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19)
화제의 칸 영화제(2)
이안이 칸 영화제에 발을 디뎠을 때, Beautiful World에 관한 관심은 칸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빵빵한 배우진과 제작진 때문이 아니라, 영화의 소재가 AI 발전과 인간 사회의 갈등을 다룬 SF 영화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과 사정에 딱 들어맞는다는 걸 뜻하는 시의성.
영화인이라면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았다. 적절한 시의성은 지금 시대를 담은 영화라는 표현으로 흥행부터 수상까지 가산점을 받고 시작하니 말이다.
할리우드가 파업에 휩쓸리는 상황에서 비슷한 주제를 담은 영화가 나왔다?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행운이야? 설마 이안 프라이스가 노리고 만든 건 아니겠지?”
“프라이스가 신이냐. 파업을 어떻게 예상해? 운이 좋았겠지.”
파업 뉴스가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
남은 건 Beautiful World가 얼마나 훌륭한 작품인지였다. 명작이라면 2023년을 대표할 작품이 될 테고 망작이라면 좋은 기회를 놓친 멍청한 영화로 기록될 테니까.
영화가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는 칸 시사회의 반응을 여러 사람이 기다렸고 극장을 빠져나온 기자들은 이 기대에 빠르게 부응했다.
-AI 발전과 인간의 갈등을 다룬 Beautiful World 칸 영화제에서 호평 일색!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할 영화!
아직 평점은 안 나왔으나 피도 눈물도 없는 독설을 늘어놓는 이들까지 호평을 꺼내는 건 명백한 청신호였다.
현지의 반응을 받아 빠르게 기사로 찍어내는 바쁜 순간. 이 흐름에 제동을 거는 일이 발생했다.
“잠시만! 뭐라고? 이안 프라이스 위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빨리 보라고? 프라이스는 칸에 있는… 본다고. 봐!”
뭔데 이렇게 호들갑이야? 부하 기자의 호들갑에 눈살을 찌푸리며 편집장은 이안의 위튜브에 들어갔다.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영상이 따끈한 영상일 텐데 조회수가 빠르게 치솟는 상태였다. 단시간 내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며 저 중에는 자신과 같은 기자들도 여럿 포함됐을 게 뻔했다.
‘딥페이크 vs 배우? 아, 영화 홍보 영상이구나.’
Beautiful World를 내용을 짧게 요약한 것 같은 제목에 영상에 들어간 편집장은 그게 아니란 걸 단번에 깨달았다.
영상 처음에는 장난스레 미소 짓는 이안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안 프라이스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간단한 게임을 해보려고 합니다.
게임?
뜬금없는 소리는 오히려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었다.
-이제부터 동시에 2개의 영상이 나올 겁니다. 하나는 멋대로 만든 딥페이크 영상이며 다른 하나는 제가 그걸 따라 한 영상이죠. 이제 여러분은 진짜 저를 고르시면 됩니다. 간단한 게임이죠? 자, 게임을 시작하죠.
박수와 함께 넘어간 화면에는 마치 틀린 그림 찾기라도 하듯 두 개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재밌는 마케팅이라 생각하며 영상에 집중했던 편집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나는 가짜라고?”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두 명의 이안.
하나가 가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딥페이크 영상이다. 분명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영상인데…
‘이쪽이 진짜네.’
놀라울 정도로 선택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어지는 정답 화면에 뿌듯함을 느끼기를 잠시. 새로운 영상이 나오고 정답이 공개되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편집장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하… 진짜 말도 안 되는데.”
정답의 연속.
일부러 정답을 맞히기 쉬운 영상을 뽑아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구분하기 힘들게 보정 작업이 들어간 영상이야.’
이런 정교한 딥페이크 영상을 틀리지 않고 골라내고 있다고? 이건 단순히 자신의 눈썰미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니다. 이 생각은 영상이 막바지에 달했을 때 확신으로 변했다.
열 개 남짓한 짧은 영상이 끝나고 다시 나타난 이안은 짧은 인사말을 던졌다.
-즐거운 게임이 되셨나요? 지금까지 배우인 이안 프라이스였습니다.
응당 정답을 맞혔으리라 확신하는 듯한 여유로운 인사.
영상이 끝이 나자, 편집장은 황급히 화면을 내려 댓글을 확인했다.
-나 만점인데 나만 이런 거야?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댓글. 그 밑에는 자신도 만점이라는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틀린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는 의문보다 기자로서 행동이 더 빨랐다.
“당장! 당장 이안 프라이스를 찾아! 위튜브 관련해서 인터뷰를 어떻게든 따오라고!”
