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1
3. 엔리케 영지에서 (1)
밤에 무슨 변고가 있을지 몰라 긴장을 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경계 조치를 취했기에 함부로 일을 저지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자 빠르게 준비하여 출발했다. 헤세라 영주관에서 도미니크의 장원이 있는 론도까지는 60여 km 정도가 되는 거리였다. 빠르게 달리면 3시간에 갈 수가 있는 거리였다. 마차가 없다면 더 빨리도 갈 수 있지만 네 대의 마차가 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은 론도 인근에서 점심을 먹은 후에 도미니크의 장원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도미니크의 장원에 당도했을 때는 예상처럼 고용인들과 노예들만 남아 있었다. 도미니크와 장원의 집사, 호위들은 모조리 다 도망간 상태였다.
심지어 집사나 호위병들의 가족은 보름 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남은 자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떠난 것도 전날 오후였다. 습격 직후에 떠난 것을 보면 실패한 것을 마법 통신으로 연락받고 도주한 것 같았다.
“도미니크란 자가 도주했다. 장원에는 집사나 호위들 외에 정체불명의 인물 10여 명이 더 머물렀고, 절반은 후드를 썼고 절반은 용병으로 보였다고 한다.”
이반은 도미니크의 장원을 접수하는 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식구들과 같이 있었다. 혹시라도 앙심을 품고 가족들에게 해코지를 할 수 있기에 그것을 대비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막는 것이 안전했다.
“그럼 어떻게 하나요?”
“지금 연락을 받고 엔리케 남작님이 오고 있다.”
사실은 아침부터 움직여야 했지만 로컨의 영주관을 비웠다가 역으로 점령을 당할 위험이 있기에 움직이지 못했는데 도주한 것이 확실하자 직접 병사를 이끌고 찾아오기로 했다.
“엔리케 영지에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 기사 15명, 병사 400명이 최대라고 한다. 언제 몬스터가 준동할지 모르기에 요새에 각각 300여 명이 나가 있고 영지 곳곳에 300여 병사가 흩어져 있다. 여기에 기사 10명에 병사 150명을 파견한 상황이라 이번에는 기사 둘과 50여 명과 같이 온다고 한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혹시 중간에 공격할 수도 있는데.”
“나이는 있지만, 마스터에 가까운 무력을 지닌 분이라 그들도 나타나지 못할 것이다. 나타났다가는 오히려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도미니크란 자가 음모를 꾸며서 문제이지 대놓고 무력도발을 했다면 진작 처리했을 것이다. 단지 적절한 명분이 없어서 제거하지 못했을 뿐이다.”
당대 엔리케 남작 스타치온은 변경의 엔리케 영지를 지켜온 전사였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강한 무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다소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현재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외할아버지께 저들의 처분을 맡길 생각입니까?”
이반은 포로들을 보면서 물었다.
“그자가 여기에 있다면 무력을 사용하여 처리하는 것이 맞지만 도주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죄를 확정하고 수배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다고 분풀이를 하기 위해 애꿎은 사람을 죽일 수도 없는 일이고. 나머지는 엔리케 영지에서 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엔리케 영지가 도미니크의 죄를 인정하고 수배하면 끝이었다. 물론 그전에 로엔을 습격한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렇게 하려고 공격한 자들을 살려놓고 있었다. 확인 작업이 끝나면 처형할 예정이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엔리케 남작 스타치온이 당도했다. 그는 강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56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젊어 보였다. 더구나 초절정의 경지가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절정인 이반이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나 강했다.
“너로구나.”
이반을 소개하자 가까이 다가와서 살피면서 한마디를 했다. 하지만 이반은 자신의 기세를 감추고 있었기에 경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유심히 살폈다.
“나중에 일이 끝난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지금은 여기 일을 처리하는 것이 급하니.”
그렇게 말하고 도미니크의 장원 한 가운데 마련된 일종의 심판정에 자리를 잡았다. 로엔 자작과 헤세라 자작도 엔리케 남작 옆에 자리를 잡았다. 로엔의 지시로 일종의 재판이 진행되었다. 죄를 범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증거를 하나씩 제시했다.
