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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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미국에서 총기 소지는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혼자 집을 볼 순 없어도 아이가 사격하는 건 관대한 이상한 나라고.
‘아이랑 사격장 다니는 것도 흔한 일이지.’
법적으로 총기 사용에 나이 제한도 없고 대부분 사격장에선 8세 이상이면 부모와 함께 실탄 사격을 할 수 있다.
보이스카우트에선 사격 훈련을 캠핑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정하고 있으니 지금 풍경이 이상한 건 아니다.
탕!
미미한 반동이 왔다.
다가오는 표적지를 보며 분홍색 총을 내려놨다. 여자아이도 사냥에 쓸 수 있는 어린이용 소총이다.
“킥킥킥, 잘 어울리네?”
“시끄러워요. 이런 총을 준 사람이 누군데요.”
얄밉게 웃는 브레이커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애들이 쓸 정도로 반동이 적은 총이 수두룩한데 기어코 직원이 딸에게 선물한 총을 가져오게 했으니 고운 말이 안 나갔다.
이안은 실실 웃으며 총을 가져다줬던 직원을 힐끔 봤다.
“어휴! 한심한 자식아! 어떻게 애한테 지냐. 어쭈? 팔 내려가는 속도가 느리다!”
“바, 반칙이야. 총이 다르잖… 끄읍! 개자식들아, 올라타지 마!”
벌칙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남성 주변으로 동료들이 유쾌하게 조롱을 날렸다.
밉보인 사람의 최후였다.
브레이크는 거만하게 이안의 머리 위로 팔을 올렸다.
“왜 나도 저 꼴을 만들고 싶어서? 저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야. 거기다가 이미 나한테 안 됐잖아?”
“같은 총이면 할 만했거든요? 그리고 다들 애를 상대로 아득바득 쏘던데요.”
“남자끼리 승부에 나이가 어딨냐. 왜 또 상대해줄까?”
표적지를 확인한 부하가 이안을 놀리는 브레이커를 불렀다.
“보스, 적당히 놀려야 될 거 같은데요?”
“뭔데.”
표적지를 받은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같은 남자끼리 이건 너무한데.”
과녁 하단에 촘촘하게 생긴 구멍은 남자의 사타구니를 노린 것처럼 보였다.
부하와 함께 맹랑한 꼬맹이라며 웃던 그는 표적지에 찍힌 점을 보고 웃음을 멈췄다. 이안이 미리 찍어놓은 점 주변으로 탄착군이 생겼다.
‘잠시만 이걸 정상적인 과녁에 쐈다면…’
저기서 웃고 떠드는 절반 이상은 벌칙을 받았을 거다.
아이의 묘한 미소를 보니 확신이 들었다.
이 꼬맹이는 일부러 졌다.
“후, 따로 이야기나 나누자. 저리 비켜 이놈들아. 실력은 죄다 녹슬어서.”
“우린 이겼습니다만?”
“애한테 이긴 게 자랑이다.”
뭉그적거리는 부하들을 툭툭 친 브레이커는 함께 온 클로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용한 장소로 이동했다.
단둘이 남았는데 무섭지도 않은지 대충 주변에 걸터앉은 이안에게 물었다.
“무슨 올림픽 유망주라도 되냐.”
“각본 없는 드라마는 제 전공이 아니라서요. 종목에 연기가 추가되면 생각해볼게요.”
“누가 배우 아니랄까 봐 말은 잘해요.”
머리를 긁적인 브레이커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일부러 졌지?”
“에이, 정상적인 과녁에 쐈으면 결과는 모르죠. 솔직히 같은 조건도 아니었고요.”
“그럼 질문을 바꾸자. 왜 적당히 쐈냐?”
“친해지고 싶어서 왔다고 했잖아요.”
브레이커는 웃고 떠드는 부하들을 보며 짧게 혀를 찼다.
실력만큼이나 자존심도 강한 녀석들이니 졌으면 지금처럼 유쾌한 분위기가 못 됐을 거다.
“진짜 사격 훈련 좀 빡세게 시키던가 해야겠어. 아무리 손에 안 맞은 총이라도 해도 정도가 있지.”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이 투덜거리는 그는 이안에게 물었다.
“사격 좀 해본 거 같은데 총이 좋냐?”
“아뇨, 제가 제일 싫어하는 3가지 중 하나인데요.”
불, 인종차별주의자 그리고 총.
평생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세 가지를 어떻게 좋아하겠는가.
‘이 대답이 마음에 안 들겠지만, 거짓말할 생각은 없어.’
총은 미국에서 가장 격렬하게 찬반이 나뉘는 주제고 그는 총기 옹호론자일 가능성이 컸다.
기껏 쌓아놓은 호감을 걷어차는 꼴이라도 대답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진짜?”
“진짜죠. 매년 죽는 사람을 봐요. 어떻게 좋아해요?”