칸에 파견 보낸 기자에게 연락한 편집장은 끝난 영상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세상에 이게 무슨 홍보 영상이야.”
칸을 뒤집어놓을 대형 폭탄이지.
이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 말도 안 되는 홍보 전략이 칸을 휩쓸어 놨으니까.
***
칸 영화제 기간은 짧고 초청된 작품은 많다.
상영기간도 체류 기간도 짧은 만큼 홍보를 위해 찾아온 이들은 밀도 높은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숨 돌릴 시간도 없을 정도로 가혹한 일정이 소화하는 게 보통인데.
“이 사고뭉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
주르륵 쌓인 인터뷰 일정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는 벤을 향해 이안은 능글맞게 웃었다.
“홍보 효과 하나는 끝내주죠?”
“…하아, 한 손 거들었으니 뭐라고 말도 못 하겠고.”
이안이 쏘아 올린 공은 칸을 그대로 강타했고 칸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과장 전혀 없이 영상이 올라간 후부터 관광객, 영화인, 기자 할 것 없이 딥페이크 vs 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떠들고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중간에 만난 다른 영화 관계자들이 앓는 소리를 내뱉을까.’
심지어 Beautiful World가 평점 3.5를 받으며 초청받은 경쟁부문에서 최고점을 받은 것조차 묻힐 정도였다.
이렇게 주목할만한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겠으나.
‘주목할만하지.’
이안의 위튜브에 나온 딥페이크 영상은 굉장히 정교했다. 이 기술을 제작사들이 활용하면 어느 정도 수준의 영상이 나올지 확인한 배우들이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어젯밤 야간 파티에 모인 배우들이 딥페이크 수준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불안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안의 영상은 부정적인 감정을 부채질하며 끝낸 게 아니었다.
‘딥페이크가 채울 수 없는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지.’
솔직히 벤 본인도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고 다른 배우들도 가능할 거란 확신은 없다. 아니, 불가능하겠지.
냉정히 평가해 저 영상은 이안 개인의 능력을 증명한 것이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딥페이크가 넘보지 못할 배우의 가치를 봤다.
그렇기에 이안은 AI 시대를 앞두고 배우로서 상징성을 가지게 됐다.
“…진짜 중요한 건 이걸 가지고 뭘 하느냐는 거지. 얌전히 있을 생각은 없지?”
“어차피 절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텐데요? 저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손가락으로 가리킨 호텔 로비에는 바글바글 기자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어중이떠중이 같은 기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칸에서 인정받은 높은 등급의 프레스 배지를 가진 기자들도 저 무리에 속해 있는 상태였다.
얼마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단편적인 그림.
기자들과 이안을 번갈아 보며 걱정의 눈빛을 보내는 벤의 어깨를 준혁이 가볍게 두들겼다.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저처럼 이안이 아역일 때부터 봐왔으니 걱정이 되겠죠. 근데 이젠 아이가 아니잖습니까.”
더는 지켜줘야 할 아이가 아니다.
이 말에 벤은 처음 칸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아직 어린 이안을 위해서 남정네 넷이 한 숙소를 사용했다.
영리하고 뛰어난 배우 이전에 지켜줘야 할 아이였으니 당연하게 이뤄진 행동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각방을 사용하고 있다.
더는 지켜줘야 할 아이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
그걸 새삼 깨달은 벤은 얼굴에서 걱정을 지우고는 이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긴 누굴 걱정해. 그렇지?”
“맞는 말이에요. 잘 할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자신 있는 답변을 들은 벤은 등을 밀었고 자연스럽게 발을 뗀 이안은 인터뷰를 위한 공간에 앞장서서 움직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쏟아지는 셔터.
그 중심에 선 이안은 눈을 빛내는 기자들을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것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조바심이 느껴지는 모습.
시사회 후 재빨리 복귀한 탓에 손가락만 빨며 굶주렸던 기자들의 눈은 매섭게 빛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안 프라이스입니다. Beautiful World를 위한 인터뷰 자리인 만큼 영화 외적인 질문은 세 개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고작 3개만 받겠다고?
명분은 이해가 가지만 고작 그 정도로 갈증이 해소될 거란 생각은 안 들었다. 하지만 불평을 늘어놓기보단 손을 들었다.
일단 질문할 기회를 얻는 게 먼저이니 말이다.
손을 든 기자들을 여유롭게 훑었다. 정말 무작위로 뽑는다고 생각하면 순진한 생각이다. 이미 샬럿의 도움을 받아 기자와 질문까지 모든 게 예정된 상태이니까.
대상을 찾은 이안은 손짓했고 기자는 정해진 질문을 던졌다.
