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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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공허하게 떠다녔다.
무슨 정신으로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흐뭇하게 웃는 걸 봐선 실수한 건 아닌 듯하고.
이안은 받은 문자를 다시 떠올렸다.
‘아일라가 임신을 했다고? 정말?’
이미 많은 미래를 바꿨다. 가족과 한 아역의 죽음도 막아놓고 새삼스럽다 할 수 있지만 느낌이 완전 달랐다.
명백히 태어나지 않았을 아이가 태어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관여했다니 낯선 감정이 밀려왔다.
“이안, 괜찮니?”
“아, 괜찮아요. 당황했나 봐요.”
이 대답에 주변에서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후보로 선정된 지가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그래?”
“나도 처음 후보로 뽑혔을 때 저랬다니까. 레드카펫을 밟고 인터뷰를 하는 순간 실감이 확 되더라고. 저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직 아이잖아. 귀엽지 않아?”
이상한 오해를 샀다는 걸 알았지만 그저 웃음으로 넘겼다.
팝스타인 아일라와 미남 배우로 유명한 벤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는 건 떠벌릴 사항이 아니다.
‘진짜 할리우드가 발칵 뒤집힐 일이니까.’
이런 폭탄을 문자로 보낼 정도로 벤은 제정신이 아닌 거 같고.
시상식이 끝나고 열릴 벤의 청문회를 고민하는 이안을 사람들은 그저 흐뭇하게 봤다.
겉만 봐선 곧 있을 시상식에 긴장한 아이의 모습이니까.
“곧 녹화 들어갑니다! 입장해주세요!”
건축 이후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 장소로 사용되는 극장을 몸값 비싼 사람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이안과 함께 앉은 invisible children 사람들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이안, 긴장했다면서? 별거 아니라니까.”
“감독님, 거짓말하지 마요. 저번 주 시상식에서 긴장한 거 다 보였다고요.”
“야, 그걸 말하면 어떡하냐. 아무튼, 촬영할 때는 어른스럽더니 이제 좀 아이 같네.”
감독의 말에 사람들은 유쾌하게 웃었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일반적으로 아는 에미상과 프로그램의 기술과 기타 업적에 수여되는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으로 나눠서 시상한다.
invisible children이 후보로 오른 3개는 전주에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에서 시상이 끝났고 메이크업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미 충분한 성과를 얻었으니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앉아주세요!
목이 터지도록 소리 지른 스태프들의 노력 덕분에 밖에서 뭉그적거리던 스타들도 전부 자리에 앉았다.
시상식을 시작하는 알림과 함께 정면 화면에서 MC인 제리가 나왔다.
시상식이 시작됐다.
***
보통 유명한 시상식은 전부 생중계되지 않는다.
인기 스타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출과 각본에 대한 시상은 사전 녹화로 진행된다.
당연히 작가협회 등에서 심각한 홀대라고 비판했지만.
‘아무리 홀대라고 해도 바뀌진 않지.’
인기 없는 시상을 짧게 끝내고 여러 특별 공연과 이벤트를 끼워 넣는 게 시청률에 더 도움이 되니 반발은 무의미했다.
여러 알력이 부딪히는 장소지만 그래도 시상식은 축제였다.
“드라마 시리즈 우수 각본상은 크레이지 맨!”
발표, 함성, 시상 소감.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시상 과정에서 스태프가 찾아왔다.
“프라이스 군.”
“아, 알겠어요.”
이벤트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에 이안은 조용히 일어나 이동했다.
대기실로 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잔뜩 있었다.
“이안! 맛있는 냄새가 엄청나게 나!”
“이거 너희 가게 음식이라면서. 먹으러 가도 되지?”
포장된 콘도그 더미를 보며 왁자지껄 떠드는 말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먹을 건 몰래 빼둬. 누가 뭐라 안 할 테니까.”
시상식이 열린 극장은 7100석 규모다. 안 먹는 사람도 있고 나눠 먹을 수 있게 잘라 놓기도 했으니 웬만해선 남을 거다.
스물 남짓한 아역으론 전부 나눠줄 수 없는 콘도그 숫자에 스태프까지 배달 준비를 서둘렀다.
극장 내부를 비추는 작은 화면에 영상이 나오는 게 보였다.
비장한 표정을 지은 제리는 어설픈 모자이크로 가려진 Pryce’s Diner의 간판 앞에 섰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한 아이가 반겨줬다.
“이안, 너야.”
알고 있다. 저걸 같이 찍었으니까.
제리와 함께 콘도그를 만드는 장면이 콩트식으로 지나갔고 내부와 무전을 주고받던 스태프가 말했다.
“이제 출발하죠. 아역분들은 앞에서부터 나눠주시면 됩니다.”
콘도그가 잔뜩 담긴 바구니를 들고 문을 열자 영상은 막바지였다.
-좋지! 몇 개나 만들면 될까?
-음, 천 개요?
경악하는 제리의 얼굴이 나오고 이안은 아역들과 함께 움직였다.
