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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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
아무리 연예계가 좁다 좁다 하지만.
‘이게 말이 되냐고.’
아무리 이안이 비범해도 정도라는 게 있지. 연신 감탄하면서 들었던 노래가 목소리를 변조해서 부른 거라고?
물론 변조라고 해도 분위기 차이가 있을 뿐 엄청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문제는 라이가 고작 초등학생이라고 의심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거기다가 두 명이라니.’
물론 작곡가가 따로 있다는 주장은 있었다. 작곡가도 초등학생이라는 주장이 없어서 그렇지.
진실을 알고 에이전트 역할을 맡게 된 닉은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인인 이안의 일이다.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은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가다듬는 닉의 옆구리를 이안이 툭 쳤다.
“지금 싸우러 가요? 너무 부담가질 필요 없다니까요. 중간 다리 역할만 제대로 해주면 돼요. 어차피 계약서는 아일라가 판단해줄 거에요.”
“그래도 앞으로 직접 만날 건 나잖아. 처음부터 가볍게 보이면 너희한테 손해야.”
정말 괜찮으려나 의심하는 이안에게 레이첼이 속삭였다.
“걱정 안 해도 돼. 생각보다 긴장한 거 같진 않아.”
“그래?”
목소리에 예민한 레이첼의 말이라면 믿을만했다.
셋이 도착한 곳은 작은 카페였다. 영업 중이 아니라는 팻말이 걸린 문을 열자 엘리엇이 보였다.
카페 사장처럼 음료를 만들고 있는 그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여기 노래 선곡이 좋지 않습니까?”
카페에는 라이의 노래가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진 레이첼을 대신해 이안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사장님의 안목이 괜찮은걸요. 근데 저작권은 어쩌고 이렇게 틀고 있나 모르겠어요.”
“저런 소송당하기 싫으면 계약을 꼭 맺어야겠군요.”
가볍게 웃은 엘리엇은 자리를 안내했고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올려놨다.
“기대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연락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일라가 지금의 라이에겐 가장 좋은 파트너라고 하더라고요.”
“다름 아닌 아일라 올슨께서 그렇게 말해주셨다니 영광이군요. 근데 말을 들어보니 지금처럼 얼굴을 숨기실 생각인 거 같습니다?”
이번 계약에서 이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엘리엇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하면서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하하하, 엄청 재밌겠는걸요?”
그는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예상한 반응과 너무 다른 탓에 눈을 동그랗게 뜬 레이첼에게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이상하게 볼 건 없습니다. 어차피 영원히 숨길 생각은 아니잖습니까?”
“그렇긴 하죠.”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일에 동참하는 건데 당연히 재밌죠.”
확실히 알겠다. 새하얀 정장만을 고집하던 닉처럼 이 사람도 꽤 괴짜였다.
“그동안 돈이 별로 안 될 수도 있는데요?”
“돈은 노래만 좋으면 어느 정도 벌 수 있습니다. 음, 일단 한 가지 확인하고 넘어가죠. 노래는 프라이스 군이 불렀고 작곡은 옆에 레이디께서 하신 겁니까?”
엘리엇의 시선을 받은 레이첼은 짧게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레이첼 그레이스에요. 노래는 제가 만들었어요.”
“그렇군요. 하긴 프라이스 군이 작곡했을 거 같진 않았습니다.”
목소리의 특별함으로 라이의 정체를 안 건 알겠다. 근데 작곡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죠?”
“엑스트라로 잔뜩 나올 때 느꼈습니다. 정말 배우 일을 좋아한다고 말이죠. 보통 그런 사람은 다른 쪽에 눈길을 잘 안 주는 법이죠.”
경험이 많은 건지 통찰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확하네.’
유명한 가수가 될 바에는 차라리 엑스트라를 전전할 정도로 연기가 좋았다.
이안에게 가수와 배우는 절대로 같은 무게추에 올라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실 그래서 조급하게 움직였습니다. 라이는 언제나 작은 변덕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는 존재니까요.”
엘리엇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쓱 앞으로 내밀었다.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잘 준비해왔습니다.”
닉은 계약서에 적힌 계약금을 보고 놀랐다.
“음반 3장에 계약금 사백만 달러요?”
“물론 앨범 판매량에 따라 추가 수익도 있을 겁니다.”
한화로 수십억에 달하는 계약금은 신인에게 주기엔 너무 후한 금액이다.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 걸 생각하면 더욱.
닉은 혹시 독소 조항이 있는지 빠르게 살폈다. 장난질을 숨기지 않았다면 이해되지 않을 조건이다.
