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11
20. 두 개의 협상 (3)
이반은 한동안 둘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떠나 사막으로 이동했다. 대략 30여 k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다. 민둥산의 한 지점을 10장 이상 파헤쳤다. 입구를 낸 후에 각 정령을 불러서 작업을 지시했다. 그가 자리를 잡은 곳은 수맥의 근처였다. 이반은 그 안을 정리한 후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했다. 나중을 위해 만들어 두었다. 아공간에 각종 시약을 비롯한 각종 마법 재료를 가지고 다니는 상황이라 그런 점에서 편리했다.
‘가끔 이곳을 방문하려면 이 정도 조치는 해놓을 필요가 있지. 여기를 일종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지.’
이반은 지하라서 서늘한 것이 기분이 좋았다. 물론 환기를 위한 시설도 땅과 바람의 정령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 물의 정령의 도움으로 작지만, 물웅덩이도 하나 만들어 두었다. 수맥을 일부 분할하여 우회하도록 만들었다.
‘다치거나 피곤하면 여기에서 쉴 수도 있겠군. 바람의 정령에게 도움을 받으면 음식을 해도 흔적을 없앨 수 있으니.’
이반은 적당히 불의 정령의 도움까지 받아서 튼튼하게 만들었다. 표면을 가열하여 유리질로 만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자 제법 튼튼한 거점이 완성되었다.
‘숨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니 이제는 도망치지 않겠군. 뭘 요구해야 하나?’
우내사존의 환생자들이 뭔가 혹할 제안 하겠지만 맘에 들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런 대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었다. 맘에 들지 않는 것을 받아들 필요는 없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챙겨야 했다.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 것도 그리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가진 엘프의 보물만 해도 엄청나 처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마나석을 받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도 돈이 있으면 구하는데 어렵지 않다. 물론 상급이나 최상급은 많지 않지만.’
이반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지만 적당한 것이 없었다. 필요한 것은 그들이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영지발전을 위해 영지민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인데 그것은 쉽지 않겠지.’
이반은 우내사존의 처지에서 생각하기도 했다. 이반과 약속을 하더라도, 적당히 타협하여 공존하더라도 내내 불안할 것 같았다. 물론 이반도 그들이 존재하는 자체가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러니 그들을 없애는 것이 최선이었다.
‘저들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사라지는 것이 최선일 것이고. 하지만 막상 제거하기가 쉽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이고. 나도 그들을 제거하는 것이 만만치 않고 전생의 원수라는 이유로 무조건 살생하는 것도 내키지 않고.’
“할머니, 영지에는 문제없죠?”
막상 특별하게 할 것이 없이 시간이 나자 영지의 캐서린에게 마법 통신을 보내었다. 자신이 전선에 나온 상황이라 걱정이 많은 것 같았다. 바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니 적당히 안심을 시킬 필요도 있었다.
“특별한 일은 없다. 그보다 전쟁은 끝난 거냐? 왕국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날이 더워 접경지역으로 철수를 했다고 하던데. 접경지대에서는 전쟁이 없는 거냐?”
“전쟁이 끝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지지부진하게 협상하면서 국지전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다가 더 전쟁을 못 할 상황이 되어야 종전이 되겠죠. 전에 보니 몇 년 동안 대치를 하면서 싸운 적도 많더라고요.”
“너도 싸운 것이냐?”
“한바탕했습니다. 그 덕분에 할아버지나 우리 왕국 군이 그나마 큰 화를 당하지 않고 철수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강적 몇을 견제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려진 것은 없지만 적당히 둘러댔다. 나중에 초인으로 알려진 셋의 격돌이 알려지면 짐작할 수도 있으니 먼저 알렸다.
“알았다. 네가 문제지 우리야 잘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다.”
“엘리자벳에게는 특별한 연락은 없죠? 제가 한동안 연락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자주 연락하던 사람의 소식이 끊기면 걱정을 할 것 같아서 물었다. 캐서린이나 엔젤라에게 소식을 물을 수도 있었다.
