러보고 얼마나 좋아!”
“센트럴 파크! 센트럴 파크가 보고 싶어! 왜 코앞인데 보질 못하냐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은 도시가 뉴욕이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여름에는 롱비치에만 가도 사람이 바글바글하지만 관광은 무슨.
숨 돌릴 틈도 없이 경쾌한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치즈 콘도그 둘, 감자 콘도그 셋이요!”
“으아아아, 누가 손님이 없다고 투정 부렸냐! 너냐?!”
“너도잖아!”
“과거의 나 자식, 원망하겠어!”
예능답게 과장되게 불평을 토로한 멤버들은 주문을 받는 이안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저 아이가 오기 전만 해도 완벽하게 망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장사는 안되고 기껏해야 뭔지 궁금하다는 시선뿐이니.
‘저 아역이 와도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유명한 스타도 아니고 아직 방영도 안 한 드라마의 아역이다.
미드의 아역이라니 대단하긴 해도 손님을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처음 인사 때 호들갑 떨었던 것도 그저 방송 분량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와! 나 요즘 완전 미드에 빠져 살잖아. 진짜 대단하다. 언제 방영되는 거라고?”
“9월 말이요. 제목은 invisible children이고, 좀비가 나오는 드라마에요.”
“좀비! 내가 꼭 보고 만다.”
“근데 너 진짜 잘 생겼다. 괜히 드라마에 나오는 게 아니구나? 우리 가게에 손님 좀 늘겠는데.”
첫 만남에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 희망 섞인 빈말이었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콘도그를 튀겨놔야 할 텐데요?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하는 말을 이때만 해도 농담으로 여겼고.
‘설마 버스터 콜을 눌렀을 줄 누가 알았냐고.’
벤 로버츠와 친분이 있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전화 한 번에 SNS로 홍보를 해줄 정도의 사이인 줄 몰랐다.
덕분에 숨 돌릴 틈도 없이 콘도그를 튀기는 공장이 되어야 했다.
“이안! 이안아, 안 힘드니?”
“네?”
한 멤버의 물음에 주문을 받으며 손님과 농담을 주고받던 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별로 안 힘들어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그런지 재밌는데요?”
“정말 괜찮아?”
“네, 접객을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안은 입 안에 감도는 쓴맛을 삼켰다.
접객? 화상으로 일그러진 이안에게 가게의 얼굴을 맡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접객뿐만 아니라 고객 눈에 잘 안 띄는 주방에서도 항의가 들어와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진짜 아직 안 해본 일이 많구나.’
수십 년의 세월을 살았지만 아직 채워 넣을 구석이 많다니 행복했다.
지금처럼 살면서 두근거릴 일이 더 많다는 뜻이니까.
얼마나 일에 집중하고 있었을까? 슬슬 하루 촬영 시간을 채웠다 싶은 시간.
앳된 목소리가 울렸다.
“프라이스!”
고개를 돌렸던 이안은 놀란 얼굴을 했다.
“어? 넌?”
“네이선 그린버그야. Sucker punch 촬영장에서 만났는데 기억하고 있어?”
“물론이지. 여기서 만날 줄은 진짜 몰랐는데. 촬영은 잘 했지?”
“덕분에! 촬영장에서도 이 콘도그를 엄청 맛있게 먹었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비행기로 6시간 남짓 걸리는 뉴욕에서 네이선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혼자 온 건 아니지?”
“로버츠 씨의 SNS를 보고 할아버지랑 같이 왔어.”
네이선의 손짓을 따라 고개를 돌린 이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여기에?’라는 말이 입안에 감돌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크흠, 날 알아보겠니? 요즘 애들은 잘 모르는데 말이야.”
“알죠. 아이작 그린버그 감독님이잖아요. 영화도 엄청 많이 봤는걸요?”
불안과 외로움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화를 찍었고 뉴욕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였다.
‘내가 뉴욕에 왔을 때는 이미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지.’
만나지 못해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선명한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진심으로 기뻐 보이는 얼굴을 본 아이작은 손자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애들이 보기엔 내용이 무겁고 재미없지 않니? 이 녀석은 내 영화 한 편을 제대로 안 봤는데 말이야.”
