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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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친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
남들이 보면 인생 시작부터 참 불우하다고 평가하겠지만 이안은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복하진 않아도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양부모를 만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어린 나이에도 잘 알았으니.
‘그러니 불행은 그날부터 시작된 거야.’
가족을 잃고 낙인 같은 화상이 얼굴을 뒤덮은 날.
평생의 트라우마였지만 애석하게도 그 당시에 벌어진 일을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누군가 집에 침입한 걸 깨달은 부모님이 자신을 숨겼고 총소리와 함께 집에서 큰 화재가 일어났다.
이 정도가 이안이 경험한 일이고.
‘경찰도 강도가 증거인멸을 위해 불을 지른 거 같다고만 했지.’
하긴 가족도 전부 잃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애한테 수사 내용을 경찰이 주절주절 떠들었으면 그건 사이코패스였다.
결국에는 범인도 못 잡고 수사는 흐지부지 흘러갔다.
고작 이 정도 정보뿐이라면 막막했겠지만 이안은 예전 노숙자로 살아왔던 기억을 떠올렸다.
노숙자 무리에 녹아들기 위해 과거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고 이야기를 듣던 그들은 의문을 던졌었다.
“불을 냈다고? 뭐,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뭔가 이상한데. 그치?”
“이상하지. 불을 제대로 내는 게 그렇게 만만한 일도 아닌데 총까지 쐈다며?”
“근데?”
되물음에 추운 겨울날 불을 붙여놓은 드럼통에 손을 바짝 들이민 노숙자가 답했다.
“얼마나 범죄에 익숙한 놈인지 모르겠는데 총소리가 존나게 크잖아. 그걸 신나게 쏴댔으면 불 지를 여유가 어디 있어? 돈 훔칠 시간도 부족한데. 안 그래?”
“그래, 분명 주변에서 신고했을 테니까. 그리고 불이 엄청 빨리 번졌다며? 그럼 뭐라도 뿌렸을 게 뻔하단 말이야. 그럼 둘 중 하나일걸?”
그래, 그때 굳은 표정으로 답한 내용이 기억났다.
“처음부터 불을 지를 준비까지 하고 왔거나 할머니 집 내부에 뭐가 있는지 얼추 아는 사람이겠지.”
부지깽이를 까딱인 노숙자가 물었다.
“그거 진짜 그냥 강도 맞냐?”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수업을 한 귀로 흘리던 이안에게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 프라이스!”
집중 안 하는 게 들켰나 싶어 고개를 들었던 이안은 살짝 당황했다.
자신을 부른 게 얼굴이 상기된 교장이다.
원래 수업 중간에 불쑥불쑥 들어와 수업 중인 선생님과 농담을 주고받는 사람이긴 한데 이렇게 수업 방해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교장 선생님?”
“아, 미안합니다. 제가 마음만 급해서. 자, 모두 박수를 칠까요?”
그 말에 아이들은 일단 손뼉을 쳤고 환한 얼굴로 다가온 교장은 프린트해온 종이를 불쑥 내밀었다.
“보렴! 네가 기사로 나왔단다!”
“아.”
더 중요한 일 때문에 깜빡했다.
종이에는 신문 기사들이 복사되어 있었다.
-배고픈 홈리스를 위해 음식을 베푼 아이! 근데, 그 노숙자가 벤 로버츠?
-촬영 중인 걸 몰랐던 아이의 선행.
-벤 로버츠의 신작 영화 Sucker punch에서 일어난 일.
거지꼴을 한 벤에게 콘도그를 내밀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박힌 기사들이다.
“남들은 운이 좋았다고 하겠지만 이건 네가 아무런 대가 없이 선행을 베풀었기에 일어난 일이란다! 이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일이지! 얘들아, 모두 본받으렴!”
“네!”
양심을 쿡쿡 찌르는 발언과 아이들의 선망 어린 시선에 이안은 고개를 슬쩍 돌렸다.
‘할리우드 쇼 비즈니스에서 이 정도면 양반이지.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없잖아?’
암 그렇고말고.
아무튼, 돌아오고 나서 처음 던진 씨앗이 드디어 싹 텄다.
***
할리우드 스타들이 받는 사랑만큼 그들의 가십거리는 엄청난 수요가 있다.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을 수십만 달러라는 거금에 사들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기자들은 항상 새로운 가십거리에 목말라 있고.
그런 와중에 촬영 중에 벌어진 일이라며 영화 제작사에서 뿌린 사진은 그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오, 쉿! 저렇게 많은 사람이 벤 로버츠를 못 알아본 게 말이 돼?!”
