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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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광 -무료 마지막 화입니다.
녹음실 모니터엔 파형이 그려졌다.
믹싱 콘솔을 괜히 만지작거리며 엔지니어가 말했다.
“아일라, 백수가 안 되게 불러준 건 고마운데.”
“알아. 이상하지?”
아일라는 녹음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 이안을 봤다.
그녀의 기준에서 라이의 활동은 이상할 게 없었다.
다른 목소리? 조금 성숙하게 느껴질 뿐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레코드 CEO인 앨리엇처럼 의심한다면 충분히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음색?’
특별한 음색은 드문 재능은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소절만 부르고 만장일치를 받아내는 참가자들도 있지 않은가.
가수로 살면서 이런 사람은 수두룩하게 봤다.
‘노래 실력도 마찬가지야. 노래 잘하는 배우는 진짜 널렸지.’
애초에 배우에게도 노래 실력이 필요하다.
뮤지컬과 성우 일을 넘나드는 배우는 물론이고 영화에서도 배우가 직접 부른 OST를 원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뮤지컬을 준비했는지는 몰라도 성우 일까지 한 이안이 가창력이 있는 건 이상하지 않다.
아일라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노래 외적인 부분이다.
-I’m preparing to say goodbye~
작별 인사를 준비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절절하게 흘러나왔다.
수차례 이어진 녹음에도 짙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진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것처럼.
“정말 아픈 이별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내가 알기론 그래. 입양 보낸 친부모를 궁금해한 적도 없다고 그랬으니 친부모도 아닐 테고.”
“근데 저렇게 부른단 말이야? 일단 말려야 할 거 같은데.”
누굴 떠올리며 저렇게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비 오듯 흘리는 땀과 지친 안색은 위태롭게 보였다.
엔지니어의 말에 아일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지켜보자고. 노래를 부를수록 홀가분해 보이잖아.”
노래로 아픈 기억을 털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닉에게 전해줄 노래라고 했나.’
단순히 그를 위해 준비한 노래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겠다.
걱정을 한몸에 받으며 완성된 곡은 닉에게 전해졌다.
***
차가운 총구가 머리에 겨눠졌다.
“다시 한번 말해봐. 내 탓이라고?”
불쾌감과 불신이 뒤섞인 시선에 베타는 어깨를 으쓱였다.
“뭘 그렇게 열을 내고 그래? 나는 그냥 가능성을 말했을 뿐이라고. 네가 제때 구하러 갔으면 살릴 수 있었다는 가능성 말이야.”
“나까지 죽을 가능성을 말하는 거겠지. 인간도 아닌 네놈이 바라는 게 그거 아닌가?”
베타의 손이 총에 닿자 금속가루가 휘날렸고 투두둑 떨어진 총알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루크가 가진 능력이다.
소년은 주변을 훑었다. 불신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알렉스만이 아니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서 믿지 못하겠다고? 아니잖아. 그냥 차별을 위한 핑곗거리지.”
“핑계라고?”
“그럼 아니야? 나 대신 알파가 있다고 해도 반응은 다르지 않았을 거 같은데.”
말을 꺼내기도 무서워하는 알파까지 들먹이며 조롱하자 알렉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놈은 위험해. 사람이 죽는 것도 신경 안 쓸 성격이고.”
“인간이 아니라서 차별하고 위험하다고 차별하고. 다음엔 피부색으로 차별하겠네? 이래서 인간들이 싫다니까.”
장난스럽게 헛구역질하는 소년의 배를 두꺼운 팔뚝이 감싸 안았다.
옆구리에 끼워진 소년은 고개를 올렸다.
“케이든?”
“다들 예민해서 그런 것뿐이야. 그리고 난 널 믿고 있거든.”
“참나, 누가 날 믿어달라고 그랬나.”
퉁명스럽게 대답한 베타는 고양이처럼 몸을 축 늘어뜨렸다.
“다들 머리 좀 식히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지. 동료를 구하진 못했어도 복수할 기회는 남았으니까.”
케이든이 베타와 함께 떠나자 다른 헌터들도 각자의 무기를 챙기며 흩어졌다.
대규모 전투를 암시하는 장면이 끝나자 감독은 크게 컷 소리를 외쳤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울리자 이안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안 놔요?”
“싫어. 이대로 촬영장이나 한 바퀴 돌까?”
“저도 싫거든요.”
말로 안 되면 실력을 행사할 뿐.
벤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흐헛!”
기괴한 신음을 내뱉은 벤은 손을 풀었고 바닥에 발을 디딘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진즉에 풀어주면 좋잖아요. 왜 손을 쓰게 만들어요?”
“야, 이건 반칙이지.”
간지러웠던 옆구리를 쓸어내린 벤은 이안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근데 너 요즘 좀 바뀐 거 같다.”
“제가요?”
“몰랐어? 촬영장 사람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던데.”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까이 지내는 벤 말고 다른 사람도 느꼈다면 분명 변화가 있다는 뜻인데 그다지 와닿는 게 없었다.
