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0)
파장(1)
난세에 영웅이 나는 것처럼 끔찍한 팬데믹에도 돋보이는 이들은 있다.
그중 굿즈로 마스크를 미리 준비하고 초기부터 마스크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이안과 예언가라는 별명처럼 지금까지 팬데믹 전개 과정을 꾸준히 경고해 온 제이 안.
이 두 사람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근데 이 둘이 동일인물이라고?’
잭은 절로 떠오른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그런 무의미한 질문을 던져봐야 우둔해 보일 뿐이니.
‘거짓말은 아니겠지.’
폭탄 발언을 하고도 여유로운 태도와 의회라는 자리가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언젠가 들통날 거짓말을 멍청하게 했다기보단 그저 사실을 말했다고 봐야 했다. 그러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나.”
정치는 이름만 거창하지 뜯어보면 별 것 아니다.
타인의 관심을 끄는 건 권력이 되고 그걸 휘두르는 과정을 정치라고 부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눈앞에 고작 21살에 불과한 청년은.
“거짓말쟁이군.”
고작 한 마디로 청문회에 쏟아진 관심을 홀로 쓸어갔다. 날고 기는 정치인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말이다.
누구 보다 정치인 같았다는 말이다.
‘손가락이나 빨고 지켜봐야겠네.’
옆에 앉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잭은 허탈하게 웃었다.
들러리로 만족을 못 하고 스스로 주인공 자리에 올랐다.
천성이 스타였다. 그것도 정치인보다 욕심이 많은.
***
심각한 현재 상황만큼 많은 관심이 쏠린 청문회였다.
지금까지 정책 실수와 향후 정책 방향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으나 결국 사람들 기억 속에 남은 건 하나였다.
-상원 청문회에서 이안 프라이스 충격 발언. ‘제가 제이 안입니다.’
-이안이 밝힌 제이 안은 어떤 인물이었는가. 2차례 예언뿐만 아니라 다수의 영화를 성공적으로 제작한 제작자.
-정말 이안과 제이 안은 동일인물이었을까? 이제야 이해되는 정황들.
이안과 제이 안이 동일인물이었다.
이 소식을 담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청문회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빠르게 확산했다.
솔직히 바로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정말 둘이 같은 인물이라고?
└말이 되나…? 제이 안이 지금까지 공동이라지만 프로듀서로 만든 영화가 여섯 편이 넘는데.
└그건 그나마 이안의 직업이니 그렇다 치고. 제이 안은 4년 전에 대선까지 맞췄잖아.
└이번 팬데믹으로 의학적 소견도 인정받았지. 괜히 제이 안이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의심받은 게 아니라고.
-진짜 말이 안 되는 이유: 이안으로 배우 활동하고, Holy Love를 제작하고, 공부까지 하면서 제이 안으론 영화를 제작하고 Quiver에서 답변까지 달아줬다고? 이게 인간이 가능한 일이냐?
└짜잔, 절대란 없군요.
└남들은 하나 하기도 버거운 일인데 이게 가능하다고?
상식을 들먹이며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후속 기사가 쏟아졌다.
-제이 안과 공동 프로듀서 올리버 워커, ‘이안이 제이 안이 맞다. Sucker Punch로 인연이 닿았다.’
-이안의 드라마 제작사와 제이 안의 영화 제작사 합병 예고.
-Holy Love와 아웃사이더 제작을 맡은 제작사와 다수의 영화를 모두 성공한 영화 제작사의 합병. 전문가들 새로운 중견 제작사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어.
올리버의 증언과 제작사 합병 소식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사실이란 걸 알려줬다.
특히 할리우드에선 합병을 통해 새로 탄생할 제작사를 두고 계산기를 두들기느라 바빴다.
여러모로 넷플러스 최고 화제 작품인 아웃사이더를 제작하는 곳과 단기간 여러 작품을 제작하며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영화 제작사.
이 둘이 합쳐지며 생길 파급력은 보통이 아닐 테고 그곳의 주인인 이안은 더는 단순한 연예인으로 취급할 수 없었다.
물론 이번 일로 가장 놀란 건 역시 이안의 팬이었다.
-이안, 또 너야?!
└라이도 모자라서 이번엔 제이 안이냐!
└이안의 아바타: 라이(유튜브부터 시작해 빌보드 1위까지 찍은 가수), 제이 안(예언가, 교주, 교수, 다수 영화 제작자)
└…어떻게 저런 게 아바타?
└중요한 건 지금 이안의 나이가 고작 21살이라는 거지.
└내가 게임 캐릭터 만들 때 얘는 유명인을 만들어놨네.
-근데 알고 보니 힌트가 많긴 했어. 이름부터 j 이안이고, 수상할 정도로 대본을 좋아하기도 했잖아.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하버드도 발칵 뒤집혔어. 이안이 특별 수업 끝내고 학생들에게 제이 안을 소개해줬거든.
