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2)
화제의 곡(1)
무슨 일을 하든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발생한다.
이안은 이럴 때 당황하지 않고 상황 파악부터 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았다.
몸을 슬쩍 옆으로 빼서 방송 화면을 봤다.
뒤에 배경이 되는 숲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광각렌즈까지 낀 카메라에는 풀이 자란 공터와 숲이 잘 보였다.
한 마디로 이젠 바닥에 그냥 들어앉은 사슴들이나 풀을 뜯어 먹는 토끼들 그리고 능청스럽게 털을 고르는 새들까지 잘 보였다.
상황을 파악한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망했군.’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는 영상을 다시 돌려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끼웅?
…너 엄마뿐만 아니라 친척까지 끌고 오기 있냐.
걸터앉은 자신에게 얼굴을 비비며 차 위로 올라오고 싶어 바동거리는 새끼 사슴의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귀엽다는 말로 도배된 채팅창을 보며 이안은 뻔뻔하게 말했다.
“사실 얘네들은 전부 제가 키우는 애들입니다.”
-구라치지 마! 이 자식아.
-요즘은 새도 풀어서 키우나 보죠?
음, 역시 안 통하네.
올라오려고 바동거리는 사슴을 끌어 올려 앉히곤 등을 쓸어주며 잠시 고민했다.
일이 왜 이렇게 됐을까.
‘동물이 기웃거리는 건 여러 번 있긴 했지.’
캠핑한 지 일주일이 넘었고 그동안 사람이 신기했는지, 새로운 이웃사촌이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동물들이 서성거리다 가긴 했다.
새끼 사슴처럼 서슴없이 다가오는 녀석은 없었지만.
‘아, 여러 번 보면서 거부감이 사라졌구나. 위협을 가하지도 않았으니까.’
동물이 좋아하는 체질이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야생동물과 여러 번 접촉할 기회가 없어서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노래를 불렀을 때 이렇게 모여든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아이를 구하고 바뀐 목소리가 노래가 합쳐졌을 때 얼마나 매력적으로 들리는지는 가수로 이룬 성과가 증명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좋아할 법하지.’
레오랑 크림이도 자신이 노래를 불러주면 좋아하니까.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는 확실히 됐다. 되긴 했는데.
“왜 하필 방송할 때…”
아, 그동안 대본만 봤지 노래는 안 불렀구나.
그래도 ‘넌 가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그러니 드루이드가 돼라!’라는 건 조금 심하지 않나.
생각을 정리한 이안은 고개를 돌려 채팅창을 봤다.
-왜 너만 힐링하고 있어!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해명해!
-저도 전직하고 싶은데 전직 퀘스트가 어떻게 되죠?
진정할 기미가 안 보인다. 정말 어쩔 수 없다.
“여러분, 오늘도 알찬 방송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야! 아니지?
-멈춰!
“다음에 시간이 되면 또 만나요!”
방송을 종료한 이안은 새끼 사슴을 바닥에 내려놓고 뻔뻔하게 고개를 드는 동물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슬슬 가줄래? 혼자 있고 싶은데.”
-꾸엑!
…영역 표시하지 말고 나가, 이 녀석들아.
***
갑작스러운 방송 종료와 함께 시청자들은 냉정하게 내쫓겼으나, 방송 종료는 끝이 아니고 시작이었다.
-설마 오늘 방송을 못 본 패배자는 없겠지?
└이안의 직업이 드루이드일 줄은 몰랐지.
└어라, 디즈너 공주님 아니었어?
└어려운 선택지군.
└아니, 왜 너희만 아는 이야기를 해! 나도 알려줘.
└네, 알려드렸습니다. 🙂
└너희가 이안이야? 제대로 알려달라고!
-방송 못 본 사람을 위해 요약해준다. 이안이 노래를 부르니 동물들이 찾아왔다. 됐지?
└…아뇨, 안 됐는데요.
└Say Goodbye를 불렀더니 동물들이 모였다니까.
└잘 가라고 말했는데 왜 동물들이 모이냐고.
└그걸 우리가 알면 이안이지.
기사로도 쏟아지고 설명도 들었는데 이해가 안 갔다.
솔직히 직접 본 사람들도 제대로 본 게 맞는지 의심되는 장면이긴 했으니까.
이야기가 무성하게 나올수록 궁금증이 치솟을 때 다행히도 이걸 해소해줄 영상들이 올라왔다.
생방송 다시 보기를 지원하지 않기에 방송을 녹화한 사람들이 많은 덕분이었다.
광각렌즈를 달아 한층 넓은 화면에서 이안은 노래를 시작했다.
잔잔하며 슬프고 아련한 느낌이 담긴 노래는 떨어지는 음질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매력적으로 들렸고.
사람만 이렇게 들린 게 아닌듯했다.
