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14)
기대 이상(1)
이안과 함께 한 하버드생들은 그를 타고난 교육자라고 평가했다.
어떻게든 가르침을 머리에 쑤셔 넣어준다는 그들의 평가는 몇 년이 지나 재발굴되었다.
-아아, 이안 프라이스. 투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이 시대의 참된 교육자여. 우리가 잘못했어. 응?
└lol! 너희가 한 퍼리 투표.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억울해. 나는 투표를 안 했다고!
└네가 투표 안 했다고 브렉시트를 선언한 영국이 다시 EU에 가입되고, 당선된 대통령이 바뀌냐?
└보다 보니까. 난 생각보다 인형탈 쓴 모습도 괜찮은 거 같던데.
└퍼리퍼리야. 수용소는 저쪽이란다.
팬미팅에서 얼굴을 안 보여주려는 스타가 있다? 이안의 기행에 익숙한 팬들은 ‘요즘엔 좀 잠잠하긴 했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통을 배운 이안이 지능범이 됐다고 팬들은 한탄했으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팬들은 부정적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오프닝과 함께 시작하는 뮤지컬 때문이었다.
시기가 좋았다고 해도 이안이 토니상을 운으로 수상한 건 아니다. 깐깐한 평론가들도 높이 평가했었으니까.
좋아하는 스타 + 토니상 수상자 + 팬들을 위한 특별 공연.
3박자로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고 시작하니 동물탈도 어쩐지 괜찮아 보이는 마법이 펼쳐졌고, 기자들은 금방 냄새를 맡았다.
-이안 프라이스 팬미팅에서 아웃사이더 뮤지컬을 선보여. 팬들은 최고의 무대였다고 연신 호평.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호기심이 생길 텐데 뮤지컬 팬들이라면 오죽할까.
더군다나 7 Confessions of Love가 주인공을 바꿔 장기공연에 들어간 상태라서 이전 배우인 이안은 브로드웨이에서 계속 회자 되는 중이었다.
“뭐? 이안이 나오는 7 Confessions of Love를 못 봤다고? 쯧, 그래서 뮤지컬 팬이라고 할 수 있겠나. 토니상 수상자가 나오는 작품 정도는 봤어야지.”
“지금 배우도 훌륭해. 근데 그때와는 느낌이 다르지. 경쟁률이 심하지만 않았다면 여러 번 관람을 갔을 텐데 말이야.”
이젠 살 수 없는 한정판을 자랑하는 것처럼 ‘뭐야? 그때 못 봤다고?’라며 놀리는 사람들에게 ‘하, 고작 공연 하나 본 것 가지고 무슨.’이라며 툴툴거리는 한편 얼마나 대단한 공연이었는지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그 공연은 아니더라도 간접 체험 정도는 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데 흥미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관심은 곧바로 마지막 팬미팅 장소인 뉴욕의 암표값으로 드러났다.
-들썩이는 이안 프라이스의 뉴욕 팬미팅 암표 값. 실황 티켓도 암표로 돌아다니나.
물론 이안은 잽싸게 행동했다.
-아웃사이더 뮤지컬은 위튜브에 업로드될 예정. 조금만 참아달라며 SNS로 양해를 구한 이안 프라이스. 팬미팅 실황을 위한 스크린도 추가 확보에 나서.
암표상은 한숨을 내쉬며 남은 물량을 완전히 털어냈고 한 달간 이어진 팬미팅은 순조롭게 막을 내렸다.
물론 이안은 쉴 틈이 없었다. 이젠 콘서트 일정을 돌아야 하는 탓이다.
댄서들과 마지막으로 합을 맞추고 4주간 총 8회로 이어지는 콘서트 일정이 시작됐다.
여러 팬이 손잡고 찾아오는 팬미팅과 달리 콘서트는 노래를 기다리며 오는 곳이니 이안은 정석대로 준비했다.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로 알차게 구성된 세트리스트와 화려한 게스트로.
시끌벅적한 팬미팅과 달리 콘서트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잔뜩 만족한 팬들의 후기 글이 연일 팬 사이트를 장식할 때.
-여러분이 기다리던 아웃사이더 뮤지컬이 오늘 위튜브 채널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SNS 홍보 글과 함께.
-아웃사이더 뮤지컬 version
오랜만에 이안의 위튜브에 영상이 올라왔다.
***
뮤지컬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하면 대중에게 친근한 장르는 아니다.
영화 한 편 안 본 사람은 거의 찾을 수 없는 반면에 뮤지컬은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수두룩하지 않나.
