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08
19. 철수 작전 (7)
“적이 철군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군사들로 추격하다 물러나는 수밖에. 환마의 환생자가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이 정도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아국의 경내에서 적이 물러간다면 적당히 협상을 타결하여 종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러면 환마의 환생자는?”
“지금부터 찾아야지. 전생의 원수였지만 이번 생까지 그렇게 지낼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어떻게든 화해를 하도록 만들어야지. 그렇다고 계속 싸우면 우리만 괴로울 것이고.”
운상은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런 의견을 냈다. 환마의 등장은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까지 봉합할 것 같았다. 아울러 자신의 출신 때문에 가해지는 불평등한 대우를 개선할 기회로 삼고자 했다.
“만일에 저들이 퇴각하지 않고 공격을 해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환마의 환생자마저 가세한다면 말이야?”
파타칸의 질문에 운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유칼라드 왕국을 정벌하기 위해 출정한 군사 상당수가 희생될 수 있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렇게 된다면 포기하는 수밖에 방도가 없지. 그나마 타크라칸 사막에 폭염이 내리쬐는 상황이라 당장은 밀고 들어오지 않겠지.”
환마의 환생자가 유칼라드 왕국 군에 가세하여 공격해 온다면 그들은 나설 생각이 없었다. 나서봤자 이기지도 못할 것이고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었다. 여전히 환마의 환생자는 강했다.
“근처에 은신하여 노리고 있을 것인데 어떻게 떨쳐낼 거야?”
“일단 병사들 사이에 들어가서 혼란을 주다가 슬쩍 피신해야지. 그렇게까지 구차하게 해야 하나 싶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우리가 불리한데. 그를 능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한 발 더 나간 상황이니.”
운상은 그렇게 말을 했다. 그들도 무림맹에서 추적을 뿌리치는 방법을 배웠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무공을 익히지 않은 수준으로 내공을 갈무리한 후에 사람들 사이로 숨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번 하면 고수의 기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반은 관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적의 사령부는 후방이라 세세한 전선의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워낙 피곤하기에 잠시 쉬고 싶었다.
“할아버지나 다른 부대에 특별한 문제는 없나?”
쉬기 전에 베일리에게 통신을 보내어서 지방 3군단과 스타치온의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다. 현재 그들은 스타치온 주변에서 주변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행군 중에 위험한 상황은 없는지 살피도록 했다.
“우리는 일단 그란델 상단과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상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오늘 저녁에 데아트라 영지의 접경지대에 당도하여 숙영할 것이라 합니다.”
요렌스 영지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행군 중이었고 관문이 아닌 데아트리 접경지대에서 머문다고 했다. 관문까지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야기였다.
“날이 더워서 한낮에는 휴식을 취하다가 해가 기울어지면 움직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들 퍼질 상황입니다.”
날이 밝아오자 점점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여 점심 무렵이 되면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가 된 것을 알기에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 강행군하면 병력손실이 발생했다. 다행이라면 날씨는 더워도 습하지 않아 그늘에 들면 시원했다.
이반은 새벽에 사라졌던 자들이 나타났는지 다시 칼렘방으로 이동하여 살폈다. 칼렘방의 파사칸 왕국 군의 막사에는 군사들이 일하고 있지만 무사카나 알레시안은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어떤 단서라도 찾을 수가 있을까 그들의 대화를 들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두 나라 사이에 말이 다소 상이한 면이 있기에 제대로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계속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중원처럼 방언이 심하군. 하지만 이것도 법칙은 같으니 아예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사천과 광둥의 말이 다른 것처럼.’
이반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를 들었다. 운상과 청학에 대한 단서는 얻지 못했지만 파사칸 왕국 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얻을 수가 있었다.
‘교대를 가장한 철군은 이미 저들도 알고 있어. 아울러 물러가는 유칼라드 왕국 군을 추격하여 최대한 큰 피해를 강요할 생각이야. 문제는 어느 수준으로 공세를 취할지 그것이 문제인데 그에 대하여는 전선의 부대에서 그 계획을 수립해서 자세한 것은 알기 어려운 것 같군.’
