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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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개
사고 당시 촬영장에는 보는 눈과 귀가 너무 많았다. 아무리 잘 틀어막아도 새는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처음 이 이야기를 꺼낸 곳은 가십 크루(Gossip Crew)였다.
[충격! 인기 좀비 드라마 invisible children는 인명 사고를 숨기고 있다.]자극적인 제목을 보고도 사람들은 관심도 안 뒀다.
할리우드에서 널리고 널린 타블로이드지에서 근거도 없는 헛소리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까.
분위기가 바뀐 건 보다 공신력 있는 할리우드 매체 타임라인(Timeline)에서 후속 보도를 하면서였다.
[죽을 뻔한 invisible children의 아역들. 그날 촬영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촬영장 관리 부실로 아역 둘이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으나 운이 좋게 안전그물에 걸려 큰 사고가 안 났다는 기사였다.
익명의 관계자를 앞세운 기사는 비교적 정확하게 당시 정황이 담겼고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에 기자들이 움직였다.
가장 먼저 답변이 돌아온 곳은 방송사인 HMO이었다.
-제작사와 긴밀하게 소통하여 관련 정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의례적인 대답이 나오고 얼마 후 제작사도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관련자들과 함께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공식 입장 전까지 무분별한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사고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답변에 기자들은 온갖 기사를 쏟아냈다.
이슈는 눈덩이처럼 굴러갔고 피해 아역 중 한 명이 이안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지자 더 불타올랐다.
‘많이들 왔네.’
이안은 찰칵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주변을 훑었다.
새로 전학 온 초등학교를 둘러싼 담장 너머로 카메라를 치켜든 파파라치들이 보였다.
대낮부터 번쩍이는 플래시까지 쓰는 그들을 향해 이안은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줬다.
“…아, 망했네.”
희미하게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안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이 바닥에서 구른 세월이 있는데. 어디서 얕은수를 부려.’
여기서 눈살을 찌푸렸으면 내일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이안 프라이스.’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라왔을 거다.
다른 애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금 일찍 학교를 나온 이안 곁으로 클로이와 경호원들이 다가왔다.
제작사에서 붙여준 이들이고 차에 올라타자 클로이가 물었다.
“학교에선 괜찮았니?”
“그냥 주변에서 걱정을 좀 한 정도죠.”
진짜 사고가 난 게 맞냐. 어디 다치진 않았느냐. 우리 아빠가 변호사고 의사고 어쩌고.
귀가 따가웠지만 딱 그 정도였다.
클로이와 잠깐 잡담을 나누는 사이 차는 두꺼운 철문으로 막힌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첼의 집이었다.
“어서 오렴!”
환하게 반겨주는 아일라에게 사과를 건넸다.
“제작사에서 호텔 방을 구하고 있다니 잠시만 있다가 갈게요.”
“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뭘 새삼스럽게.”
아무리 베벌리힐스라고 해도 이사 온 집은 이곳처럼 사설 경비가 지키는 곳이 아닌 일반 주택이다.
파파라치들과 기자들을 피하기엔 적합하지 않아서 호텔을 잡으려고 했는데.
‘하필 방 구하기 가장 힘든 시기에 걸려선.’
호텔이 가장 붐비는 연말 시즌이니 보안이 확실한 좋은 호텔에는 빈 객실이 없었다.
오늘 안에 방을 구하기 위해 제작사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닐 정도로.
“기사가 난지 얼마나 됐다고 꽤 시끄럽게 떠들더라. 언제 공개한다고 하니?”
“글쎄요. 시간을 오래 끌진 않을걸요.”
사고 난 아역 중 하나가 이안이라는 사실은 쇼러너가 일부러 흘린 거다. 이슈를 더 키우기 위해서.
‘어설프게 움직이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야.’
어찌 됐든 촬영 현장에 예정되지 않은 아역이 있던 건 감독 부실이 맞다.
이 책임을 피하려면 잔뜩 끈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토스하는 게 최선이었다.
‘하필 그 방법이 날 띄우는 거라서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얼굴만 보고도 범죄자 취급당하던 과거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아일라는 앞으로 일이 기대된다는 듯이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쿡쿡, 히어로라. 아이들의 꿈을 곧 이루겠네?”
“…전 그런 꿈을 꾼 적은 없는데요.”
“그래, 공룡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은 있어도.”
옆에서 끼어드는 클로이의 한 마디에 이안은 앓는 소리를 냈다.
기억도 안 나는 옛날 일이 수치스러웠다.