“근데 진짜 재미없는걸. 빵빵 터지는 장면 같은 것도 없고.”
손자가 불평을 내뱉어도 그저 즐거워 보이는 아이작의 모습에 이안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말년에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은 이유가 손자 때문이었나.’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러브콜이 쏟아졌는데도 소규모 예술영화만 찍던 감독이었다.
그가 말년에 단 한 번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었고 노장이 고집을 꺾은 이유를 두고 온갖 소문이 돌았다.
근데 지금 보니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오랜 의문이 풀린 이안은 밝은 어투로 말했다.
“여기서 이렇게 만났으니 제가 살게요!”
“아니, 얻어먹을 순 없단다.”
“괜찮아요. 여기 직원 할인도 있거든요. 그죠?”
이안의 질문에 콘도그를 튀기던 멤버들은 심각한 얼굴로 머리를 맞댔다.
“영어가 너무 빨라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얼핏 디스카운트라고 들린 거 같기도 하고. 우리한테 그런 게 있었나?”
“…모를 때는 대답은 하나뿐이지.”
짧게 회의를 마친 멤버는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았다.
“오케이!”
모를 때는 일단 웃으면서 ok를 해라.
이안은 카메라를 힐끔 보곤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있다죠?”
이때만 해도 예능 멤버들이 구멍 난 매출에 서로 의심하는 사태까지 발전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물론 원흉을 알고 있는 방송국 놈들은 잘 한다고 손뼉만 쳤을 뿐이고.
***
해가 저물고, 반짝이는 빛이 도시를 수놓았다.
이안은 아이작과 한 발자국 앞서서 걸었다.
줄리아드 스쿨, 뉴욕 필하모닉,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 속해 있는 곳.
세계 최대의 종합 예술 공연 센터인 뉴욕 링컨 센터 중심에는 빛을 머금은 분수가 시원하게 뿜어져 나왔다.
“아름답지 않니?”
교향곡, 연극, 무용, 오페라, 교육, 극장까지.
뉴욕 예술의 중심지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은 장소였다.
“좀만 더 늦게 왔으면 뉴욕 영화제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올해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나중에 관객이 아니라 참여자로 오면 더 좋고요.”
여러 독립, 예술영화가 소개되는 명망 높은 영화제에 욕심을 감추지 않는 이안을 아이작이 내려봤다.
“목소리.”
“네?”
“목소리가 참 좋더구나.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힘이 있어.”
평생 영화를 찍어온 거장은 다른 걸까?
얼마나 대화했다고 다른 무엇보다 목소리를 지적하는 그의 말은 꽤 신기했다.
“같이 소리를 질러도 누구는 말소리고, 누구는 소음이지. 어쩌면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좋은 목소리일지도 몰라.”
“정치인 같은 거요?”
“그래, 힘 있는 목소리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법이거든.”
잠시 이안과 눈을 마주한 아이작은 빙그레 웃었다.
“보아하니 훌륭한 배우를 정치계에 뺏길 일은 없을 거 같구나. 그래, 지금은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9월 말에 처음 방영할 거에요.”
“9월 말이라.”
아이작은 참 공교로운 시기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마침 뉴욕 영화제가 열리는 시기였다. 재밌는 일이 없나 어슬렁거리는 인간들이 귀찮게 구는 시기기도 하고.
고개를 뒤로 힐끔 돌려 클로이와 대화 중인 자신의 손자를 봤다.
“본인이 나온 영화보다 네가 나오는 드라마에 관심이 깊은 녀석이 있으니 꼭 챙겨보마.”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네요.”
“나이를 먹으면 미각이 둔해져서 오히려 다양한 것들을 먹어봐야 한단다. 새로운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
아이작은 이안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목소리가 특별하다는 건 느꼈지만 아직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몰랐다. 손자의 호들갑을 그대로 믿을 순 없는 노릇이고.
다만 배우로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나는 이안을 위해 충고를 남겼다.