└어쩐지 낯선 교수의 과제에서 익숙한 향기가 난다 싶었지.
└???: 내 대학원생을 뺏길 순 없지.
└…이거였네.
-처음에 듣고 엄청 놀라긴 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까 엄청 놀랍진 않네.
└그냥 이안이 이안 한 느낌이지?
└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게 한두 번이어야지.
└나쁜 일이 아닌 게 어디야.
일단 팬 사이트부터 떠들썩하다.
새로운 떡밥이 굴러왔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제이 안이 그동안 남겨놓은 글을 발굴하며 온갖 이야기를 주고받는 팬들의 반응은 그나마 낫다.
진짜 큰일들은 수면 밑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안 군, 새로 광고 계약을 맺자고 연락이 오는 곳이 잔뜩입니다.
“그래요?”
-네, 이번 일은 미국에서만 이슈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미국과 달리 해외에선 제이 안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건 의미 없었다. 어차피 이안이 유명하니 말이다.
해외에서도 가십거리로 빠르게 퍼지고 있고 여기에 돈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붙었다.
‘그래도 광고 계약은 의외네.’
바닥을 찍은 주가는 마법의 단어인 선반영으로 회복세를 보이나 실물 경제가 멀쩡해진 건 아니다.
이렇게 경제가 나빠지면 보통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게 광고고.
이런 상황에서 광고 계약을 맺자고 연락 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어떻게 할까요?
“양해를 구하며 거절해주세요. 광고 촬영 같은 걸 할 상황이 아니잖아요.”
광고로 돈을 버는 게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 어차피 돈은 이번에 한 투자로 차고 넘칠 정도로 벌 수 있을뿐더러 감염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해서 좋을 게 없다.
할머니인 소피아를 위해서 그렇고, 정체를 밝히면서 방역의 상징 같은 게 됐으니 모범을 보일 필요성이 있다.
이안은 에이전트인 오스틴에게 물었다.
“광고 말고 다른 곳에서도 연락이 왔죠?”
-네, 공화당과 민주당의 선거 캠프에서 각각 연락이 왔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이안이 최고로 핫한 인물이 됐다. 대선을 코앞에 둔 선거 캠프에서 탐을 내지 않은 게 이상하다.
민주당으로선 팬데믹 이후 방역 정책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고 자신들의 지지자들이 많은 할리우드 스타인 만큼 ‘이안은 역시 우리 편이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고.
‘놀랍게도 공화당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겠지.’
이번 청문회가 끝나고 정책 실패로 신나게 두들겨 맞아야 했는데 관심을 이안이 싹 끌어모으며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건 피할 수 있었다.
거기에 대통령에게 친구라는 말을 들었다고 당당하게 밝히기까지 했다. ‘어라, 얘 사실 우리 편인가.’라는 생각을 할법했다.
실제로 청문회가 끝나고 두 당의 사람 모두 접근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개인 방역에 힘을 쓸 시기라서 불가능하다고 해주세요.”
-훌륭하신 선택입니다.
굳이 한쪽 편을 들면서 귀찮은 꼴을 당할 생각은 없다. 연기 할 때 불편할 따름이니 말이다.
-안 그래도 이번 청문회 이후 양측 지지자들 사이에서 호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죠.
“서로 착각하게 내버려 두는 게 가장 낫죠.”
미국에는 정말 온갖 사람들이 모여 있다.
LA처럼 개방적인 지역이 있는가 하면 혼전순결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지역도 있고. 건강을 위해 비싼 샐러드를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토마토를 그저 케첩으로만 알고 자라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나라에서 이안의 최고 장점은 팬들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점이다.
‘굳이 퍼리 팬까지 추가하고 싶진 않았지만.’
아무튼, 한쪽 편을 들면서 이 다양성을 굳이 포기할 이유는 없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대통령이 말썽 일으키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 이안 군의 의견을 양측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할게요.”
-인터뷰는 어떻게 할까요?
“최대한 서면 인터뷰 쪽으로 잡아주시고…”
이후에도 한동안 앞으로 일을 주고받은 이안은 피곤함을 담은 한숨을 내뱉었다.
호텔 창밖을 봤다. 곧 떠날 워싱턴 D.C.의 풍경이 보였다. 팬데믹 시기답게 거리는 삭막할 따름이었다.
“그나마 지금이라서 다행이네.”
팬데믹 시기가 아니면 기자와 파파라치에게 한동안 엄청나게 시달렸을 거다. 그만큼 파장이 큰일이니 말이다.
당장 뭘 하기 힘든 시기인데도 할리우드와 정치권, 언론까지 반응이 쏟아져 나오지 않나.
거기에 아직 일을 벌인지 얼마 안 된 상황이란 것도 생각해둬야 했다.