“오래 끌진 않을 거예요. 제가 출연하는 다른 작품들도 있고, 조만간 홀리데이잖아요.”
다른 종교의 권리를 위해서 미국에선 크리스마스보단 휴일인 홀리데이를 쓰는 편이고, 추수감사절과 더불어 최대의 명절이 다가오고 있으니 시간을 오래 끌 수 없다.
이렇게 잠시 아일라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전화가 울렸다.
케이틀린이었다.
-파파라치들이 여럿 달라붙었더라. 괜찮았니?
“괜찮았어요. 그것보다 호텔 방은 구했어요?”
-미안, 그건 조금 더 기다려야 될 거 같아.
호텔 문제가 아니라면 이유는 그녀가 전화할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이틀 뒤에 사고 당시 영상과 함께 우리의 공식 입장을 낼 거야.
이틀 뒤.
분위기를 뒤집을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마 공개되면 더 귀찮아질 텐데. 어떻게 할래? 인터뷰라도 잡아줄까?
지금 기회를 살리면 좋은 이미지 구축에 힘을 쓸 수도 있고, 괜찮은 기자들과 친분을 다질 수도 있다.
퍼블리시스트와 에이전시가 없는 이안은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지 혼자 결정 내려야 했고, 나온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아뇨. 일단 내버려 두려고요.”
때론 침묵이 미덕이다.
앞장서서 궁금증을 풀어줘 봐야 금방 관심이 식을 거다. 쉼 없이 자극적인 소재가 쏟아지는 할리우드니까.
‘이젠 에이전시가 필요하니 조금 더 관심을 끌 필요가 있어.’
캐스팅 디렉터 눈에 운 좋게 들어 찍게 된 invisible children, 위튜브 덕분에 캐스팅된 애니메이션 더빙.
캐릭터 이미지와 너무 잘 맞아서 쇼러너가 직접 찾아온 Beverly Hills Moms까지.
모두 일반적인 과정으로 캐스팅된 게 아니고 앞으로도 이런 행운이 따르리란 보장이 없다.
오디션 정보를 물어올 에이전시가 필요한 이유였다.
이안은 자신에게 제안 온 에이전시와 개인 에이전트를 빠르게 떠올렸다.
기껏해야 괜찮은 정도였고 엉덩이가 무거운 대형 에이전시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언제까지 가만히 있나 보자고.’
조급하게 생각할 거 없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전력으로 달려드는 이들이니까.
***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아이와 연관된 사건은 중요하게 다뤘다.
이슈가 커진 것도 아역이 둘이나 엮인 탓이 컸다.
[사고 충격에도 의연한 노아 역의 이안 프라이스]└어머, 볼살이 빠진 것 좀 봐. 어떡해.
└…선생님, 안과에 가셔야겠어요.
└드라마와 비교하면 너무 좋아 보이는데.
[배우 노조, 이안 프라이스는 노조 가입을 안 한 배우. 우린 관심 없어.]└맞는 말이긴 한데, 진짜 기분 나쁘다.
└노조 놈들이 다 이렇지 뭐.
[이안 프라이스, invisible children에서 하차한다?!]└닥쳐, 널 인생에서 하차시켜 버리기 전에.
└노아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보냐고.
클릭이 된다는 이유로 온갖 유언비어가 퍼져갈 때쯤.
드디어 침묵하던 제작사가 여러 매체를 통해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날 이안 프라이스는 피해자가 아니었다. 우리의 영웅이었다.]기사와 함께 당시 촬영본이 함께 공개됐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로 찍은 영상에는 좀비들에게 쫓기는 생존자들이 옥상을 뛰어넘는 모습이 보였다.
바닥을 구르며 박진감 있게 쫓아오는 좀비들이 눈을 사로잡을 순간 이상한 장면이 찍혔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옥상에서 빼꼼 나온 작은 머리 그리고 건물 옥상으로 미친 듯이 올라오는 한 소년.
옥상에 숨어 있다가 좀비를 마주치고 놀라며 뒤로 꼬꾸라지는 아이를 끌어안은 검은 머리의 소년이 안전그물로 몸을 던졌다.
고작 2분 남짓한 영상은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켰다.
[왜 노아는 친구를 끌어안고 몸을 던졌는가.]└와! 같이 안 뛰었으면 아역 하나가 죽을뻔했네.
└근데 그냥 잡아당기면 됐던 거 아니야?
└관성은 추수감사절 때 칠면조랑 같이 구워 먹었냐. 그리고 팔 빠지겠다.