한참을 살핀 닉은 계약서를 내려놨다.
“변호사에게 확인해봐야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이상한 조건은 없어.”
“말했잖습니까. 라이가 사라지지 않도록 잘 준비해왔다고. 사실 그 계약을 들고 오는데 미쳤냐는 말만 수십 번은 들은 거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제겐 일상적인 일이죠. 놓치고 후회하는 것보단 차라리 손해를 보는 게 낫지 않습니까?”
말은 이렇게 해도 이번 결정에 확신이 느껴졌다.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이다.
이안은 레이첼에게 물었다.
“어때? 괜찮은 거 같아?”
“응. 믿고 계약해도 괜찮을 거 같아.”
레이첼만 괜찮다면 상관없다.
“그렇다고 하는군요.”
“이런 실세가 따로 있었군요. 앞으로 잘 보여야겠습니다.”
이후 대화는 계약은 뒷전이 되고 가벼운 담소로 이뤄졌다.
라이가 탄생하게 된 이유부터 앞으로 하고 싶은 노래가 무엇인지까지 폭넓게 대화가 이어졌다.
엘리엇은 좋은 대화 상대였다. 소극적이던 레이첼도 어느덧 신나게 입을 열 정도로.
시계를 본 그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너무 늦게까지 붙잡고 있을 순 없으니 다음을 기약하도록 하죠.”
“그래야겠네요.”
떠날 준비를 하는 이안을 엘리엇이 불렀다.
“혹시 EGOT라고 아십니까?”
“당연히 알죠.”
텔레비전 쇼와 관련된 에미, 청각 매체의 상인 그래미, 영화의 오스카, 연극과 뮤지컬 같은 극예술의 토니.
미국 대중문화에서 가장 권위 있는 4개 시상식의 앞글자를 딴 말이고 여기서 모두 수상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람에 붙는 명예로운 호칭이기도 했다.
긴 역사 속에서 이걸 달성한 사람은 스물이 안 될 정도로.
“역대 EGOT 수상자는 작곡가가 대부분이었죠.”
“네 분야 모두 음악을 사용하니까 그렇죠.”
“그렇습니다. 엄청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도 보통 그래미에서 좌절하게 되죠.”
배우가 그래미에서 수상하는 경우는 OST나 오디오북인데 당연히 쉽지 않았다.
엘리엇은 진지하게 태도로 이안에게 말했다.
“전 프라이스 군이 EGOT에 도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중문화에 발을 디딘 사람이라면 누구나 설렐 수밖에 없는 말.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엘리엇이 예상한 게 아니었다.
“상? 전 상이 필요 없어요.”
이안은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모든 배우가 간절히 바라던 상은 그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그냥 연기가 하고 싶을 뿐이죠.”
엘리엇은 숨이 순간 멎는 느낌이었다.
흔들림 없는 대답을 하는 눈에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 느껴졌다.
오늘 죽더라도 연기를 하며 죽겠다는 의지를 느낀 그는 홀로 남은 카페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꼬시는 건 불가능하겠네.”
찬란한 별을 배우계에 뺏긴 느낌이라 속이 쓰렸다.
***
엘리엇과 만남 이후 라이의 음반 계약은 빠르게 이뤄졌다.
객관적으로 라이에게 굉장히 유리한 계약이고 Big Sound Records에선 라이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계약을 공개했다.
-의문의 신인 RA-I. Big Sound Records와 400만 달러 수준의 계약 체결.
-엘리엇의 선택을 받은 신인 RA-I. 그는 누구인가?
-엘리엇 “RA-I의 정체를 밝힐 생각은 없다. 지금처럼 신비주의로 갈 것.”
엘리엇의 성공사례를 아는 사람들은 바로 라이에게 관심을 가졌고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라이가 누군지 알 수 있게 되는 건가?!
└엘리엇이 말했잖아. 당장 정체를 밝힐 생각은 없다고.
└난 솔직히 그래서 다행이야. 상상과 다른 사람이 나올까 봐 너무 무섭다고.
└닥쳐! 라이는 미청년이 확실하다고!
-정체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음반 3개나 앞으로 나온다니까?
└너무 기쁘다. 음반 하나만 남기고 사라질까 엄청 무서웠다고.
└나도 알지. 매일 밤 그거로 기도했다고.
팬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 라이인 만큼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두려움을 항상 팬들은 품고 살았다.
그 걱정이 해소된 것만 해도 기쁜 일이었다.
이안의 주변에도 그런 팬이 하나 있었다.