부스럭
수풀을 헤치며 새끼 사슴이 쪼르르 튀어나오더니 그 뒤를 사슴들이 줄지어 나왔고 하늘에선 새들이 내려앉았다.
노래가 끝날 때쯤엔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토끼들이 돌아다녔고.
-CG인가?
이런 의심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새끼 사슴을 쓰다듬는 이안 때문에 싹 사라졌다.
푸른 자연과 여유롭게 노니는 동물들 그리고 귀여운 새끼 사슴을 쓰다듬는 남성.
이 자체로 그림과 같은 장면이었다.
빠르게 영상이 퍼져나갔고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제2회 이안 본업 논쟁을 시작해보자.
└이 정도면 드루이드가 본업이라고 봅니다.
└아니지. 디즈너 애니메이션 더빙도 했잖아. 사실 디즈너 공주 출신이 아니었을까.
└동물까지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으니 가수지.
└본업은 배우로 끝난 거 아니었어?
└동물이 좋아하는 걸 보니 사실 퍼리가 아닐까?
└동물까지 홀리는 교주님의 모습을 보라!
└이 자식들이 수용소에서 또 나왔네. 퍼리랑 사이비 교주가 어떻게 직업이야!
-그래서 드루이드 전직 퀘스트가 어떻게 되죠?
└에미상과 칸의 배우상을 타고 빌보드 1위를 두 번 하고 하버드에 입학하시면 됩니다.
└이딴 게 전직 퀘스트? 인생 졸업 퀘스트가 아니고?
└아, 물론 20살 이전에 완료하셔야 합니다.
└어쩐지 이안 빼고 현실에 드루이드가 없더라니.
-영상 속 Say Goodbye는 어딜 가야 들을 수 있어? 음질이 엄청 나쁘던데.
└라이로 부른 원곡밖에 없어.
└이상하게 이 노래만 콘서트나 다른 곳에서 불러준 적이 없을걸. 리메이크 앨범에서도 쏙 빠지고.
└이안이 작곡한 유일한 곡이잖아. 친한 에이전트를 위해 직접 쓴 곡이고.
└안 봤으면 영상 한 번 봐봐. 진짜 감동적이니까.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팬데믹 시기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였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이나 넷플러스 같은 OTT 사이트의 가입도 빠르게 늘어날 정도로 재밌는 걸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요즘 가장 핫한 스타가 나오는 유쾌한 영상의 관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리액션 영상부터 따라하기 영상까지.
온갖 관련 영상이 쏟아져 나올 정도였고 오랫동안 정체기를 맞이했던 위튜브 구독자와 SNS 팔로워도 빠르게 늘어났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SNS나 댓글로 사슴을 보여달라, 다시 한번 노래를 불러달라. 온갖 말이 쏟아지는 중이니 말이다.
차라리 진짜 그냥 우연이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놓고 이런저런 능력이 있다고 밝힐 수도 없고.’
이안의 고민을 모르는 오스틴이 웃음기를 담아 말했다.
-Say Goodbye의 음원 순위랑 영상 조회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거 아십니까? 닉이 좋아하더군요.
“그건 잘됐네요.”
닉의 하나뿐인 가족. 그와의 추억이 담긴 곡이다.
이렇게라도 그가 여러 사람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 건 꽤 기쁜 일일 것이다.
-일단 지금까지 파악한 상황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직 며칠 안 지났는데도 파급력이나 전파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번 영상이 알려지며 관심을 받는 중입니다.
해외로까지 퍼지는 드루이드 설.
없던 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그리고요?”
-이안 군도 아시겠지만, 사실 방역에 대해 강조하고 정치권과 엮이면서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연일 이슈가 된 탓도 있을 테고요.
아무리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잔소리다.
한 명이라도 건강하게 이 시기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걸 고깝게 듣는 사람들도 많다는 뜻이다.
거기에 정치인과 엮이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TV나 뉴스에서 자주 얼굴을 보는 것도 반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였고.
‘이 정도는 각오했지.’
원래 팬덤이 커지면 헤이터도 늘어나는 법이다.
씁쓸하거나 불쾌하지도 않았다. 모두의 사랑을 받는 꿈을 꾸기엔 자신이 봐온 세상은 선의보단 악의로 점칠 된 곳이었으니 말이다.
손해만 있던 것도 아니다.
전 연령대에서 인지도가 엄청 늘었고 이미지도 좋게 잡혔다. 헤이터가 늘어나는 건 웃으며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근데 이번 일로 무겁거나 거북하다는 느낌이 확실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패러디부터 여러 관련 영상이 퍼지면서 이미지를 조금 가볍게 만들어준 덕분 같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균형이 잡혔다.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일이었다.
비록 디즈너 공주와 합성된 사진부터 온갖 패러디가 돌아다니지만 좋은 일이 맞을 거다.