“주목받는 삶은 마냥 행복하지 않아. 이상한 트집을 잡아가며 물어뜯는 언론과 사람들, 피부색만 보고 혐오를 숨기지 않는 쓰레기까지. 이 세상엔 빛을 보고 모이는 구더기가 너무 많거든.”
긴 세월만큼 많은 걸 봐온 노장은 혐오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빛나는 재능들이 욕심과 질투로 썩어 문드러지는 꼴을 너무 많이 봤다.
“힘들다면 주변에 망설이지 말고 도움을 구하렴. 정 필요하다면 나에게 해도 좋단다.”
“아까 먹은 콘도그 값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뭐?”
이안의 농담에 아이작은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역시 계산은 확실한 게 좋겠지.”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요?”
불쑥 튀어나와 묻는 네이선을 향해 아이작은 짓궂게 웃었다.
“어떡하지? 우리 손자보다 이 할아버지가 소년과 더 친해진 거 같은데.”
“어?! 말도 안 돼! 아니지? 내가 더 친한 거 맞지?”
이안은 달라붙는 네이선 뒤에서 입 모양으로 ‘친하게 지내주렴.’이라고 말하는 아이작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명성 높은 감독과 인연을 쌓는 거로는 값싼 대가였다.
아이작은 하나뿐인 손자와 대화 중인 소년을 봤다. 손자에게 도움을 준 특별한 싹이 보이는 소년.
오랜만에 오지랖을 부려 등을 살짝 밀어주고 싶었다.
***
늦은 밤에도 촬영 스태프들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내일 촬영에 쓸 촬영 장비를 확인하고 온종일 고생한 푸드트럭 상태를 살피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을 노릇인데.
촬영된 영상을 살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안 군이 촬영이 내일 하루 남았다고요?”
“그쪽 촬영 일정이 빡빡해서 내줄 수 있는 시간이 이틀밖에 안 된다는데 어떡하겠어.”
PD인 성원도 미련을 가득 담아서 찍은 영상을 봤다.
당장 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도움이 됐는데 보내기 아쉬운 건 그도 마찬가지다.
“PD님, 여기 콘도그 보이라고 부르는 건 이해를 하겠거든요. 근데 드롭킥 보이는 뭔 줄 아세요?”
“아, 그거.”
이안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손님 중에는 드롭킥 보이, 롤링 보이 같은 호칭을 쓰면서 언제 프로레슬링에 데뷔하냐고 묻는 이들이 있었다.
성원도 그게 궁금해서 이안에게 직접 물었고.
“이 기사 때문에 그렇다고 하네.”
-강도를 잡은 놀라운 10살 소년!
-법원을 경악하게 한 Dropkick boy!
지붕에서 뛰어내려 총을 든 강도에게 드롭킥을 갈긴 사진이 크게 떠 있었다.
기사를 본 스태프들은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진짜라고요?”
“진짜라고 하더라. 이 기사도 영상에 삽입하면 반응이 좋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이 재밌는 사실을 왜 혼자 알고 있었어요?!”
쏟아지는 핀잔에 성원은 그저 웃어넘겼다.
이안이 오기 전까지 받았던 구박에 대한 소심한 복수였다.
벌써 어떻게 편집하면 좋을지 대화를 나누는 스태프들의 분위기는 지친 몸과 달리 유쾌했다.
그 와중에 스태프 한 명이 다급하게 성원을 불렀다.
“PD님! PD님!”
“왜?”
“그 이안 군이요. 위튜브를 한다고 했잖아요.”
“그랬었지.”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영상을 위튜브에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조회수는 별로 안 나온다고 했던가.’
하긴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으면 얼마나 많겠는가. 당사자도 취미라면서 크게 신경 쓰는 눈치도 아니었고.
인기가 없는 아쉬워도 괜찮았다. 모국어인 한국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강조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테니까.
“갑자기 웬 호들갑이야.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문제는 아닌데. 이것 좀 보세요.”
스태프가 내민 화면을 봤다.
“분명 조회수가 별로 안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성원은 영상에 적힌 숫자를 확인했다.
이상한 걸 본 듯이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어? 분명히 적다고 했는데.”
…왜 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