압박하듯 굳어 있던 표정이 스르륵 펴지며 어느덧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예상외의 반응이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네. 그냥 좋다고 했으면 네 경호는 포기했을걸.”
“왜요?”
“총이 무기인 줄도 모르는 겁 없는 꼬맹이를 맡을 생각은 없거든. 그렇다고 필요할 때 주저하는 겁쟁이는 또 아니잖아, 드롭킥 보이?”
와, 저 별명을 짓궂은 미소랑 같이 들이니 인상이 팍 찡그려졌다.
“아무튼, 경호는 맡는 거로 알게요.”
“담당으로 원하는 스타일이라도 있어? 흉악하게 생긴 녀석부터 비교적 멀쩡한 녀석들까지 다양한데.”
“멀쩡요?”
이안은 본인들끼리 사격 내기를 시작한 스컬 택틱스 사람들을 봤다.
갱단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외모다. 적어도 멀쩡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브레이커는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경호원이 저 정도는 돼야 이상한 놈들이 달라붙지 못하는 법이거든.”
“그렇긴 하죠. 외모는 상관없고 호신술을 제대로 가르쳐 줄 사람이 있으면 붙여주세요.”
“호신술?”
되물은 브레이커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요청을 했는지 눈치챘다.
“액션에서 써먹을 수 있는 거로 맞지?”
이안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에서 종종 자문 역할을 하는 경호업체. 이게 스컬 택틱스를 고른 이유 중 하나였다.
“뭐 좋아. 마커스라고 스턴트맨으로 구르다 온 녀석이 있으니까 걜 붙여줄게.”
“좋죠.”
“그럼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친구.”
둘은 손을 맞잡았다.
제대로 된 경호업체를 구했다.
***
미국 내에서 천만 명이 넘게 보는 에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바쁜 건 연예계만이 아니었다.
“아직 의상 협찬이 안 된 사람이 누가 있어?! 우리 홍보 대행사에서 돌아온 대답은 없고?”
“메리슨은 이미 고른 디자이너가 있다고? 그래도 일단 찔러나 봐!”
“브랜든? 그 사람은 와이프를 통하는 게 빨라!”
할리우드 스타가 입는 것만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는 만큼 명품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는 의상 협찬을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홍보 대행사나 스타일리스트를 이용하면 되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비서를 통해서만 협찬을 받는 사람도 있다.
제각각 공략법이 있는데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배우 한 명이 튀어나왔다.
“이안, 얘는 어떻게 방법이 없어?!”
“네, 따로 친분 있는 홍보 대행사도 없고 스타일리스트도 없습니다.”
“그럼 에이전트나 친분 있는 사람을 거쳐서라도 부탁해보면 될 거 아니야.”
에미상 후보라고 해도 경력은 고작 1년이다. 다년간 정상에 서 있던 스타들과 비교하면 인기 차이는 확연했다.
근데도 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는 이안에게 목맬 수밖에 없었다.
‘에미상에서 제일 주목받는 아역이잖아. 미래엔 더 잘 나갈 테고 아시아에서 인기도 좋지.’
지금을 따져도 미래를 봐도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였다.
덕분에 온갖 루트를 통해 협찬 요청이 들어왔고 결과물을 본 이안은 질린 얼굴을 했다.
“내 몸이 무슨 몇십 개는 되는 줄 아나.”
오스카 수상도 해봤지만 이런 협찬 요청은 남의 일이었다.
복면이라면 모를까 흉측한 얼굴에 자신의 옷을 입히고 싶은 브랜드와 디자이너는 없었으니까.
고민하던 이안은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저희를 선택해주셔 감사합니다.”
“기왕이면 제가 광고 모델로 있는 곳을 고르는 게 낫잖아요.”
세계적인 명품인 프로섬이면 어지간한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것보다 낫다. 주변 사람들도 동의했을 정도로.
계약과 촬영 때 만난 적 있는 프로섬 키즈의 수석 디자이너인 렉시는 자신감 있게 답했다.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할게요.”
의상을 정했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게 아니었다.
레드카펫으로 입장하는 차는 누구랑 탈 건지부터 언제 도착할 건지까지.
정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안의 선택을 받은 사람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나랑 같이 갈 생각이니?”
“쇼러너가 어때서요. 우리 드라마 최고 권력자잖아요. 안 그래요?”
능청스러운 대답에 케이틀린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에미상 후보가 직접 에스코트를 해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한 가지 사실을 알렸다.
“난 일찍 입장할 생각인데 괜찮겠니? 3시 정도에 도착할 거란다.”
에미상의 TV 중계는 오후 8시부터지만 녹화는 5시부터 시작했다.
초대 손님은 3시부터 도착하고 인기 있는 스타일수록 늦게 도착했다. 녹화 시작한다고 빨리 들어와달라고 부탁해도 뭉그적거리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쓸데없는 기 싸움이지.’