‘지금 이슈가 빠르게 가라앉지는 않을 테니까.’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유로 집에 틀어박혔고, 뉴스에는 누군가의 부고 소식과 팬데믹 확산 이야기만 주로 나올 뿐이다.
너무 심심한 나머지 집 꾸미기나 시간 많이 드는 실내 취미 같은 걸 찾는 시기인데 이런 재밌는 떡밥을 쉽게 놔줄 리가 없다.
“…역시 그렇네.”
이안은 팬 사이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긴 업무 통화로 관심을 끊은 동안 예상하던 일이 생겼다.
-여기가 제이 안의 팬 사이트입니까?
└교수님의 자료를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교수님이 추천하신 대본 100선부터 함께 보도록 하죠.
└필요 없어!
└사양하실 것 없습니다. 대학원하시지 않겠습니까?
└싫어! 싫다고!
-교주님의 좋은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 모두 교주님의 매력에 빠져보도록 하죠.
└1차 예언과 2차 예언의 때를 이야기해 보고 이후 다음 대선에 대한 3차 예언을 생각해봅시다.
└교주님의 말씀을 들으면 여러분도 선댄스 영화제에 입상하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자, 일단 찬송가부터 듣도록 합시다. (찬송가.mp3)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데스메탈로 찬송가를 만들었어?!
-운영자! 운영자! 제발 새로운 게시판 좀 빨리 파서 이놈들 좀 처박아.
└이제 하나가 되었는데 차별은 좋지 않습니다.
└진정한 팬끼리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 마음대로! 당장 게시판 파줄 테니까 나가!
Quiver에서 온갖 말썽을 일으키던 제이 안의 팬들이 침공했다.
새로운 이웃의 방문에 팬들은 떠들썩한 환대를 하는 중이고.
글을 쓱쓱 내리던 이안은 순간 멈칫했다.
-혹시 털 있는 짐승을 좋아하니?
└믿음만 있다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다.
└훌륭한 생각이야! 포교할 때 인형탈을 쓰는 건 어떻게 생각해?
└나쁘지 않을 거 같군요.
…어라?
-우리 퍼리 팬덤과 제이 안 팬덤은 정식으로 동맹을 맺는 건가.
└건설적인 토론으로 한 번 힘을 합쳐보죠.
└아주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퍼리와 사이비 종교가 결합을 시작했다.
이게 맞나 싶었다.
***
이안은 차에서 내려서 주변을 살폈다.
살짝 언덕진 곳에서 내려보니 반가운 저택과 시원하게 펼쳐진 호수가 보였다.
“노숙이라, 오랜만이네.”
밖에서 자는 게 낯설다는 느낌을 받다니 과거로 돌아온지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는지 새삼 깨닫게 했다.
이런 감정과 달리 이안의 행동은 능숙했다. 큰 차 안에 잘 챙겨온 음식과 물을 잘 정리하고 뒷좌석을 눕혀 침낭을 깔았다.
따뜻한 5월이지만 밤이 되면 차 안에서 자도 추울 수밖에 없다.
두툼한 침낭을 툭툭 치며 싱긋 웃었다.
‘이 정도면 호텔이지.’
다른 사람들은 밖에서 지낼 생각이면 캠핑 트레일러라도 빌리라고 했으나 고집을 부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추억을 떠올리고 싶었으니 말이다.
침낭에 툭 하고 드러누운 이안은 정면에 보이는 차 천장을 바라봤다.
오랫동안 길거리 생활하며 돈을 모은 끝에 싸구려 중고차를 처음 샀을 때가 떠올랐다.
언제 폐차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고 이조차도 배우 일이 한동안 끊겨 유지비를 감당 못 하고 포기했지만, 보금자리라고 할만한 걸 얻은 첫 기억이다.
그때의 행복과 뿌듯함 만큼은 여전히 기억에 남았다.
“추억인가.”
자발적으로 노숙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그저 상처로만 남을 줄 알았던 노숙자 시절을 추억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묘한 미소를 머금었던 이안은 벌떡 일어났다.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다고 저택의 사람들에게 연락할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보다 먼저 걸려온 전화가 있었다.
오스틴이었다.
“오스틴, 무슨 일이에요?”
당장 급한 일은 전부 지시를 내렸으니 급하게 연락 올 이유가 없다.
의아함을 담아 물었고, 황당함과 헛웃음이 섞인 말이 돌아왔다.
-이안 군, 지금 핸드폰으로 아무 신문사나 들어가서 기사 좀 확인해보실래요?
“기사요?”
무슨 일인가 싶어 이안은 신문사에 들어갔고 왜 갑자기 전화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랜트 대통령. ‘이안 프라이스는 좋은 친구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안 프라이스는 민주당의 좋은 친구.’
…뭐지 1+1 행사인가.
모르는 사이에 친구가 한 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