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37)
작별인사(1)
정치인에게 인기란 생명이다.
대중의 호감을 받기 위해 퍼스널 브랜딩과 정치 컨설턴트 등을 활용해 자신을 포장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법이고.
그런 면에서 샬럿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많은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었다.
세월에도 녹슬지 않은 수려한 외모를 자랑할뿐더러 파티광으로 지내던 화려한 젊은 시절로 모든 정치인이 부러워할 인지도를 갖고 있다.
그나마 약점이 될 과거 행실조차 허먼 폭로 사건으로 깨끗이 세탁하면서 오히려 갱생한 인물로 지지를 받고 있다.
뒷받침해줄 가문이 든든한 건 덤이고.
이것만 해도 부러워할 정치인이 한가득한데.
-삐잇!
새하얀 머리와 노란 부리.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행사장에 날아오더니 샬럿 어깨에 부드럽게 착지하며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영상이 단번에 인기를 얻으며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OMGGGG! 뭐야? 무슨 행사인데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줘?!
└후속 기사를 보니까 근처에 살고 있던 야생 독수리라는데?
└lolol! 우리의 국조가 다음 대선 후보를 선정하셨다! 그래, 이제 우리 미국에도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지.
└독수리 픽, 이걸 안 뽑아? 정말로?
물론 무슨 인디언의 토테미즘도 아니고 야생 독수리가 점지해줬다고 대통령이 될 거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재밌는 상황에 밈처럼 떠돌 뿐이니까.
‘적어도 지금은 말이야.’
말에는 힘이 있다.
장난이라도 이런 밈이 대중 사이에서 계획 회자하면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미래의 대선 주자로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번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상원의원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겠지.’
미국에서 상원과 하원의 의원 차이는 크다.
대부분 미국 대통령 후보는 상원의원 혹은 주지사인 만큼 정치면은 하원의장이 아니면 상원의원들이 장식할 정도로 말이다.
이번 해프닝으로 하원의원이면서 전국 정치면에 얼굴을 알릴 수 있게 된 샬럿은 웃는 낯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조이?”
“으베베베에… 아푸흐흐…”
“내가 얌전히 있으라고 했지? 응?”
부드러운 볼때기가 손가락을 따라 쭉쭉 늘어났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어깨에 독수리가 내려앉을 때 이미 범인을 확신했다. 자신이 알기로 이 세상에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둘뿐이니 말이다.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
샬럿은 그린 듯한 부드러운 미소로 애교를 부리는 독수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다시 날려 보내는 자신의 영상을 바라봤다.
자신이 이안도 아니고 누가 보면 의원에서 드루이드로 전직한 줄 알겠다.
손을 놓은 샬럿은 볼이 빨갛게 변한 조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진짜 부모가 누구길래 이렇게 잠깐을 얌전히 못 있는 걸까.”
“…로티가 내 대모인데?”
…그렇군. 자기 얼굴에 침 뱉기였나.
헛웃음을 터트리는 샬럿에게 조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로티, 잘못 한 거야? 혹시 도움이 안 됐어?”
도움이 안 됐냐, 라. 그건 아니다. 솔직히 동료 하원의원을 뉴스를 장식한 영상을 보며 부러움을 숨기지 못했고 당의 중진들도 축하 연락을 줄 정도였다.
지금부터 노력을 더 한다면 상원의원을 도전해볼 수 있으니까. 그러니 득실만 따지면 분명 이득이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혼자 끙끙거리다가 이런 방법을 찾았을 걸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이 들지만.
“도움이 됐지. 하지만 다음부턴 이러면 안 돼. 지금까지 괜히 네가 가진 특별함을 숨긴 게 아니잖니. 아역 때처럼 또다시 네가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특히 날 위해서 말이야.”
“로티.”
정치인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자신의 대녀인 조이가 더 소중하다.
자기 생각을 확고히 밝힌 샬럿은 아이를 끌어안고 가볍게 토닥인 후 장난스레 말했다.
“한동안 더 바빠지겠네. 누구 덕분에 물이 들어왔으니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할 테니까.”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손에 쥔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소중한 대녀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서프라이즈 선물이니까.
‘아빠나 딸이나 똑같네.’
생각지도 않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건.
속으로 웃은 샬럿은 대중이 쏟아내는 관심을 개걸스럽게 흡수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고.
“…이건 한 방 제대로 먹었군.”
공화당 인사들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이안을 압박하려 샬럿에게 공세를 쏟아부은 게 아무 의미 없을 정도로 훨훨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나마 대선 후보가 아니라 언더힐에게 앉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샬럿 개인에겐 몰라도 대선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테니까.
