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2)
화제의 작품(1)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시나리오, 배우, 감독 등 다양한 걸 거론할 수 있겠으나.
‘역시 가장 중요한 건 투자자지.’
힘들게 유명한 배우와 감독들을 섭외하는 건 관객 이전에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니까.
아웃사이더라는 가제를 가진 작품을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도 투자금을 내놓을 넷플러스에서 거절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니 공을 넷플러스에 던져줬는데.
“음, 역시 그쪽도 결정하기 힘든 문제였나.”
가끔 보면 ‘이런 작품에도 투자한단 말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넷플러스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했다.
하긴 넷플러스가 자랑하는 빅데이터를 사용해도 흥행성 파악이 힘들긴 할 거다.
‘빅데이터도 제대로 된 데이터가 있어야 써먹지.’
왜 하필 이런 작품을 제안했냐며 골머리를 앓고 있을 이들을 생각해 조바심은 버렸다.
어차피 당장 다른 시나리오를 뽑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결과가 빨리 나온다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그만큼 바빴으니까.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7 Confessions of Love는 하루하루가 라이브였고 그만큼 사건 사고도 있었다.
다리가 삐거나 몸 상태가 나빠져서 대역 배우가 대신하는 일부터 급하게 애드립이 필요한 일도 있었다.
‘오늘만 해도 그랬지.’
평소처럼 공연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본 공연이 진행된 지 한 달이 지났고 모두 공연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태였고.
“프라이스 군, 여기에요.”
막 뒤의 시커먼 공간.
퀵 체인지를 위해 옹기종기 모인 공간에서 이안은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드레스처럼 엄청난 복장도 아니고 기껏해야 바지와 셔츠 정도지만 주어진 시간은 30초도 안 됐다.
바꾼 옷으로 무대에 다시 오르려던 이안의 눈에 짧은 환상이 지나쳤다.
크게 울리는 벨소리와 당황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는 관객.
헛것을 봤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스쳤으나 이미 경험이 쌓인 이안은 이게 고사 효과라는 걸 잘 알았다.
‘어떡할까.’
공연이 너무 설렌 나머지 무음으로 해놓는 걸 깜빡했는지 실수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황을 막을 순 없다.
공연 중간인데 냅다 ‘핸드폰 무음을 확인해주세요.’라고 할 순 없잖는가.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무시하는 거다. 공연의 맥을 완전히 끊어놓을 정도도 아니고 명백한 관객의 실수긴 하니까.
“그래도 그건 내키지 않네.”
“뭐가?”
“아무것도 아니에요.”
스태프에게 얼버무린 이안은 사인을 받고 무대 위로 나서며 객석을 봤다.
환상에서 봤던 젊은 여성이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환상처럼 미안함과 수치심에 울상을 지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표정.
얼마나 이 공연에 행복해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표정이었다.
‘평생 남을 좋은 추억을 망칠 순 없지.’
이렇게 생각하며 무대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 공연의 노래보다 여성의 벨소리가 먼저 울려 퍼졌다.
라이로 처음 낸 곡인 Any time.
이 벨소리의 주인이 자신인 걸 깨달은 여성은 창백해진 얼굴로 손을 움직였다.
“아!”
쏠리는 시선에 울상을 지으며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는 관객을 보며 이안은 벨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See you anytime. Any time. I’m waiting for you~”
넓은 공연장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순간 빼앗겼던 시선을 이안은 단박에 되찾았고 핸드폰을 꺼낸 여성이 벨소리를 끄자 노래를 멈췄다.
기본적인 예의도 못 지킨 관객에게 불쾌감을 느끼기보단 노래가 멈췄다는 것에 사람들이 아쉬움을 느낄 때 이안은 능청스럽게 대사를 내뱉었다.
“크흠, Any time이 명곡이긴 해도 역시 고백할 때는 다른 곡이 좋겠지? 노래가 어딨더라.”
은근한 신호를 찰떡같이 알아들은 기술팀은 바로 음악을 틀었다.
돌발 상황을 유쾌한 해프닝으로 만드는 이안의 대처에 사람들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바로 공연에 몰입했다.
공연 후 반응도 좋았다.
-7 Confessions of Love 공연 후기. (feat. 이안의 애드립)
정말 이번이 첫 공연이 맞는지 신기할 정도로 대처 능력이 좋았다는 평가가 가득했다.
‘하긴 이게 공연의 묘미이니까.’
같은 공연이라도 완전히 똑같을 순 없다. 배우들의 컨디션과 돌발 변수에 따라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 공연의 매력이었다.
