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10
20. 두 개의 협상 (2)
이반은 적진에 붙여진 방문, 그것도 한자로 쓰인 방문을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한 부대마다 10여 장의 방문이 붙어 있었다. 아마도 환마의 환생자인 이반만이 그 내용을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공개적으로 게시한 것 같았다.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으니 3일 후 자정에 칼렘방 북쪽 30km 지점에 있는 무디엄이라는 평원에서 보자는 말인가? 그들은 단둘이 나올 것이니 나도 그곳에 오라는 말이군.’
이반은 협상하자는 제안을 받자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 무슨 생각인지 이해가 되었다. 전생의 악연을 좋은 방향으로 청산하자는 말인데 그것은 그들에게 좋은 것에 불과했다.
‘협상을 하자는 것이지.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과연 얼마나 많은 배상을 해준다는 말이지? 전생에 저지른 잘못을 그냥 잊자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대가를 제공해야 하는 것 정도는 알겠지.’
이반은 여전히 종적을 찾을 수 없는 둘이 괘씸했지만,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곳에 어떤 함정을 만들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수작을 해도 통하지 않겠지만. 함정이 없을 수도 있지만 설사 있다고 해도 손해는 아니었다. 함정이 있다면 그들이 지불해야 할 대가가 그만큼 커지는 것이니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실력을 보일 기회였다.
‘진짜로 화해를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유인하여 제거하려는 것인지 모르겠군. 넷이 함께 모여서 공격하면 위험할 수도 있지. 일종의 검진을 전개한다면 결계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고. 적당히 타협할지 아니면 사생결단을 낼지 그날의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이반의 자아가 강해져서 그런지 전생에 가진 원한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어릴 때는 우내사존에 대한 생각만 해도 살기가 일어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일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살기가 일어난다. 물론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떨 때는 현생도 아닌 전생의 일인데 다시 그런 굴레에 들어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항상 불안함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도 되고.’
이반은 아직 시간이 있기에 그곳에 갈지는 좀 더 고민하기로 했다. 물론 그 전에 그자들을 찾아볼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딘가 땅을 파고 숨어들어 간 것 같은데 두더지 놀이를 한다면 진짜로 두더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나에게는 땅의 정령이 있지. 한 번 의심스러운 곳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할까?’
이반은 모처럼 정령을 소환했다. 그동안 정령을 소환하는 것은 자제했다. 마법사나 마나에 민감한 자들은 정령의 기운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우내사존의 환생자들이라면 정령이 주변이 있으면 감지할 수 있었다.
정령이 나타나자 땅속에 있는 공간, 특히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물론 바람의 정령에게는 이반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을 가진 자가 있는지 은밀하게 살피도록 했다. 물의 정령도 수맥을 통해 생명체가 없는지 탐색하도록 했고 불의 정령은 열기를 머금은 사막의 기운을 즐기도록 해주었다.
이반은 정령들과 동화를 하여 그들의 감각을 공유했고 각 정령은 칼렘방 인근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정령이 곳곳을 다니면서 감각을 공유했다. 정령은 자신을 감지할 능력이 있는 마스터나 마법사들은 스스로 알아서 피하기도했다.
‘대략 2km 남쪽에 동공이 있다는 말이군. 사막에 지하 동공이 있다니. 인위적으로 만든 것인가?’
땅의 정령이 아닌 물의 정령이 먼저 찾아냈다. 운다인이 수맥을 탐색하다가 찾아낸 것이기도 했다. 땅의 정령을 찾아 그곳으로 가서 같이 살피도록 했다.
‘역시 두더지처럼 땅속으로 숨었군. 무려 10장이나 땅속으로 숨었군. 거기에 마법사들이 기척을 숨기는 마법진마저 설치를 했으니 아무리 나라도 찾기 어렵지.’
이반은 순간 미소를 지었다. 땅속에 숨은 자들에게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았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 위에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기에 그들을 먼저 처리해야 하지만 이반은 달랐다.
‘땅의 정령과 물의 정령을 동원하면 재미난 일이 벌어질 수 있지. 고작 10장 정도라면 초인의 경지에 든 자들이니 죽지는 않겠지만 낭패를 당할 것이다.’
이반은 물의 정령을 움직여서 수맥을 건드려서 유적지로 물이 많이 향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에 땅의 정령이 그곳을 무너뜨리도록 했다. 그들이 있는 공간은 동굴처럼 위와 아래가 암석으로 되어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지만 땅의 정령을 시켜 암석에 금을 내도록 했다.
수압이 점점 높아진 상황에서 다시 땅의 정령을 움직여서 땅의 진동을 가하도록 하자 지반이 흔들리면서 동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무너져 내리자 안에 있던 자들은 함몰이 되고 말았다. 굴이 무너져 내리자 두더지나 쥐가 땅에 파묻힌 형상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수맥으로 물이 몰린 상황이라 주변까지 지반이 흔들려서 무너져 내렸다.
이반은 지상에 주둔한 병사들이 난리를 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사막에 유사가 흐르는 것처럼 땅이 뒤집히고 있었고 병사들의 일부는 무너지면서 생긴 구덩이에 함몰이 되기까지 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서 묻힌 자를 구출하라고 병사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결계 때문에 안에 몇이나 있는지 알기 어려웠는데 무려 일곱 명이나 있군. 저번 공격에 살아남은 고위 마법사 다섯까지 같이 있었군. 그들이 있으니 어렵지 않게 밖으로 명령을 전달할 수 있었겠군.’
갑자기 동굴이 무너지자 마법사 둘은 그냥 땅속에 파묻혔고 셋은 마법으로 버티고 있었다. 실드를 전개하여 동굴 안에서도 공간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물론 무사카와 알레시안도 내공을 이용하여 몸을 보호했다.
