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7)
다큐멘터리
넷플러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TellMe.
어느 날 불쑥 제작 중이라 밝혀진 이 다큐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할리우드를 뒤집어놓은 폭로전의 시발점인 두 사람이 제작을 주도했다.
-뉴욕의 거장인 아이작이 감독으로 참여했다.
-정체를 숨긴 이안이 학생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내용이다.
-이안이 구미호 분장을 했다.
이 정도였고 사람들은 그저 학생들이 대상인 몰래 카메라로 생각했다.
넷플러스가 공개 일자를 알렸을 때 돌아온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악! 온갖 이야기를 들은 상대가 유명인이고 거기다가 촬영 중이라고? 끔찍하다.
└촬영은 너무한 거 아니야? 나라면 고소할 거 같은데.
└학생이 거절하면 전부 편집했대. 걱정 마.
-근데 좀 실망이다. 셋이 모여서 한다는 게 고작 몰래카메라라니.
└하다못해 TellMe라는 이름이라도 쓰지 말지. 이렇게 가볍게 쓸 태그는 아니었잖아.
└아무리 시들시들해졌어도 그렇긴 해. 🙁
-구미호 분장을 더 좋은 화질로 볼 수만 있다면 난 아무래도 좋아!
└나도 실제로 보고 싶어. 어째서 우리 학교가 아니야? 내 흑역사는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이안의 친구이자 감독님 손자가 다니는 학교야. 손자에게 좋은 추억을 주기 위해 참여했다는 인터뷰도 있고.
└좋아! 바로 납치한다.
기대와 실망 그리고 가벼운 호기심.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고 언론에서도 부정적인 기사들을 내보냈다.
흥행이 걱정될 상황이지만 이미 영상을 확인한 관계자들은 다른 의미로 긴장했다.
“기자들에게 잔뜩 전화 올 테니까 준비해! 도 넘은 기사와 비판은 법적 조치한다고 경고하고.”
“인터뷰를 거부한 가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와 해명할 기회는 충분히 줬다고 말해 놔.”
넷플러스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후폭풍을 대비하는 동안 이안은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다.
“쿠퍼, 얼마 안 남았는데 괜찮아?
-응, 가족들하고 같이 기다리고 있어.
쿠퍼가 증오했던 새아빠도 표현이 투박해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가족 상담도 받는다고 하더니 사이가 좋아진 거 같아서 다행이다.
한참 근황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대화를 멈췄다.
“시간 됐다.”
영상이 공개됐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죠.
이안의 첫 마디와 함께 다큐가 시작됐다.
***
3화로 구성된 다큐의 초반은 사람들의 예상대로였다.
-짝사랑 앞에서 방귀 뀐 거 저 맞아요. 거짓말 아니냐고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져 우울해하는 소년.
-연애 상담을 해준 사람이 이안이라니 놀랐죠! 어떻게 됐냐고요? 이것 봐요!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자랑하는 소녀 등.
여러 학생이 빠르게 나왔고 공들인 편집은 재미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배우 중 누굴 좋아하냐고? 리암을 엄청 좋아해. 아, 데미안도 좋아하고.
“데미안을?”
이름이 불린 데미안을 이안이 돌아봤다.
“봤냐? 이게 바로 나야.”
“이딴 놈을 왜 좋아하는 거야?!”
공작새 인형을 들고 앞에서 현란하게 춤을 추는 데미안을 짜증스럽게 본 벤이 말했다.
“나도 물어봐 줘.”
“벤 로버츠는 어때?”
-으… 바람둥이에 유부남은 좀. 차라리 친하다는 이안이 훨씬 낫지.
이안까지 작은 공작새 인형을 머리에 얹고 놀렸고 삐져서 방에 들어가는 벤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왔다.
이런 웃긴 장면이 중간중간 배치되어 다큐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단순히 재미만 준 것도 아니다.
이안과 나누는 대화는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으니까.
비슷한 또래 아이를 가진 부모가 참고할 만했고 전문가의 조언이 곁들여졌다.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던 다큐는 한 소년이 나오자 확 달라졌다.
-전부 죽이고 싶었어요.
강렬한 한 마디로 등장한 동양인 혼혈은 처음엔 그저 소심한 소년 같았다.
이안이 다른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이 소년에게 집중하는 게 이상해 보일 정도로.
의문은 촬영팀이 소년의 집에 찾아갔을 때 풀렸다.
-탄창을 끼기 전에 미리 장전하면 한 발 더 추가할 수 있다고 한다.
-탄창을 빨리 교체하는 연습도 해야 할까?
진지하게 총기 난사를 준비한 내용이 방에서 나오자 시청자들을 경악했다.
고작 중학생이 저런 계획을 세웠다는 것에 놀라며 분노하던 이들은 다큐가 이어질수록 할 말을 잃었다.
-애들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다. 왜지? 나도 같은 미국인인데.
-맞았다고 선생님에게 말해봤다. 얼마나 성실한 아이들인데 그럴 리가 없다고 한다.
