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2)
아웃사이더(1)
나날이 줄어드는 시청자 수에 그래미 관계자들이 ‘우리 이러다 다 죽어!’라고 앓는 소리를 내도 작년만 해도 1800만 명이 시청한 인기 있는 시상식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 시상식을 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수들의 화려한 공연 덕분이다.
명성 높은 시상식은 유명한 가수도 이곳에서 제 무대를 선보이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게 만드니 말이다.
이 때문에 가수들은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시청자는 시상식 전부터 무대에 대한 기대를 떠들기 바빴다.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시청자들이 주목한 건 이안의 공연이었다. 다른 가수들은 뮤직비디오만 봐도 대충 견적이 나오지만, 그는 전혀 아니었으니까.
이안 팬만 해도.
‘다른 가수들에 비해 너무 부족하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듣긴 했는데 하필 아웃사이더 제작하고 겹쳐서.’
속으로 이런 걱정을 했다.
능력을 못 믿는 것보단 이안이 배우 활동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안 프라이스 외 9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
그나마 시상식 전 사전 행사에서 기다리던 희소식이 전해졌기에 그래미 공연만 무사히 넘어가길 바랐다.
그럼 이안 팬으로서 완벽한 그래미 시상식이 될 테니까. 하지만 이안의 공연이 나온 순간 그동안 고민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달았다.
-미쳤다.
숲을 형상화한 무대에 이안이 첫 등장 후 나온 글을 끝으로 팬 사이트는 서버가 나간 것처럼 짧은 침묵에 빠졌다.
실시간 감상평 따위를 남길 시간에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자제하며 한 프레임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 탓이다.
이건 이안의 팬이 아니라도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가수 또한 무대 위에선 연기하는 자다.
이걸 증명하듯 화면 속 이안은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안무하는 발끝을 따라 초목이 기뻐하듯 흔들렸고 휘젓는 손을 따라 비둘기들이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눈을 뗄 수 없는데.
‘편집으로 한 것 같진 않은데, 진짜 마술인가.’
비둘기 마술과 어우러진 춤사위는 경이롭게 다가왔다.
가수의 공연이라기보단 이미 이것은 하나의 뮤지컬이었고, 왜 자신이 브로드웨이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는지 보여주는 압도적인 무대였다.
토니상 운영진들이 ‘저런 건 우리 시상식에서 보여줘야지!’라며 피를 토할 정도로.
‘이래놓고 자신이 배우라고?’
‘이렇게 진지하게 무대를 꾸며놓고 무슨…’
올해 그래미 레전드 무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안의 것이다.
굳이 이안의 팬이 아니라더라도 동의할 수 없는 무대도 어느덧 끝에 다다랐고 아쉬움을 삼킬 때 그런 마음을 달래듯 피날레 장면이 이어졌다.
벗은 로브로 휘감은 비둘기들을 마법처럼 사라지게 하고 다시 로브를 입는 화려한 장면.
하나의 거대한 부채처럼 눈을 현혹한 로브다 몸을 휘감을 때 옷이 찢어지며 잘 짜인 근육이 드러났다.
조각처럼 깎인 근육과 드루이드라는 컨셉에 맞는 연기는 원래 이안에게서 느낄 수 없는 야성미를 느끼게 했다.
마치 원래 이런 식으로 짜인 공연이었다는 것처럼 완벽한 마무리였다.
반응?
-올해 그래미 어워드 최고의 공연으로 극찬을 받은 이안 프라이스의 Say Goodbye!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무대로 그래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안 프라이스.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부터 기사까지 극찬이 쏟아졌고 이건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배우 팬분들, 지금까지 이안을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행복하게 잘 살도록 하겠습니다.
└뭔 개소리야! 어딜 데려가! 이 새끼들아, 샷건 맞고 싶어?!
└솔직히 Say Goodbye 무대가 좋았잖아! 우리에게 곱게 양보하면 매년 저런 무대를 보여준다니까?!
└닥쳐! 영화 한 편에 러닝 타임이 몇 분인 줄 알아?! 고작 5분짜리 공연으로 만족하라고?
└뮤직비디오도 함께 줄게. 언제까지 욕심부릴 거야?
└필요 없어!
-공연에 나온 건 진짜 비둘기고 중간에 들어간 장면들도 전부 비둘기 마술을 활용했다더라.
└…이젠 마술사까지 넘보는 건 아니겠지?
└이아아아안, 직업 좀 그만 늘려!
└그것보다 우리 애가 입으로는 가수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쯤되면 누구보다 진지한 거 아니야?
└응, 아니야. 피날레에 나온 몸도 아웃사이더 촬영 때문에 만든 거라고 했어. 그냥 덤이라고.
이안을 가요계로 망태로 잡아가려는 가수 팬들과 샷건을 들고 절대 못 보낸다는 배우 팬들이 싸우고 있지만, Say Goodbye 공연에 대한 평가는 똑같았다.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공연.