괜히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반복해서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n차 관람 성공한 사람 있냐?
└1차도 힘든데 무슨 n차야!
└있어도 말하기 힘들걸. 운영자가 단두대로 보내버리던데.
└아아, 이안에게 공연장 앞에서 마스크 하나를 받는 거로 모든 운을 써버렸다지.
└…혼자 있고 싶으니까 다 나가줄래?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이안 팬만 아니라 뮤지컬 팬까지 티켓팅에 뛰어든 7 Confessions of Love를 여러 번 관람한 사람은 드물었지만.
거기에 본 공연 기간이 지나갈수록 경쟁률이 떨어지긴커녕 더 심해졌다.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뜻이니 공연 관계자로선 좋은 일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암표 이야기는 들었지? 그렇게 잡으려고 노력을 해도 어떻게 사라지질 않냐.”
“저도 팬들에게 사지 말라고 부탁해도 쉽지 않네요.”
암표상도 구하기 힘든 티켓인 만큼 그 가격도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올라갔다.
비싼 암표를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공연 기간을 늘릴 수도 없고.’
이안은 고민 끝에 내놓은 해결책을 말했다.
“그러지 말고 공연 실황을 영화관 같은 곳으로 공개하는 건 어때요?”
“흐음… 공연 실황이라.”
브로드웨이 공연을 영상화하는 시도가 드문 건 아니었다.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한 경우도 있고 실황 자체를 녹화하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일은 아니지만.’
그럴 만도 한 게 잘 나가는 작품일수록 장기 공연을 목표로 하는데 저렴한 영상이라는 대체재가 등장하면 티켓 판매에 좋을 게 없었다.
거기에 작품 시나리오, 배우, 음악 등 복잡한 계약이 뒤엉켜 있는 만큼 이걸 정리해서 영상으로 내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래도 공연 실황은 시도해볼 만하지 않아요?”
“그건 맞지.”
뮤지컬뿐만 아니라 콘서트도 이런 실황이 이뤄지곤 했으니 계약을 맺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안 군은 괜찮고?”
“저는 괜찮아요. 대신 얻은 수익에서 그만큼 배우들을 챙겨주는 건 잊지 말고요.”
공연하는 배우들과 벌써 반년이 훌쩍 넘게 함께 해왔고 정도 많이 들었다. 그러니 코앞으로 다가온 팬데믹 상황이 더 걱정됐다.
전부 문을 닫은 공연장 때문에 배우 생활을 접고 한동안 힘든 생활을 해야 할 테니 말이다.
‘공연 실황으로 조금이라도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좋겠지.’
티켓팅 실패, 뉴욕이라는 거리 등 여러 이유로 뮤지컬을 보지 못하는 팬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될 테고.
이안의 제안에 마이클은 바로 계산기를 두들겨 봤다.
공연 실황을 한다고 해서 연일 매진인 좌석에 빈자리가 생길 것 같진 않았다.
‘주인공을 바꾸고 다시 공연을 꾸리려면 돈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편이 좋긴 하지.’
고민을 거듭하던 마이클은 결정을 내렸다.
“그럼 바로 업체를 찾아보도록 해야겠네. 시간 여유가 별로 없으니 말이야.”
“정해지면 최대한 빨리 알려주세요. 암표 구매를 막고 미리 홍보도 하려면 빨리 알릴수록 좋으니까요.”
“알겠어.”
얼마 후 업체를 구했다는 연락을 받은 이안은 바로 SNS에 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이안 프라이스입니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7 Confessions of Love의 공연 실황을 영화관에서 상영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세부 일정이 나오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 글을 본 팬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이안이 공연 실황을 상영한다고? 해킹인가.
└해킹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럼 진짜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팬이 피눈물을 흘렸던 단독 콘서트 때도 공연 실황 같은 건 안 해주지 않았는가. 심지어 훌륭하게 영상 촬영까지 해놓고 말이다.
팬들은 혼란스러웠다.
-이안이 협박을 당하고 있구나!
└이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긴 하지.
└협박범의 무죄 시위라도 해야 할까?
└판사도 인간성이 있다면 무죄 선고할 듯.
-좋아하지 마. 대규모 팬미팅과 실황 공연이라고? 둘 중 하나야.
└이안이 인간미를 되찾았거나, 큰 게 오거나.
└하하하! 큰 게 와봤자, 얼마나 큰 게 오겠어.
└우리는 온갖 수라장을 겪어왔다. 어지간한 일이라면 다 웃고 넘길 수 있지.
└이제 와서 팬미팅 규모를 줄인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놀랍게도 이안이라면 가능한 일이지.
