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22
22. 왕도 진출 (4)
글로셜이란 이상 저온을 의미했다. 평년 대비 기온이 낮아지는데 특히 초봄에 온도가 낮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흉년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글로셜로 인해 유민이 발생하고 굶어 죽는 자들도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글로셜이 발생하면 왕도 인근의 수확량이 급감하고 북부 지역은 파종 시기가 뒤로 밀려 봄밀의 생산마저 불확실해집니다. 그런 보고가 되었지만, 확증이 없어 발표할 수도 없습니다.”
글로셜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고 그런 발표가 매년 나오는 상황이기도 했다. 글로셜이라고 예측했는데 평년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 그렇기에 글로셜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냈다가 유언비어로 혹세무민한다고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런 소문이 도는 순간 곡물의 가격이 올랐고 그로 인해 상인들은 폭리를 취했다. 그러면 애꿎은 자들만 유언비어를 살포했다고 처벌을 받았다.
“그간의 기록을 살펴보면 북부 지역보다 오히려 남부지역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거야 북부는 봄밀을 심는데 남부는 겨울 밀을 심기 때문입니다. 북부 지역에서는 파종을 늦게 하면 되지만 남부지역은 작물이 냉해를 입고 수확 철이 되어도 제대로 곡식이 맺지 않으니 그런 것입니다.”
특히 남부, 왕도가 있는 유칼라드 공국이나 인근 영지는 인구가 많아 곡물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렇게 되면 왕국 전체가 곡물 가격 폭등으로 문제가 되었다. 이반은 글로셜이라는 것이 어떤 징후가 오지 않고 발생한다는 말에 그저 곡물을 많이 비축하는 것이 예방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돈을 벌 수도 있었다.
“글로셜은 혼자 오지 않습니다. 가뭄이 오거나 폭우를 동반합니다. 두 달 가까이 매일 폭우가 쏟아질 때도 있고 두 달 가까이 가뭄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의 글로셜이 5년 전에 있었는데 그때는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라서 크게 피해가 없었습니다.”
이반은 5년 전의 일을 돌아봤다. 그룬힐트 영지에 있을 때였는데 가뭄이 들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다행히 영지에서 비축한 식량이 있어 그것을 풀어서 문제가 없었다. 이반은 홍수와 가뭄이 같이 온다는 말에 대충 이해가 되었다. 환마의 기억에도 이상기온과 더불어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했던 기억이 났다.
장강 유역은 물난리가 나서 수백만 명이 집과 농지가 잠겼고 황하 유역은 반년 가까이 가뭄이 들어 유민이 발생했다. 그 때문에 탐관오리의 수탈로 괴로워하던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외적의 침입이 발생하자 나라가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땅의 크기나 지형이 중원과 상당히 유사하단 말이지. 동쪽에 바다가 있는 것도 그렇고. 서쪽에 높은 산이 있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중원보다 개발이 훨씬 적게 되어 있고, 산이 많아. 그래서 중원보다 인구가 절반, 삼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중원은 관료제이지만 여기는 지역마다 군주가 따로 있어 대대손손 직위를 세습해 나간다.’
이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글로셜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글로셜은 한 해만 오지 않고 2~3년이 이어질 경우도 있었다.
‘1년이면 소 글로셜, 2년이면 중 글로셜, 3년이면 대 글로셜이라고 한다. 4년 이상 이어지면 그랜드 글로셜이라고 하는데 100년에 한 번 정도 있다. 심지어 6년간 글로셜이 이어지던 때도 있었다.’
그런 것을 되새기던 이반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전쟁에 이어서 재해마저 이어진다면 상황이 좋지 않을 수도 있었다.
“글로셜이 임박한 것은 사실입니다. 영지에 곡물을 비축하는 것은 잘하는 일입니다. 듣기에 영지민이 1년간 먹을 식량을 비축하게 되었다면서요.”
“영지에 곡물이 넘쳐나고 외부 영지와의 계약으로 인해 곡물을 인수해야 하니 궁여지책으로 받아둔 것입니다. 나중에 흉년이 들었을 때 어려운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계약을 이행해야죠.”