“네가 중요한 수련을 하는 중이라고 말을 했으니 한동안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한 기색이 역력하더라. 잠깐 연락도 못 할 정도로 무슨 수련을 하는지. 그래서 집중해야 해서 그렇다고 말은 했다. 어쨌든 가능하면 빨리 와.”
“알았어요. 조만간 안정되면 돌아갈게요.”
이반은 그렇게 통신하고 텔레포트 마법진에 올라서 프로얀 영지의 레먼트 산으로 이동했다. 이제 적의 후방에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마련한 상황이니 이동이 훨씬 자유로울 것 같았다. 5백만 골드를 배상하고 파사칸 왕국의 국왕 명의로 전쟁의 시발점이 된 국경침략에 대해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은 유칼라드 왕국은 군부와 중앙에서 협상에 임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논란이 있었지만 종전 협상 제안을 거부했다. 제안한 내용이 체면을 세울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었고 전쟁이 길어지면 불리한 것은 파사칸 왕국이라는 판단하에 더 좋은 제안이 올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7백만 골드나 천만 골드로 바꿔서 제안할 것 같습니다.”
“한두 달만 일찌감치 종전하면 그 정도 비용은 절감할 것인데, 참. 체면이 뭐라고.”
부대 배치가 후방으로 교체되자 일과 시간이 끝난 후에 스타치온이 그란델 상단의 사무소를 방문하여 이반을 만나자 그렇게 한소리를 했다. 몇몇 고위 귀족을 제외하고 하루라도 빨리 종전 협상을 시작하여 전쟁이 끝나기를 고대했다.
“정치라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 아니죠. 합리적인 방향으로 돌아간다면 전쟁이 왜 나겠습니까? 푼돈 주듯이 희생자에 대해 보상을 하겠다고 해서 발단이 된 것입니다. 10만 골드만 배상을 해주고 국경침범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고 왕실로 선물만 하나 보내면 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거부하여 이십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전쟁이 벌어졌고 그들에 대한 목숨값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타치온이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이반은 스타치온의 인식이 조금 안이한 것 같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이용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나와 달리 너는 참 냉정하구나. 귀족이라면 그래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를 못하니 문제구나. 그렇다고 다른 애들처럼 자기만 아는 것도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두 나라 모두 전쟁으로 얻는 것이 있어 뻔히 보이는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이겠지.”
“맞습니다. 전쟁에서 이겨 상대를 굴복시키고 영토를 넓히는 것이 목표겠지만 그것은 표면적이고 진짜는 힘의 소진이죠. 이대로 모두 다 팽창이 이루어지면 어느 순간 폭발할 것이니까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뭔가 위로 올라가고요. 거기다 물자를 소모해 상업에 활로를 마련할 필요도 있고요. 파사칸 왕국도 여러 가지 이득이 있으니 전쟁을 했을 것입니다.”
전쟁은 손해를 보는 자들이 있다면 이득을 보는 자들도 있었다. 전쟁을 하는 것이 지배자들에게 뭔가 이득이 있기에 하는 것이지 손해가 크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맞다. 이런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득을 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조만간 종전 협상을 하고 논공행상을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구나.”
전쟁에서 그리 큰 공을 세우지 못했다. 그렇기에 승작을 하거나 공신이 되기는 어려웠다.
“영지 출신의 기사들이나 적당히 공을 인정받도록 하면 될 것이라 봅니다. 너무 편파적으로 편을 드는 것도 문제지만 불이익을 받아도 가만히 있는 것도 문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귀족이 되어 영지에 복귀하면 적당히 예우해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주의 권위마저 범하는 것은 차단해야 합니다.”
이반은 기사들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했다. 그런 것에 스타치온은 동조하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달리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지방 3군단장인 벡스터 후작은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것도 아니고 실책만 부각이 되고 있었다.