“일단 사진에 나온 애하고 인터뷰부터 잡아. 부모한테 달러 다발을 안겨줘서라도 당장 허락받으라고.”
제작사에서 재밌는 떡밥을 던져줬으면 그걸 뜯고 맛보는 건 기자들의 역할이다.
기자들이 인터뷰 경쟁을 하는 사이 기사를 본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쪽으로도 뻗어갔다.
-그래서 벤이 먹고 있는 게 뭐임? 우리 집 변기솔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lol! 기사에 적혀 있잖아. 콘도그라고!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지만 한번 먹어보고 싶다! 어디서 먹을 수 있는 거야?!
└나도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스타들이 먹고 입는 건 언제나 관심받는 주제였고 낯선 형태의 콘도그는 호기심을 끌기 충분했다.
이에 기자들은 더 분주해졌다.
“답변 기다리면서 멍하니 있지 말고 저 가게부터 찾아가 봐! 벌써 벤 로버츠가 먹고 있는 콘도그가 뭐냐고 난리잖아!”
“맛이 없으면 어떡하냐고? 그럼 더 좋지! ‘똥 같은 콘도그를 먹은 벤 로버츠’로 기사를 쓰면 될 거 아니야! 일단 움직여!”
생각보다 큰 관심을 받자 이에 고무된 제작사는 새로운 사진을 보냈고 기자들은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초대받은 촬영장에서 이안과 벤 로버츠가 웃으며 대화하는 사진이다.
별거 아닌 사진처럼 보이지만 벤 로버츠를 잘 아는 기사들에겐 이건 거의 심령사진에 가까웠다.
“세상에 그 벤 로버츠가 애랑 웃으며 이야기한다고?”
“아니야, 합성사진일 수도 있어.”
“제작사에서 준 사진인데 합성일 리가 있냐! 그것보다 이걸 파파라치에게 샀으면 얼마나 줘야 했을까?”
“글쎄 최소 3만 달러?”
파파라치 사진값은 스타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소식으로 유명한 스타는 먹는 사진이 보통 사진보다 10배는 비쌀 정도였다.
기자들이 이 사진에 3만 달러라는 가격을 매긴 건 그만큼 흔치 않은 일이란 뜻이다.
아무튼, 화제의 콘도그 가게 사장과 아이의 부모님이 같다는 게 알려지면서 가게에는 기자들과 손님이 쏟아졌고.
한적했던 과거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북적거리는 가게에서 딜런과 클로이가 고생할 때 바다 건너 난리 난 곳이 또 있었다.
[한국의 핫도그 미국으로 진출!]이번에 핫도그 가게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광고까지 찍음!
광고 모델은 무려 벤 로버츠!
-대충 거지꼴을 한 벤 로버츠가 콘도그를 받아먹는 사진.
비싼 광고비를 어떻게 냈는지 궁금하지? 알려줄게.
사실 구라거든.
└씨발, 존나 설렜네. 합성사진 가져와서 지랄하면 좋냐?
└사진이 구라라고 한 적은 없는데? 링크 달아줌.
└…아니, 이게 왜 진짜임?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서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벤 로버츠가 감자 핫도그를 먹고 있는 모습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상황도 웃기지만 국뽕을 자극할만한 요소도 충분했다.
-그거 앎? 저 사진에 나온 애가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이래. 저걸 팔자고 한 사람도 저 애고.
└한국식 콘도그라는 이름으로 팔더라. 지금 현지에서 엄청나게 인기 끌고 있음!
└주모! 콘도그 한 사발 말아주세요!
-미친. 조만간 기자들이 Do yo know 김치 대신 Korean corn dog?라고 물어볼 걸 생각하니까 어질어질하다.
└빌어먹을 왜 수치심은 우리 몫이냐고!
└미리 성지순례 왔습니다. 제발 우리나라 기자들 입 좀 꿰매주세요.
물론 이안은 한국까지 이번 일로 시끌벅적한 건 몰랐다.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다.
취재라는 명목으로 집요하게 접근하는 기자는 물론이고 누가 황색언론의 본고장 아니랄까 봐 기사를 빙자한 소설이 나올 정도였다.
딱 봐도 인종이 다른데 벤 로버츠의 숨겨둔 아들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면 말 다 한 수준이다.
결국. 괜찮은 몇 곳에 인터뷰해주고 제작사에서 한동안 경호원과 호텔을 잡아주는 거로 정리했다.
갑자기 호텔 생활하는 이안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여긴 왜 왔어요?”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그래도 내 덕에 요즘 부모님 가게도 잘 된다며.”
