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16)
AI 열풍(1)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표현처럼 소문은 굉장히 빠르게 퍼졌다.
사람의 입으로 소문이 전달됐던 과거에도 그랬는데 인터넷 덕분에 지구 반대편 소식도 단시간에 들을 수 있는 현대라면 말할 것도 없다.
-웹 GPT 출시.
AI 업계에 관심 깊은 사람이 아니라면 존재조차 모를 프로그램이 출시됐고.
-야, 웹 GPT라고 아냐? 이거 미쳤는데? 대학 과제도 할 수 있음.
└과제라고? 잠시만.
└오늘부터 인류는 숙제에 해방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거 엄청 재밌는데? 나보다 더 똑똑한 듯.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다.
입소문 마케팅이 성공한 예시는 분명 많다. 이마에 번개무늬가 새겨진 마법사 소설의 성공도 입소문의 덕택을 톡톡히 봤으니 말이다.
이런 입소문의 힘을 웹 GPT는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AI를 기반으로 한 채팅봇, 웹 GPT 일주일 만에 사용자 100만이 넘어! AI 시대가 도래하나.
-논문, 과제까지 톡톡한 도움을 주는 웹 GPT에 쏟아지는 관심. 놀라운 기술력에 찬사가 쏟아져!
개발자도 기대하지 않아 광고도 없이 내놓은 서비스가 단번에 관심을 받더니 블랙홀처럼 사용자를 끌어들였다.
‘AI? 좋은 기술인 건 아는데 실생활에서 쓰려면 한참 남았지.’라고 생각하던 대중으로선 웹 GPT는 기술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신기할 만하지.’
필요한 자료도 수집부터 번역기, 계산기, 검색, 작문 등 ‘아니, 이것까지 할 수 있단 말이야?’라며 사용자에게 경이로움을 느끼게 했다.
뭐, 열광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냉정히 평가해서 이전 것들보다 훨씬 사람답게 대답을 하지만, 그저 적절한 단어로 문장을 조합하는 수준에 불과하지.’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인공지능하곤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물론 그 파급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던 이안의 귀로 도도도 달려오는 발걸음이 들렸고, 아빠를 닮은 금발을 찰랑이며 뛰어온 비비안은 다리에 매달려 칭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안이안! 크림이가 안 노라죠.”
“그랬니? 왜 그랬을까.”
이안은 칭얼거리는 아이를 품에 안아주며 토닥였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대부가 되어달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이가 훌쩍 컸다니 새삼스럽다.
그러고 보면 에반 때도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
“무식하게 힘을 쓰니까 그렇겠지.”
“아니야!”
“목소리가 크기는. 귀찮게 하지 말고 저쪽 가서 놀아.”
“시러! 에반이 저리 가!”
그렇게 자란 둘이 자신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거리는 건 어떤가 싶지만.
난처한 기색을 보이는 이안에게 데미안이 웃는 낯으로 걸어왔다.
“그러게 누가 바쁘다면서 자주 안 놀아주래? 대부가 그러면 되겠어?”
“진짜 바빴던 걸 어떡해요.”
“그러니까 지금 고생 좀 하라고.”
낄낄 웃으며 그는 공작새 깃털 하나를 이안의 귀에 꽂았다. ‘이 인간이 또 수작이네.’라고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리며 빼려고 하자.
“어허, 이쪽 숙녀분이 주신 선물이라고. 그렇지?”
“응! 마자!”
…비겁하게 애를 이용하다니.
저러다가 사춘기 비비안에게 ‘아빠 싫어! 공작새도 싫어!’라는 말을 듣는데 한 표를 던졌다.
미래도 모르고 아이들과 이안의 사진을 찍으며 만족하던 그는 이안의 옆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요즘 AI로 시끄럽던데. 혹시 이것 때문에 관련 주식을 샀던 거야?”
“에이, 설마요. 이렇게 빨리 잘 될 줄 알았겠어요? 그냥 장기적인 생각에 사놨던 거에요. 개발자들도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고 하잖아요.”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개발자도 못 알아챈 가치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사실 돈 벌려고 투자를 한 건 아니었다.
‘도움을 준 월가 사람들 때문에 투자한 거지.’
월가는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괜히 시간 내서 도움을 줬겠는가. 뭐라도 하나 얻어먹을 게 있나 싶어서 그랬겠지.
AI 관련 주식을 산 건 정보에 대한 보답이었다. ‘앞으로 AI 기술이 잘 나갈 것 같은데요?’라고 백날 말하는 것보다 직접 주식을 사는 것만큼 확실한 표현이 어디 있겠나.
‘날 그만큼 믿었으면 미리 사서 큰 득을 봤을 테고, 아니었다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중요한 건 양쪽 다 다음에 또 도움이 필요할 일이 생기면 이번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란 점이다.
