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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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verly Hills Moms
휑했던 집에 사람의 온기가 더해졌다.
베벌리힐스라는 낯선 동네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온 부모님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역시 공립이 아니라 사립으로 가야 했을까?”
이전 학교는 통학 거리가 너무 길어져서 베벌리힐스의 공립학교로 전학 가기로 한 이안은 클로이의 말에 속으로 혀를 찼다.
주변에서 헛바람을 넣은 게 확실했다.
“왜요. 누가 사립으로 보내야 한다고 했나요?”
“…아니, 레이첼도 사립학교에 다니잖니. 같은 학교에 다니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말했지.”
“알잖아요. 우리가 원해도 어차피 전학 가긴 힘들어요. 입학시험 경쟁률부터 얼마나 센대요.”
돈 많은 사람이 자녀 교육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했고 베벌리힐스는 초등학교부터 엄청난 입시 경쟁을 보여줬다.
한 해에 수천만 원 넘게 드는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아동 심리학자와 교육 컨설턴트까지 고용할 정도로.
‘차라리 나한테 SSAT나 IESS 시험을 치라고 하면 자신 있지만 빈자리도 안 나는 곳을 어떻게 가.’
사립학교 입학에 필요한 SSAT나 IESS는 잘 볼 수 있는데 그것도 자리가 나야 의미가 있다.
동의하면서도 묘하게 불안해 보이는 클로이에게 이안은 짐짓 유쾌하게 말했다.
“그보다 확실히 베벌리힐스긴 하죠? 같은 공립학교인데도 차이가 엄청 크잖아요.”
입학을 위해 찾아갔던 학교를 떠올린 클로이는 이제야 방긋 웃었다.
“맞아. 너무 좋더라. 선생님들 수준도 높아 보이고.”
“학교로 들어오는 졸업생 기부금만 해도 엄청 많을걸요?”
유명한 학교는 동문회에서 한 해에서 수십억씩 기부금이 들어올 정도니까.
앞으로 다닐 학교에 대해서 즐겁게 떠드는 이안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쇼러너?”
invisible children의 쇼러너인 케이틀린 넬슨의 이름이 보였다.
별로 연락할 일이 없는 사이고 가뜩이나 촬영 휴식 기간이니 더욱 연락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의아함을 느낀 이안은 전화를 받았다.
“쇼러너? 어쩐 일이에요.”
-너무 갑작스러운 전화였지? 미안해. 추수감사절은 잘 보냈니. 칠면조는 먹었고?
“아빠가 터덕킨을 만든다고 고생하긴 했지만요. 잘 보냈죠.”
터덕킨은 오리 안에 닭을 넣고 그 오리를 다시 칠면조 안에 넣어 만드는 음식이다.
뼈를 다 제거하고, 속을 빈틈없이 채워야 하는 등 어지간한 음식 실력이 아니라면 그냥 사는 게 나은 음식이다.
-하하하, 그래도 이 정도면 먹을 만하지?
나름 요리사인 딜런이 음식을 망쳐서 클로이에게 등짝을 맞았고.
그때 기억이 나서 작게 웃는 이안에게 케이틀린은 본론을 꺼냈다.
-하아, 쇼러너인 내가 하기엔 이상한 말이긴 한데. 혹시 다른 드라마 촬영에 관심 있니?
“다른 드라마요?”
진짜 쇼러너가 물어볼 말은 아니었다.
“혹시 다른 쇼도 같이 제작하세요?”
-그럴 리가 있니.
하긴 대박 난 invisible children만 생각해도 시간이 부족할 사람이다. 휴방기라고 놀고만 있는 게 아니니까.
휴방기에 작가들이 열심히 쓴 후반기 에피소드를 관리해야 했고 다음 시즌도 생각해야 했다.
흥행에 몸이 달아오른 HMO에서 이미 다음 시즌을 확정 지은 상태였으니.
-다른 쇼러너가 그런 부탁을 했으면 딱 잘라 거절했을 텐데 하필 부탁한 사람이 신세를 너무 진 사람이라서 거절하기가 힘드네.
“그런가요?”
-아무나 맡기 힘든 배역이 있는데 거기에 꼭 너를 쓰고 싶다더라.
그녀는 말하면서 엄청 미안한 기색을 담았다.
물론 이안은 연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생각은 없지만, 의문이 들었다.
“촬영이야 쇼러너끼리 시간을 맞추면 된다지만 시청률이나 이런 건 괜찮아요?”
같은 시간대에 방영을 안 한다 해도 재방송 시간이 겹칠 수도 있고 방송국에서 싫어할 수도 있다.
아무런 계산 없이 제안하진 않았을 테지만 혹시나 하는 질문에 그녀는 명쾌하게 답을 내려줬다.
-시간? 전혀 상관없어. 여름 시즌 드라마거든.
***
미국 드라마의 시즌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9월부터 시작해서 다음 해 5월에 끝나는 정규 시즌, 인기가 없어 쫓겨난 드라마의 빈자리를 중간 개편으로 1월에서 5월까지 채우는 미드 시즌.