이반은 그 정도만 말을 했고 곧이어서 마법에 대하여 논의를 했다. 특히 고위 마법인 공간과 시간에 관련된 마법에 대하여 논의를 했다. 주로 워프나 텔레포트에 대하여 토론을 했다. 이반은 두리원 산맥의 한 이름 없는 산에 당도하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지하 공동을 만들었다. 한쪽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든 다음에 다시 작업을 하나 하기 시작했다.
‘워프 룸을 만들어야 한다. 워프 게이트를 만들자. 마력 공급 장치가 세 개 있으니 워프 게이트를 세 개 만들 수 있다.’
워프 게이트는 워프 룸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마력 공급 장치였다. 워프는 고밀도의 마나를 짧은 시간에 공급해야 했고 그런 장치를 만들려면 마탑 차원의 노력이 필요했다. 설계도 어렵고 사용되는 재료도 워낙 많고 마법진을 그리고 인챈트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거기에 상급과 중급의 마나석도 수십 개를 사용하여 최상급 마나석 3개가 내뿜는 마나를 일시에 내뿜어야 가능했다. 이반은 더 늦기 전에 파사칸 왕국의 왕도인 유로파한에 가서 로젠만을 비롯한 우내사존의 환생자의 동태를 살피기로 했다. 그들이 어떤 상태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유칼라드 왕국의 워프 게이트와 파사칸 왕국의 워프 게이트는 약간 차이가 있다. 원리는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다. 둘 중에 어느 한쪽이 아닌 가장 효율적인 마법진을 만들도록 하자. 물론 마력 공급 장치도 차이가 있고.’
이반은 한쪽에 워프 룸으로 사용할 공간을 만든 다음에 아공간에서 준비한 철판을 꺼내서 문을 만들어서 달았다. 그런 다음에 벽과 문이 틈이 없도록 만들었다. 아공간에서 약품을 꺼내서 벽에 바른 다음에 시약으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천장과 바닥까지 작업을 마무리한 이후에 워프 룸 외곽에 마력 공급 장치를 설치한 후에 마법진에 마력이 공급되도록 연결을 했다.
‘여기에 통신구를 하나 장착하여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아올 때 작동이 되지 않으면 낭패일 것이니. 그러니 마법 통신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워프 게이트를 만들더라도 마법 통신이 가능하게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워프 게이트가 먹통이 되어 작동을 시키지 못했다. 마법 통신이 오면 워프가 작동하도록 별도의 장치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텔레포트 마법진과 워프 게이트를 동시에 만들어야 하고 마법 통신의 중개 장치까지 만들어야 하니 일이 복잡하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반드시 필요하다.’
이반은 두리원 산맥을 시작으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텔레포트 마법진과 마법 통신 중개 장치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밤마다 작업을 했지만, 작업할 것이 많아서 며칠을 작업한 이후에야 유칼라드 왕국의 서쪽 끝단인 헤메른 산맥에 당도했고 그곳에 워프 게이트를 만들었다. 엔리케 영지와 파사칸 왕국의 유로파한은 거리가 너무 멀어 한 번에 워프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기에 중간에 워프 게이트를 하나 더 만들어야 이동할 수 있었다. 그것이 너무 먼 장거리 워프보다 안전했다.
텔레포트 마법진이라면 설사 에러가 생겨도 중간에 교정할 수 있지만, 워프는 잘못되면 공간의 균열, 일명 스페이스 크랙(공간참)이 발생하여 사지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에 안전을 확인하는 실험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그런 테스트를 하다 보니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처음에는 나뭇가지 같은 것을 보냈고 이후에는 기절시킨 동물이나 몬스터를 우리에 넣어서 보내었다. 문제는 텔레포트를 하여 반대쪽에 있는 워프 게이트에 가서 확인하는 것인데 직접 움직이다 보면 한 번 실험하는데 하룻밤이 꼬박 필요했다.
남서부의 샌디아 주보다는 거리가 짧지만, 절반인 2,500km는 되는 거리였기에 이동하려면 한 시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텔레포트를 하고 난 다음에 바로 이동할 수는 없고 마나 반동을 해소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일을 하는 사이 마법 실력은 그만큼 높아진 것도 같군. 마나 운용 능력이 늘어나는 것이니. 당장 워프 마법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워프할 수는 없겠지만 워프의 원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있게 되었으니.’