TV로만 천만 명이 넘게 볼 장면이다. 긴장한 아역들을 대신에 앞장선 이안은 가장 먼저 같은 남우조연상 후보에게 갔다.
“하나 드실래요?”
“좋지. 여기 먹을 사람 빨리 손들어!”
불티나게 사라지는 콘도그에 제리는 이안 옆에 친근하게 섰다.
“좋아요. 좋아. 힘들게 튀긴 보람이 있군요.”
“얼마나 정신없이 튀겼는지 소시지를 꼬치 대신 손가락에 꽂았잖아요.”
“아, 걱정 마세요. 제 손맛이 들어간 소시지는 아내에게 줬으니까요. 너무 잘 먹더라고요.”
익살스러운 둘의 대화에 웃음이 나왔다. 제리가 직접 안 튀겼다는 건 모두 알았으니까.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기뻐하던 제리는 문제가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 부족해요!”
콘도그를 나눠주던 아역이 당황한 얼굴로 외치자 제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천 개가 부족할 줄은 몰랐지만, 순발력 좋게 대답했다.
“내년 시상식에도 절 불러주신다면 또 한 번 대접해드리… 왜?”
말을 끊은 이안은 제리의 손을 붙잡았다.
“장사에 다음이 어딨어요?”
“…아니지?”
“딱 오백 개만 더 튀겨오죠.”
“여러분! 가게 이름은 알죠?! 거기서 사서 드시면 됩니다. 잠시만! 배달도 되지? 주문하면 될 거 아니야.”
아이 손에 끌려가는 제리의 다급한 외침에 사람을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에미상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이벤트였다.
***
의외의 수상자는 보통 좋은 의미가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 면에서 이번 에미상은 많은 사람이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드라마 시리즈 남우조연상 수상자는 Terrible News의 오언 로이!”
이안도 후보에 그쳤다는 의미다.
처음으로 콘도그를 받았던 오언은 빈 꼬치를 가볍게 흔들었다.
“오늘 트로피보다 먼저 받은 겁니다. 땡큐, 이안.”
농담으로 시작한 오언의 수상소감이 이어지는 사이 주변 사람들은 이안을 위로했다.
“괜찮아. 후보도 엄청 대단한 거라니까?”
“11살에 후보라니 나중엔 분명 상을 타겠다. 그땐 조연이 아니라 주연일 수도?”
“전 정말 괜찮은데요.”
“쇼러너, 대본에 힘 좀 써줘요. 다음엔 이안이 타야 할 거 아니에요.”
“물론이지. 더 신경 써야지.”
진짜 괜찮다니까.
쓸데없는 위로는 시상식이 끝난 뒤에 더했다.
“이안, 남우조연상은 정말 아쉽게 됐구나. 간발에 차였을 거야.”
“제리, 진짜 저랑 콘도그 튀기러 갈래요?”
“미안.”
도대체 시상식 전 모습이 어떻게 보였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
위로도 잔뜩 들으면 잔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저 먼저 가볼게요.”
“애프터 파티는 참석 안 하고?”
벌써 11시가 넘었다. 밤새도록 하는 애프터 파티를 곧 중학생이 되는 애가 참여하긴 힘들뿐더러.
내일 열릴 벤의 청문회도 중요했다.
TV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축제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이미 부모님도 소식을 전해 들은 뒤였다.
아니, 정확히는.
“왔냐.”
당사자가 집에 있었다.
뺀질거리던 벤의 평소 얼굴과 달랐다. 당황, 기쁨, 초조함 등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벤을 따라 옥상 테라스로 올라간 이안이 먼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세상에 완벽한 건 없더라.”
맞는 말인데 피임 확률을 두고 할 말인가 싶다.
“그래서 싫어요?”
“미쳤냐. 싫게. 당연히 엄청 좋지.”
“근데 표정이 왜 그래요?”
애 키울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생긴 결과다.
저렇게 복잡한 표정을 지을 일인가 싶었는데.
“우리 둘 사이에 자식이 생기면 레이첼이 소외감을 느낄까 봐 걱정이지. 안 그래도 아일라와 정관수술 이야기도 하고 있었다고.”
“그랬어요?”
기존 미래에서 둘 사이에 자녀가 없었는지 알겠다.
‘소외감과 불안을 느낄 수도 있지.’
불임부부인 딜런과 클로이에게 입양된 이안은 한 번도 걱정한 적 없는 문제지만 비슷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근데 이건 괜한 걱정으로 보였다.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고 레이를 홀대할 거에요?”
“절대 아니지. 레이첼은 이미 내 딸이나 마찬가지인걸. 요즘에 얼마나 친해진 줄 아냐? 가끔 잘 잤냐고 문자도 온다고.”
“문자는 매일 오는 거 아니었어요?”
“야!”
벤을 놀린 이안은 옥상을 눈으로 훑었다.
지난 기억이 떠올랐다.
별이 아름답게 떠 있는 밤에 용기를 냈던 소녀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겁쟁이가 아니었다.
“아마 레이라면 엄청 좋아하고 있을걸요?”
“그럴까?”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면 되죠.”
