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0
2. 엔리케 영지로 가는 길 (7)
“그리고 이자는 체자레라고 파트리칸 용병단의 단장입니다. 얼마 전 남부 페렉 백작령에서 저지른 범행이 드러나면서 전국에 수배가 된 자입니다.”
그러자 집사인 그레이가 옆으로 다가와서 로엔 자작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파트리칸 용병단이 변방에 온 이유가 바로 수배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범행이 드러났어도 전국적인 범위로 수배가 내려지려면 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얼마 전에 공표되었다. 수배라고 하지만 추살령이었다. 누구라도 죽여도 상관이 없고 오히려 현상금마저 받는 것이 추살령이었다.
“일단 이 자리를 정리한다. 이자들을 엔리케 영지로 데려간다. 화살을 제거하고 죽지 않을 정도만 치료해주어라.”
로엔 자작의 지시에 현장을 빠르게 정리했다. 마차와 말에 살아있는 자 10여 명을 묶어서 실었다. 산적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해 버려졌다. 작위를 가진 귀족, 영주를 습격한 자체로 즉살을 당해도 문제가 아니었다.기병들은 걸어서 가면 너무 늦기에 체중이 적게 나가는 자들은 두 사람이 하나의 말에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병사 중에도 죽은 자는 없지만, 중상을 입은 자가 다섯이나 있어 마차에 태워 이동했다. 물론 포션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가장 먼저 치료했다. 한편으로 이반은 로위나와 헨리를 다독이면서 세레나에게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마차 안에 있지만, 밖에서 나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기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적들이 다가오면 내가 다 막아줄 것이니. 봐, 내 옷에 아무것도 묻지 않아 깨끗하잖아.”
마차 안에 들어가서 설명을 하는 이반은 멀쩡했다. 마차 위에서 활만 쏘았으니 피가 묻을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헨리 너는 뭘 들고 있는 거니?”
헨리를 보다가 그냥 웃고 말았다. 이 세상은 몬스터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꼬맹이들도 칼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헨리도 1년 전부터 검술 수업을 받기 시작한 상황이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 단검을 하나 들고 있었다.
“누나와 엄마를 지키려고 한 거야?”
헨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모습에 이반은 그저 웃기만 하고 말았다.
로엔 자작은 여전히 말을 타고 이동 중이었고 이반도 그 옆에서 말을 타고 있었다. 혹시라도 추가적인 습격이 있을 수 있기에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계속 마차 위에 올라타고 갈 수도 있지만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길가에 있는 나무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 때문에 위험할 수가 있었다.
“네가 적의 수뇌부를 견제한 덕분에 수월하게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활에 오러를 담아서 쏘는 것 같던데 엑스퍼트가 된 것 같구나. 언제부터냐?”
엑스퍼트 중급의 체자레나 최소 4서클로 보이는 마법사를 화살로 제압한 것은 엑스퍼트 기사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로엔 자작이라도 그런 거리에 그들을 화살로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죠. 나중에 말씀을 드릴게요.”
이반은 로엔 자작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었다. 기사들이 듣고 있는 상황에서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내용이건 외부에 흘러나가서 좋은 것이 없었다. 사실 이반이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양측이 양패구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었다. 나중에 기사단장인 제임스 쿠도가 합류하여 승세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그 사이 상당수의 기사와 병사가 희생될 수 있었다.
“어린 네가 그런 실력을 갖춘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런 실력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양자로 보낸다고 하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로엔 자작은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아 보였다. 그런 전투를 거쳤으니 당연한지도 몰랐다. 그런 모습을 보자 왠지 미숙해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인 로엔의 나이가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당연한지도 몰랐다.
“지금 기사 다섯 명과 병사 100명이 추가로 온다고 하니 론도라는 곳에서 마무리를 짓죠. 거기에 도미니크란 자의 장원이 있다면서요. 필요한 증거나 증인, 증언도 확보한 상황인데 바로 처리하죠. 뒤로 미룬다면 변수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반의 말에 로엔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로엔을 습격한 배후가 도미니크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상황이었다. 파트리칸 용병대나 흑마법사가 일부 증언을 했고 사전에 사로잡힌 아드리안도 도미니크의 사주를 받았던 사실은 밝힌 상황이었다.
도미니크가 엔리케 일가이지만 엄밀히 말해 평민이었다. 엔리케 일족이지만 몰락 귀족에 불과했다. 작위가 없다면 법적으로는 평민이었고 귀족법에서 정한 혈족에 대한 예우도 도미니크의 선대에서 종료가 된 상황이었다.
평민이 작위를 가진 귀족을 공격한 행위였다. 그렇기에 응징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엔리케 영지의 영주인 엔리케 남작의 허가가 필요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 문제는 로엔과 영주인 엔리케 남작이 해결할 문제이지 다른 사람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었다. 엔리케 남작이 할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고 다른 사람도 아닌 로엔이 사위이니 귀족의 체면을 해치는 행위도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귀족 살해 교사죄를 물어 도미니크란 자를 죽인다고 해서 엔리케 남작이 뭐라고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엔리케 영지에서 오는 자들과 합류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자. 물론 엔리케 영지의 사람들에게 이번 일에 대한 책임 문제는 확실히 거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로엔은 엔리케 남작령의 영도인 로컨에 가기 전에 결착을 짓자는 이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엔리케 영지에서 추가로 파병한 자들을 중간에 만났다. 그들은 적들의 농간 때문에 세 번이나 몬스터를 만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 헤세라 자작령의 영도에 저녁 무렵 당도하여 헤세라 자작을 만났다. 헤세라 자작은 외성 밖까지 마중을 나와서 로엔을 맞이했다. 자신의 영지에서 다른 귀족이 습격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자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엔리케 영지의 병력은 헤세라 영지의 영도에 입성하여 경비대 훈련장에 주둔했고 그룬힐트 일가와 호위 기사들은 영주관의 영빈관에 여장을 풀었다. 그들은 간단히 씻고 귀족 가의 예법에 따라 적당히 저녁 만찬을 했다.