-아파. 아프니까 그만 좀 때려···
다큐는 어린 시절 쓴 일기장부터 쿠퍼의 삶을 조명했고 얼마나 집요하게 괴롭힘당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시청자들은 일부 가해자의 인터뷰가 나오자 폭발했다.
“너무 어려서 그랬어요. 설마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둘진 몰랐네요.”
“그런 계획을 세웠다고요? 와, 진짜 미쳤네요. 걔 그러면 감옥이라도 가나요?”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뻔뻔함.
분노한 시청자들은 어느덧 쿠퍼에게 감정이입을 했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짜잔, 외로운 존은 이안 프라이스였답니다.”
다큐의 마지막.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이안이 구미호 분장을 한 것보다 친구들과 웃고 있는 쿠퍼에게 더 눈길이 갈 정도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요? 용기 내서 말해주세요. 그리고 제대로 들어주세요.”
활짝 웃는 이안과 함께 다큐가 끝이 났고.
-베일을 벗은 TellMe. 작은 행동이 만든 기적.
-웃음, 충격, 감동. 예상을 뛰어넘은 3부작 다큐.
미국에서 매년 일어나는 대규모 총격 사건은 수백 건.
미국 전역에서 매일 한 건씩 일어나는 수준이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강당에서 다 같이 봤다고요?”
-그랬다고 하더구나. 쿠퍼는 그 자리에서 사과했고.
“어떻게 됐나요?”
세상은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다. 용기를 낸다고 행복한 결말이 나오란 보장이 없다.
혹시 쿠퍼가 또 상처받지 않았나 걱정했으나.
-다들 이해해줬어. 친구도 여럿 사귀게 됐고. 쿠퍼가 고등학교 진학하기 아쉽다고 하더라.
“네이선?”
-그래, 나야. 잘 지냈어? 시끌시끌하던데.
예상보다 더 시끄럽긴 했다.
‘가해자 조부 중에 하원의원이 있을 줄이야.’
그걸 가지고 정치권도 시끌.
총기 반대론자는 견물생심이라고 총이 있으니 이런 계획도 세우는 거라고 주장하고.
교육과 관심으로 총기 사건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는 총기 긍정론자까지.
‘아주 제 할 말만 하지.’
흔한 일이라 놀랄 것도 없다.
“나야 대신 열심히 일해주는 파트너가 있으니 괜찮아.”
샬럿이 특이하긴 해도 일은 참 잘한다.
할리우드 악동 시절로 단련된 언론플레이도 대단하고.
‘나만 언급 안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향후 TellMe 프로젝트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이안처럼 하려면 더욱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교와 협력해 희망자에게 교육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럼 이안 군도 따로 교육을 받았나요?”
“적어도 아무 준비 없이 시작하진 않았죠. 결과가 증명했다고 봅니다.”
굳이 이런 대답을 끼워 넣어서 촬영이 끝난 뒤에도 좋다는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항의하니 ‘허니, 동반 인터뷰나 할까?’ 같은 헛소리를 했고.
네이선과 가볍게 근황 이야기를 나눴고 감독이 꿈인 그는 촬영장 이야기를 물어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던 이안은 최근 촬영장에서 있던 일도 말했다.
“필릭스 알지?”
-당연히 알지.
“나랑 우리 라인 프로듀서 주겠다고 촬영장에서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을 열어버린 거 있지?”
수르스트뢰밍은 청어를 두 달 발효한 음식으로 세계 최악의 악취로 유명한 통조림이다.
끔찍한 악취 때문에 주로 야외에서 먹는 음식을 촬영장에서 열었으니 어떻게 됐겠나?
초토화.
괴물이라도 만난 것처럼 도망치고 난리였다.
오죽하면 준혁이 공동 제작사 대표인 필릭스를 쫓아냈을까.
그냥 웃긴 이야기로 한 건데 돌아온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어? 너한테 뭘 하려고 그랬다고? 할아버지!
아이작을 소환하는 네이선과.
-필릭스, 그 녀석 그딴 걸 먹으려면 혼자 먹어야지!
“전 괜찮았어요. 나름 먹을만했고요.”
-애써 옹호할 필요 없다. 너무 순수하고 착한 것도 좋지 않아!
···순수하고 착하다고?
벤이 공작새 분장을 하고 삼바 축제에 가는 소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분노한 아이작은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되겠다. 당장 그쪽으로 가서 그놈의 자식을 혼쭐을 내주마.
“아니, 잠시···”
뚝!
전화가 그대로 끊겼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
아이작은 온화한 얼굴과 달리 불같은 성격을 가졌다.
바로 다음 날 찾아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너희가 지금 제정신이야? 애한테 먹일 게 따로 있지!”
“난 왜..?”
게빈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으나.
“필릭스를 소개해줬으면 알아서 막았어야지! 한 놈은 애랑 NC-17 영상을 같이 보지 않나. 나머지 한 놈은 이상한 걸 먹여?”
“설마 무섭다고 애랑 NC-17 영상을 본 건 아니겠지? 실망이군, 게빈.”
“성장기인 아이한테 혐오식품을 먹인 너보단 낫다네.”
