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36)
대모와 아이들(2)
각자가 하나의 권력기관인 의원은 말 한마디, 손짓 한 번이 전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샬럿처럼 유능한 의원이라면 사소한 언행도 조심할 줄 아는 법이고.
다만 사람이라면 언제나 긴장을 유지할 수 없으니 집에서만큼은 풀어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두 귀여운 협박범이 기대 이상으로 쏠쏠한 정보를 모을 수 있던 이유였다.
조이는 늦은 밤에 밀려오는 피로도 잊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헤헤, 로티가 종종 혼자 우리 앨범을 보면서 그리워한단 말이지? 에이, 그렇게 보고 싶으면 전화라도 하지. 일이 끝나면 늦은 시간이라 꾹 참는 게 말이 돼?”
“…그것보다.”
“안 되겠다. 내일부터는 로티랑 같이 자야겠어.”
…잠꼬대를 생각하면 막아야 할 거 같은데.
밤만 되면 매미인지 아나콘다인지 모를 것으로 진화하니 말이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있었어?”
“아, 맞다.”
리오는 고생한 이안의 양말을 곱게 개며 오늘 알아낸 사실을 정리했다.
“심각한 일은 아닌 거 같은데. 그냥 짜증 나고 귀찮은 일일 뿐이지. 정말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빠랑 로티가 우리를 여기로 보내주지도 않았을 테지만.”
아이답지 않은 정확한 판단이지만 조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뾰로통하게 말했다.
“그니까 예전에 날 귀찮게 한 파파라치들처럼 샬럿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아니야.”
“아…”
파파라치는 돈이 되는 사진이라면 그게 할리우드 스타든 어린아이든 가라지 않는 법이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는 몰래 사진을 찍으려고 드론을 띄웠다고 했지?’
물론 ‘잠시만, 저거 매인 거 같… 아, 안 돼! 이 망할 드루이드 자식아!’라는 절규를 끝으로 값비싼 드론이 격추되고 나서는 감히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은 사라지긴 했지만.
유명 스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사건이다.
가만히 있어도 이런데 조이가 귀여운 외모를 앞세워 아역으로 큰 인기를 끌고 나서는 오죽했을까.
아이 스스로 비둘기를 움직여 보복했어도 안 좋은 기억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는 노릇이고, 그때 이야기를 꺼낸 이상 리오도 마냥 말릴 수는 없었다.
“하아… 한 번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자. 대신 그때처럼 동물로 누굴 공격하게 하면 안 돼. 알고 있지?”
“으응, 당연히 알고 있지.”
조이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정말로 그럴 생각은 없었다.
어지간한 사고를 쳐도 온화한 얼굴로 타이르던 이안이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화난 표정을 지었으니까.
네 부탁으로 비둘기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었으면 어떡할 뻔했냐면서 말이다.
당시 조이는 너무 어렸고 파파라치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이었기에 한 잘못이었다.
혼내고 달래주는 이안의 품에서 펑펑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동물 친구들로 나쁜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마음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로티를 도울 수 있을까?”
“아빠라면 두 가지 방법을 고민했을 거야. 어떻게 하면 로티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그리고 상대의 공격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아이는 부모의 행실을 보고 배운는 법이다. 어릴 때부터 이안이 나오는 기사라면 모두 찾아봤던 리오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어른들이 쉬쉬하던 8년 전 대선 때 이렇게 움직였으니까.
“나는 조이가 로티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고 리오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로티는 조이의 대모잖아?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걸. 오드리도 나에게 항상 그런 말을 했거든.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맞아! 로티도 그랬어.”
“그렇지?”
어떻게 하면 로티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어깨라도 주물러줄까? 짧게 고민한 조이가 물었다.
“그럼 너는 뭘 하려고?”
“나는 어떻게 하면 공격을 막을지 찾아봐야지. 나는 어디서든 유용한 정보원을 구할 수 있으니 약점이 될만한 정보를 찾아보거나, 상대 호감이라도 얻어내야지.”
어차피 로티가 없는 낮에는 딱히 할 것도 없으니 비비안과 함께 구경을 명목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녀 볼 생각이다.
물론 큰 기대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움직이는 게 맞다고 생각할 뿐.
리오의 설명을 들은 조이는 고민에 빠졌다.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과연 충분할까?
샬럿이 들었다면 ‘얌전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란다.’라며 서둘러 말렸을 테지만, 애석하게도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그녀는 푹 자고 있을 뿐이었다.
귀엽게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때.
-뺘악.
“응?”
둘이 소곤거리는 소리에 깨어낸 새끼 독수리가 울음을 토해냈고 조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 그럼 되겠네.”