[망설임 없이 뛰어든 이안 프라이스! 우리가 놓친 디테일!]└대단하다. 아무리 그물이 있어도 망설임 없이 뛰기 힘들었을 텐데 안 다치게 품에 꼭 끌어안네.
└뭐 대단한 일이라고. 보기만 해도 재밌어 보이는데?
└너 같은 새끼는 뛰기도 전에 바지에 오줌 지릴걸?
[재조명받는 지난 이안 프라이스의 행보!]└미쳤다. 할머니를 구하겠다고 총 든 강도에게 뛰더니 이젠 옥상에서 뛰네.
└눈물이 난다. 우리 드롭킥 보이가 이젠 슈퍼 플라이까지 보이다니! WWE 뭐 하고 있어!
└계약서를 준비 중이야! 🙂 by WWE 공식계정
└…미쳤냐고. 왜 진짜인데.
영웅에 환장하는 나라답게 기자들은 케이틀린의 의도대로 영웅 만들기에 기꺼이 참여했다.
재조명받은 일화들이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거지꼴을 한 벤 로버츠에게 콘도그를 양보하면서 착한 심성을 보여줬고 할머니가 강도에게 협박당할 때는 용기 있게 뛰어내리면서 강도를 잡았다.
여기에 이번 일까지 더해지니 여론의 방향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관련 기사만 써도 쭉쭉 오르는 조회수에 기자들은 기뻐하면서도 속앓이를 해야 했다.
“왜 인터뷰를 안 받아주는데!”
“관심이 너무 쏟아져서 부담스러운 게 아닐까요?”
“부담은 무슨! 파파라치에게 웃으면서 손 흔드는 걸 보라고. 이게 부담이 있어 보여?! 돈다발을 안겨줘서라도 인터뷰를 가져와!”
피해자 아역은 이미 진즉에 인터뷰를 마쳤는데 정작 제일 중요한 이안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여기에 심통 난 기자 몇이 부정적인 기사를 올렸다가 된통 욕을 먹자 더 안달이 났다.
‘호텔에 죽치고 있어봤자 만날 수도 없고.’
학교에 가는 걸 제외하면 호텔 방 안에서 숙식을 전부 해결하고 있었다.
어디 PR회사나 에이전시와 계약된 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연기 학원이라도 다녔으면 그쪽이라도 공략하겠는데.
기껏 다니는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교우 관계가 좋고 공부를 굉장히 잘한다는 부가정보뿐이다.
기자들이 손가락 빨며 비슷한 기사만 반복하고 있을 때.
사방에서 큰 관심을 받는 이안 때문에 몸이 달아오른 곳이 또 있었다.
“아무 문제 없다고? 다행이다. 확실히 정해지면 연락할게.”
이안과 통화를 끝낸 멜로디는 쏠리는 시선에 고개를 끄덕였다.
“건강상에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하네요.”
“다행이군.”
멜로디의 확답에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Celestial Dragon이라는 가제로 시작된 애니메이션 제작의 핵심 인물들이었다.
“더빙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됐지?”
“영어판은 완벽하게 됐고 다른 언어들도 1월이면 마무리됩니다. 여름에 개봉하는 계획에는 지장 없습니다.”
이미 개봉날짜 조율도 막바지였다.
그럼 남은 일은 홍보였다.
이미 애니메이션의 윤곽이 드러날 때부터 기사를 통해 조금씩 정보를 흘렸지만 이젠 본격적으로 나설 차례였다.
“멜로디, 자네의 안목은 역시 훌륭하군. 처음엔 무리한 주문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프로듀서는 가볍게 칭찬하며 화면을 봤다.
금색 비늘을 가진 귀여운 드래곤, 이안이 더빙한 라울이 보였다.
그냥 캐스팅하는 것도 모자라서 여러 언어를 맡길 생각이라는 말에 그저 반대를 외쳤던 과거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렇게 홍보 효과를 얻게 될 줄 몰랐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정을 내렸다.
“첫 공개 캐릭터는 이 라울로 하고, 더빙한 곡도 함께 공개하지.”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개봉이 내년 여름인데, 준비한 히든카드를 너무 일찍 노출하는 느낌이었다.
멜로디의 되물음에 프로듀서는 빙그레 웃었다.
“우린 5곡이나 있잖는가. 텀을 두고 하나씩 풀어보자고.”
프로듀서가 마우스를 딸깍이자, 중독성 있는 라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처음 들었을 때, 며칠 동안 귓가에 맴돌아서 고생을 시킨 곡이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벌써 기대가 되는군.”
긴 프로듀서 생활이 무색할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