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6)
듀오(1)
인기는 불꽃과 같다.
그런 면에서 스타라는 건 어떻게 보면 힘들게 붙인 불꽃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조난자와 같다.
멈추는 순간 아무리 크게 피운 불꽃도 꺼질 수 있기에 새로운 장작을 계속 던져넣어야 하고, 빛을 보고 찾아오는 날벌레들과도 사투를 벌어야 하니 말이다.
‘이건 나도 피할 수 없는 일이지.’
다른 이들보다 나은 점은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쉼 없이 발버둥치는 게 막막하기보단 즐겁다는 것 정도.
아무리 많은 작품을 찍어도 긴 세월 비루한 위치에서 지켜온 욕심을 전부 채울 순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내가 조심해야 하는 건 날벌레야.’
이안은 화면을 봤다.
이번 마스크 기부에 관한 기사들이 줄지어 보였다. 현지에서 인용한 가벼운 감사 인사가 포함된 기사도 보였고.
“이 정도면 허튼수작을 부리진 않겠지.”
시간이 지나면 남아도는 게 마스크가 되겠지만, 당장은 어느 나라든 부족한 게 방역 물품이다.
불만이 쌓이기 딱 좋은 상태고 이걸 해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새로운 원망의 대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안은 자신이 그 타겟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았다.
좌표 찍으면 관심받기 쉬운 유명인일뿐더러 굿즈로 마스크를 꽤 많이 수입한 상태다. ‘저놈 때문에 마스크가 부족한 거요!’라고 주장할 수 있단 말이다.
기부는 이걸 막기 위한 선조치였고.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인데 팬들에겐 날벼락 같았나 보다.
-뭐야. 우리 굿즈 어디 갔어?!
└짜잔,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이 자식들아, 마스크는 됐으니까 포장지라도 주라고!
└포장지라도 수입하면 안 되나?
└응, 생산 중단이야.
-(새로 받은 마스크를 보고 어리둥절한 후베이성 의료진 사진). “왜 이안 사진이 여기 있지?”
└아아, 그건 굿즈라는 것이다.
└그래도 옆 사람은 이안 팬인 거 같은데? 엄청 좋아하네.
└그래, 태평양 너머 한 명의 Fianist라도 행복하면 됐지.
└(오열 중인 다른 사진) 안 행복해 보이는데?
└…뭐야? 왜 그러고 있어.
└감염 예방을 위해 의료폐기물로 포장지까지 다 버려야 했대.
└OMGGGGG!
좌절하는 걸 보면 말이다.
팬 사이트의 글을 쭉쭉 읽으니 드는 생각인데.
“이러다 나중에 필요해도 포장지를 안 뜯으면 어떡하지.”
‘에이, 설마 그러겠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온갖 인간들이 모인 미국은 상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코로나 치료로 살균제를 주사해서 죽는 사람들까지 나온 곳이니 굿즈를 뜯느니 마스크를 안 쓰고 만다는 사람들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네.’
일단 당장 급한 건 아니다. 그렇게 판단한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안! 짐은 다 챙겼니?!
“네!”
시간이 흘러 놀러 가기로 약속한 시기가 됐으니 말이다.
***
노숙자로 살아남기 위해선 장소가 중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구가 많은 곳이고.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많아야 뭐라도 던져줄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일부러 사람이 드문 한적한 장소를 찾는 건 낯선 일이었다. 하물며 여행이라는 목적으로 수십 명의 사람과 함께 오는 건 특히.
“빨리 짐부터 옮기자고!”
높은 울타리 안으로 지어진 크고 넓은 저택과 그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호수와 숲.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쓸 것 없는 휴양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장소였다. 용케 이런 곳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옮길 짐이라고 해봤자 얼마 없었다.
짐 대다수는 이미 사람을 시켜서 옮겨 놨으니까. 오히려 옮겨진 짐을 확인하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었다.
“많이도 채워놨네. 이거 우리 다 먹을 수 있는 거 맞니?”
아빠인 딜런은 식재료를 보관하는 창고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수용 인원만큼 넓은 창고에는 음식이 꾸역꾸역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빈말이 아니라 딱히 외부로 뭘 사러 나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부족한 것보단 넉넉한 게 낫잖아요.”
“음, 그래. 알겠다.”
별말 없이 웃으며 식재료를 살피는 딜런은 이안은 잔잔한 미소로 바라봤다.
많은 양인데도 능숙하게 해결하는 건 여러 가게를 운영하는 대표다웠다. 작은 식당도 힘들게 운영할 때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였고.
시간과 함께 성장하고 바뀐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
그걸 느끼고 있자니 일을 다 끝낸 딜런이 이안의 어깨를 자상하게 두들겼다.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겠네. 빨리 돌아가자.”