“…뭘?”
“일단 잠부터 자자. 내일부터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거 같거든.”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꼬물꼬물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조이를 따라 리오도 침대에 몸을 묻었다.
***
이안은 자신의 대녀인 비비안에게 아이들의 근황을 들었다.
낮에는 워싱턴 이곳저곳을 구경하러 다니느라 잘 지내고 있다면서 말이다.
부모도 없는 낯선 도시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 걱정했던 게 무색한 소식에 이안은 안도하며 영화 촬영에 더 집중했다.
주인공인 콜튼은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과학자에 불과하다.
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처럼 앞을 가로막는 상대를 통쾌하게 쓸어버리며 나아가는 캐릭터가 아니란 뜻이다.
‘다만 그렇다고 액션 장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
작품 속 상황은 극소수의 기득권에게 권력이 집중된 상태이며, 국민들은 권력에 저항할 의지가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하찮게 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장면들이다.
목소리를 가진 아이를 갖기 위해 설득보단 콜튼을 죽여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총기로 무장한 광신도와 권력의 개인 공권력 간의 유혈 다툼 등이 나오며 작품 속 긴장감을 더했다.
“아이러니하지. 좋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은 주변에 도움을 받기보단 방해를 받는 경우가 많으니까.”
“진실은 쓰고, 노력은 괴로운 법이니 오죽하겠어. 건강을 위해 운동하기도 쉽지 않잖아?”
고작 개인의 삶을 위한 노력도 쉽지 않은데 더 큰 이상을 위한 일이 쉬울 리가 있나.
콜튼이 아내의 목숨을 포기하고 아이와 함께 위태로운 여정을 나아가는 건 옳은 일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느끼게 했다.
촬영본을 함께 보던 네이선은 남은 촬영 일정을 확인했다.
두 달가량 잡은 촬영은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든 상태였고 그는 지난 일정을 돌이켜 보며 혀를 내둘렀다.
“처음 촬영 일정을 볼 때는 너무 빡빡하게 잡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기어코 이걸 소화하네”
그동안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촬영 일정 자체를 줄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카메라에서 연기하는 건 배우들이고, 기술 발전이 NG 회수를 줄여주진 못하니까.
‘누구처럼 아무리 어려운 장면도 NG 하나 제대로 안 내는 괴물이 있지 않은 이상 힘들지.’
아쉬운 장면도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합의를 본 장면도 아니다. 마치 십수 번을 반복해 촬영해서 건져낸 장면처럼 하나 같이 흠잡을 곳이 없었다.
네이선의 감탄에 이안은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야. 각본을 쓰면서 머릿속으로 수십 수백 번 촬영 현장을 그려 본 덕분이지.”
…보통은 그게 안 된다고.
누가 어렸을 때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가 아니랄까 봐 일반 배우라면 상상도 못 할 소리를 태연하게 늘어놓고 있었다.
‘거기에 이번 역할에는 수화까지 들어가 있잖아.’
작품 속 대다수 사람은 대화를 못 나누니 소통은 필담과 수화를 사용했다.
일반 조연이라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자신이 나오는 짧은 분량에 맞게 수화 몇 동작을 외우면 그만이니까.
다른 주연급 배역들?
에반이 맞은 톱스타부터 악역인 정치인까지. 비중이 꽤 있는 이들은 수화를 할 필요도 없는 캐릭터였다.
콜튼 역할을 맡은 이안만이 수화를 유창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했고, 이 인간은 수화로도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 와중에 남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디테일까지 챙겼지.’
반항처럼 권력에 대항하는 수화 자체가 없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작품 속 사람들이 얼마나 권력에 순종적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줬으니 말이다.
“편집까지 최대한 빨리 끝내면 세달 내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겠지?”
“하려고 하면 할 수는 있지. 근데 왜? 빠르게 완성할 필요가 있어?”
물론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일수록 비례해서 작품이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이안답지 않게 조급해 보였다.
의아한 듯 묻는 말에 이안은 살짝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최대한 빨리 보여주고 싶거든.”
“누구한테?”
“우리 할머니.”
소피아 프라이스.
당신의 아이디로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걸 그녀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말에 네이선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어휴, 촬영이 끝나고도 한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겠네.”
“걱정하지 마. 옆에서 나도 같이 도와줄 테니까.”
“당연하지. 나만 고생시킬 생각이었어? 당연히 나보다 이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고생해야지.”
같이 편집실에서 취두부처럼 푹 썩어보자는 말을 하며 둘은 웃음을 터트렸다.
For The Future의 촬영이 무르익었다.