만찬이 끝난 후에 몇몇 사람만 한자리에 모였다. 로엔은 이반도 그 자리에 참석하도록 했다. 그 자리에서 헤세라 자작은 이런 일에 잘못 개입하면 흉수를 돕는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그들의 대응 상황에 관하여 언급했다.
“산적의 무리는 바로 영지 군을 동원하여 토벌할 것입니다. 소식을 듣고 기사와 병사를 급히 파견한 상황입니다. 주변의 세라톤 남작님이나 벨라 백작님, 엔리케 남작님에게도 상황을 전하고 경계를 강화하도록 요청한 상황입니다.”
헤세라 자작 쿠안이 먼저 설명했다. 자신의 영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치안을 소홀히 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흑석산의 산적 때문에 상단에서도 피해를 보고 있었다.
“괜히 번거롭게 한 것 같아 송구합니다. 이번 습격에는 파트리칸 용병단이라고 하는 자들, 거기에 흑마법사 무리와 엔리케 영지의 도미니크란 자가 연루된 상황입니다. 일단 론도에 가서 그자에게 책임을 물을까 합니다.”
로엔은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그렇게 하면 도망을 칠 것이 빤하지만 공개적으로 천명을 했다. 만일에 도미니크란 자가 사전에 도주한다면 굳이 범죄행위에 대하여 증명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일은 훨씬 용이해졌다. 만일 도미니크가 도망치지 않고 저항한다면 이번에 그를 확실하게 제거할 계획이었다. 어떤 경우라도 손해가 없기에 로엔은 공표했다.
“우리도 책임이 있기에 병력을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저도 응징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렇다면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단죄를 하는 것은 저와 영지의 병력이 직접 나설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엔리케 영지에서도 힘을 보탤 것입니다. 그런데도 역부족이라면 그때 지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신 이번 사안에 대하여 공정한 공증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로엔이나 엔리케 남작의 말이 곧 법이지만 당사자일 수가 있기에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가 있었다. 혈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내전은 귀족원에 제소가 이루어지는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객관적인 상황에 있는 다른 귀족이나 기사의 증언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다면 로엔이 부당하게 엔리케 영지의 내전에 개입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하여 별도로 공증서를 작성하여 주지사와 왕실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귀족원에도 사안을 보고하여 분쟁의 여지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헤세라 자작이 협조하기로 한 이상 일은 간단히 해결될 것이니 더는 걱정은 없었다.
“이제 큰 문제 없이 해결될 것 같구나.”
로엔은 회합이 끝난 후 가족이 머무는 영빈관으로 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평가했다.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기사인 안드리아, 파트리칸 용병대의 체자레와 흑마법사 로즐로를 지키는 것입니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죽이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죽으면 도미니크의 죄를 입증하는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심문하는 것을 영상으로 남겼지만 부족합니다.”
나중에 도미니크가 고문으로 조작된 증거라고 부인하며 모든 것이 모함이라고 주장하면 논란이 생길 수가 있었다. 고문을 하거나 정신 마법을 사용하여 증언하도록 조작하고 살인멸구를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해야겠구나.”
“그렇게 해야겠지만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저들의 하수인이 내부에 존재할 것입니다. 안드리아의 진술에 의하면 인질이 잡혀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배반했다고 하는데 그런 자들은 또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은 인성과 무관합니다. 오히려 인성이 바를수록 잘 먹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온갖 나쁜 짓을 하는데 도가 튼 하오문의 총수인 환마의 기억에 의하면 인질로 협박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자는 혈육의 정이 깊은 순박한 자였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 때문에 마지못해 악당이 협박하는 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자는 주변의 평가가 아주 좋고 행실도 바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자는 쉽게 혈육을 포기하지 못했다. 반면 자신밖에 모르는 자들은 인질을 잡아도 과감히 포기하는 예도 많았다. 그런 자들은 자신밖에 모르기에 당사자의 약점을 잡아서 협박해야 그나마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엔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현재 병사들이 주둔한 캠프에 그들을 포박한 상태 그대로 간이 막사에 두고 있었다. 죽지 않을 정도만 응급조치를 취해 놓고 있었다.
“막사 주변에 지휘부 막사를 두고 기사를 배치해야 합니다. 다행히 쿠도 단장님과 기사들이 왔으니 그들에게 힘들더라도 수고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가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자.”
로엔은 나중으로 미룰 일이 아니기에 영주관을 나와서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훈련장으로 이동했고 거기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포로를 둔 막사 전후좌우로 네 개의 막사를 두도록 했고 거기에 기사들이 머물도록 했다. 그런 다음 일종의 격리구역을 설정하여 다른 사람은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사 중의 한 명을 보초로 세워 침입자가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아울러 병사 2개 조를 이곳과 저곳에 근무하도록 배치하여 누구도 접근하지 못 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 조치를 취하니 포로들이 있는 막사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물론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든다면 기사들의 막사까지는 접근하겠지만 포로들이 있는 막사에는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