이반은 적의 처지에서 생각했다. 어디로 숨어야 안전할지 처지를 바꿔서 생각했다. 환마가 절대 강자가 된 것은 50대 중반이었고 그 이전에는 초절정의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약자로 지낸 시간이 많았다.
‘도망을 친다면, 숨는다면 내공을 익히지 않은 자들 사이에 내공을 감추고 숨어드는 것이지. 하지만 악독한 자들을 피하는 상황에서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독을 쓰고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포위망을 탈출했다는 의구심 때문에 결국은 포위망을 해제하고 만다.’
보통 정파의 인물들보다 사파의 인물들과 많은 충돌이 발생했다. 그러면 한 지역을 봉쇄하고 학살을 자행했다. 그러니 그런 방법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다 죽이는 상황에서는 숨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보통 민간인들 사이에 들어가는 것은 종적을 숨기기 위함이지 숨기 위함은 아니다. 확실한 은신처가 있어야 한다. 기감에 드러나지 않는 은신처는 주로 땅속에 마련한다. 공기가 좋지 않고 답답하지만, 며칠만 그 속에 숨어 있으면 수색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허점이 생기고 만다.’
전생의 환마도 그런 방식으로 살아난 적이 몇 번 있었다. 기감이 뛰어난 화경의 고수를 피하는 방법으로 그런 방법이 가장 좋았다. 땅속으로 10m 정도만 파고 들어가면 천하의 화경 고수라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결국 저 모래 속에 숨어 들어갔다는 말이겠지. 어디인지 알기 어려울 것 같아. 저렇게 숨어들었다면 타초경사를 해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휘하의 기사나 마법사, 병사를 죽인다고 해서 나타날 것으로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어디에 숨은 것인지도 모르고 그사이에 다시 자리를 옮길 수도 있었다. 당장은 그들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보류했다. 도발하러 나오면 그때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긴장이 감도는 사이에 타크라칸 사막에 어둠이 내리고 있지만, 주변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 자들로 인해 소란스러웠다. 이반은 운상과 청학의 종적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 불안했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들을 추적했다. 한편 이반의 표적이 된 두 사람은 칼렘방 인근의 지하 유적에 숨어 있었다. 그들은 이반이 암습을 하면 막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잠적을 결정했다.
“오늘 밤도 그냥 지나갈 수 있을지 걱정일세. 환마라는 자가 얼마나 악랄한 인간인지 알 것 아닌가?”
전생에 알고 있는 하오문의 행사는 한 마디로 악랄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 다 했다. 그로 인해 무림맹 산하의 수많은 상단과 가문이 풍비박산 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천마나 검마 같은 다른 칠마에 앞서서 그자를 제거한 것이지 않은가? 그자는 구파나 각 세가의 무공마저 훔쳐 배운 상황이야. 그래서 우리 넷이 공격을 했어도 오히려 당한 것이고. 그 덕분에 우리도 환생하여 약점을 보완하여 한 단계 발전한 면이 있는 것이고. 그자가 날뛰어 군사들의 피해가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죽는 것보다 나을 것일세.”
운상은 그렇게 말을 했지만 걱정스러운 기색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나서야 하는데 숨어 있으니 불안했다.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 말게. 사마외도의 특징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으면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니. 피에 절은 혈마 같은 경우에는 무공수련을 위해 학살을 하지만 그자는 그렇지 못해. 나쁜 짓을 해도 뒤에 숨어서 하지 대놓고 하지 않아. 학살하면 공분을 살 것이고 그자가 속한 것으로 보이는 유칼라드 왕국에서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니.”
운상은 청학이 내켜 하지 않기에 재차 설명했다. 적이 두려워서 숨는 것 자체를 상당히 수치스러워했다.
“화정과 재완은 뭐라고 하던가?”