***
조이와 리오는 워싱턴에서 지내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당연히 공화당 의원들의 공세에 힘들어하던 샬럿의 표정이 최근 와서 밝아진 이유를 정계 사람들이 알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로티를 응원하겠다며 간식을 챙기고 샬럿 사무실까지 찾아갔으니 둘의 존재를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다.
“하, 이안 프라이스. 직접 방해하긴 힘드니까 아이들을 보내다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걸 보면 누가 정치인지 모르겠군.”
필요하다면 추잡하고 뻔뻔하게 싸우는 사람이 정치인이라고 해도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의 하나가 어린아이였다.
‘만약 아이가 옆에 있는데 평소처럼 언더힐 의원에게 목청 높여 말했다가 울음이라도 터트리면 진짜 대형 참사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애는 건드리지 말아야지!’라며 역풍이 강하게 불 테니 말이다.
물론 샬럿이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진 않았지만, 언제 폭탄이 될지 모르는 존재 자제가 불편한 건 사실이다.
“어차피 언제까지 언더힐을 물고 늘어질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이안에게 경고하는 건 지금까지로도 충분하고요.”
“동의합니다.”
샬럿에게 가하던 정치적 압력이 조금 줄어드는 결과를 만들었다.
다만 아이들은 이것만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조이, 진짜 할 거야?”
“응, 아빠가 말했어. 퍼포먼스가 중요한 법이라고.”
역시 결심을 굳히고 준비까지 끝낸 조이를 막긴 힘들었다.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정치인들은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대외 행사에는 빠지지 않는 법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한 표라도 더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워싱턴에 열린 행사에 여러 정치인이 찾아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샬럿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까지 참여한 꽤 중요한 행사였다.
탁 트인 공간에 모인 사람들을 보던 리오는 원하는 목표를 발견했다.
‘조이는 알아서 할 테니, 나는 내 일을 해야지.’
조이와 찢어져 경호원과 함께 상대에게 다가갔다. 주변에 여러 사람이 모인 것만 봐도 중요한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런 의전이 전혀 과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오르티즈 상원의원님.”
“음?”
각자가 미래의 대통령감이라고 불리는 상원의원으로 권력의 축 중 하나인 공화당의 오르티즈는 꾸벅 고개를 숙이는 아이를 보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가 누군지 몰라서 그런 게 아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이유를 몰라서 그렇지.
주변에 사람이 있는 만큼 그는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오 프라이스였지?”
“네! 맞아요!”
“음, 무슨 일로 날 불렀니.”
이유를 물으며 그의 머릿속에 대답이 스쳤고 그때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빠르게 계산했다.
상원의원까지 거저 올라간 게 아님을 알 수 있는 노련한 모습이었으나 아이의 행동은 예상밖이었다.
귀를 달라고 손짓한 아이는 그에게 속삭였다.
“혹시 가끔 무서운 악몽을 꾸거나 이상한 걸 보지 않으신가요?”
“…뭐라고?”
되묻는 그에게 답을 주지 않고 리오는 뒤를 바라봤다.
-죽어… 죽으라고…
평소 보던 것과 달리 시커먼 형상을 한 것이 그를 계속 따라다니며 저주를 퍼붓고 있으니 말이다.
혹시나 했는데 돌아온 반응을 봐선 예상이 맞았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주머니에 있던 걸 그에게 건넸다.
“제 말이 맞다면 이걸 갖고 계세요. 도움이 될 테니까요.”
제 손에 쥔 물건을 내려봤다.
“…양말?”
새것도 아니고, 거기에 한쪽만 있다.
도대체 이걸 왜 주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모르겠다.
“한 번만 믿어보세요. 후회는 안 할 테니까요. 그리고 정말 귀한 물건이니 꼭 돌려주셔야 해요?”
…한쪽짜리 양말이?
어안이 벙벙해 하는 그를 무시하며 리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저는 이만 가봐야겠네요. 시끄러워지기 전에요.”
무의식적으로 따라 고개를 든 상원의원은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잠시 후 행사장은 큰 소란에 빠졌다.
***
“이안, 이것 좀 볼래?”
음료를 마시며 쉬고 있던 이안은 레이첼이 내민 화면을 봤다.
행사장으로 보이는 곳에 서 있는 샬럿이 찍힌 기사가 보였다. 이뿐이라면 기사가 될 것도 없을 텐데.
“…독수리?”
샬럿의 어깨에 앉아 애교를 부리는 미국의 국조가 보였다.
이안은 범인을 깨닫고 마른세수를 했다.
‘조이야.’
로티가 왕이 될 상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