그리고 지상파들이 휴가철이라고 재방송을 돌리는 빈집을 노리는 여름 시즌이 있다.
여름 시즌이라는 말만 듣고 도착한 약속 장소에서 케이틀린과 노년 남성이 반겨줬다.
“오, 노아! 캐시가 그렇게 꽁꽁 싸매던 보물을 드디어 만날 수 있다니. 아주 영광이야.”
케이틀린을 애칭으로 부르며 유쾌하게 다가온 남성은 반갑게 악수했다.
“조슈아 골드만이라고 하네.”
“이안 프라이스입니다.”
악수를 푼 조슈아는 빙그레 웃었다.
“봉을 붕붕 잘만 휘두르던 드라마와 달리 제법 펜을 잡아본 손이야.”
그는 클로이에게 물었다.
“부모님께서 학업에 관심이 많으신 듯합니다?”
“아뇨, 어렸을 때부터 알아서 하더라고요. 강제로 시킨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역시 잘 나는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평범하지 않군요. 전 공부라면 때려도 안 했는데 말이죠.”
유쾌하게 웃은 조슈아는 한 발자국 물러서서 이안을 살폈다.
짙은 검은 머리에 차분하게 자신을 살피는 곧은 눈동자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
잘생기고 이쁜 거에는 인종이 상관없다는 걸 새삼 깨달은 조슈아는 만족했다.
“드라마에선 항상 더럽게 분장을 해서 확신이 없었는데 역시 잘 생겼구나.”
“고맙습니다.”
“이런. 힘들게 불렀는데 너무 내 생각만 했구나. 빨리 앉으렴.”
모두가 자리에 앉자, 조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하진 않았니?”
“저야 불러주시면 좋죠. 근데 제가 아직 여름 시즌 드라마라는 이야기만 들은 상태라서요. 어떤 드라마인지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그럼! 당연히 말해줘야지.”
Beverly Hills Moms.
조슈아가 올려놓은 얇은 종이 더미 가장 위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이게 이번 드라마 제목인가요?”
“그렇단다. 주제는 크게 두 가지야. 베벌리힐스에 사는 엄마들의 불륜과 교육열 그리고 거기에 스릴러를 섞었지.”
교육열이라는 말에 이안은 클로이를 힐끔 봤고, 그녀는 눈을 피했다.
공교롭다고 생각하면서 이안은 종이를 들었다.
“피치네요?”
미국 드라마는 모두 구두로 기획을 설명하는 피치(Pitch)에서 시작된다.
드라마의 기본 설정부터 이야기, 등장인물, 파일럿 에피소드에서 벌어질 일, 계획한 에피소드 수를 방송국 중역들에게 설명하는 일인데.
여름에 방송국마다 수백 개의 피치가 쏟아지고 그중에서 선택받아야 파일럿 에피소드를 제작할 수 있다.
‘불륜이라. 흔한 소재지.’
미국에서 불륜은 시트콤에서도 쓸 정도로 닳고 닳은 소재다. 교육열이 들어간 게 조금 특이한 정도?
“어때 재밌어 보이니?”
“피치만 봐선 잘 모르겠어요.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해요. 제가 출연해도 못 보는 드라마네요.”
invisible children과는 다른 의미로 못 볼 드라마였다.
뚱한 어투에 조슈아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부모님과 함께 보면 괜찮은 에피소드도 있을 거다. 몇 개 없겠지만.”
그거라도 어디냐 싶은 이안은 훑어본 피치를 덮고 물었다.
“제가 나오길 원하는 배역은 어떤 건가요?”
“공부는 엄청 잘하지만 사교성은 떨어지는 동양인 느낌이랄까. 대신 사교성이 많이 떨어져서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캐릭터지.”
“피치를 보니까 살인 사건도 있던데 범인이나 그런 건 아니죠?”
조슈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떨 거 같니.”
“논란 생기는 게 싫으시다면 아니겠죠. 기껏해야 의심되는 느낌을 주는 정도?”
바로 계획을 꿰뚫어 보는 이안의 말에 조슈아는 혀를 내둘렀다. 10살이 맞나 싶었다.
“데이비스 감독님에게 듣긴 했는데 정말 똑똑하구나.”
“데이비드 감독님이요?”
겁쟁이라는 비밀을 공유한 비밀친구가 왜 나오는지 의아했다.
“옛날에 같이 작업한 적이 있어서 친분이 있거든. 작품 이야기를 하다가 넌지시 네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래요?”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네 이야기를 꺼내시던데. 널 굉장히 좋게 보셨나 봐.”
“고맙다고 연락드려야겠네요.”
진짜 좋게 본 건지 일종의 뇌물인지 잘 몰라도 고마웠다.
할리우드에서 스태프든 배우든 인맥으로 작품에 들어가는 일이 허다하니 분명 도움이 될 테니.