증인이 진술을 거부하면 전에 진술을 받는 마법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안드리아나 다른 하수인은 자신의 가족이 도미니크의 인질이 되어서 어디론가 끌려갔다는 사실까지 순순히 진술했다. 그때 장원의 인물 중에 한 사람이 나섰다. 장원 안에 인질을 모아놓은 곳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을 찾으러 보낸 결과 거기에서 애석하게도 죽어 있는 시신 8구를 발견했다. 주로 아이나 여자들이었다. 사체가 아직 형체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도주하기 직전에 죽인 것으로 보였다.
그 와중에 병사 두 명이 도주하려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자신이 도미니크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있다가 죽인 시신이 나오니 도망을 친 것이다. 그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자수했다면 몰라도 드러난 상황이니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도미니크가 공격한 배후라는 사실은 객관적으로 증명이 되었고 공증인으로 참석한 헤세라 자작이 그 사실을 인정하자 도미니크의 죄가 확정되고 추살령이 내려지고 모든 권리를 박탈하는 절차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처리한 것은 나중에 도미니크의 혈족이라고 나타나서 언제 시비를 걸지 모르기에 아예 이번에 그런 빌미마저 없애기 위해 가문에서 제명했다.
추살령은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가 도주하였을 때 영주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처벌이었다. 추살령이 내려지면 동시에 현상금까지 걸리기 마련이고 왕국 전역에 그 사실이 공표되었다. 누구든지 발견하면 죽일 수가 있었다.
파트리칸 용병단의 대장인 체자레나 흑마법사인 로즐로는 사형이 내려졌지만, 집행하지 않고 그 지역을 관할하는 이스턴 주의 주지사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심판이 끝난 후에 주지사에게 상황을 보고하니 파트리칸 용병단이 범한 여죄를 추궁하고 흑마법사를 조사하기 위해 넘겨주기를 원했다.
로엔이 동의하자 엔리케 남작도 보내기로 했다. 바로 출발하여 호송단이 다음날 도착하기로 했다. 이후에 도미니크의 장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도미니크의 재산은 꽤 많았다. 금이나 보석 같은 것은 모두 가지고 떠났지만, 부동산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장원 외에 론도 주변의 경작지 절반 정도가 도미니크의 장원에 딸려 있었다. 장원 전부가 피해자인 로엔에 주어졌고 로엔은 그 권리를 다시 이반에 양도했다.
이반은 장원 곳곳을 다니면서 조사했다. 전직 도둑의 눈에 곳곳에 숨겨놓은 것들이 보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찾아내지 못할 것이지만 이반의 눈을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도망을 치는 자가 재산을 다 가지고 움직일 수는 없었다. 물론 마 도구를 사용하면 제법 많은 양을 수납할 것이지만 그것도 마차 한 대 정도가 고작이었다. 나머지는 다 놓고 가야 하는데 그러기에 몰래 숨겨놓아야 했다.
그것을 지적할까 했지만, 아버지 로엔이 있는 상황이니 나중에 밝히기로 했다. 장원을 이반에 주었지만 그런 것들이 보이면 아까운 생각이 들 것도 같았다. 아무리 상황이 급하다고 해도 귀족의 체면이 있기에 그들은 장원의 고용인들을 동원하여 제대로 된 음식을 준비하도록 했다. 헤세라 자작이 와 있는 상황이니 제대로 대접을 해야 했다. 저녁을 먹고 헤세라 자작이 침실로 들어가자 로엔과 엔리케 남작, 이반이 서재로 쓰는 방에서 따로 모였다.
“이 장원을 저에게 준다는 말씀이죠?”
“영지 사정이 딱히 좋은 것은 아니라서 뭘 해줄 수 없었는데 이 장원이라도 너에게 넘겨주게 되어 다행이다.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거리가 멀어 신경 쓸 수도 없는 일이고.”
“감사합니다. 어른이 주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요.”
나중에 영주가 되었을 때 이 장원의 권리가 그룬힐트 영지에 있으면 그로 인해 골치가 아플 수도 있었다. 로엔이 살아있을 때는 문제가 아니지만, 형인 레이가 물려받으면 분쟁의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 더구나 장원의 경우 영지의 재산이 아닌 이반 개인의 재산이기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당장 그 수입으로 이반의 사병을 육성할 수도 있었다. 영지를 물려받을 것이니 사병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 일이란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있어서 나쁜 것은 없었다.