기본적으로 극장에 얽매여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약도 있고, 대사를 노래로 풀어내는 걸 듣고 오글거린다며 취향을 타는 경우도 많다.
‘낯설다는 감정도 크고.’
어릴 때부터 봐서 익숙한 디즈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에는 거북함을 안 느끼면서 실제 뮤지컬에는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좋았길래 그렇게 호들갑이야.’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을 재생한 사람들은 금방 빠져들었다.
영상 내내 늑대탈을 뒤집어썼기에 이안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가 아니라면 누군지 구분하지 못했을 상황.
그렇기에 더욱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사람들은 집중할 수 있었다.
수인과 인간이 사랑을 노래한다.
간질간질한 사랑 노래는 수인들의 반대와 인간의 습격으로 처량하게 바뀌었다. 불길하게 빛나는 붉은 조명 아래에서 애절한 노래는 끊기질 않았다.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은 사랑이 결실을 보며 끝이 났을 때는 감탄사만 흘러나왔다.
어째서 자신이 토니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증명이라도 하듯 몰입감이 있는 무대였다.
“와, 진짜 미쳤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런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고, 조회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인터넷 세상은 관심이 관심을 부른다. 선순환에 들어간 영상은 빠르게 리액션과 커버 영상으로 재생산됐다.
그래도 보통 영상이었다면 여기서 관심이 끊겼을 텐데.
-뮤지컬로 화제가 된 아웃사이더 11월 1일 넷플러스 오리지널로 공개 예정!
아웃사이더는 원래 뮤지컬 작품이 아니라 드라마였고, 한창 홍보가 진행 중인 상태였다.
드라마와 뮤지컬이 서로의 홍보 효과를 받으며 예상보다 더 관심이 쏟아지는 수순으로 이어졌고.
-“홍보하러 왔어요! 모두 아웃사이더 보실 거죠?” 퍼리 팬덤의 축제에 모습을 몰래 찾아온 레아 드레이퍼.
사심을 채우며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하는 레아까지 합쳐지자 효과는 훌륭했다.
-뮤지컬로 만들 생각은 어떻게 했어요? 홍보비를 줘야 하는 건 아닌지 홍보팀에서 극찬하더라고요.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긴 했는데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죠.”
-겸손할 필요는 없어요. 아무튼, 덕분에 드라마가 엄청 잘 될 거 같아요.
수잔의 말은 마냥 설레발로 치부할 수는 없다.
2주가 넘었는데 뮤지컬 버전은 아직도 조회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는 탓이다.
전 세계가 사업 장소인 넷플러스로선 이런 반응은 환영할 만했다.
-콘서트 일정도 슬슬 마무리죠? 고생 많았겠네요.
고생이라.
콘서트 일정을 돌이켜 보며 이안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팬을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게스트를 만나는 것도 즐거웠다. 팬데믹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이안, 이젠 너도 이런 걸 볼 때가 됐잖아. 널 위해 특별히 챙겨왔지.”
스노우레이크의 프레드는 제이의 성인 잡지를 기어코 가져왔다가 나오미에게 두들겨 맞았다.
맞으면서도 조금이라도 구겨질까 소중히 품에 품는 모습을 봐선 아직도 제이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묻어났다.
‘저런 마음을 아니 제이도 천벌을 안 내리는 거 아닐까?’
짓궂은 행동으로 여전히 솔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 번은 적으로, 한 번은 사과를 위해, 또 한 번은 친구로서, 빌보드 1위 세 번을 차지하는 데 톡톡한 공을 세운 재스퍼도 만났다.
바쁜 촬영 때문에 만나는 건 오랜만이었으나 데미안을 통해 종종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그는.
“내가 요즘 비비안에게 선물을 얼마나 챙겨주는 줄 알아? 내가 대부가 될 수 있었는데 말이야.”
이런 말을 했다가 비비안에게 전화로 ‘재스퍼 싫어! 이안이 좋아!’라는 말을 듣고 침몰하기도 했다.
일정은 정신없었으나 추억이 될 일은 많았기에 힘든 것도 모를 정도였다.
“힘들기는커녕 재밌었어요.”
그러니 수잔을 향해 진심으로 대답할 수 있었다.
-그랬다니 다행이네요. 콘서트 일정이 끝나는 대로 홍보 영상 촬영하고 인터뷰도 있는데, 문제 될 건 없죠?
“물론이죠.”
-잘 돼서 다음 시즌까지 나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어쩌면 뮤지컬로도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은 모든 제작자가 바라는 덕담일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이뤄지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지간한 성공으론 시즌 2가 생길 일은 없을 테니까.’