“네가 지금까지 누구에게 먼저 다가간 적이 거의 없잖아. 다른 배우와 스태프가 먼저 인사하기 전에는 신경도 거의 안 썼을걸.”
“에이, 제가 인사하기 전에 보통 다른 사람들이 먼저 와서 그렇죠.”
“잘 생각해봐 내 말이 맞다니까? 나처럼 엄청 친한 사람을 제외하고 네가 먼저 다가간 적이 있냐.”
없긴 왜 없나.
“처음 만난 벤에게 콘도그를 줬을 때요.”
“그건 예외로 둬야지. 그땐 속이 시커멨잖아”
“시커멓다뇨? 순수한 마음으로 친해지려고 한 건데요. 콘도그까지 받아먹고 말이 심하네요. 기다려봐요.”
잠시 고민하던 이안은 깨달음을 얻었다.
‘…진짜 없나?’
수차례 되짚어봐도 그런 기억이 없었다. 진짜 다른 사람들이 먼저 인사를 하기 전에는 별다른 관심도 주지 않았고.
예외라면 닉을 처음 봤을 때인데 이건 진짜 여러모로 예외일 수밖에 없다.
“없지? 나도 너랑 촬영하고 하고 나서야 알게 됐거든.”
“잠시만요. 아직 고민 중이라고요.”
왜 그랬지?
기억을 더듬어 끔찍한 화상이 얼굴을 덮었을 그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봤다.
그때도 먼저 인사를 하지 않았다. 끔찍한 얼굴 때문에 불쾌하단 반응만 돌아올 뿐이라서?
‘그건 아니야.’
모든 스태프 이름을 외우는 기행을 저지른 덕분에 꽤 친해진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도 먼저 인사를 한 적이 없었고.
이안은 눈을 깜빡였다.
“왜 그랬을까요?”
“나라고 알겠니. 다른 사람들이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니 부담돼서 그런가 하고 넘겼지만 나는 널 잘 알잖아. 네가 그럴 성격이냐.”
“아니긴 하죠.”
부정하기엔 양심이 찔렸다.
처음 본 벤에게 콘도그 홍보로 써먹고 있다고 대놓고 눈치를 줬고 게빈에겐 영화가 망할 거 같다고 직접 말했다.
화려한 전적이 있는데 수줍음 많은 성격이라고 주장해봤자 미친놈처럼 보일 뿐이다.
“근데 요즘은 네가 먼저 인사를 하잖아. 안 그래?”
“…그랬죠?”
별 생각 없이 한 일인데 비교해보니 행동이 달라졌다.
‘Say Goodbye를 만들고 나서부터인가.’
홀가분한 마음이 들긴 했는데 행동까지 달라졌을 줄은 몰랐다.
“저길 봐봐. 공작새가 삐진 얼굴로 있는 것도 그것 때문이라고.”
고개를 돌리니 뚱한 얼굴로 이곳을 보는 데미안이 보였다.
이안의 머리 위로 손을 얹은 벤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친해지려고 선물까지 줬는데 쟤한테는 먼저 인사한 적도 없잖아. 삐질 만하지 않냐.”
“삐질 만하네요.”
성인군자도 아니고 섭섭할 만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 잘못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직접 물어봐야겠네요.”
이안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데미안 앞에 섰다.
이제야 왔냐는 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혹시 샬럿을 좋아해요?”
“…뭐라고?”
“샬럿을 좋아하냐고요.”
그는 말없이 눈만을 껌뻑거렸다. 자신이 지금 뭘 들었는지 뇌로 처리하는 게 버거워 보였다.
고장 난 데미안에게 비서가 작게 속삭였다.
“당장 샬럿 언더힐 양이 참석하는 파티를 알아보겠습니다.”
당장이라도 수소문할 것처럼 비서가 핸드폰을 들자 데미안은 다급히 소리쳤다.
“아니야. 아니라고!”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외침에 이안은 고개를 돌려 벤을 봤다.
“괜찮은 추리라면서요. 남녀 관계에는 빠삭한 것처럼 굴더니만.”
“…저는 한물간 벤 로버츠입니다.”
“알면 됐어요.”
진짜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오해부터 풀어야겠다.
겨우 진정하고 상황을 들은 데미안은 인상을 팍 찡그렸다.
“하, 어떻게 하면 추리가 어떻게 거기까지 가는지 모르겠네. 내가 너처럼 여자에게 환장한 사람처럼 보여?”
“아니면 아닌 거지.”
벤의 뻔뻔한 답변에 데미안은 혀를 찼다.
다시 생각해봐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자랑 잘 되려고 애한테 도움을 구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런 사람?
‘여기 있지.’
찔리는 게 있는 벤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간절하게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지. 네가 진짜 사랑을 못 해봐서 그런 거야.”
“헛소리는.”
이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도 좋을 게 없는 벤은 황급히 말을 돌렸다.
“그럼 공작새 타령은 왜 한 건데.”
“공작새가 어때서? 좋은 별명이라고 생각한 것뿐이야. 화려하고 시선을 끄는 존재잖아. 스타에게 이만한 칭찬이 어딨어.”