“아저씨!”
“어?!”
이안 집에서 딜런의 가게 업무를 돕고 있던 닉은 후다닥 달려오는 도로시를 보고 놀랐다.
“아저씨가 라이의 에이전트라면서요!”
“그건 어떻게 알았니?”
“제 친구가 알려줬어요! 시사회에서 만난 그 사람이요.”
음악계에서 거물인 엘리엇과 친구를 먹었다는 데서 놀라야 할까 아니면 엘리엇이 자신을 팔아먹었다는 데서 놀라야 할까.
혼란스러운 닉의 마음과 달리 도로시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물었다.
“그럼 라이도 봤겠네요?!”
닉은 고개를 슬쩍 돌려 이안을 봤고.
‘쉿!’
수신호를 받은 닉은 고개를 흔들었다.
“말 못 해. 비밀유지 계약서까지 썼단 말이야.”
“저도 그런 무리한 부탁은 안 해요. 팬인데 싫어할 행동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 조금만 알려주시면 안 돼요?”
그건 어렵지 않았다.
이안을 힐끔 본 닉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엄청 잘 생겼어.”
“그렇죠! 엄청 잘 생긴 거 맞죠?! 역시 라이는 미청년이라니까요.”
자신의 상상이 맞았다니 도로시는 엄청 기뻐했고 닉은 따가운 눈길을 받아야 했다.
-어떻게 하려고요?
-왜? 거짓말은 안 했다고.
입 모양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닉은 떳떳했다. 정말 거짓말은 아니다.
이안은 분명 잘 생겼다. 다만 도로시가 상상하는 것처럼 20대가 아닐 뿐.
‘언젠가 20대 미청년이 되겠지.’
뻔뻔하게 도로시를 상대하는 닉의 행동에 고개를 내저은 이안은 핸드폰을 봤다.
오스틴의 전화였다.
“오스틴, 어쩐 일이에요?”
-아직 모르십니까?!
“뭘 몰라요.”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방금 프라임타임 에미상 후보가 공개됐습니다. invisible children은 4개 부분에서 후보에 올랐고요.
“오! 잘됐네요.”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주는 상을 말하고 보통 에미상은 이걸 뜻했다.
invisible children은 작년에 시작한 드라마 중 가장 크게 성공한 만큼 상을 여럿 받았지만, 에미상에 비하면 빛이 바랬다.
-후보로 오른 셋은 시각효과, 사운드 편집, 스페셜 보철분장입니다.
성공한 좀비물 다운 후보였다.
‘잘 하면 하나 정도는 수상할 수 있겠는데.’
시각효과와 사운드는 몰라도 특수분장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근데 왜 셋만 말하지?
“그럼 남은 하나는요?”
-남우조연상입니다.
“남우조연상이요?”
우리 드라마에서 남우조연상에 오를만한 사람이 있나 싶었다.
“누군데요?”
-이안 프라이스. 바로 당신입니다!
잘못 들은 건 아니다. 이런 거로 장난 전화를 걸 사람은 더욱 아니고.
“저라고요?”
-네! 지금 회사로 전화 오고 난리입니다!
어쩐지 주변이 시끄럽다 했다.
이안은 뜻밖에 소식에 놀랐는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냉정하게 현실을 따졌다.
“어차피 수상은 힘들잖아요. 그렇죠?”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은 힘들었다.
지금까지 에미상에 최연소 후보로 오른 사람은 6살이니 후보로 오를 법하긴 했지만.
‘노아는 수상할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야.. 그리고 순전히 연기 때문에 후보에 올랐다고 보기도 힘들고.’
허먼 폭로전의 영향이 분명 영향을 끼쳤을 거다.
인기, 이슈, 이해관계 등 후보 선정에는 다양한 변수가 더해지는 게 당연하지만 순수하게 연기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도 후보로 오른 것만 해도 대단한 일입니다!
“알고 있어요. 가볍게 생각한다는 건 아니에요.”
한 해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 숫자는 천 단위다. 그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숫자를 생각하면 훨씬 늘어날 테고.
후보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영광이다.
“충분히 기뻐하고 있어요. 그냥 들뜨지 않으려는 거죠.”
-후… 이상하군요. 너무 평온하신 거 아니십니까?
살짝 툴툴거린 오스틴은 화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할까요?
“무슨 이야기요?”
오스틴은 목소리를 낮췄다.
-요즘 우리 회사 에이전트 하나가 이상하더군요. 담당 연예인들은 특이한 회사에 투자하고요.
이안은 짙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소식이 한 번에 두 개나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