“딥페이크 vs 배우 영상은 어떤 의도로 공개된 영상입니까?”
“의도라. 일단 영화 홍보를 위해 제작한 영상입니다. Beautiful World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딥페이크로 자리를 빼앗긴 배우이니까요.”
…그게 단순한 홍보 영상이라고?
벌써 입소문을 타며 미친 듯이 관심이 쏟아지는 영상은 홍보라기엔 너무나 큰 파급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안의 대답은 이어졌다.
“하지만 제작 의도와는 별개로 무단으로 제작되고 있는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가짜는 저를 대신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
오오오.
역시 딥페이크 영상을 저격한 것이 맞다. 지금까지 여러 스타가 딥페이크에 대해 불만과 법적인 움직임을 보인 적은 있으나 이런 식으로 엿을 먹이려고 한 것은 처음이다.
‘이안 프라이스, AI 따위로는 자신을 대체하지 못해. 괜찮은 제목인데.’
벌써 기사 하나가 뚝딱 나온다고 생각하며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인상적인 대답 감사합니다. 그럼 후속 영상에 대한 것도 예정되어 있으십니까?”
또 비슷한 영상을 만들 것인가.
꽤 밋밋한 질문이라고 생각한 기자들이 눈살을 찌푸렸으나, 이건 이안이 이번 인터뷰에서 핵심으로 꼽은 질문이었다.
‘판을 키울 질문이니까.’
마치 예상한 질문이 아니란 것처럼 잠시 고민한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아마 제 영상을 본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다들 쉽게 정답을 맞혔다고? 그건 수준 낮은 딥페이크 영상을 사용해서 그런 거지. 내가 만든 영상이라면 구분 못 했을걸. 이런 생각 말이죠.”
이번 일이 관심을 받을수록 분명 그런 사람이 튀어나올 게 뻔했다. 아니, 벌써 영상을 제작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하는 말은 선전 포고였다.
“그렇게 자신할 수 있다면 영상을 만드시죠. 우리 Pryce’s Production 사이트에 공간을 만들 테니 얼마든지 도전하셔도 좋습니다. 인종차별적이고, 선정적이며 불법적인 내용 등 제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허용하겠습니다.”
…지금 뭘 들은 거지?
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가 그렇게 영상을 잘 만들어? 그럼 한 번 덤벼 봐.’라고 자신 있게 선포한 이안의 말을 되짚어봤다. 조건이 붙지 않았냐고? 자고로 모든 경기에는 룰이 있는 법이다.
‘그러니 이건 제대로 판을 깐 거야.’
이안의 동의로 이뤄지는 일인 만큼 자신의 기술을 뽐낼 기업부터 딥페이크 기술을 평가하고 싶은 제작사까지.
정말 온갖 곳에서 달려들 게 뻔했다.
‘이건 특종이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이안의 인지도와 인기를 생각한다면 한동안 할리우드부터 모든 업계를 한동안 뜨겁게 달굴 대형 사건이지.
한층 더 열렬히 손을 드는 사람들 속에서 이안은 마지막 질문자를 선택했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단순히 재미로 하는 영역은 아니다.
영화 홍보를 위해서? 아니면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기자들은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다렸고 이안은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배우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영화가 현실이 아닌 영화로 끝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를 내려놓고 물러난 이안을 보며 기자들은 질문을 더 받아달라고 아우성을 내지르지 않았다.
다음 마이크를 잡을 준혁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나서며 준혁은 얄밉다는 듯이 이안에게 속삭였다.
“이렇게 능글맞게 영화로 주제를 넘기기 있어?”
“원래 칸에선 배우보다 감독이 주목받아야 하는 영화제잖아요. 섭섭하지 않게 양보해드렸습니다.”
…이건 양보가 아니라 떠넘기기 아니니.
작게 투덜거린 준혁이 기자들 앞에 서는 걸 보며 이안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영화처럼 딥페이크 기술에 배우의 자리가 빼앗기질 않길 원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관심을 영화로 돌리기 위해 하는 말로 생각할 테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배우 파업이 시작되면 말이야.’
칸에서 지핀 불꽃이 할리우드까지 도달하기까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날 이안이 던진 선전포고가 세계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초대형 이슈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
“…제가 알던 칸은 보통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러게 말입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헛웃음을 지었다. 어딜 가나 Beautiful World 이야기로 시끄럽다.
이렇게 한 영화가 영화제를 집어삼킬 듯 주목받은 적이 있었나.
황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아뇨, 생각보다 고민을 해봐야 할 주제가 있거든요.”
심사위원장의 이어지는 말과 함께 심사위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칸 영화제의 막을 내릴 투표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