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09
20. 두 개의 협상 (1)
철군 작전이 시작되자 다섯 곳의 전장에서 결렬하게 전투가 벌어졌다. 후퇴하는 유칼라드 왕국 군을 파사칸 왕국 군이 추격하여 공격했다. 하지만 대열을 이루고 후퇴하는 상황이라 요란하게 전투를 벌였지만 서로 피해만 크지 어느 쪽도 크게 이득은 보지 못했다.
더구나 유칼라드 왕국 군은 후퇴하는 것이 목적이라 전세가 불리하면 물러났고 같이 퇴각하던 아군이 가세하여 추격을 차단하니 서로 2~3만 명의 사상자만 내고 전투가 종결되었다. 기존의 국경을 사이에 두고 양측 이십만 명의 군사가 대치했지만 더는 전면전을 벌이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것인가?”
스타치온은 야음을 틈타 방문한 이반에 상황을 물었다. 스타치온이 속한 지방 3군단도 타크라칸 사막에 들어갔다 물러난 상황이고 휘하의 전투대도 그 작전으로 5백여 명이 달하는 군사가 죽거나 중상을 입기도 했다. 다른 전투대가 1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 비해 상당히 희생이 적었는데 스타치온의 활약과 병사들을 선발하여 구성한 별동대의 역할이 컸다.
“국지전으로 접어들 것 같습니다. 아군은 함부로 사막으로 진입하지 않을 것이고 적군도 보급 때문에 후방으로 후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수백 명, 수천 명 규모의 도발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는 한편으로 종전을 위한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직전에 만난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과의 대화에 대하여 언급했다. 이반은 전선이 붕괴하지 않는 이상 나서지 않을 것을 말했고 이제는 전쟁해도 크게 득이 없음을 말했다. 물론 그들도 확전에는 반대하는 뜻이었다.
“지형을 보면 어느 한쪽이 타크라칸 사막을 통과하여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막 부족도 유목하는 상황이고 그들도 여름이면 외곽의 초원으로 이동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이반이 작성한 주변의 지도를 보여 주었다. 그 지도를 보면 짧아도 이천리가 넘는 사막을 통과하여 상대를 공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 멀고 먼 보급로를 유지하는 것은 양측 다 쉽지 않았다. 그나마 파사칸 왕국은 사막 부족의 협조를 받아 보급하지만, 그것도 장기간 대군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이곳에서 대치하다가 전처럼 흐지부지하게 협상하다가 종전을 하겠구나.”
“그렇습니다. 아국의 샌디아 주나 파사칸 왕국의 페로시안 정도는 점령하여 근거를 만들지 않는 이상 어느 한 나라를 정복하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물론 적진의 두 초인이나 제가 전면에 나서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요.”
현재 초인이라는 존재가 두 나라 군사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었다. 이번 철군 작전이 벌어지는 동안 그들이 이면에서 치열하게 싸웠고 서로 견제하느라 개입하지 못한 것으로 소문이 난 상태였다.
“이제부터 종전 협상이 끝날 때까지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국지전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 같구나.”
“이런 국지전도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보급선이 긴 파사칸 왕국이 불리하기에 저들이 먼저 물러갈 것이고 전쟁의 빌미도 저들이 제공한 것이기에 결국 양보할 것입니다.”
이반은 파사칸 왕국 군의 상황을 이미 파악한 상황이기에 저들이 먼저 물러갈 것을 알고 있었다. 파사칸 왕국 군은 당장 국경까지 20여 km 정도 보급선이 길어진 것으로 인해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반은 자신이 파악한 양군의 동향에 대하여 설명했다. 파사칸 왕국에서 종전을 위한 회담을 제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칼라드 왕국에서는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자신들이 내세운 조건에 동의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사실상 우리가 패전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저들은 다해야 10만 정도 전사했는데 우리는 무려 15만 가까이 죽거나 포로가 된 것으로 아는데.”
“그렇기에 협상에 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물러났다가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먼저 저들이 구체적인 배상 내용을 제시해야 그나마 협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실패한 전쟁이었다. 이대로 종전한다면 총사령관인 누아스 후작이나 전쟁을 강행한 헬싱키 공작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들의 위치가 있기에 작위를 박탈당하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것은 아니지만 중앙에서 맡은 직책에서 물러나는 정도의 책임은 져야 했다.
“거기에 이번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자행한 각종 부정부패마저 드러날 것이니 한동안 대치 상태를 유지할 것입니다. 벡스터 후작도 인심을 많이 잃어 입지가 전만 못할 것입니다.”
각 영지에서 출정한 군사들의 입을 막지는 못할 것이니 귀향한 이후에 이스턴 주에서 전처럼 맹주로 군림할 수는 없어 보였다. 더구나 군량을 제대로 보급하지 않아 영지에서 출정한 귀족과 기사들이 사비를 털어 식량을 마련해야 했으니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을 당할 수도 있었다.
“군량 문제를 무마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전방이 아닌 후방에 있었는데 그런 문제를 야기했으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스타치온도 동조를 했다. 프레드릭 백작가의 벡스터 후작의 입지가 줄어들면 엔리케 영지도 이득일 수가 있었다. 지역에 기반을 프레드릭 백작가가 중앙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황이니 그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은 좋았다.
“출전한 기사 중에 작위를 받는 자가 꽤 될 것인데 그들을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다행이라면 이번에 다른 전투대로 파견을 간 기사들은 하나도 전사를 하지 않았고 짧은 사이에 제법 공을 세웠다. 군장으로 종군한 자 중에 공이 뛰어난 자도 여럿 있었다.
