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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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할래요
인종 간 신체 능력 차이가 있는가?
근육과 체구 차이를 들먹이며 있다고 하기도 하고 그냥 인프라 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내 신체 능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
한창 성장할 시기에 학대당하고 길거리를 전전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힘 싸움으로 누굴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다.
이건 어린 시절도 비슷했다. 밥에 성장촉진제라도 섞어서 먹나 의심될 정도로 발육이 빠른 애들이 수두룩했으니까.
방금 바닥을 뒹군 애처럼.
이안은 바닥에 나뒹군 아이에게 달려갔다.
“하비! 내 말 들려? 괜찮아?”
풋볼은 격한 스포츠다. 청소년이 풋볼을 하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올 정도로.
크게 다쳤나 물어보니 하비가 상체를 휙 들었다.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왜 내가 날아가!”
의심 가는 게 있는데 그걸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니 이안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냐. 방심했던 거 아니야?”
“으음. 아무리 그래도 구를 정도는 아니었는데.”
갸우뚱하며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하비 곁으로 애들이 몰려와 놀렸다.
“푸훗! 하비는 허접이래요! 맨날 잘난 척하더니.”
“내가 한 번 하비를 따라 해볼게. 으아아악?! 이렇게 데굴데굴 굴렀다니깐?”
“다 닥쳐! 이안, 다시 해보자! 응?”
이안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우연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위험하게 태클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코치에게 허락받은 둘은 보호구를 꼼꼼하게 입었다.
“그럼 간다?”
하비의 외침과 함께 둘은 달렸고.
쿠웅!
숄더패드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방금처럼 누구 하나 나뒹굴진 않았지만 코치와 다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우연이 아니었다고?”
오히려 덩치와 키가 훨씬 큰 하비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배웠는지는 몰라도 이안의 기술과 전술 이해도가 훨씬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근데 저렇게 힘 싸움으로 우위를 점하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성인이라면 스테로이드를 의심했을 장면이다.
잠시 힘겨루기를 이어가던 이안은 하비의 자세가 무너지자 힘을 뺐다.
확실했다. 단순히 컨디션이 좋은 게 아니다.
‘신체 능력이 좋아졌어.’
이안은 아직도 힘이 넘치는 손을 쥐락펴락했다.
액션이든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내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을까.”
그깟 몸이 조금 좋아진 게 뭐라고 그런 오만한 생각을 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절망하는 이안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이안! 오늘은 질릴 때까지 놀아준다며! 빨리 일어나!”
“맞아! 얼마나 놀았다고 벌써 이렇게 지쳐 있어?!”
“요즘 다른 드라마까지 찍느라 바쁘다고 잘 안 놀아줬잖아. 빨리! 응?!”
invisible children의 아역들에게 둘러싸인 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른 일정 때문에 소홀했던 아이들에게 놀아주겠다고 호기롭게 외친 과거의 자신을 때려주고 싶었다.
차라리 좀비들과 뛰어노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이 구세주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 다음 장면은 네 차례야!”
“네! 얘들아 들었지?”
이젠 살려주지 않을래?
말 한 번 잘못했다가 고생 한 번 제대로 한 이안에게 조연출이 웃으며 말했다.
“힘들어도 네가 이해해줘. 이제 곧 이번 시즌 촬영도 끝나잖아. 한동안 보기 힘들 테니까 아쉬워서 저러는 거야.”
“알죠.”
그리 답하며 이안은 세트장을 둘러봤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
낯설었던 세트장은 어느덧 눈을 감아도 훤히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만큼 촬영장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다.
‘거기다가 과거로 돌아온 지 1년이 다 돼가고.’
1년.
돌아오기 전에는 좀비 역할로 대여섯 번 정도 촬영을 나갔으면 만족했을 기간이다.
지금처럼 2개의 드라마를 찍는 일은 꿈도 못 꿨고.
1년이란 시간을 이렇게 보람차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 이안은 촬영장에 도착했다.
건물에 들이박고 짓뭉개진 차 주변으로 좀비들이 뭉쳐 있었다.
“자자, 이번에 촬영하는 아역은 이안이니까. 최대한 무섭게 움직여도 상관없어요. 알죠?”
“알고 있죠. 이안이 이 촬영장에서 가장 겁이 없을걸요?”
“솔직히 걔는 애라고 하기엔 좀.”
아니, 이 사람들이.
이안은 노아의 상징인 쇠봉으로 바닥을 깡하고 쳤다.
“오늘은 좀비를 죽이는 장면이 있는 거 알죠? 그러다가 봉에 맞는 수가 있어요.”
“하하하, 찔리는 건 어차피 더미거든. 저기 있잖아.”
좀비 사이에 껴있던 마일즈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실감 나게 제작한 좀비 모형이 보였다.
좀비 연기자들을 대신해 희생할 모형을 보며 이안은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혹시 알아요? 제가 손을 삐끗할지.”