“설마 프라이스의 딸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찾아보니 이미 짐작 가는 사건이 있더군요. 비둘기들이 파파라치들을 공격한 사건이요.”
“그런 게 유전이 되는 겁니까?”
“난들 압니까.”
수군수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의견을 내놨다.
“차라리 이게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프라이스의 딸과 함께 꾸민 정치적 이벤트라는 걸 밝히는 건 어떻습니까.”
“좋은 의견은 아니군.”
오르티즈 상원의원은 단호하게 잘라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볼 때는 오히려 드루이드 2세가 나타났다면서 대중의 관심이 더 커질 거 같은데 말이야.”
“그렇긴 하겠군요.”
어설프게 움직였다간 상대측 의원을 키워주는 결과만 만들어낼 뿐이니, 여느 이벤트처럼 시간이 지나 관심이 떨어지길 바라는 게 최선이다.
‘그나저나 아쉽군. 프라이스 같은 인재가 정계가 아니라 연예인을 하고 있다니.’
가벼운 술수 하나로 정치적 공세를 이겨내도록 만들다니 8년 전 대선 때도 체감했지만 소름 끼칠 정도였다.
아쉬움을 삼키며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끝에는 느껴지는 천 뭉치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그 아이부터 다시 한번 만나봐야겠군.”
숙면에 도움을 준 양말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테니까.
***
이안은 워싱턴에 일어난 사건에 관해 샬럿에게 열심히 해명해야 했다.
“진짜 제가 시킨 거 아니에요.”
-정말 아니라니까 일단 믿어는 줄게.
…괜한 의심이라고 반발하기엔 이안도 양심이 있었다. 그동안 샬럿을 경악하게 만든 일을 한두 번 했어야지.
이후 조이와의 연락에서 아이를 나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처럼 동물에게 사랑받는 체질을 타고난 게 들킬 수 있는 일이라고?
‘그걸 모르고 하진 않았겠지.’
아역 때보다 더 심하게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도 대모인 샬럿을 돕기 위해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비록 아이라 하더라도 가족을 위해 위험을 감내한 걸 어떻게 혼낼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그저.
“고생 많았겠네.”
-헤헤헤, 찾는데 힘들었어. 나중에 먹을 것도 챙겨줬고.
독수리에게 일당을 챙겨줬다는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이야기를 잔뜩 나눴을 뿐이다.
워싱턴에서 있던 해프닝을 뒤로 하고 이안은 촬영을 잘 마무리 짓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For The Future는 소피아에게 그동안 함께 하며 행복했다고 말하는 작별인사와 같은 작품이다. 그런 작품에 먹칠할 수 있는 사고가 생겨선 안 될 일이잖는가.
촬영 시작 전에 차리는 고사상을 여느 때보다 신경 써서 준비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촬영 현장을 관리했고 작은 사건조차 없이 순조로운 촬영이 이어졌다.
어느덧 얼마 남지 않은 촬영 일정.
그 속에서 에반과 호흡을 맞추며 새삼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The King Of Prison에서 어린 에반과 함께 촬영했던 시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어느덧 아역에서 성인 배우가 된 그는 완숙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물론 매번 연기에 대해 묻는 그가 뛰어난 연기력을 가졌다는 걸 모르진 않았다.
‘다만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얼마나 성장했는지 더 확실하게 느껴져.’
얼마나 열심히 캐릭터를 분석해서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는지부터 독선적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까지.
이젠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단언해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고, 그보다 이안을 기껍게 만드는 점은.
“에반은 정말 연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촬영은 고되다. 배역에 몰입하며 감정을 소모하고 격한 장면을 촬영하며 몸이 축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에반은 항상 촬영장에서 웃는 낯으로 나타나며 촬영 분량이 없는데도 끝날 때까지 함께 있곤 했다.
‘그래, 이건 사랑이야.’
자신처럼 연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뛰어난 연기력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췄다는 사실이 이안을 너무나 즐겁게 했고, 연신 에반의 어깨를 두들기며 칭찬하는 모습을 보며 네이선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긴 아직도 다른 사람에게 쌀쌀맞게 구는 모습을 보고 에반이 낯가림이 심하다고 말하는 사람인데 오죽하겠는가.
자신한테만 친절한 걸 모르는 이안이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졸졸 쫓아다니는 에반이나 과거랑 달라진 게 없었다.
촬영에 도움이 되니 굳이 진실을 알려줄 생각은 없지만.
“이안.”
