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06
19. 철수 작전 (5)
이반이 사라진 칼렘방의 파사칸 왕국 동정 군 총사령부 주둔지는 적막감이 내려앉았다. 정신을 차린 지휘관과 기사들이 부대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사령부의 지휘부의 막사는 그들의 공방전으로 모두 다 파괴가 된 상황이니 어디서부터 정리를 할지 다들 난감한 표정이지만 방치할 수는 없었다.
“일단 부상자를 먼저 수습하고 부대별로 피해 상황을 집계하게. 또한 마스터와 마법사들은 적의 공격을 대비하게.”
모여 있으면 더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일각 정도의 공방으로 적도 기력이 많이 쇠한 상황일 것이니 바로 공격해 올 것이라 예상되지는 않아 그렇게 무사카가 지시를 했다.
“더 무섭게 변했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막아야지. 호법을 설 것이니 자네부터 수습하게.”
둘 다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그들 사이에 종종 생사 결에 가깝게 대련하기도 했지만 환마의 환생자가 가한 공세만큼 살벌한 공격을 당한 적은 없기에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둘 중에 마지막에 당한 공세로 운상의 피해가 더 컸지만 청학에게 먼저 요상을 하라고 했다.
청학은 빠르게 요상이 가능하지만 운상은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청학은 운상이 내민 포션을 마신 후에 한쪽에 자리를 잡은 다음 요상에 들어갔다. 요상을 한 청학의 옆에서 운상은 경계를 섰다. 혹시라도 이반이 공격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에 잔뜩 경계했다.
한편 이반은 멀리 떨어진 모래 산의 위에서 운상과 청학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정신을 수습하고 정리를 하는 상황이지만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 공격한다면 뿔뿔이 흩어져 사방으로 도주할 것 같지만 그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 실행을 보류했다.
‘이 정도가 적당해. 내가 전쟁을 끝낼 것도 아니고 저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정도가 적당하지. 저들을 죽이려고 하다가는 이번에는 내가 양패구상이 되어 동귀어진할 수도 있지.’
이반은 둘을 제거하지 않고 물러난 것이 아쉽기도 했다. 이런 기회가 앞으로는 없을 수도 있지만 무리하게 공격하다 당할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기회가 되면 재차 공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는 있었다.
이반도 자리에 앉아서 공방하느라 고갈된 몸 안의 기운을 보충했다. 물론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대비를 한 상황이었다. 장거리를 이동하고 격렬한 공방을 한 상황이라 진기를 많이 사용한 상황이라 물러난 면도 있었다.
이반은 진기를 보충하면서 운상과 청학의 동태를 한동안 살폈다. 그들은 번갈아 가면서 요상을 하고 있었다. 포션을 사용해서 그런지 빠르게 회복했다. 앞으로 싸운다면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계를 강화하는 것 같은데 저렇게 하면 모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엄청나게 피곤할 것 같군. 물론 저자들이 어딘가로 가서 분풀이를 할 수도 있으니 감시를 해야 하나?’
이반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움직이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처럼 공간이동마법을 사용한다면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세스포 레온 백작으로부터 적진에서 일어난 변고에 대하여 보고받고 있었다.
누구도 제대로 본 사람이 없지만, 현장에 나가 있던 정보원들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종합하면 적군의 피해가 컸다. 이번 작전을 대비하여 파견된 6서클의 마법사 8명과 일반 마법사 10여 명이 죽었고 워프 게이트마저 파괴가 되고 말았다. 거기에 기사 50여 명에 병사 천여 명이 죽었고 비슷한 숫자가 중상을 입었다고 했다.
“적진에 있던 두 명의 초인마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내상을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반면에 공격을 했던 초인은 적진을 종횡무진 유린하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정보원들이 취합하여 보고한 내용을 알렸다. 단편적인 내용이지만 종합하니 대략적인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
“페로시안의 워프 게이트 두 개도 파괴가 되었다고 합니다. 파괴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발견이 되었는데 독을 살포했거나 포이즌 필드를 전개한 후에 습격해서 나중에 알려진 것 같다는 보고입니다.”