아일라가 소식을 전했다면 안 자고 있을 게 뻔했다.
예상대로 전화 건 지 몇 초 되지 않아 바로 받았다.
-이안! 시상식 잘 봤어. 아쉽더라. 저기… 음…
“나도 소식 들었어.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며?”
-응! 들었구나?!
밝은 목소리에 벤은 놀란 얼굴을 했다. 걱정과 딴 판인 반응이었다.
이안은 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좋아?”
-너무 좋아. 엄마가 아직 성별은 모른대. 나는 남동생이 태어났으면 좋겠어. 엄청 귀엽지 않을까?
“벤을 안 닮고 아일라를 닮으면 귀엽겠지.”
벤이 옆에서 툭 치며 ‘나는 왜?’라고 입 모양으로 말하는 게 보였지만.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외모가 괜찮으면 뭐하나 성격에 문제가 있는데.
-생각해보니까 여동생도 좋을 거 같아! 머리도 땋아주고 예쁜 옷도 입혀줄 수 있으니까.
동생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을 늘어놓자 벤의 얼굴엔 걱정이 사라졌다.
-나 정말 좋은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하려고.
“너라면 분명 가능할 거야.”
-그렇지? 시상식 다녀와서 피곤하겠다. 다음에 또 연락하자.
통화를 마친 이안은 벤을 툭 쳤다.
“레이에겐 앞으로도 잘해요.”
“당연하지.”
둘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
개인비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언제쯤 도착하냐는데요.”
“금방 도착한다고 그래. 얼마 안 늦었잖아.”
비서는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데미안 메이어, 실력파 배우로 데뷔 때부터 굵직한 시상식에 단골로 초대되는 유명 배우였지만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평이 안 좋았다.
-연기력이 조금만 부족했으면 촬영장에서 쫓겨났을 배우.
-이른 성공이 독이 된 대표적인 케이스.
-웬만해선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배우.
데미안은 안 좋은 평가들을 기껍게 받았다.
“그만큼 연기력이 좋다는 뜻이고 일찍 성공했다는 말이잖아.”
말이 안 통하는 에고 덩어리였고 촬영장에서 온갖 말썽을 다 피웠지만, 이번엔 보통 상대가 아니었다.
“데이비스 감독님 작품이잖습니까. 처음부터 밉보이고 들어가는 건…”
“괜찮아. 그보다 중요한 건 벤, 그 자식이야.”
데미안은 얼굴을 구겼다.
그가 유일할 정도로 신경 쓰는 상대였다.
‘재수 없는 자식. 얼굴로 뜬 주제에.’
그도 잘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할리우드 대표 미남 배우 중 하나인 벤과 비교할 순 없었다.
좋아하던 여자를 벤에게 뺏긴 이후로 둘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벤의 속을 긁던 데미안은 이번엔 제대로 차이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빨리 오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스태프의 급한 인도를 따라 대본리딩장에 들어간 데미안은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차에 문제가 좀 생겨서요.”
“크흠, 됐네. 앉지.”
게빈은 불편한 목소리를 냈지만, 촬영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더 망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전부 예상대로 흐른다고 생각한 그는 주변을 훑어 벤을 찾았다.
자신이 온 것도 모르고 한 아이랑 쑥덕거리고 있었다.
‘이안 프라이스?’
벤과 붙어 있어도 밀리지 않는 곱상한 외모.
에미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제법 연기를 하는 아역이었고 데미안은 빙그레 웃었다.
‘꽤 친해 보이는데 내가 더 친해지면 화 좀 나겠지?’
친해 보여도 아역과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한 벤이다.
비싼 장난감 몇 개 선물해주면 친해지는 것 정도야 쉬운 일이고.
이렇게 판단한 데미안은 둘에게 다가갔다.
“벤, 오랜만이다.”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늦었다고 짜증을 낼까?
이 예상은 완벽하게 틀렸다.
“어, 왔냐.”
관심이라곤 1도 없는 모습.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데미안은 시선은 이안 쪽으로 돌렸다.
“안녕, 나는 데미안 메이어라고 해. 나 알지?”
“알아요. 이안 프라이스에요. 우리 잘 해봐요.”
형식적인 인사만을 건넨 소년은 다시 벤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애들한테 얼마나 인기 있는 줄 알죠? 나중에 후회할 텐데요.”
“야, 아무리 그래도 날 더 좋아하겠지. 나 벤 로버츠야. 원래 애는 잘생긴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럼 역시 날 더 좋아하겠네요.”
“이 자식이?”
티격태격하는 둘을 보며 얼굴을 굳혔던 데미안은 곧 깨달았다.
‘일부러 날 엿먹이려고 이렇게 나오는 거구나. 하긴 날 어떻게 무시하겠어.’
너무 속 보이는 방법이라며 데미안은 활짝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를 힐끔 본 이안은 벤에게 물었다.
“저 사람 왜 저래요?”
“몰라, 원래 이상해.”
이상한 사람이 된 줄 모르는 데미안은 오해를 품고 자리에 앉았다.
에일리언 헌터의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