“응? 무슨 일이야.”
“저번에 촬영이 끝나면 할아버지를 뵈러 한 번 뉴욕으로 간다며.”
“그래야지. 직접 못 뵌 지는 꽤 됐으니까.”
이안은 살면서 한 번도 할아버지의 손길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자신을 만나러 오는 길에 불행히 세상을 떠나셨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만한 애정으로 자신을 챙겨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그중에서 아이작 감독님은 빼놓을 수가 없고.
이안의 확답에 네이선은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시겠네. 아직도 네가 나오는 작품은 적적하실 때마다 항상 보시거든. 내 작품보다 네 걸 더 많이 볼걸.”
“역시 최대한 빨리 새로운 작품을 보여드려야겠는걸.”
“그래, 그것도 그렇지.”
뭐든지 영원한 건 없다.
뉴욕파를 대표하던 거장이 역사 속의 인물이 된 것처럼 언젠가 떠날 순간이 찾아오는 법이다.
자신을 반겨주던 얼굴에 주름이 한 줄 추가되고 걸걸하게 웃던 입으로 마른기침을 토해내는 것을 들을 때 그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곤 했다.
아무리 아쉽고 슬프다고 해서 그 끝이 찾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다만 그전에 행복한 추억을 더 쌓을 수는 있겠지.’
조금이라도 이별이 아름답게 꾸며질 수 있도록.
“자, 그러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마지막 촬영을 시작하자고.”
이안은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안.”
“응?”
나란히 앉아 있던 레이첼의 부름에 이안은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피부 사이에 선명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는 행복을 담아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안 그래?”
“그랬지. 나는 그저 작은 음식점 소년에 불과했고 너는 대화도 나누기 힘들 정도로 소심한 소녀였으니까.”
한 명은 위대하다 표현할 경력을 가진 스타가 되었고 한 명은 가요계에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회귀한 이안조차 이렇게 될 것은 상상을 못 했다. 부부가 되어 소중한 두 아이를 갖게 되리란 생각은 더욱 못 했고.
추억을 되짚어가던 둘은 조이와 리오를 떠올리곤 웃음을 터트렸다.
“샬럿은 조금 괜찮나 모르겠네. 둘 다 이안을 닮아서 사고를 엄청 치는데 말이야.”
“…조이는 몰라도 리오는 아니지 않아?”
“글쎄.”
레이첼은 리오를 떠올리며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조이랑 다르게 얌전하고 크게 신경 쓸 사고도 친 적은 없다. 얼핏보면 그렇지만.
“그냥 조이가 너무 사고를 자주 쳐서 그럴 기회가 없는 거 아닐까? 그 아이도 꽤 엉뚱하잖아.”
유치원에서 산타가 없는 걸 증명하며 울음바다로 만든 것부터가 평범하지 않으니 말이다.
“한 번 애들이 잘 지내고 있나 전화라도 할까.”
“그러자.”
아이들 생각을 하니 얼굴이 보고 싶다. 연락하려던 이안은 곧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어떻게 알고 먼저 연락을 했는지 모르겠네.”
때마침 걸려온 리오의 영상통화를 받았고.
-아빠.
볼이 통통한 리오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찼다. 반가운 기색으로 웃던 이안은 곧 표정을 굳혔다.
카메라가 이동하며 낯선 사람이 화면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사하는 건 처음이군. 공화당의 오르티즈 상원의원이오.
…공화당 상원의원?
민주당이면 모를까 사이가 안 좋은 공화당 사람과 왜 아이가 함께 있는단 말인가. 이안은 서늘한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왜 리오와 함께 있으시죠?”
정중하지만 흉흉한 분위기.
생각 이상으로 날카로운 느낌에 상대는 손을 내저었다.
-딱히 프라이스 씨와 싸울 생각은 없소. 언제까지 옛일을 두고 날선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으니 말이오.
적의는 없다는 걸 느낀 이안은 분위기를 풀고 물었다.
“그럼 왜 리오와 함께 있는 겁니까?”
-도움을 받은 것 때문에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랬소.
…도움?
상원의원이나 되는 사람이 고작 어린애에게 도움받을 것이 뭐…
-이 귀한 물건의 도움을 받았다네.
활짝 펴진 낯익은 물건.
“양말?”
그것도 빨아놓으려고 내놨다가 사라진 자신의 양말이다.
그게 왜 워싱턴, 그것도 상원의원 손에서 귀한 물건이랍시고 있을까.
‘리오리오야.’
…아빠 양말은 굿즈가 아니란다.
머리가 아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