이건 위튜브에서 미친 듯이 늘어나는 공연 조회수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지막에 편집 방향을 바꾼 게 맞긴 하네.’
옷이 찢어져 NG가 났던 장면을 그대로 사용해서 놀라긴 했으나 반응이 좋으니 나무랄 이유가 없었다.
툭하면 키스하며 침대로 뛰어드는 미국 작품들을 생각하면 저 정도는 노출 장면이라고 하기도 민망하기도 하고.
아웃사이더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힘들게 준비한 보람이 있는 반응이 돌아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만으로도 만족했을 텐데…
이안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봤고 쏟아지는 기사를 확인했다. 미친듯한 관심을 받는 공연만큼이나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게 보였다.
-이안 프라이스, 팝 솔로, 그룹 2개의 부문으로 2관왕 달성! 둘 다 Say Goodbye로 이룩한 이례적인 결과.
-전문가들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이안의 그래미 어워드 2관왕.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나.
전문가만 예상 못 했겠나. 이안, 본인도 예상 못 했다. 오죽하면 상을 움켜쥘 때까지 멍한 정신이었을까.
‘어느 시상식이든 이례적으로 보이는 결과가 튀어나오긴 하지만.’
그 당사자가 되니 어안이 조금 벙벙했다.
집 한쪽에 마련된 전시장에 축음기를 본 따 만든 두 개의 그래미 트로피가 현실이라는 걸 잘 알려주고 있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축하 연락만으로도 현실감을 찾기엔 충분하긴 했다.
‘닉이 운이 좋긴 했지만, 탈 만했다고 하긴 했지.’
에이전트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닉이 축하 연락 삼아 한 전화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미 어워드는 음악계 현역 종사자들인 NARAS 회원들이 투표하잖아. 그 숫자는 만삼 천명 정도 되고.
“그렇게 듣긴 했어요.”
-각 회원은 총 16개 부문에 투표하고 각자 전문성 있는 분야에 투표하길 권고받거든? 근데 네가 오른 분야가 팝이잖아.
장르가 모호해져서 팝을 불러도 ‘뭐야, 흑인이야? 그럼 R&B지!’로 분류되거나, R&B와 소울을 불러도 ‘백인이네? R&B는 무슨 팝이겠지.’라며 제멋대로 나누며 논란을 일으킨 하지만.
팝은 그만큼 대중적인 장르다. 어지간한 현업 종사자라면 ‘나도 팝은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지.’라며 거드름피울 수 있는 장르고.
‘일단 투표율이 높다는 뜻이지.’
그만큼 온갖 의견이 모인다는 뜻이다.
-비록 같은 Say Goodbye라도 노래의 장점은 명확하게 갈리잖아. 솔로인 원곡은 가수가 돋보이는 곡이지. 노래에서 가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이 투표했을 테고.
“편곡 버전은 곡의 완성도를 따지는 사람이 투표했겠죠. 레이첼이 편곡을 잘 해놨잖아요. 그리고 함께 부른 가수들과 친분 있는 사람들도 투표했을 수도 있고요.”
-네가 하나 정도는 수상할만하다는 의견이 주류였으니 부담 없이 투표했겠지.
그만큼 2020년 가요계에서 이안의 활약을 눈에 띄었고, 솔로 혹은 그룹 부문이든 하나 정도는 이안을 투표한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주다 보니 양 조절에 실패했다는 뜻인가.’
설마 두 개 다 받아먹을 줄은 몰랐겠지.
이안이 팝 솔로 부문에서 호명될 때 놀라며 박수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선 확실했다.
솔직히 말해서 결과가 나온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뒤에서 무슨 계산과 이유가 있든 투표할만하다고 생각했을 테고 자신은 그저 그 결과물을 받았을 뿐이니까.
이안은 트로피를 봤다.
‘예전이라면 더 덤덤하게 바라봤을 텐데.’
뿌듯함과 기쁨이 느껴졌다. 회귀 전 오스카를 받았을 때와 달리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많은 탓이 아닐까 싶었다.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안은 시선을 다시 팬 사이트로 돌렸다.
-빌보드 1위 4회, 그래미 2관왕. 이 정도면 이젠 가수가 본업이라고 할 수 있지.
└뭔 헛소리야! 에미상하고 칸 배우상을 먼저 받았는데!
└그래미에 비하면 에미상은 좀 떨어지지 않나? 요즘 그 시상식을 누가 본다고.
└오스카 정도는 받아야 격이 조금 맞지. 아, 맞다. 오스카는 후보로도 안 불러줬었나. 그렇게 보는 눈이 없어서야.
└배우상을 먼저 받았다니까?!
└응, 그런 거 모르겠고. 이젠 가수야.
-가수 팬 놈들아, 이안이 아웃사이더 찍는데 부정 타니까 사라져!
└고상하게 드루이드면 모를까, 퍼리 역할인데 부정 좀 타도 되지 않아?