어느덧 제 키만큼 커진 아들에게 보내는 애정은 세월에도 바래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위로 올라가자 짐을 풀고 할 일을 끝마친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다다다 달리는 뜀박질 소리가 들렸다.
“이아안! 우리 여기에서 같이 지내는 거야?”
“응.”
이 대답에 에반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평생 여기서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
…평생은 조금 그렇지 않을까?
에반의 금발을 토닥여주며 어슬렁 걸어오는 벤에게 말했다.
“그래도 애들이 좋아할 것 없는 한적한 곳인데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얘는 너만 있으면 사막도 좋아할걸. 그렇지?”
“응!”
“어휴, 누가 아빠인 줄 모르겠네.”
장난스럽게 웃은 벤은 손에 든 맥주 캔을 흔들었다.
“다음 달이면 같이 술까지 마실 수 있겠네? 우리 레이첼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데 말이야.”
“안 마실 건데요.”
“왜 섭섭하게. 남자라면 술에 진탕 취해보는 경험도 해봐야 한다니까?”
“됐거든요.”
적어도 취할 때까지 마실 생각은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할 수 없는 회귀라는 비밀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마음 편히 놀고 있을 여유도 없어.’
이번 여행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아웃사이더 제작 준비와 점점 확진자가 늘어나는 팬데믹 문제도 어느 정도 관여해야 했다. 이 두 가지만 해도 정신없긴 할 거다.
그래도.
“데미안! 깃털 날리잖아. 공작새는 들여놓지 말라고.”
“게빈, 나랑 영화 한 편 보자고. 아웃사이더에 참고할만한 영화야.”
“거짓말하지 말게나. 내가 네 말을 믿느니 필릭스랑 밥을 먹으러 가고 말지.”
첫날 정도는 즐겨도 될 듯했다.
이안은 손짓하는 이들에게 걸어갔다.
***
-냐아앙.
무릎에 누운 크림이를 쓰다듬으며 이안은 아웃사이더의 시나리오를 넘겼다.
여자 주인공은 퍼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고, 가해자엔 인종 구분이 없었다.
‘원래 절대적인 가해자는 없는 법이지.’
어떤 인종, 배경을 갖든 다수를 이루면 언제나 소수를 향한 차별은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꿋꿋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걸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미련함 덕분에 그녀는 짐승 같은 외형을 한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운명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비현실적이라며 무시당한 것에 처음 닿았을 때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나리오에 파고 들어갈 때 어깨를 두들기는 손길이 느껴졌다.
“잘 잤어요?”
“아, 아멜리아. 나야 잘 잤지. 잘 왔네. 여기 앉아.”
수줍게 인사한 그녀를 맞은 편에 앉혔다.
언제나 붙어 있던 에이든 없이 홀로 다니는 모습은 그녀가 자립을 시작했다는 걸 보여줬다.
“재밌어요?”
“재미는 있지. 그러니 넷플러스에서 투자도 해준 거 아니겠어?”
“솔직히 말하면 이 시나리오를 거절할 줄 알았어요.”
완전히 틀린 예측은 아니다. 거절할까 생각도 했고 넷플러스에서 거부했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도라도 해본 건.
“이 주인공이 꽤 마음에 들었거든.”
“퍼리요?!”
…좋아하지 마.
누가 보면 퍼리 동료에 합류한 줄 알겠다.
“그냥 과거 기억이 조금 떠올랐을 뿐이야.”
짐승과 같은 외형으로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모습은 옛 기억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굳이 1인 2역이라는 수단을 써서 주인공을 맡은 이유도 이 때문이고.
‘거기에 이런 역할이 낯선 것도 아니긴 하지.’
흉측한 얼굴을 숨길 수 있는 배역을 맡는 건 초기에 배우로 살아간 방법이었다.
제대로 된 수익도 얻기도, 배역을 따내기도 힘든 시기였으나 배우로서 돈을 번다는 사실에 행복했던 때기도 하고.
어리둥절한 그녀에게 자세한 설명을 못 하는 이안은 그저 작게 웃었다.
“그냥 그런 게 있어. 만들게 돼서 싫은 건 아니지?”
“그럼요!”
열의가 있는 모습을 보니 아주 기쁘다.
“합숙으로 일을 하면 좋은 점이 뭔 줄 알아?”
“뭔데요?”
“출근이 없지.”
힘들게 인파에 치여서 일을 하러 갈 필요가 없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바라는 일이 아닐까?
“그럼 단점은 뭘까?”
“…퇴근이 없다?”
참 똑똑한 직원이군요.
그런 직원을 위해 이안은 방긋 웃었다.
“자, 첫날을 쉬었으니 일을 해야지?”