“아무튼, 집중 조명되는 건 엄마들이니 분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쇼의 분위기를 이끌어갈 캐릭터 중 하나야.”
“재밌겠네요.”
원하던 긍정적인 답을 얻었지만 조슈아는 걱정을 담아 말했다.
“확실히 고민해보렴. 부담되지 않게 캐시랑 잘 조절할 테지만 드라마 두 개를 찍는 건 쉽지 않단다. 캐릭터에 몰입하기도 힘들고.”
정말 이안이 욕심나지 않았다면 이런 무리한 제안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계속 조용히 있던 케이틀린도 거들었다.
“그래, 힘들 거 같다면 거절해도 좋아. 지금 무리하지 않아도 앞으로 좋은 기회는 계속 올 테니까. 엄청 좋은 기회도 아니고.”
“섭섭하게 그럴래? 여름 시즌이 뭐 어때서.”
얄밉게 어깨를 들썩이는 케이틀린과 조슈아가 장난스럽게 투덕거렸다. 이안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둘의 배려가 무색하게 이안은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전 이 드라마 하고 싶은데요. 학교에서 찍는 거라 재밌을 거 같아요.”
살면서 학교에서 촬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학교에서 나타나면 바로 장르가 스릴러로 바뀔 테니까.’
화상 입은 얼굴 때문에 담 좋다는 애들도 근처로 다가가면 울기 일쑤였다. 그러니 학교 촬영을 어떻게 하겠는가.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겠니?”
“물론이죠. 잘 할 자신도 있고요.”
이안의 확답에 조슈아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골머리를 앓게 만든 배역이 원하는 배우로 채워졌으니 좋을 수밖에.
고맙다고 대답하려던 조슈아는 순간 움찔했다. 깜빡한 게 있었다.
“그… 중요한 설명 하나를 빼먹었구나. 그 피치를 보면 불륜과 대비되어 아이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도 있다고 했잖니.”
“그렇죠?”
“사실 네 캐릭터를 말하는 거거든. 사람 감정에 무딘 아이가 사랑에 변화를 보여주는 거지.”
이런 말을 왜 머뭇거리면서 하나 싶던 이안은 뒤이은 말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너에겐 키스 장면이 있단다. 기껏해야 버드 키스 정도긴 한데, 괜찮겠니?”
이 말에 개입하지 않고 조용히 있던 클로이가 당황했다.
“우리 아들은 아직 첫 키스도 안 해봤어요.”
이미 할 만큼 다 하고 과거로 돌아온 이안은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
“으으음.”
레이첼은 위튜브 화면을 보며 뚱한 얼굴을 했다.
18.
기대하며 올린 Any time의 조회수였다.
아일라는 레이첼의 뒤에서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냉정한 현실을 일깨워줬다.
“그러게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어렵다니까. 엄마도 새 앨범을 내면 마케팅으로 얼마를 쓰는 줄 아니? 하다못해 이안의 채널에 올렸으면 이렇게 안 됐을걸.”
“…나도 알거든요.”
초라한 RA-I 라고 적힌 채널을 물끄러미 봤다.
레이첼(Rachel)과 이안(Ian). 둘의 이름을 따서 지을 때는 못된 일을 하는 것처럼 심장이 콩닥거렸는데, 이제는 실망감만 안겨줬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이안의 채널에 올릴까?”
“…싫어.”
그건 싫었다. 레이첼은 자신이 고집부린다는 걸 알았지만.
‘이 채널을 없애긴 싫은걸.’
아일라 올슨의 딸로 어렸을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레이첼과 아역 배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안.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함께 운영하는 채널은 소녀의 낭만을 채워주는 곳이었다.
이 채널이 딸의 앙큼한 생각을 반영한다는 걸 아는 아일라는 귀엽다는 듯이 딸의 머리를 쓸어줬다.
“그럼 대신 엄마랑 약속 하나 할까? 한동안 이 채널은 안 보는 거야. 대신 더 좋은 곡을 써보자. 어때?”
“…그럴까?”
“그래, 보고 있으면 마음만 아프잖아. 그리고 영상이 하나뿐인 채널을 누가 봐주겠니. 좋은 노래가 쌓여야 보지.”
다른 곡을 써도 이렇게 관심을 못 받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레이첼을 향해 아일라가 미끼를 던졌다.
“이안이 부른 노래가 그렇게 예뻤다며. 다른 곡을 부르면 또 다른 게 보이지 않을까? 포크나 팝 발라드를 부르면 어떨까. 댄스곡도 재밌을 거 같지?”
“…다 좋을 거 같아.”
다른 곡을 부르면 어떤 빛이 날까? 큰 차이가 있을까?
기대와 설렘을 느낀 레이첼은 위튜브를 꺼버렸다.
위튜브 채널이 주인에게도 잊힌 사이.
한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다.
-OMG! 위튜브에서 쩌는 곡 하나를 찾았다고! 다들 한 번 들어봐. 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