이안의 대답에 데미안은 가볍게 웃어넘겼다.
“하긴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그것보다 이거 재밌더라. 내 이름을 검색해봤거든? 재밌는 대답이 나오더라?”
재밌는 대답?
이안은 그가 내민 핸드폰 화면을 봤다. 그의 프로필과 간단한 정보가 나열된 글 한쪽에는.
-추가로 공작새를 굉장히 좋아하는 거로 유명하며 비슷한 취미를 가진 스타로는 이안 프라이스와 재스퍼 브라이언트 등이 있다.
…이 망할 깡통이?
이렇게 대놓고 사기를 친다고? 경악하는 이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공작새 잠옷을 입은 부채를 MD로 판매하고 첫 번째 팬미팅에 공작새 인형을 나눠준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대답하더라고.”
“부채? 집에 있는 거?”
“비비, 너도 기억하고 있구나. 네가 태어날 때 이안의 수많은 팬이 공작새 부채를 흔들며 너의 탄생을 축복했단다. 이안이 얼마나 널 좋아하는지 알겠지?”
“나도 이안이 조아!”
목을 끌어안고 배시시 웃는 아이를 끌어안은 이안은 아찔함을 느꼈다. 근거로 든 사례에 거짓은 하나도 없다. 다만 결론만을 왜곡했을 뿐.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을 방법이 없나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 데미안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이걸 보고 놀랄 정도면 네 이름을 검색했을 때는 어떡하려고.”
“내 이름이요?”
“그래. 이것 봐봐.”
이안 프라이스.
데미안은 웹 GPT에 이 이름을 검색했고 엄청난 길이의 문서가 주르륵 뽑혀 나왔다. 아역 시절부터 이어진 그의 다양한 경력이 쭉 나열되어 있었고.
-그는 자신이 배우라고 주장하지만 위튜브 영상을 통해 그의 근본은 가수에 있다는 게 확정되었고, 그래미 2관왕으로 그 능력까지 인정받았다. 본인도 인정한 부분이다.
-놀랍게도 그는 제이 안의 이름으로 개인적 종교 단체를 이끌고 있다. 수많은 예언으로 능력을 입증받아 꾸준히 교세가 확장 중이며 교인으로는 유명 감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사이더를 성공시킨 제작자이기도 한 그가 퍼리 팬덤이라는 건 유명한 퍼리 제임스를 통해 확실시되었다. 차후 퍼리 작품이 늘어날 것이 확실히 돼 보인다.
배우가 아니라 가수가 본업이라고? 거기에 망할 사이비들을 이끌고 있으며, 또 유명 퍼리 제임스는 또 누구야?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늘어놓은 꼴이 기가 막힌다.
역시 AI와는 한 번 전쟁을 치를 운명이 확실한 듯했다.
***
연말이 지나고 2023년의 새해가 밝았다.
일정 때문에 소홀했던 지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안은 다시 업무로 돌아왔다.
-아웃사이더 시즌 2요?
“대본만 만들어줄 수 있어?”
-저야 좋죠! 진짜 만들 수 있는 거죠?!
아멜리아는 들뜬 음성으로 되물었다.
넷플러스에서 새로운 성공작으로 자리매김한 아웃사이더는 5위권 밖으로 튕겨 나온 지 꽤 됐지만, 인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많은 사람이 이미 봤을 뿐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시즌 2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아웃사이더 시즌 2는 물 건너가나? 넷플러스와 제작사인 Pryce’s Production 사이에 계약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즌 2가 불분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잠시만, 피어스가 이렇게 사라진다고?!
└흠, 얼굴도 안 나오니 안 하고 싶은 거 아닐까?
└그럼 인간 형태로 변신하는 설정을 넣는 건 어떨까. 늑대인간처럼 말이야.
└그건 퍼리가 아니야!
└아이고, 이 퍼리 녀석이 또 튀어나왔네.
넷플러스가 조건이 안 좋아서 그런 거다. 얼굴이 안 나오는 피어스 역할이 싫어서 그런 거다.
온갖 풍문이 다 도는 상황을 각본가인 아멜리아도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안에게 묻지 않았다. 시즌 2가 불발되는 상황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안 만든다면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녀는 은인인 이안에게 강한 믿음과 고마움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자신이 묻는 것 자체가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호기심도 삼키고 있는 상태였고.
그런 상황에 시즌 2 대본을 만들어 달라니 기쁜 마음이 셈솟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제작될지 확실하진 않아. 일단 대본을 보고 결정하게 될 거 같거든.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죠! 안 그래도 시청자들이 남긴 다양한 의견을 열심히 찾아본 상태거든요.
시력을 되찾고 인터넷을 혼자 활보할 수 있게 된 그녀는 자신 있게 답했고 이안은 넷플러스 측에 연락했다.