서로 잘났다고 와글와글 떠드는 둘을 아이작이 노려봤다.
“다물어. 둘 다 아주 문제야. 게빈!”
“왜 그러나.”
“널 생각해서 같이 봐겠지만 속으론 얼마나 무서웠겠나.”
···무서워했다고?
좀비가 사람 씹는 장면을 보며 팝콘을 퍼먹던 애가?
“필릭스, 이 착한 애가 널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겠나.”
“음식 추천은 이 애가 했는..”
“어허, 아직도 반성을 못 했어?!”
“…아무것도 아니네.”
매서운 아이작의 기세에 둘은 쭈그러졌다.
이안은 돕기 위해 말을 꺼냈으나.
“저기 아이작 감독님. 전 정말 괜찮은데요.”
“신경 안 써도 괜찮단다.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잘 교육하마.”
씨알도 안 먹혔다.
아이작의 잔소리가 이어질수록 이안은 둘처럼 몸을 움찔했다.
“이 애가 얼마나 착했냐면 우리 손자랑 처음 만난 때도···”
“순수하기도 엄청 순수하지. 허먼 폭로 때를 잊었어? 그런 애한테 지금 너희가···”
착하고 순수하고 어쩌고.
거의 날개 없는 천사처럼 여기는 말이 이어질수록 양심이 터질 거 같았다.
영원처럼 길게 느껴진 잔소리도 어느덧 끝이 났다.
“다음부턴 꼭 조심하게.”
아이작의 당부에 셋이 함께 대답했고.
‘다음에 비슷한 일이 있으면 아이작 감독님에겐 들키면 안 되겠네.’
이안은 조금 삐뚤어진 반성을 했다.
***
그랜드 라인의 촬영도 어느덧 막바지로 향했다.
하층부의 투쟁은 돌이킬 수 없는 처지까지 다달았다.
투콰아앙-
귀가 찢어질 거 같은 굉음이 굴뚝에서 울렸고 황급히 문을 열어본 사람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관리 없이 방치된 풍력 발전기 날개가 부서졌고 도미노처럼 다른 날개들도 전부 박살이 났다.
“빌어먹을 젠장!”
선택지가 더는 없었다.
상층부를 빼앗는 방법밖에.
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시작된 일은 어느덧 상대의 모든 걸 빼앗는 욕심과 증오로 변질됐다.
하층에서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변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렇게 욕하던 위층 사람들과 닮아갔고.
‘이 혁명의 끝은 파멸이지.’
그렇게 우러러온 상층의 녹지는 병에 걸려 말라 죽고 있었고 유일한 희망인 태양광은 패널의 수명이 끝나가는 중이었다.
모두가 절망할 때 남수가 연기하는 용진은 잠시 제정신으로 돌아와 쪽지를 찾으라고 알려줬다.
끝이 보이는 안락함을 선택한 상층부가 숨긴 쪽지를 찾아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하는 게 이 영화의 엔딩이다.
이제 진짜 촬영 날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남았는데.
“이안, 오늘 왜 그래? 집중을 못 하는 거 같아.”
“그러게 곧 끝난다니까 아쉬워서 그렇구나? 야, 휴지 좀 가져와 봐라! 실컷 눈물 좀 흘리게 해줘야겠어.”
“그런 거 아니거든요!”
“에이, 솔직히 말하라니까? 아니면 왜 그러는 건데.”
놀리는 배우들에게 그럴듯한 이유를 내뱉고 싶었지만.
‘오늘 진짜 왜 이러지.’
남들이 눈치챌 정도로 무언가 신경에 거슬렸다.
촬영 장비가 조금만 요란하게 움직이면 고개가 휙 돌아갔고 평소처럼 촬영 세팅을 하는 스태프들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부정맥이라도 온 것처럼 심장은 제멋대로 뛰었고.
“이안, 어디 아프면 조금 쉬고 있을래? 네 촬영 장면은 조금 뒤로 미뤄도 되니까.”
평소라면 감독인 준혁의 배려를 거절했을 텐데.
“…그럴까요?”
긴 연기 경력 동안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진짜 몸이 안 좋나?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촬영장에 오기 전에는 괜찮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는 연기도 제대로 못 할 거 같은 이안은 양해를 구했다.
“푹 쉬고 와. 이쪽은 신경 쓰지 말고.”
“세팅 빠르게 다시 합시다.”
그동안 이안이 쌓아온 게 있는 만큼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안이 자신의 컨테이너로 돌아갈 때였다.
“걱정됐는데 잘 했네.”
“고맙습니다.”
한 스태프와 스쳤고 순간 눈앞에 섬광이 튀었다.
‘…안 돼!’
점점 멀어지는 스태프에게 달려간 이안은 잡아끌었고.
쾅-
방금까지 스태프가 있던 자리에 무거운 촬영 장비가 쓰러졌다.
웅성웅성 소란이 번지는 촬영장에서 이안은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뭐였지?
수차례 경험한 섬광과 달리 금방 일어날 일이 보였다.
처음 경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