첩첩산중 도망칠 곳은 없다.
현실을 깨달은 아멜리아와 함께 두 감독을 데리고 이안은 본격적인 제작 작업에 들어갔다.
프리프로덕션.
영상 제작을 기획하는 단계였고 뭉친 인원은 빠르게 일을 진행해 나갔다.
“6화 분량의 드라마인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를 만지는 건 꽤 오랜만이구나.”
“그래요?”
“영화 한 편 망치고 잠시 촬영 감독으로 일한 적도 있거든. 아주 예전 일이지만.”
이젠 추억을 삼을 수 있는 이야기를 꺼냈던 게빈은 랜든과 바로 시나리오를 쪼갰다.
6화 분량으로 쪼갠 시나리오의 내부를 채우는 건 아멜리아와 에이든 그리고 이안이었다.
물론 내용 대다수를 채우는 건 원작자인 아멜리아지만.
“여기서 새로운 동료를 추가하는 건 조금 그래. 아직 남자 주인공에 사람들이 정을 붙이기 전이잖아.”
“어허, 키스는 빼라니까. 나름 로맨스라고? 그냥 잘못 보면 잡아먹는 것처럼 보이겠다.”
쇼러너처럼 에피소드를 정리하는 건 이안의 몫이었다.
그녀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주는 건 덤이고.
이안의 도움이 더해지자 여백이 빠르게 채워졌고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정도면 그냥 직접 시나리오를 써도 될 거 같은데요.”
“그러게. 이안, 그냥 다음에는 각본가도 겸해보는 게 어때?”
둘의 제안에 고개를 흔들었다.
각본가 역할? 하려면 할 수는 있다. 각본가로 활동한 아멜리아의 경험도 있고 쇼러너 역할도 해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 돼.’
자신의 머리에는 수많은 미래 대본들이 들어가 있다.
창작은 무에서 창조하는 게 아닌 만큼 자신도 모르게 표절을 할지도 모른다. 비록 그게 바뀐 미래 탓에 나오지 않을 작품이라도 기본적인 예의였다.
관심 없다는 말로 둘러댄 이안은 몸을 일으켜 예산 편성과 스태프 구성을 준비하는 두 감독에게 다가갔다.
“스태프 구성은 조금 미룰 수 있을까요? 어차피 촬영은 생각보다 빨리 못 할 거 같거든요.”
“왜?”
이안은 핸드폰을 꺼내 기사를 보여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매일 같이 늘어나는 감염자 숫자를 본 둘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렇게 문제될 거 있겠니. 예전에 비슷한 질병이 돌긴 했는데 아무 일 없이 지나갔거든.”
“맞아. 아시아에서나 퍼지고 말았지.”
확실히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인 사스나 메르스는 당시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시아만 할퀴고 갔다.
그런 경험이 있으니 대다수 미국인은 방심하고 있고.
“혹시 모르니까요. 조심하자는 의미에요.”
“그래, 뭐 스토리보드 제작이랑 장소 섭외랑 그런 걸 하려면 어차피 시간도 오래 걸리니까. 급할 것도 없고.”
둘은 느긋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평소라면 빨리 촬영하고 싶어 몸이 달아올랐을 이안이 이런 제안을 하는 게 낯설 뿐이다.
“오늘은 이쯤하고 쉬어요.”
“그래, 벌써 식사 시간이 됐구나.”
오늘치 일을 끝낸 이들은 기지개를 켜며 움직였고 그 뒷모습을 보던 이안은 다시 핸드폰을 봤다.
쉼 없이 팬데믹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럼 이쪽 일도 해볼까?”
이안은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알던 미래지만.
-공중보건서비스 단장, 마스크는 효과가 없고 의료 업계 종사자를 위해 물량이 부족할 수 있으니 구입 자제를 권고.
이런 기사를 보고 있자니 황당했다.
허위 기사가 아닌가 의심되는 내용이지만 진짜 이딴 소리를 해놨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안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
최소한 마스크의 필요성이라도 빨리 잡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
다행히도 자신은 저런 헛소리를 하는 머리를 때려줄 수단이 있었다.
“정치질은 정치인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물론 좋은 일이니 혼자할 순 없는 법.
이안은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니! 어쩐 일이야. 여행은 즐겁고?
“잘 지내고 있죠. 그보다 저랑 좋은 일 하나 하실래요? 오랜만에 비즈니스 파트너가 필요…”
-뚝
샬럿이 전화를 끊었다.
“저런 달링이 오랜만에 좋은 일을 하려니까 쑥스럽나 보네.”
얼마 후 샬럿은 계속되는 보이스 피싱에 항복 선언을 내뱉었다.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과거 할리우드를 뒤집었던 듀오가 다시 뭉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