벤은 능글맞게 웃으며 반대편에 앉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손님이 늘면서 다른 다이너처럼 24시간 영업을 준비할 정도니까.
“고맙습니다. 됐죠?”
“조금 더 진심을 담아줄래? 어디선 널 보고 내 숨겨둔 아들이라고 할 정도인데. 좀 더 친근하게 구는 게 어때?”
영화 촬영 중이면서 잘도 그런 찌라시를 읽었다고 생각하면서 이안은 방긋 웃었다.
“네, 아빠.”
“…OMG. 봤냐? 팔에 소름 돋은 거. 제발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아줘.”
“하는 거 봐서요. 잡담이 끝났으면 할 말이나 하시죠.”
벤은 그답지 않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이번 촬영이 끝나고 나랑 파티나 가지 않을래?”
“파티요?”
“그래, 이번 기사를 봤는지 널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너도 배우가 되면 지겹게 파티에 참여할 텐데 미리 경험하면 좋잖아? 어때?”
정말 널 위한 말을 덧붙이는 벤을 가늘게 뜬 눈으로 봤다.
분명 도움은 될 거다. 벤이 참여할 정도의 파티라면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많이 모일 텐데 눈도장이라도 찍어두면 분명 좋을 테니까.
하지만.
“거짓말이네요. 그렇죠?”
“누가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
“기사 좀 났다고 고작 일반인 꼬마를 보려 할 리가 없죠. 그냥 재밌는 해프닝 정도로 여기면 몰라도.”
냉소적인 평가지만 정곡을 찔렀는지 말이 없는 벤을 향해 이안은 씩 웃었다.
“음, 여자랑 관련된 일 같은데. 맞죠?”
“…이게 그 동양의 신비인가 뭔가 하는 거냐?”
동양의 신비는 무슨.
벤이 지금 홀딱 빠진 여자가 누군지 아는 만큼 이유를 추론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아무튼, 저랑 같이 파티를 가고 싶다 이 말이죠? 아무 일 없으면 같이 가 줄게요.”
“분명 동의했다?! 나중에 말 바꾸지 마라. 알겠지?”
생각보다 쉽게 받은 허락에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벤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하는 결과도 얻었겠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일정이 정해지면 그때 알려줄게. 옷 같은 건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알겠어요. 그럼 그때 웃으면서 만나요.”
“그래, 푹 쉬어라.”
벤이 떠나자 이안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파티라.”
자신과 거의 연이 없던 행사였다. 핼러윈 파티에나 어울릴 법한 얼굴을 가진 탓이다.
멀쩡한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이안은 긴장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일 없도록 하자.”
일단 그게 가장 먼저였다.
***
“후우, 진짜 얼마 만에 갖는 여유인지.”
열린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밀려 들어왔다.
뻥 뚫린 한적한 도로. 복잡한 LA 시내를 벗어나 시골로 세 가족을 태운 차가 움직였다.
“가게를 굳이 닫을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말이야.”
다이너에서 거의 콘도그 전문점으로 바뀐 Pryce’s Diner는 24시간 영업으로 바꾸며 직원들을 여럿 고용했다.
콘도그를 튀기는데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닌 만큼 일에 직원들은 금방 익숙해졌고 잠시 가게를 비워도 괜찮을 정도였다.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깊게 처박힌 기억 속 거리가 하나둘씩 보였다.
띄엄띄엄 지어진 집들과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소방서도 먼 곳에 있을 정도로 인구가 많지 않은 마을이다.
그런 마을 끝자락에 있는 집에 차를 세운 딜런은 초인종을 눌렀다.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흰 백발을 동여맨 노인이 나왔다.
“어머니, 저희 왔어요.”
“그래, 잘 왔다. 클로이는 오는 길이 힘들진 않았니?”
“힘들 게 뭐가 있겠어요?”
이안은 부부를 반겨준 노인을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
대답이 없다.
방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신기루라도 되는 듯이 싸늘함이 감돌았고.
이안에게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노인은 열린 문으로 먼저 들어가며 말했다.
“어서 들어와라.”
부모님의 당황과 미안함이 담긴 시선이 느꼈지만 이안은 그저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 이랬구나.’
어렸을 때는 참 무서워했던 할머니였다. 한 번도 자신을 살갑게 대해 준 적도 없고.
물론 이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저 불합리할 뿐이지.
하지만 긴 세월 혐오와 냉담한 시선을 받고 지낸 이안은 이전엔 몰랐던 감정의 조각을 느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두려워서 안 왔으면 후회했겠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이안은 집 안으로 발을 디뎠다.
사건이 벌어질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