너무 행복한데, 상대가 이안이라서 순수하게 즐길 수가 없었다.
***
공연 실황은 대충 카메라만 설치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각 장면에 맞는 최적의 카메라 각도부터 시작해서 따질 요소가 많았다. 실황 공연 판매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도 견적을 내봐야 했고.
여러모로 7 Confessions of Love가 실황 공연 준비로 분주해질 때 이안은 이곳만 신경 쓸 수 없었다.
뮤지컬의 폐막이 다가온다는 뜻은 팬미팅 일정도 다가온다는 뜻이니까.
“제작자와 협의를 해서 넘버 몇 개를 팬미팅에서 부를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쪽과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여섯 도시에서 이뤄지는 팬미팅인만큼 에이전트인 닉은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무대를 준비 중인 전문가들과 이안 사이에 연결고리를 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준비 자체는 순조로웠다.
무대 경험도 어느 정도 쌓인 상태고 그만큼 준비 기간도 넉넉히 잡고 진행했으니 말이다.
두 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이안은 기다리던 연락을 받았다.
-이안, 통화할 수 있죠?
“물론이죠, 수잔.”
드디어 넷플러스에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듯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죄송해요. 이 작품만 아니라 여러 작품도 함께 검토해야 했거든요.
“아니에요. 그래서 어떤 결론이 나왔나요?”
-우선 몇 가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이 저희에게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십니까?
음, 퍼리가 성공할지 물어본다면 미래에서 온 이안도 쉽게 답을 못 내놨다. 다만 해줄 수 있는 말은 있다.
“OTT 업체인 넷플러스가 다양한 작품을 추구한다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 좋죠. 걱정 중 하나인데 영화한 뮤지컬 작품 기억하시죠? 저희 직원 중에선 그 꼴이 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훌륭한 반면교사가 있는데 그걸 따라갈 생각은 없습니다. 제 제작자 커리어를 그렇게 끊어먹고 싶지도 않고요.”
애초에 그런 끔찍한 고양이 수인은 노리고 만들기도 힘들었다.
“주인공 머리를 늑대로 한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늑대 같은 동물은 이미 CG로 구현한 경험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늑대 인간 같은 건 일반인에게도 익숙하니 거북함도 덜할 테고요.
레퍼런스가 다양한 만큼 주인공을 최대한 멋있게 만들 수 있다.
수많은 퍼리 외형 중 늑대 머리를 고른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내부에서 나온 문제 중 하나인데. 이안 군을 남자 주인공으로 쓰기엔 아깝다고 하더군요.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늑대인간처럼 인간으로 돌아올 때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퍼리였다.
본인 얼굴 한 번 안 나오는 배역에 들어가기엔 아깝다는 평가를 받을만했다.
‘그래도 쉽게 연기할 건 아닌데.’
온몸을 CG로 둘둘 감싼다고 해서 연기력이 필요 없는 역할은 아니다. 오히려 상상력을 얼마나 발휘해서 연기하냐에 따라 캐릭터의 매력이 확 달라질 터였다.
‘근데 또 틀린 말은 아니야.’
넷플러스로선 A급 배우인 이안을 쓰는 보람이 없다고 느낄 법하니까.
고민해보니 생각보다 해결 방안은 쉬웠다.
“제 얼굴이 안 나오는 게 문제라면 배역 하나를 더 맡을까요?”
-…네?
“어차피 주인공은 얼굴도 안 나오니까. 1인 2역 해도 괜찮겠네요.”
한 작품에 2가지 배역? 오히려 좋았다. 마침 탐이 나는 배역도 있었고.
“인간쪽 악역 보스는 어떱니까?”
이 제안에 수잔은 재빨리 시나리오를 떠올려 봤다.
손속은 잔혹하지만 그녀가 처음 이안에게 바란 위험하고 짐승남 같은 매력을 잔뜩 품은 배역이었다.
‘짐승남과 짐승 역할을 같이 한다, 라.’
…괜찮은 거 맞나?
수잔은 판단이 제대로 안 섰지만, 어차피 질문 전에 투자하기로 결정 난 상태였으니.
-좋은 작품을 부탁할게요.
“감사합니다. 계약을 위해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두 계약을 맺은 이안은 누구보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아멜리아, 축하해. 넷플러스에서 투자한다네.”
-정말이죠?
“응.”
-꺄아아악!
저렇게 좋을까.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얼마 후.
-이안 프라이스의 다음 작품은 퍼리?
충격적인 기사와 함께 할리우드가 발칵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