작가 파업과 Beautiful World이 맞물리면 어지간한 성공으론 시즌 2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다.
제작비도 지금보다 더 많은 수준을 지불해야 하고.
‘물론 일이 진행되기 전에 미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될 일이지만.’
글쎄.
그렇게 해봐야 서로 불편하기만 할 따름이다. 아멜리아와 레아에겐 미안하지만, 그렇게까지 시즌 2에 흥미가 있지도 않고.
사실상 시즌 2는 이안의 머릿속에는 없었다.
오히려 뮤지컬이 더 가능성이 있었다.
책,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다른 장르의 성공한 작품을 뮤지컬로 바꾸는 사례는 흔하고 아웃사이더는 이미 뮤지컬로 한 번 화제를 모으지 않았나.
괜찮게 흥행한다면 관심을 보이는 제작자들이 나올 가능성이 컸다.
부정적인 속마음을 숨기고 이안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게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이건 진심이었다.
***
9월은 팬미팅, 10월은 콘서트.
숨 가쁜 일정이 끝나고 이안은 바로 아웃사이더 홍보 일정을 시작했다.
일정이라고 해봤자, 별다른 건 아니었다. 공개 인터뷰도 하고, 넷플러스 위튜브 채널에 올라갈 영상도 찍고 딱 이 정도.
뮤지컬 영상이 이슈를 끌면서 다른 작품보다 기자들이 더 많이 찾아왔지만, 무리해서 일정을 소화하진 않았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공개에 앞서 진행된 시사회였다.
레드카펫 위로 제작진과 초청받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미 내부 시사회로 호평을 받았지만,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내부 시사회는 초청되는 사람은 소수였으니까.’
내부에선 호평을 받았는데, 대중에겐 외면 된 작품이 한둘이 아니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흥행에 성공하는 게 그렇기에 힘든 법이고, 이안의 안목이 주목받는 이유였다. 기자의 질문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이안 프라이스 씨, 성공을 확신하기 힘든 소재를 갖고 오셨는데 이번 작품이 성공하실 것 같습니까?”
바보 같은 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답이 정해진 질문이었다.
‘우리 작품이 망할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런 인터뷰가 나가면 잘 될 작품도 망할 수 있다.
그러니 이안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수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안 보기엔 아까운 작품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강한 어조와 확신이 담긴 미소.
제작진으로 가져야 할 이상적인 모습이었고, 기자들은 열심히 손가락을 놀렸다.
-이안 프라이스, 아웃사이더 성공에 자신감을 보여. 이번에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기사가 날 게 뻔하지만, 이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지 않았나.
뛰어난 제작진과 배우를 섭외해 좋은 작품을 만들었고 홍보 활동도 열심히 했다.
기자 중에선 기삿거리를 위해 망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겠으나, 이 정도면 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자신했다.
이 확신을 더 해준 건 큰 극장을 빌려 진행된 시사회의 반응이었다.
이미 내부에서 극찬을 받은 아웃사이더는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새로운 관객에게 고스란히 보여줬다.
유명한 감독과 뛰어난 배우 그리고 좋은 대본.
이 셋이 뭉쳐도 망하는 작품이 수두룩 하지만, 아웃사이더는 그런 예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언하듯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시사회 호평 소식이 솔솔 퍼져나갈 때, 드디어 아웃사이더가 넷플러스에 공개됐다.
***
퍼리 드라마.
처음부터 오명을 갖고 시작한 아웃사이더였다.
재밌는 작품이라고 해도 대중 사이에서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였다. 누군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생각보다 미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란 반응을 보였다.
굳이 따지자면 아웃사이더는 예상외의 성과를 거뒀다.
-넷플러스 아웃사이더 3주 연속 글로벌 1위! 시들지 않는 인기!
-퍼리 팬덤만을 위한 드라마? 오명을 벗고 흥행에 나서는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는 큰 성공을 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제작자가 한 번 찔러보기도 하고, 넷플러스에선 굿즈를 만들어보자는 벌써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기대 이상의 성공.
퍼리 굿즈가 일반인에게 판매될 정도라니 조금 어지럽긴 해도 제작자로서 싫어할 이유는 없긴 한데.
-시즌 2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아웃사이더 성공에 몸이 달아올랐는지 벌써 시즌 2 이야기를 꺼낸 상태였다.
계획보다 훨씬 빠르다.
‘일단 최대한 질질 끌어볼까.’
이안은 결론을 내렸고.
-혹시 제안 드린 제작비가 부족한가요. 원하시는 금액을 말씀해보시겠어요?
-…프라이스 씨, 불만이 있다면 대화로 풀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상한 오해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