농담이라도 위험한 말이지만 다들 웃어넘겼다.
이런 장면이 처음도 아니고 그때마다 안전에 가장 신경을 기울이는 게 이안이라는 걸 전부 알고 있는 탓이다.
“자, 그럼 촬영에 들어가겠습니다.”
감독의 말과 함께 이안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삶의 집착이 강한 노아는 다른 사람을 돕더라도 자신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좀비들을 유인하는 건 노아답지 않은 행동이고.
‘주인공과 함께 다니면서 바뀌게 된 거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와 삶에 대한 욕심.
이 둘 사이에서 계속해서 갈팡질팡하는 인간이 노아였다.
탁!
슬레이트 치는 소리와 함께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노아는 욕설을 내뱉으며 바닥에 굴러다닌 철제 간판을 봉으로 쳤다.
깡- 하는 맑은소리와 함께 좀비들의 시선이 휙하고 노아를 향했다. 백내장에 걸린 것처럼 뿌연 눈이 부릅떠졌다.
-캬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달려드는 좀비와 이를 피해 내달리는 노아.
이 장면을 보던 스태프가 깜짝 놀라며 감독에게 말했다.
“어라? 평소보다 빠른 것 같은데요.”
“그러게.”
단순한 착각이라기엔 갑자기 벌어지는 거리에 좀비 연기자들이 깜짝 놀라 속도를 높이는 게 보였다.
‘오히려 괜찮아.’
속도가 주는 박진감.
이게 확실히 느껴졌고 한층 더 위태롭게 보였다.
정면이 형편없이 짓뭉개진 SUV 차량 앞에 노아가 도착하자 감독은 촬영을 끊으려고 했다.
좀비를 피해 도망치는 지붕까진 혼자 올라가긴 힘들 테니…까?
“흐읍!”
차 위로 봉을 올려놓곤 제 키보다 높은 차 지붕 위로 훌쩍 올라가는 이안을 보고 스태프들은 벙찐 얼굴을 했다.
“…끊을까요?”
“좀 더 보지.”
인서트를 따는 건 급하지 않다. 뒤쫓아온 좀비들이 거칠게 차를 흔드는 장면까지 찍은 감독은 이안에게 다가갔다.
“이안, 오늘 몸 상태가 좋은 거 같은데? 액션 배우가 따로 없어!”
“말 나온 김에 옥상에서 한 번 뛰어볼까요?”
“으, 그런 끔찍한 소리는 하지 말라고. 우리 촬영장에서 옥상은 금지어인 거 몰라?”
이안의 농담에 질색한 감독은 손짓해서 모형을 투입했다.
좀비 연기자들 사이에 끼어 있어도 위화감이 전혀 없는 모형을 가져온 스태프가 머리를 툭툭 쳤다.
“머리를 힘껏 쿡 찌르면 돼. 알겠지?”
밀랍과 특수소재로 만들어진 겉과 달리 속은 석고로 채워져 있는 모형이다.
마음껏 찔러도 된다고 알려준 스태프가 떠나고, 촬영을 재개했다.
거칠게 차를 흔드는 좀비들이 지붕 위로 기어 올라오려 했고, 이안은 상체를 지붕 위에 걸친 모형의 머리를 향해 봉을 힘차게 찔러 넣었다.
정말 힘차게.
퍼억!
“…어?”
뜯겨나간 머리가 바닥에서 데구루루 굴렀고, 촬영장엔 침묵이 흘렀다.
주섬주섬 지붕 밑으로 내려간 이안은 떨어진 머리를 줍고 어색하게 물었다.
“…다시 할까요?”
아무래도 힘 조절부터 신경 써야 할듯했다.
생일 하루 전의 일이었다.
***
3월 1일.
자신의 생일날이지만, 이안은 생일 파티를 연 기억이 까마득했다.
밥도 제대로 안 챙겨준 위탁 가정은 물론이고, 길거리를 전전하면서 생일을 챙길 여유 따위는 없었으니까.
배우라는 삶의 목표가 없었다면 당장 죽어도 미련이 없을 이안에게 생일은 축하할 날이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세상에 자신을 떨어뜨린 날이지.
그러니 지금 풍경은 낯설었다.
“…네가 도로시구나?”
“내가 도로시야. 근데 넌 누구야?”
털을 바짝 세운 새끼 고양이처럼 도로시를 살피는 레이첼과.
“와! 진짜 벤 로버츠다! 정말 아역을 싫어하세요?”
“그래, 싫어하니까 애들끼리 가서 놀아라.”
“왜요? 왜 싫어하는데요. 이안은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냉담한 태도에도 달라붙는 래리를 질색하는 벤까지.
총체적 난국이라는 게 지금을 의미하는 말이 아닐까?
“정말 이 정도만 초대해도 괜찮겠니?”