진짜 순수하게 좋은 별명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라고?
혼란스러워하는 이안 앞에 데미안은 자신의 최근 인터뷰가 담긴 기사를 쓱 내밀었다.
근황과 촬영 중인 작품에 대해 간단하게 묻는 인터뷰는 전반적으로 특별할 게 없었지만.
-최근 촬영장에서 별명이 생겼다고요?
-제 연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안 프라이스가 공작새라는 별명을 붙여줬더군요.
-오, 대단하군요.
오, 대단하다.
머리는 지끈지끈했고.
‘야, 이거 어떡하냐.’
‘그냥 닥치고 있어요.’
뿌듯한 미소를 짓는 사람에게 ‘사실 너무 뽐내듯 연기해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라고 솔직히 말하라고?
인간이라면 할 수 없다.
즐겁게 인터뷰 때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미안 앞에서 둘은 입을 꾹 다물었다.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이 생겼다.
***
모든 스태프는 긴장한 얼굴로 촬영을 준비했다.
바쁘게 오가는 무전 소리를 무시하며 게빈은 촬영 중인 장면에 집중했다.
병원에서 헌터들과 외계인들 간의 대규모 싸움이 벌어졌다.
간호사의 가죽을 뜯어내고 날카로운 날이 튀어나오자 케이든은 강하게 칼을 휘둘렀다.
쾅!
튕겨 나간 외계인의 머리에 칼을 쑤셔 넣으며 소리쳤다.
“베타!”
“대피는 끝났대요. 후퇴요!”
“알겠어!”
케이든은 포대로 감싼 아이를 안아 들었다.
-으아앙! 아앙!
자신도 데려가 달라는 듯이 울음을 터트리는 다른 신생아들을 보며 그는 이를 까득 물었다.
저건 사람이 아니다. 어미를 잡기 위해 새끼를 미끼로 쓰는 잔인한 덫이지.
“케이든.”
“알고 있다고! 나도 알아!”
인간을 사냥하기 위해 찾아온 외계인들은 끊임없이 선택지를 내밀었다.
과연 멀쩡한 신생아는 누구일지, 영안실에서 시체로 위장한 사냥꾼을 맞출 수 있는지.
정신을 갉아먹는 선택을 수차례 반복해야 했던 싸움은 이젠 끝낼 때가 됐다.
피로 범벅된 복도를 지나 유리창을 깨부수고 병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왔냐.”
무심하게 말한 알렉스는 마지막 헌터가 다리를 쩔뚝거리며 도망치자 손가락을 튕겼다.
헌터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겨우 완성한 장벽이 병원을 감쌌고 뒤늦게 나온 외계인들이 장벽을 두들겼다.
투명한 막이 충격을 받아 출렁거리자 알렉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크!”
“썅! 왜 안 돼?!”
연신 폭발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자 마크는 당황했고 그 옆으로 베타가 슬그머니 다가갔다.
“왜요? 안 돼요?”
“야, 잠시만.”
“이럴 때 외계에서 쓰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죠.”
폭발 컨트롤러 뺏은 베타는 손으로 찰싹찰싹 때렸다.
“야!”
당황한 헌터들이 뺏기 위해 손을 뻗는 것보다 베타가 버튼을 누르는 게 빨랐다.
“컷!”
게빈의 외침에 따라 촬영이 잠시 멈추고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빨리 안에 촬영 장비 제거하고! 거기 출연자분들 나와주세요!”
괴물 분장을 한 출연자들까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고 촬영팀들은 수차례 세트장을 점검했다.
안전을 확인하는 동안 배우들은 마지막 리허설을 했다.
“절대 NG 내면 안 되는 거 알지? 병원처럼 꾸밀 폐공장 찾기도 힘들다고.”
게빈의 약한 소리에 배우들은 작게 웃었다.
배우들이 마음을 가다듬는 사이 그는 이안에게 다가왔다.
“너무 무서워할 필요 없단다. 나랑 일하는 특수효과팀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지?”
“알죠. 한두 번 폭파해보겠어요.”
“그래, 안전할 테니 너무 겁먹지 말고 하렴.”
그는 이안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넌 특별히 NG 내도 괜찮단다.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그 말 후회하실지도 몰라요?”
둘이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며 웃는 사이 촬영 준비가 끝났고 촬영 직전처럼 섰다.
폭발 장면을 찍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번뿐인 기회.
가벼운 심호흡으로 베타가 된 이안은 버튼을 꾹 눌렀다.
쾅!
굉음과 함께 위층의 유리창이 터져나갔다.
화들짝 놀라는 베타를 케이든이 짐처럼 옆구리 끼며 소리쳤다.
“달려!”
도망치는 헌터들의 뒤로 홍염이 터져 나왔고 건물이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난 이안은 게빈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함께 터져나가는 건물을 봤다.
폭발광이라는 게빈의 별명답게 화려한 폭발 장면이었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우리의 소중한 촬영비가 터지고 있어요.”
게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잡아.”
한 걸음도 못 떼고 스태프들에게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