-그리고 아웃사이더에 대한 홍보 효과도 거두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둘 다 동물과 관련됐으니 말이죠.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이렇게 꼼꼼하게 며칠 동안 여론의 흐름을 파악해 알려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건 에이전트의 일이라고 보기에 애매한 감이 있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얼마 없으니 이거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워낙 일거리도 알아서 찾아오는 이안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장난스럽게 말한 오스틴은 마지막으로 조언했다.
-아, 그리고 Say Goodbye의 편곡 버전을 내실 거라면 최대한 빨리 준비하는 게 나을 겁니다. 이대로 놓치기엔 아까울 정도의 관심이니 말이죠.
“안 그래도 레이첼과 연락하며 편곡하는 중이에요.”
이안은 말할 것도 없고 레이첼도 연예계에서 활동한 경력이 이젠 꽤 됐다.
이번 일로 얻은 홍보 효과가 돈으로 환산했을 때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다행이네요. 그럼 음원이 나오기 전에 방송으로 다시 한번 노래를 부르시는 건 어떻습니까?
“왜요?”
-확인해보니 영상 속 음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불평이 많더군요. 그 탓에 다시 영상을 보는 사람도 적고요. 음원이 나올 때까지 관심을 유지하고 싶다면 한 번 더 부르는 게 좋습니다.
깨끗한 음질의 노래와 영상을 합치면 이슈의 수명이 길어질 것 같다.
괜찮은 의견이다.
‘도대체 제대로 들으면 얼마나 좋길래 동물까지 저렇게 찾아오냐.’라는 말이 엄청 많기도 했고.
‘어차피 편곡 버전하고 조금 다르기도 하니 상관없으려나.’
물론 스마트폰 음질은 한계가 있으니 마이크를 비롯한 방송 장비를 저택에서 받아야 하지만, 물건을 받는 건 문제가 안 됐다.
“그렇게 할게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
통화를 끝낸 이안은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저택에서 장비를 받고, 음질을 확인했다. 비싼 장비답게 녹음실만큼은 아니라도 꽤 괜찮게 들렸다.
비공개 방송으로 음질을 확인한 레이첼도 마찬가지 의견을 냈다.
-듣기 괜찮네. 차라리 이것도 음원을 내는 건 어때?
“이것도?”
-응! 편곡 없는 상태인데도 좋아!
원곡 반주에 목소리만 바꿨을 뿐인데 곡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편곡한 곡은 조금 더 밝은 느낌이잖아. 희망을 주는 느낌이니까. 셋 다 완전히 다른 곡처럼 느껴질걸. 어차피 방송이 끝나면 음원을 내달라는 말도 엄청 나올 테고.
“그럴 거 같긴 하지?”
따로 홍보할 것도 아니고, 그저 음원 사이트에 유통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본업이 가수도 아니고 팬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음원 유통을 결정한 이안은 방송 예고를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음질로 노래를 들려주겠다는 말과 함께.
반응?
-세상에 우리 이안이 이런 걸 알아서 해준다고?
└언제 우리 아이가 사람이 됐죠?
└놀랍게도 태어날 때부터 사람이었습니다.
└뭐야. 이안은 알에서 태어난 거 아니었어?
└당장 방송 켜!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며칠 동안 쓰레기 같은 음질로 고통받던 사람들에겐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오죽하면 온갖 이슈로 크게 관심을 받은 이전 방송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릴 정도였다.
예고된 시간이 됐고 화면 가득 이안의 얼굴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잘들 지내셨나요?”
며칠 동안 인터넷과 뉴스를 시끄럽게 만든 당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평온한 얼굴.
사람들은 채팅창에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현기증 난단 말이야. 빨리 노래 불러줘!
-그래서 이번에도 노래를 부르면 동물이 모일까?
-조작한 거 아니야?
온갖 말 중 가장 많은 건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까? 라는 말이었으나.
“한 가지 아쉬운 소식을 전해야겠습니다. 이번에는 저번과 같은 일이 없을 거예요.”
작은 여지도 주지 않는 단호한 말.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뒤에 있었다. 몸을 슬쩍 비킨 이안은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연습할 때 이미 모일 만큼 모였거든요.”
-…왜 더 늘었냐.
…그러게 말이다.
혼자 있던 공터는 동물 농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슴 무리는 더 커졌고 새들도 더 늘어났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모였…
-꾸에엑!
망할 공작새들까지 왜 여기에 있을까.
“데미안, 와서 당장 데려가요.”
저택을 탈출한 녀석들을 보며 이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
얼마 후 이안은 영상통화로 인터뷰를 해야 했다.
-이안 프라이스 씨, 화제의 곡! Say Goodbye로 세 번째 빌보드 1위를 축하드립니다. 직업이 가수인지 드루이드인지 논란이 큰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둘 다 아니야.
빌보드 1위 3회차.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