다니엘을 포함한 Beverly Hills Moms의 3인방과 아일라 모녀, 그리고 벤 로버츠까지.
혹시 부담될까 간소한 인원만 불렀나 클로이가 걱정하자 이안은 고개를 내저었다.
“학교랑 invisible children 촬영장에선 충분히 축하받고 왔어요. 선물도 저기 잔뜩 쌓여 있잖아요.”
집 한구석에 쌓인 선물상자들을 가리켰다.
2층 방까지 가지고 갈 엄두가 안 나서 임시로 쌓아놓은 상태였다.
‘생일 파티라는 게 낯 간지럽기도 하고.’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태반인 게 노숙자들이다. 생일보다 장례식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살았으니 생일은 기억 속에도 없었다.
아마 부모님이 말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잊고 지나갔을 정도로.
“네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다음엔 더 많은 친구를 부르자꾸나.”
“그때 가서 보고요.”
클로이에게 덤덤하게 대답한 이안 옆으로 다니엘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생일 축하한다.”
“고마워. 이번에 영화 오디션을 본다고?”
“응!”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영화 오디션에 들어간다는 게 기쁜지 환하게 웃던 다니엘은 순간 흠칫했다.
“주인공 어린 시절이라 백인 아역이 필요한 오디션이거든? 넌 참여 못 해.”
“누가 뭐랬냐. 안 뺏어.”
퉁명스럽게 대답한 이안은 오디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오물거렸다.
‘영화 오디션이라. 나도 찾아보긴 해야지.’
invisible children 시즌1 촬영이 끝나면 다음 시즌 촬영 전까지 시간 여유가 꽤 있다.
Beverly Hills Moms는 촬영 일수 자체가 원래 많지 않았고.
‘되도록 이번엔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
더빙은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와 영화는 다르다.
편집만 해도 방송계의 오스카인 에미상을 받은 편집자가 ‘영화 편집을 할 수 있겠어?’라는 의심을 받을 정도다.
당연히 촬영 현장도 다르고.
다니엘이 영화 오디션 이야기를 하니까 불쑥 그런 욕심이 솟았다.
“에이전시부터 계약을 맺어야겠네. 너도 에이전시 계약을 맺었다고 했지?”
“얼마 전에 했지. 이번 오디션도 거기서 알려준 거야.”
안 그래도 약속을 미뤄놓았던 대형 에이전시들이 계속 만나자는 요청을 하는 중이다.
‘에이전시의 몸이 달아오른 건 샬럿 탓도 있지.’
샬럿이 시작한 폭로전은 허먼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도 뻗치고 있었다. 유명 감독, 배우 할 것 없이 터지는 통에 할리우드는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미지가 좋아진 이안은 욕심 나는 매물이었다.
에이전시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초인종이 울렸고 상대를 확인한 클로이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감독님!”
“잘 지내셨습니까?”
게빈 데이비스 감독이다.
상대를 알아본 세 아역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벤이나 아일라가 이안과 친하다는 건 알았지만 데이비스 감독까지 알고 지내는 사이일 줄은 몰랐다.
놀라거나 말거나 이안은 게빈에게 다가갔다.
“어쩐 일이세요? 못 오신다고 하시더니.”
“선물이나 줄 겸 정말 잠시 들린 거란다. 바빠서 바로 가봐야 해.”
“그래요?”
“그러니 잠깐 밖으로 나와볼래? 둘이서 잠시만 이야기를 하자꾸나.”
도대체 무슨 선물이길래 따로 부르나 싶어 이안은 밖으로 나갔다.
탁하고 문이 닫히자 호들갑 떠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안에서 희미하게 들렸다.
“무슨 선물인가요.”
“오디션 기회란다. 내가 찍을 영화지.”
“와! 감독님의 영화요? 무슨 영화예요?”
거장인 데이비스 감독의 영화.
모든 배우가 탐낼 자리를 덤덤하게 말한 게빈은 종이를 내밀었다.
“SF가 포함된 액션 영화란다. 지구에 숨어든 외계인을 잡는 사냥꾼 이야기지.”
“오.”
알고 있는 영화다. 너무 유명한 영화라서 잘 알고 있었다.
이안은 종이를 받고는 방긋 웃으며 답했다.
“너무 고맙지만, 안 할래요.”
“…왜?”
설마 이런 대답을 들을 줄 몰랐던 게빈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이유를 말해줬다.
“음, 재밌을지 모르겠어요. 감독님 스타일하고 안 맞는 것도 걱정되고요.”
최대한 돌려서 말해줬지만, 게빈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렴. 나쁜 소리는 하지 않을 테니까.”
그걸 원한다면 어쩔 수 없다.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망할 거 같아서요.”
“망할 거 같다고?”
그래, 망하는 영화였다. 그냥 망하는 것도 아니고.
게빈의 감독 생명을 끊어버릴 정도로 대차게 망하는 영화였다.
눈앞의 종이는 폭탄이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