이반은 당장 워프 마법을 전개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 마나에 대한 통제력이 커지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워프는 이형 환위와 유사한 면도 있다. 만류귀종이라고 심검의 원리가 공간을 초월하는 것인데 워프는 그런 것과 상통하는 면도 있다. 결국 한 단계 경지를 넘어 현경이 되면 전개가 가능할 것 같다. 그러면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유칼라드 왕국과 파사칸 왕국을 나의 영역으로 만들 수 있다.’
이반은 한 단계 경지를 넘는다면 물리적인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프가 7서클 마스터가 되어야 전개할 수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하긴 로에난 크리에포 탑 주도 워프를 직접 전개할 자신이 없다고 했으니 안전하게 전개하려면 8서클이 되어야 하겠지. 7서클이 공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겠지. 8서클이 되려면 공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시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지. 장거리가 아니면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겠지. 짧은 거리는 텔레포트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고.’
엘프의 마법은 서클의 개념이 없지만, 클래스에 대한 개념은 있었다. 서클처럼 단계마다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징적인 개념은 있었다. 하급의 기초마법은 각 속성에 대한 이해와 운용이었다. 여기에 다시 조합과 균형으로 넘어갔다.
중급마법은 공간의 이해 중에 물리적인 영역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중급마법은 블링크 마법이 포함되었다. 여기에 각 마법의 속성을 증폭하기 위해 형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마찬가지로 공간의 이해가 필요했다.
이런 중급마법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이 익힐 수가 있었지만, 고위 마법은 물리적인 공간을 초월해야 했다. 보이지 않는 공간을 이해해야 했다. 그렇기에 고위 마법의 입문이 바로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의 이동인 텔레포트이었다. 이런 텔레포트가 가능해지면 마법진을 이용한 텔레포트가 가능했다. 그런 이후에 마법진을 이용한 워프가 가능했다. 하지만 마법진이 없는 워프는 훨씬 어려워서 텔레포트와 반대였다.
‘워프가 가능하다면 아공간도 형성이 가능하다. 워프는 공간과 공간 사이의 이면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가 되면 세상의 경계마저 넘나들게 되고 이걸 마법적인 용어로 차원이라고 한다. 선과 면과 공간을 초월한 다중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반은 이런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환마가 살던 중원에는 그런 개념이 많이 있었다. 도가에서는 선계가 있고 불가에는 극락정토가 있었다. 다른 세상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반이 사는 세상은 그런 개념은 흑마법이라고 하여 터부시를 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다.
‘엘프의 마법에는 이런 개념이 잘 정리되어 있다. 정령계도 있고 마계나 천계에 대한 개념도 있다. 유성의 등장이 마계의 음모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물론 그것에 대하여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에레스쿠니아스의 기억과 각종 기록을 보면 아유리아 대습지가 있는 지역에 유성이 떨어진 것 같고.’
이반은 공간의 초월은 바로 그런 세상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은 막연했기에 현경의 경지를 다시 생각하면서 완전히 공간을 초월하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 진입한 것이라 짐작했다. 진정한 공간의 초월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어쨌든 공간은 그런 개념이다. 그런 면에서 장주의 호접지몽도 뭔가 깨달음을 담은 것인지 모르겠구나. 환마로 살 때는 그저 개꿈을 꾼 것 두고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새로운 세계에 환생하고 나니 그 말이 헛소리는 아닌 것 같고.’
그러면서 이반은 시간의 초월이라는 것도 환마 시절에 읽었던 각종 고사와 연관하여 생각하기도 했다. 선계에 들어 바둑 세 판을 구경했는데 수십 년이 지났다는 이야기나 서유기의 내용 중에 각종 요괴에 관련된 내용이나 심지어 산해경에 관련된 내용까지 떠오르기도 했다.
‘불가의 윤회가 허튼소리만은 아닐 수도 있다.’
이반은 그러면서 두리원 산맥의 거점에서 어느 순간 깊은 사색에 잠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