“허튼짓을 한 놈이 누구야?”
손자인 로델 남작이 들어오자 고함부터 쳤다. 보급에 차질이 발생하여 예하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보급을 추진했다. 후방이라 큰 문제가 없이 해결되었지만,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라면 몰살을 당할 수도 있었다.
“보급관의 실수입니다. 렌슬럿 상단에 수량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숫자와 일자를 잘못 불러주는 바람에 납품에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로델 남작의 보고에 벡스터 후작의 안색이 달라졌다.
“내가 아는 것과 다른데, 제대로 처리하여 감찰단에 넘기도록 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
렌슬럿 상단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으니 발주를 늦추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벡스터 후작이야 약속한 것이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았지만, 보급관도 자신의 욕심을 차리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하여 곡물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듀러클 남작을 처벌하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는 사령부에서 임명한 인물입니다.”
보급관은 군단의 모든 보급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전투대장보다 아래지만 군장보다는 한 단계 높은 자리였다.
“렌슬럿 상단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아니야. 독단적으로 제 욕심을 차리려다 발생한 일이지. 잘못하면 통합보급을 추진한 것 때문에 보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덤터기를 쓸 수 있어. 그 전에 정리하는 것이 맞아.”
벡스터 후작이 욕심을 차리는 것이야 문제가 아니지만, 아래에서 챙기는 문제는 용납할 수 없었다.
“깔끔하게 각 영지에서 사용한 비용도 정산해. 그렇지 않는다면 계속 구설에 오를 것이니.”
벡스터 후작에게 주어야 하는 뇌물도 만만치 않은데 보급관마저 손을 벌리니 렌슬럿 상단도 난감했고 그 과정에서 납품이 지연되고 사고가 났다. 발주하지 않으니 납품도 못 했고 물량이 부족한 것이 밝혀진 시점에 급히 발주하니 때를 놓치고 각 부대에는 식량이 떨어지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정리하겠습니다.”
“조만간 종전 협상이 시작될 것이니 그때 조용히 정리해. 감찰단장에게는 내가 연락을 할 것이니. 그리고 알아보라는 것은?”
벡스터 후작은 로델 남작에게 부른 목적을 확인했다.
“마탑 별원을 만들게 된 과정이 어느 정도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작위 수여식 직후에 스타치온과 이반이 마탑을 방문했고 그때 마탑의 탑주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직후에 마탑 별원의 설립이 발표된 사실에 대하여 보고했다.
“귀찮게 되었군. 엔리케 백작이나 그와 관련된 것은 당분간 중지해. 괜히 마탑과 충돌할 필요는 없으니.”
“알겠습니다. 매직 나이트의 일부가 엔리케 영지에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 여기서도 엔리케 백작의 주변을 살필 것이고 그 때문에 이번 일도 감찰단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감찰 기관이나 정보기관은 서로 하는 일이 유사했고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교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협조하거나 충돌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알겠습니다. 일단 철수를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벡스터 후작은 마탑과 대립하여 표적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바로 엔리케 백작이나 영지에 대한 모략을 중지시켰다. 스타치온이 주둔하는 부대에 아놀드 팍스 자작이 찾아왔다. 그는 군무경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지방 3군단을 맡은 프라다 페렉 자작과는 노선이 다른 인물로 보였다.
“중앙군을 담당하시는 분께서 여기에 무슨 일입니까?”
군부의 수장인 군무령 휘하의 군무경도 대신의 반열에 드는 인사였다. 자작이지만 실질적인 군사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그런 인사가 자신이 관장하는 부대도 아닌 다른 부대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에 스타치온은 경계심을 보이면서 맞아들였다. 더구나 군부의 비주류인 유리스 후작의 계열로 분류가 되는 인사이기에 그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다.
“조만간 종전 협상이 개시되고 휴전이 발효될 것입니다.”
“그건 너무 성급한 전망이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저들의 종전 협상 제의를 거부한 상황이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