└…뭐? 우리의 희망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교주님의 작품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불신자가 여기 있구나!
└Fxxk! 그렇게까진 안 말했다고! 수용소로 돌아가!
└쟤들 좀 혼내줘요.
└배우 팬, 망할 놈들아! 테러범과 손을 잡냐!
…이것도 나름 축하인가?
이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은 정말 왜 이렇게 이상한 팬들이 많은지 알 수가 없다.
꼭 못 볼 걸 봐오고 경험해온 사람들 같달까.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그런가.’
이안은 팍팍한 세상을 떠올리며 혀를 끌끌 찼다.
***
한 편의 뮤지컬 같다고 극찬을 받은 공연은 그래미 수상은 이안 개인의 영광이나, 그 영향은 개인에게 머물지 않았다.
이안이 아역 시절부터 광고 모델로 사용해온 언더힐 가문의 브랜드들만 해도 간접 홍보 효과를 누렸고.
굿즈 판매량도 늘었으며 Say Goodbye가 다시 관심을 받으며 빌보드 차트가 요동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아웃사이더였다.
정확히는 두 프로듀서의 지시를 받은 홍보팀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미 어워드를 휩쓴 이안 프라이스, 아웃사이더 촬영 임박! 배우로 돌아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 집중.
‘과장 한 스푼 더하고, 배우라는 걸 강조해주세요.’라는 이모 씨의 요청에 맞는 기사를 올리기도 했고.
-Say Goodbye 무대에서 마초 같은 매력을 선보인 이안 프라이스, 아웃사이더 악역으로 더욱 그런 매력을 살릴 것!
-위튜브에서 화제를 모으는 Say Goodbye 무대의 비하인드 영상! 마지막 노출 장면은 NG 장면? 원래 아웃사이더에서 보여줄 매력이었나!
마지막 노출 장면을 활용해서 ‘우리 애가 이렇게 마초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어허, 털 날리는 로맨스물이라뇨! 그런 거 아닙니다.’ 어떻게든 아웃사이더와 엮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든 관심을 끌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는 뜻이다.
‘어차피 퍼리 드라마라고 소문난 이상 점잔 떨고 할 필요도 없지.’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거리낄 이유가 없다. 이 각오로 이뤄진 노력은 다행히 결실을 보았다.
촬영을 앞둔 아웃사이더를 주목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니 말이다. 덕분에 제작진과 배우들의 사기도 좋아졌고.
밝은 표정으로 움직이는 사람들과 달리 피곤해 찌든 한 사람이 있었다.
“…드디어 촬영인가요.”
“하하하, 역시 촬영 날이 되니까 기쁘죠?”
“네, 너무 기뻐요.”
이안의 웃음을 들으며 레아는 대본을 내려봤다. 다른 사람보다 두꺼웠다. 그럴 수밖에 없다. 머리에 쑤셔 넣는 조언을 담다 보니 빈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부족해 페이지를 늘려야 했다.
‘팬미팅인줄 알았는데, 설마 세미나였을 줄이야.’
그것도 다른 학생은 없고 교수만 둘인 세미나였다.
왜 귀가 양쪽에 있고,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눌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교육시간이랄까.
“어떻게 도움이 됐어요?”
“네, 너무 많이요.”
‘감히 이 정도 연기력에 잠이 와?’라고 외치듯 하드 트레이닝을 시킨 오드리와 이안이지만, 이를 악물고 따라갈 정도로 도움이 됐다.
어떻게 이 장면을 해석했는지, 여기서 다른 배우들과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 등.
기초가 조금 부족한 레아에겐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신나게 굴렀지만, 원망보단 고마움과 놀라움이 더 클 정도로.
물론 선배인 벨라가 봤다면 ‘음, 다 저렇게 대학원생이 되는 거지.’라며 스톡홀름 증후군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겠지만.
“촬영 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부담 없이 말하세요. 알겠죠?”
“네!”
부드럽게 웃은 이안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스태프들에게 걸어갔다.
빈말이 아니고 정말 촬영이 시작되는 게 즐겁다는 감정이 발걸음에서도 묻어날 정도였다.
‘정말 배우 일을 좋아하는구나.’
팬 사이트에서 툭 하면 일어나는 논쟁의 결과는 그녀가 볼 때는 정해져 있는 듯했다.
자신도 배우 일을 좋아하지만, 저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감탄만 나오는 이안의 연기력보다 이게 더 아득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아니, 감독님. 고사상에 성수는 왜 올려놨어요.”
“그 귀신을 찾는 축문을 읽으려면 성수 정도는 올려놔야지!”
“랜든 감독님! 게빈 감독님 좀 붙잡아… 감독님은 왜 거기에 그리쳐물 피규어를 올려놓고 있어요?!”
“돼지머리보단 이게 더 낫지 않아?”
“이 사람들이?!”
아웅다웅하는 셋의 목소리가 촬영장에 울려퍼졌고.
불타오르는 축문과 함께 아웃사이더 촬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