인기 있는 사람은 4시나 돼야 입장하니 저런 말을 하는 건 이해가 됐다.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려고 다른 사람하고 드잡이하는 것보단 먼저 가서 여유롭게 기다리는 게 낫죠. 그리고 주인공이 마지막 등장하는 건 너무 오래된 클리셰잖아요.”
“네 말이 맞긴 하구나.”
농담에 케이틀린은 눈을 곱게 휘었다.
조금만 인기가 생기면 바뀌는 사람이 수두룩한 곳에서 이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딱 이대로만 자랐으면 했다.
어느덧 에미상 당일이 되었다.
***
시상식 MC인 제리는 이른 시간부터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장소에 도착했다.
튀겨진 콘도그가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진짜 직접 튀겨보실래요?”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렴.”
이번 에미상 MC를 맡은 제리는 엄살을 부렸다.
한 50개 정도만 돼도 도전해봤을 텐데.
‘천 개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지.’
시급도 안 나오는 일을 며칠 동안 붙잡고 있는 건 가성비가 안 나왔다.
주방에선 십여 명의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금방 수북하게 쌓인 콘도그는 이벤트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튀겨져서 나눠질 예정이다.
이안은 비싼 옷에 묻지 않도록 준비한 종이 홀더를 살피는 제리에게 말했다.
“굳이 돈을 주실 필요는 없어요.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우리가 돈을 줘야 할 수준인 걸요.”
“됐어. 이거 하나에 얼마나 한다고. 그리고 돈이라도 내야지 생색도 내지 않겠어? 그나저나 좋아하겠지?”
“좋아하겠죠.”
참석자들은 옷맵시를 위해 몸 관리를 한 상태에서 긴 시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시상식에 있어야 했다.
당연히 배가 고플 수밖에 없고 미래엔 이번처럼 음식을 나눠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에미상에선 7천 개의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나눠줬고 오스카에선 피자를 시켜 먹기도 했지.’
미래지만 예시가 있으니 문제 될 게 없었다.
제리는 이안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그럼 이따 보자.”
제리를 보낸 이안은 직원들 사이에서 제대로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 확인하는 딜런에게 다가갔다.
“아빠, 저 먼저 가볼게요. 잘 부탁해요.”
“그래, 여긴 내가 잘 하마.”
딜런은 이안을 번쩍 들어 눈을 마주했다.
“우린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이 마음은 알고 있지?”
투박한 마음 표현에 이안은 활짝 웃었다.
에미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에 한 말이 아니다. 평범한 아이였다고 해도 같은 말을 해줬을 거란 사실을 알기에 더 고마웠다.
“당연히 알죠.”
“읏차, 늦겠다. 빨리 가보렴. 거기! 반죽을 그렇게 묻히면 구멍이 생긴단 말이야.”
민망한 듯 서둘러 몸을 돌리는 딜런을 보며 작게 웃은 이안은 시상식에 갈 준비를 서둘렀다.
프로섬에서 붙여준 스타일리스트는 이안을 살피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피부가 왜 이렇게 좋아? 어려서 그런지 엄청 깨끗하네. 따로 관리라도 받니?”
“아뇨,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
이안은 거울을 들여봤다.
잡티 하나 없는 뽀얀 피부가 보였다.
‘피부도 좋아진 건가?’
잡티도 안 보이는 화상자국 때문에 평생 피부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다. 몸이 좋아진 건 알았는데 피부가 좋아진 건 잘 몰랐다.
“역시 피부는 타고 나야 한다니까.”
부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스타일리스트는 프로섬에서 준비한 옷을 입혔다.
작은 슈트를 입은 이안을 본 그녀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 반응은 이안을 기다리던 쇼러너도 마찬가지였다.
“멋진 신사가 돼서 왔구나? 이거 사진이 올라가면 말이 좀 나오겠어. 왜 이런 애를 꼬질꼬질하게 찍었냐고.”
“못 생기게 찍을까요?”
“그럼 더 혼나지 않을까?”
농담을 주고받으며 차에 올라탔고 차는 레드카펫으로 이동했다. 벌써 많은 인파가 보인 시상식 앞을 보던 이안은 핸드폰이 울리는 걸 느꼈다.
벤의 문자였고 내용을 본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일라가 임신했어.
“…어?”
누가 임신을 했다고?
이안은 눈을 비비고 내용을 다시 봤다. 내용은 똑같았다.
“진짜 임신했다고?”
알던 미래에선 둘 사이에 아이는 없었다. 이안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이 문이 벌컥 열렸다.
쫙 펼쳐진 레드카펫을 쇼러너와 멍하니 밟은 이안에게 기자가 물었다.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이안은 눈을 끔뻑이며 답했다.
“믿기지 않아요.”
사진을 찍으며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멍한 표정.
‘에미상 후보에 올라서 진심으로 놀랐나 본데.’
‘역시 애는 애야.’
이상한 오해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