‘금이 갔지만 그냥 무너지지 않았군. 통로가 매몰되었으니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 어떤 방법으로 무너뜨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 일이라는 것은 짐작하겠지.’
갑자기 땅속에 있는 고대 유적지, 그것도 마법을 사용하여 보강한 곳이 무너져 내린 상황이니 누군가 인위적으로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은 더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지 결국은 다친 마법사까지 챙겨서 밖으로 탈출했다. 10장의 땅을 뚫고 밖으로 솟구쳤다. 이반은 그들을 공격할까 하다가 병사들 상당수가 충격을 받아 튕겨 나간 상황이라 그냥 두었다.
‘살벌하군. 밖에서 내가 공격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검으로 검막을 형성한 상태로 탈출했군. 공격하면 마법사 정도는 제거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이반은 멀리서 그들을 살폈다. 혹시라도 정령의 기운을 알아차릴 수 있기에 그들이 탈출하려고 위로 솟구치자 역 소환을 시킨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반이 있는 곳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에 수상한 공간이 있어서 마법사들과 같이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게 알고 정리하도록.”
무사카는 가까이 다가온 지휘관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한쪽에 설치된 지휘부 막사를 향해 이동했다. 그들은 이동하는 동안 내내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반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냥 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저들과 사생결단을 내는 것도 좋지만 공존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었다.
전생의 환마와 현생의 이반은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였다. 그렇기에 이반의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무사카와 알레시안은 원래 자신의 막사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사령관 막사가 있지만 숨어 있느라 사용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 막사에 돌아와야 했다.
“숨어도 소용없다는 경고겠지?”
“그렇다고 봐야지. 나오는 순간 공격하지 않은 것은 일단 협상에 임하고 그 후에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는 의미지.”
무사카가 체념한 기색으로 대답을 했다. 도망쳐도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의미였으니 허탈했다. 그 정도라면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파악을 했다. 자신들의 방법으로는 색출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환마의 환생자는 찾아내고 매몰을 시켰다.
“탈출하지 못하게 방해했다면 낭패를 당했을 거야. 설사 탈출했어도 기력을 소모해 항거불능의 상태가 되었을 수도 있지.”
“문제는 뭘 어떻게 제공할지야.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이득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무사카의 말에 알레시안의 얼굴에 짜증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이렇게까지 구차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고한 무당의 도인으로 50년을 살아온 알레시안은 환생한 이후에도 그런 경향이 강했다.
“황금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금전적인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거야. 도둑질만 해도 평생 잘 먹고 잘살 인간이 환마인데 의미가 있을까? 하오문주가 되기 전에는 보물을 챙겼지만, 이후에는 무공을 도둑질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아는 무공을 주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고.”
뭔가 혹할 제안 해야 하는데 막상 마땅한 것이 없었다. 뭔가 주려고 하는데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니 답답했다.
“한 가지 있기는 하지. 고대의 서적이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까? 왕실의 비고에도 수백 권의 고대 서적이 있잖아?”
“그것도 별로 의미가 없어. 마탑에도 같은 책이 있고 다른 곳에도 있으니. 희귀본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것도 어떤 내용인지 모르니 막상 도움이 되지 않아. 차라리 엘프의 보물을 주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 하지만 환마에게 그것도 화중지병이지.”
물건은 사용하거나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정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알면서 덥석 받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 했다.
“일단 로젠만이나 파타칸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좋겠지?”
그들은 당장은 환마의 환생자가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여유롭게 마법 통신으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로젠만에게 연락을 하여 그들이 당한 일을 말했다. 아울러 나중에 만났을 때 어떤 제안을 해야 할지 물었다. 물론 도청의 위험이 있기에 중원의 말로 대화를 했다. 그들이 기밀을 논할 때는 항상 그렇게 했다.
“허튼수작하지 말라는 경고이군. 뭐를 해주자는 말인가?”
“막상 적당한 것이 없어. 보물도 흔적이 남지 않아야 의미가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 그렇다고 작위를 주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이고. 얼굴에 복면했다는 것은 정체를 밝히기 싫다는 것이니 그런 제안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고.”
“각자 하나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준다고 말일세. 물론 가능한 일이어야 하고 무리하지 않아야 하지. 각자 하나의 요구이니 총 네 가지 요구를 할 수 있는 거지.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그도 불안할 것이니.”
로젠만의 말에 무사카나 알레시안도 괜찮은 제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알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그보다 종전 협상을 서둘러야 할 것 같아. 부상자는 뒤로 보냈지만 이대로 가면 희생만 커지는 상황이니.”
“1천만 골드 정도 보상을 하는 것이 어떤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이긴 것이고. 물론 중간에 환마의 환생자 때문에 희생이 크지만. 신료들은 승자가 아량을 베푸는 것이라고 둘러대면 되는 일이고.”
로젠만이 잃은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지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
“그러면 일단 5백만 골드의 배상금과 이번 일에 대한 사과, 추후 재발 방지 정도로 다시 한번 종전을 제안해보도록 하지. 이번에도 거절할 가능성이 크지만.”
종전을 구걸하는 것 같지만 명분은 여전히 유칼라드 왕국에 있었다. 그렇기에 먼저 숙이고 들어가야 했다.
“그보다 그 자리에 넷이 다 나가야 하나?”
“일단 우리 둘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혼자 가면 너무 위험한 것 같고 넷이 가면 협상을 하기도 전에 결투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둘이라면 이기지는 못해도 양패구상을 할 것도 같으니. 전생의 원수지만 지금도 원수로 지낼 이유는 없으니.”
그렇게 둘은 이야기를 하다가 통신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