둘의 시종을 드는 5서클 마법사가 급하게 들어와서 보고를 했다. 중요한 내용이라면 바로 보고하라고 했기에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보고한 것 같았다.
“마스터나 대마법사도 아닌 초인이라? 이런 위력을 발휘하는 자들이라면 초인이라 칭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군.”
초인이라고 명명한 것이 그리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마스터나 대마법사와는 격이 다른 파괴력을 지닌 것이니 그런 식으로 호칭하는 것이 과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설칠 자들이 있을 것인데 허튼짓하다가 분풀이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군. 나도 그렇게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적진의 두 초인을 감당할 자신은 없군.”
이반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실수로라도 누군가 듣는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적진을 공격하여 큰 피해를 주었다고 하지만 초인 둘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일단 총사령부에 가서 상황을 듣고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하라는 의견을 낼까 합니다. 지금까지 행한 실수를 만회한다고 성급하게 나서는 것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것을 모르고 행동한다면 큰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가 범인들의 전쟁이라면 앞으로는 초인들의 쟁투로 변모가 되었다. 여기에 함부로 끼어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파멸할 수도 있었다.
“아니, 나도 같이 가도록 하지. 네가 말을 해서는 들어먹을 자들이 아니야. 헬싱키 공작과 그 일당이라면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진격을 할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 전쟁을 끝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들이 옳은 것을 증명하려고 할 것이니.”
지금의 상황은 이반이 만든 것이지만 그렇게 하려면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나 세스포 레온 백작이 큰 노력을 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엉뚱한 자가 모든 공을 차지하려고 날뛰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고 그러다가 일을 망치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었다.
이반의 공격으로 인해 독이 잔뜩 오른 자들과 부딪치면 파멸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피해를 자초할 이유는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이반도 이번 전쟁을 그렇게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전쟁을 책임지는 총사령관으로 임명이 된 누아스 후작은 적진에 벌어진 변고를 듣자 주요 지휘관들을 소집했고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했다.
“이번 기회에 공격해야 합니다.”
프레드릭 후작 벡스터가 진격하자는 의견을 냈고 그러자 지금이 기회이니 진격하자는 의견이 대다수가 되었다. 적이 피해를 본 상황이니 공격하는 것이 옳은 것 같았다. 다들 그런 주장을 하니 누아스 후작도 솔깃한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의 실책을 만회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탑의 탑 주이신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님이 오시고 있습니다. 마탑 행정청장인 세스포 레온 백작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부관이 들어와서 그 사실을 통보했다. 왕국에서 아무런 관직을 맡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누구도, 심지어 국왕도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예를 표했고, 상석이랄 수 있는 자리, 총사령관인 누아스 후작의 옆자리에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앉게 되었다.
“적진을 공격한 초인이 누구인지, 무슨 목적인지 파악도 하지 않고 무조건 진격하자는 것인가? 거기에 그 초인에 비해서 그리 처지지 않는 두 명의 초인이 적진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초인의 이름이 무사카와 알레시안이라고 하던가?”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의 지적에 진격하자는 의견을 냈던 자들이 뜨끔한 표정이 되었다. 그저 적진에서 엄청난 소요가 발생했고 큰 피해를 본 것만 보고받은 상황이었다.
“만일에 적진의 두 초인이 자신들이 당한 것을 아군 상대로 분풀이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혹시 이번에도 적진을 공격한 초인이 나타나서 막아줄 것이라 기대하는가? 그렇게 한다고 약속을 받은 적이 있나?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격하자는 것인가? 그냥 방치하거나 설사 막고자 해도 자리할 수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의 지적에 다들 자신들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깨달았다. 무턱대고 공격하다가 그 초인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아군이 궤멸당할 수도 있었다.