“일단 이번 작전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만일 이반이 사전에 내부 배신자를 색출하지 못했다면 크게 낭패를 당했을 것입니다. 적과 대치했을 때도 이반이 적의 수뇌부를 붙잡아 놓지 않았다면 큰 희생이 뒤따랐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반의 활약에 대하여 설명했다. 사실 제대로 적들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당한 것은 오히려 로엔 자작 일행이었을 수도 있었다. 적과 대치한 상태에서 내부에서 기습을 벌였다면 그냥 무너졌을 것이 분명했다.
“궁술로 엑스퍼트 중급의 기사와 4서클 흑마법사를 견제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구나. 그런 일은 엑스퍼트 상급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정도가 되려면 화살에 오러를 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오러 궁수는 마나 운용 능력이 아주 뛰어나야 탄생했다. 일반 엑스퍼트는 최상급이 되어도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엑스퍼트 검사는 오러가 담긴 화살이 아니라면 타격을 입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4서클 마법사의 실드를 깨려면 오러가 실려야 가능했다.
“저만의 특이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이반의 모습에 엔리케 남작 스타치온은 뚫어지게 노려보았지만, 기운을 갈무리하는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환마의 능력을 파훼하기는 불가능했다. 환마가 전개한 기운의 갈무리는 살수의 은신술과 방술사의 기환술, 거기에 현천신공의 공능이 합쳐진 것이기도 했다.
“겉으로 느껴지는 마나소드에 불과한데 그런 실력을 발휘했다니, 뭐, 강해서 나쁜 것은 없으니.”
스타치온은 이반이 뭔가 숨기는 것을 알지만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뛰어난 것을 알면 로엔이 양자로 보내는 것을 취소할 수도 있었다. 혈족이라고는 딸과 딸의 자식들뿐인데 그 자식 중에서 가장 뛰어나 보였다.
그 자리에 없지만 큰 손자인 레이는 어릴 적에 봤었다. 검사로는 자질이 좋은 편이지만 영주로는 평범했다. 영주라면 모름지기 타고난 위엄이 있거나 친화력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하나 특별한 것이 없이 평범했다. 거기다 머리가 아주 좋은 것도 아니어서 영특한 영주가 된다고 할 수도 없었다.
반면 이반은 그 존재감이 확실했고 사람을 상대할 때 시선을 모으는 능력이 있었다. 어른들과 어려운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도 어떻게든 피하지 않고 말 상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 것만 보아도 영주로서 자질을 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영주관에 들어가면 양어머니를 만날 것이다. 외숙모이지만 웨델의 양자가 된다면 격식은 갖춰야 할 것이다.”
중원에서도 양자의 풍속이 존재했다. 보통 성이 같은 혈족 중에서 입양을 하지만 가까운 혈족 중에 적당한 자가 없으면 이반처럼 외손을 입양하는 때도 종종 있었다. 그렇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닥치니 다소 난감하기도 했다.
그것은 외삼촌의 나이 때문이었다. 어머니인 세레나가 고작 서른넷이고 외삼촌인 웨델은 일곱 살 적은 스물일곱이었다. 삼 년 전에 죽을 때의 나이는 고작 스물넷에 불과했다. 외숙모도 나이가 외삼촌과 비슷했다. 한 살 많아 스물여덟이었다.
“웨델도 아이를 두지 못한 것이 아니라 두 아이 모두 병으로 죽고 말았다. 너보다 일곱 살, 다섯 살 정도 나이가 적을 것이다. 병으로 죽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도미니크가 사용한 독이나 흑마법사의 저주에 당했다고 본다.”
그렇게 말을 하는 스타치온의 얼굴에 처연한 빛이 감돌았다. 차라리 다소 무리한 면이 있을지라도 일찌감치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어느 사이에 손자들과 아들이 죽고 말았다. 그때 손을 쓰려고 했지만 만만치 않은 준비를 하고 있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변화를 모색하고자 이번에 로엔과 이반을 끌어들였고 마침내 마각을 드러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