-대본부터 완성하고 시즌 2를 결정하신다고요?
“네,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수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넷플러스와 틀어졌다는 소식에 디즈너 측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으니까.
‘대본을 먼저 만든다, 라. 거절할 이유가 없지.’
조금이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돌다리도 두들겨서 건너겠다는데 일단 계약서에 사인부터 하라고 압박을 줄 이유가 없다.
“프라이스 씨가 대본을 보고 시즌 2를 결정한다고 했다고요? 와, 얼마나 자신의 안목에 자신이 있으면 그런 조건을 냈을까요.”
“일반 제작사면 대본은 무슨. 계약서에 사인부터 했을 텐데 말이죠. 만약 불발되면 대본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은 무조건 손실이잖아요.”
“부족한 작품을 제작할 순 없다고 하던데?”
“역시 이안 프라이스네요!”
의견을 받은 넷플러스 측에선 감탄하며 제안을 받아들였고 동의 의견을 받은 이안은 활짝 웃었다.
“좋아. 낚았다.”
넷플러스를 유혹할 미끼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반년 정도만 지나도 왜 미리 사인을 안 했나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물론 대본이 별로면 계획은 바로 무산되는 거지만.’
안 좋은 대본으로 블러핑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계약의 우위에 서는 건 협상이지만, 만들지도 않은 대본으로 압박하는 건 사기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작품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할 생각은 없다. 넷플러스와 협상 카드가 사라져 곤란하게 되더라도 이 마음은 바뀌지 않을 거다.
‘아멜리아가 좋은 대본을 만들어주겠지.’
환상을 통해 그녀의 삶을 경험해봤기에 얼마나 뛰어난 각본가인지 잘 알고 있다. 에이든이라는 빛을 잃어버리지 않은 그녀의 능력을 믿을 때였다.
-넷플러스 ‘이안과 불화설은 사실무근. 시즌 2 논의는 순조롭게 이뤄지는 중.’
이안과 합의점을 도출한 넷플러스가 반박 기사를 내놓으며 아웃사이더 시즌 2는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넷플러스와 일을 일단락 짓고는 국제전화를 했다.
-이안, 잘 지냈니.
“감독님도 잘 지내셨어요?”
-하하하, 편집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묻다니. 작업실이 집이 된 지 오래란다.
준혁의 웃음에는 피곤함이 묻어나왔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부정적인 반응은 아니란 뜻이다.
“후반 작업은 어때요?”
-칸에 작품을 넣는 3월 초까진 문제없을 거 같아. 평가는 글쎄. 나는 워낙 많이 반복해서 봐서 별다른 느낌이 없거든.
그건 어쩔 수 없다. 예민한 후각도 같은 냄새에 계속 노출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처럼 반복되는 자극에는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이게 진짜 영화가 괜찮은 건지, 내 작품이라서 좋게 보이는 건지 냉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준혁은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남수 선생님이 가편집된 걸 보여줬는데 왜 자긴 안 불렀냐고 혼내시더구나. 영어를 못하시지 않냐고 대답했지. 물론 혼났지만.
“그러셨어요?”
-그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이더구나.
영화가 참 재밌다고.
지인의 영화니 쓴소리를 삼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일한 의견을 내놨다면 영화가 괜찮게 뽑혔다는 건 사실일 것이다.
-그것보다 요즘 인공지능 채팅 가지고 한국도 시끄럽던데. 미국도 마찬가지지?
“여기는 더하죠. 1월에 이미 사용자가 1억이 넘으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비자 소트프웨어라고 난리거든요.”
-1억이라. 대단하긴 하구나.
고작 출시 두 달 만에 1억이다. 그 숫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뉴스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도 AI와 관련된 이야기가 쉼 없이 흘러나오는 시대가 됐다. AI는 말 그대로 폭풍의 핵이고 여러 곳에 파급력을 뿌리는 상황이 됐고.
-네 말대로 됐구나. Beautiful World도 큰 주목을 받겠어.
“그럴 거예요.”
AI와 딥페이크가 주제인 Beautiful World도 그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파업에 관련된 건 어떻게 됐니?
“제작사들이 웹 GPT를 활용해서 각본을 만들려고 하더라고요. 작가 조합도 알고 있을 거예요.”
-머지않았겠구나.
“네.”
이안은 준혁에게 장난스레 물었다.
“출품하는 3월 이후부터 정신없을 거예요. 설마 지금 와서 내리실 건 아니죠?”
-하하하, 그럴 리가 있니. 이렇게 됐으니 갈 데까지 가봐야지.
“좋아요. 준비한 게 여럿 있으니 기대하시죠. AI 열풍에 한 번 제대로 타보자고요.”
시대의 파도를 탈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