“개전할 때도 무턱대고 진군하여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더니 또다시 일을 그르치려고 하다니? 생각이 있는 것인가?”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의 질책을 받은 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저들 사이에 그런 강자가 있는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지. 그나마 우리 마탑에서 적진의 상황을 탐지하여 위험을 경고한 것이 전부일세. 오늘 무슨 일이 벌어졌건 그대로 철군하게. 그것이 최선이야.”
“혹시 적진을 공격한 초인에 대하여 아는 것이 있습니까?”
누아스 후작이 아쉬운 기색으로 정체를 물었다. 그런 경고를 하는 것을 보면 뭔가 정보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말을 하는 이면에 담긴 욕망을 파악하자 다시 노기가 솟구쳤다.
“알면 뭐 하려고? 알아서 어떻게 하려고? 뒷배라도 삼게? 감당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굳이 알려고 하지 말게. 괜히 벌집을 건드려서 일을 키우지 말고. 귀찮게 해서 득 될 것은 없어. 상황이 바뀐 것이니 그냥 조용히 철군하여 몸을 사리는 것이 최선이야.”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그들의 정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존재 자체는 알고 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누구인지 묻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누구도 묻지를 못했다. 평소의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라면 절대 이렇게 찾아올 사람이 아니었다. 일부의 인사들을 제외하면 처음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잘 판단하게. 마탑은 예정대로 철군하는 상황에서 적의 추격을 차단하는 작전에 협조할 것이지만 적을 공격하려고 한다면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것이니 그렇게 알게.”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사령관과 군단장들은 모두 후작이나 백작의 작위를 가진 고위 귀족들이었지만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이반에 대한 것이 알려질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알려지면 오히려 혼란만 커질 수 있었다. 상황은 더 위중해졌지만, 변수를 만든 덕분에 안전할 수가 있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물러가자 누아스 후작은 장내의 지휘관을 살폈다. 그들은 기세등등하게 진군하자고 했지만, 기가 죽은 기색이 역력했다.
“원래의 작전대로 철군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당장은 동요하지 말고 경계를 철저히 하고 내일 계획대로 작전을 수행하면 될 것입니다.”
누아스 후작은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을 벌일 수는 없었다. 이번 철군 작전을 도와주는 것도 어렵게 성사가 된 상황인데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이반은 한동안 몸을 추스른 다음에 파사칸 왕국군과 유칼라드 왕국 군의 동향을 살폈다. 양측 모두 경계를 강화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이동을 하지는 않았다.
한동안 운상과 청학의 동태를 살피다가 후방으로 물러났다. 저들이 유칼라드 왕국 군을 상대로 도발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큰 피해를 입겠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저 스타치온이 무사하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이반은 요렌스 영지에서 스타치온의 전투대가 보이는 산자락에 자리를 잡고 마법 통신구를 꺼내었다. 그로센에게 준 마법 통신구로 연락을 했다. 중계 장치를 통해서 엔리케 영지로 연결이 되었다.
“영지에 문제는 없나?”
“그렇습니다. 소 영주님이 영지에 없다는 사실은 다들 알지 못합니다. 그저 거처에서 칩거하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종종 이반이 수련을 핑계로 거처에 머물렀던 적이 있기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얼마 전에 혼자 사냥을 나갈 때도 그런 핑계를 댔기에 문제는 없었다.
“창고 건설은 어떻게 되고 있지?”
이반은 그로센에게 지시한 각종 영지의 일에 대하여 보고받았다. 서류로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기에 달리 문제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종종 법적인 영주대리인 캐서린의 명의로 서류를 보낸 적이 있기에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없었다.
“에시앙에게 특별히 보고된 내용은 없나?”
“데크리안 고원을 떠나 현재 펠리시안 요새 방면으로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렝게 산을 막 지났다고 합니다. 중대형 몬스터를 몇 번 만났지만 큰 피해 없이 사냥을 마쳤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