“노아 단장은 무조건 남작은 될 것이고 자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공을 세운 것은 좋지만 영지의 안정을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승 귀족이 소유한 장원은 영지는 아니지만 준 영지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 장원이 가진 자치권에 비해 훨씬 많은 권한이 있었다. 특히 자체적으로 치안을 유지하고 장원에 속한 자들에 대한 처벌도 가능했다. 물론 생명이나 인신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신분상의 변화를 초래하는 정도는 영지에 통보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간단히 매질하는 정도는 허용이 되었다.
“영지에 장원 정도는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 그것이 부담되겠지만 영지를 위해 출정한 상황이니 그 정도 특혜는 주어야겠지. 면세나 감세 혜택도 주어야겠지만 그것이 부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귀족이 되더라도 영주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영지에 귀족이 있으면 번거로운 면이 있겠지만 꼭 손해는 아니다.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나중에 영지 분할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고민이 됩니다.”
이반은 그 정도만 말을 했다. 본인의 생각과 별개로 상황이 바뀌면 변하기 마련이었다. 특히 야심을 가지게 되면 결국은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철군이 마무리되자 돌아갈지를 고민했다. 막상 돌아간 이후에 상황이 악화하면 다시 와야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내가 여기를 비우면 문제가 되겠지요?”
이반이 찾아온 것이 돌아가겠다는 통보인 것 같아 만류하기 위해 자신의 거취를 묻는 방식으로 의중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 저도 주변에 있으면서 저들의 움직임을 지켜볼까 합니다.”
이반은 운상과 청학의 환생자, 무사카와 알레시안의 종적이 사라진 것이 마음에 걸려 역시 한동안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볼 생각이기도 했다.
“왕국에서 종전 협상을 거부한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한다고 합니까? 전쟁을 계속할 것이랍니까?”
파사칸 왕국에서 종전을 위한 협상을 제의했지만 유칼라드 왕국은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고 거부를 하고 응징할 것임을 재차 천명했다. 그로 인해 두 나라 사이에 공방전이 다시 가열되고 있었다. 기존의 국경을 사이에 두고 수백 명 정도가 희생되는 국지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었다.
“저들의 제안은 휴전과 종전 협상인데 전쟁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명백히 이번 전쟁은 저들이 빌미를 제공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협의하자는 것이니 거부한 것입니다. 저들이 먼저 협상안, 즉 배상 방법을 내놓아야 합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이 나서서 설명했다. 거부했지만 그것도 일종의 협상전략이었다. 먼저 배상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협상장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저들이 배상한다고 해도 특별히 받을 것이 없어 보입니다. 금전적인 수준으로 마무리가 될 것 같은데 뭔가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국경선을 건드릴 수는 없어 보이고요.”
영토할양은 명백한 패전, 확실하게 일정 지역을 점령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는다면 원래의 국경으로 돌아가고 그에 따른 배상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배상이라고 하면 전쟁 책임 문제, 전비 문제들이 걸리는데 사실상 저들은 책임 문제 수준만 인정할 것입니다. 전비 문제까지 파고들면 종전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몇 번 치러진 전쟁에서도 전쟁 책임만 배상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장 전쟁을 치르기 위해 사용된 전비가 천만 골드를 넘어가고 있었다. 병력을 이동시키는 데 사용된 비용까지 더한다면 수천만 골드에 달했다. 그런 정도로 배상받는 것은 어려웠다.
“결국 몇백만 골드 수준에서 배상이 결정되겠군요. 전범의 처벌은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그 정도까지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상징적이지만 적절한 배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이 재차 설명했다. 현재 이루어지는 협상 제의와 거부도 협상의 과정이라고 설명하였다.
“저들이 약세인 것은 사실이니 며칠 안에 새로운 제안을 해올 것이고 그때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입니다. 종전되려면 앞으로도 몇 달은 지나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저들이 물러날 것입니다. 지금의 대치 상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폭염 속에 언제까지 머무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며칠 안에 철군이 불가피했다. 7월에 접어들면서 낮에는 움직이는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저지르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마무리를 짓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 하여간 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저질러 놓고 방치하는 것은 어디나 똑같군.’
그러면서 이반은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벌어졌을 일을 생각하자 더 골치가 아파졌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남서쪽의 샌디아 주를 파사칸 왕국이 점령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오래지 않아 유칼라드 왕국은 점령을 당하고 말았을 것 같았다.
‘그렇게 놔두었다가 나중에 개입하여 파사칸 왕국 군을 몰아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훨씬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저들이 언제 이상한 도발을 할지 모르니 항상 조심하십시오.”
이반은 달리 말할 것도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을 길게 해서 득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자칫 또 다른 어떤 책임을 떠맡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한동안 정체를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선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겠지만 엔리케 영지까지 살피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이 이반의 정체를 감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감추려고 하겠기만 쉽지 않았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밝혀지면 귀찮아져서 문제이지 달리 문제는 없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지만 알아서 좋을 필요가 없는 일도 있습니다.”
이반은 담담하게 말을 했지만 받아들이는 뜻에서는 일종의 경고로 들었는지 두 사람의 얼굴빛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 초인의 경우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심기가 불편해지면 어떤 일을 벌일지 몰랐다.
“지금 알려지면 혼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어쨌든 마탑 차원에서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은 골치 아픈 상황은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