알레시안이 무사카에게 유로파한의 상황에 대하여 물었다.
“이곳의 상황을 듣자 오는 것을 포기하고 우리에게 팔로시안으로 물러나라고 했지 않나. 다시 연락하니 적당히 철수하라고 하더군. 샌디아 주를 점령하여 근거지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전쟁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태도일세.”
환마가 등장한 시점에 이번 전쟁과 관련된 모든 계획을 중단했고 사전에 준비한 비상계획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을 그만하자는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환마가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과연 우리가 잠적하는 것이 가능한가? 설사 우리야 모든 것을 버리고 숨는다고 하지만 로젠만 왕자의 신분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에야 전쟁이 어떻게 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두 나라 사이에 여러 번의 전쟁이 벌어졌지만 정복하지 못한 것은 타크라칸 사막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곳을 통과하여 다른 나라를 점령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자는 최고의 도둑이자 살 수 있게. 그런 자의 표적이 되었으니 숨기도 쉽지 않아. 나는 우리의 뜻을 모아서 그자와 협상을 할까 하네. 환마에 대한 정보를 보면 이득이 된다면 극단적인 대립을 지양한다는 내용이 있었네.”
환마는 사생결단을 내는 경우보다 보상이나 배상을 많이 해주면 타협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오문은 적절한 배상만 하면 문도가 억울하게 희생이 되어도 타협을 했다. 환마가 아끼던 부하가 죽어도 적절한 보상을 하면 타협을 했었다.
“전쟁을 종료하는 협상을 유칼라드 왕국과 하면서 한편으로 환마와 적당히 타협하자는 것이 둘의 입장이야. 전생이야 불공대천지수일지라도 지금은 새롭게 태어난 상황일세. 굳이 그자와 사생결단을 낼 필요는 없다는 뜻일세. 찾아보면 적당히 공존할 방도가 있을 것이야. 이득이 있다면 타협할 것일세.”
운상은 같은 파사칸 왕국인이라면 문제가 되지만 유칼라드 왕국의 인물이라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 존재하기에 전쟁만 아니면 부딪칠 일도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면 유칼라드 왕국에 그자의 정체를 알려 고립을 시키는 방법도 있어. 그자가 정체를 감추고 있는 것 같으니.”
“그게 가능할까? 그런 방법은 괜히 심기만 거슬려 사생결단을 내게 만들 수 있어. 천하제일의 도둑이자 살수라는 자일세. 정파의 인물 중에 의문의 죽임을 당한 자도 상당해. 그것이 환마의 소행이라는 말도 있고. 그자가 뒤를 생각하지 않고 해코지를 하면 파사칸 왕국이 패망할 수도 있네.”
청학은 타협할 것이라면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말자는 요청을 했다. 그렇게 하다가 환마의 심기를 거슬려 파탄이 나는 사태는 피하고 싶었다.
“나도 그것이 걱정일세. 그렇기에 공개적으로 방문을 하나 작성하여 만나자고 할 생각일세. 만나서 요구 조건을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네. 방문은 중원의 말로 작성할 생각이야.”
누구도 중원 말도 작성된 말을 해독할 수는 없을 것이니 공개적으로 어떤 말을 적어놓아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자네와 로젠만이 우리를 모은 것처럼 장소를 지정하고 거기서 만나자고 하는 것이겠지? 다른 사람은 내용을 알지 못할 것이고? 생소한 문자이니 소문이 날 것이고?”
“그렇지. 환마라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올 것이야. 물론 찾아오지 않으면 지속해서 작업을 하고. 협상을 해서 말이 통하면 서로 공존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최후의 순간에는 사생결단을 내야지. 전생에 우리가 다소 잘못한 면이 있고 원한을 샀다고 이번 생에 죽어줘야 할 이유는 없고.”
운상은 도의적으로 미안한 면이 있지만, 그것은 전생의 일이었다. 타협할 수 없다면 죽이고 죽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니 다시 전생의 일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