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23
22. 왕도 진출 (5)
마법사 호른은 에스테반에 아는 사람이 많았고 몇 사람을 영지로 불러왔다. 조선소에서 그와 친하게 지내다가 그가 물러나면서 쫓겨난 자들이 많았다. 그의 후임으로 선박연구소 소장이 된 자가 숙련공들을 쳐냈다. 높은 자리는 한정적이고 기존에 있던 자가 물러나야 새로운 사람이 올라갈 수 있으니 당연했다.
“여기서 다시 시작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럴까 하는데 자네는 어떤가?”
호른은 일행의 대표 격인 선박 기술자 크레이그를 따로 불러 의향을 물었다. 한때 왕립조선소에서 선박 제조책임자까지 했지만, 지금은 실업자가 되어 놀고 있었다. 호른이 물러나면서 그도 역시 해고가 되고 말았다.
“볼리비오라는 곳에 가서 조선소를 살폈는데 엉망이더군요. 부지나 입지 조건은 괜찮은데 고작 어선 한두 척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도 10여 명 정도밖에 없고. 못해도 200명은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듣자 하니 어선도 아니고 주로 나룻배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니 다시 시작하자는 말이지. 각종 선박에 대한 설계도야 다 있으니 설비만 갖추고 사람만 뽑으면 언제든지 가능하지 않나? 몬스터 부산물이야 여기가 주산지이니 걱정 없고 목재도 꽤 많이 있으니.”
볼리비오 주변을 개간하면서 큰 나무를 모아서 제재소에 모아 놓은 상황이라 그것을 가져다가 가공하면 가능했다. 엔리케 영지의 경우 몬스터 부산물은 어느 곳보다도 많았다. 선박 중에 강도가 필요한 것은 몬스터의 뼈를 가공하여 만들었다.
“거기다 주변에 철광산도 있으니 그것을 이용해도 되고. 마탑과 왕립 마법원에 흩어졌던 마법사들도 10여 명 모으면 되는 일이고. 단지 돈이 문제지만 영지에서 10만 골드를 투자할 여력이 있다고 하네.”
크레이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조선 산업의 불황이 시작되면서 해고된 자들만 천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일부만 불러와도 조선소를 하나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놀고 있는 애들을 불러오도록 하지요. 설사 일이 잘못되더라도 영지에 남아 농사를 지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어 보이더군요.”
“마탑의 행정청에서도 일부 자금을 투자해 준다고 하네. 여기를 개발하는데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 같네. 에스테반에서 방해를 할 수도 있지만 마탑이 나서는 일이니, 걱정할 것은 없을 거야. 심지어 탑 주님도 여기에 계시니.”
“그런 소문은 들었습니다. 그러면 중고 선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캘로스에게 연락을 할까요?”
“캘로스라면 조선소에서 군납 담당을 하던 자를 말하는 것인가?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5년 전에 군납 비리에 연루되어 물러났지만 사실 그거야 소장인 캘버린 자작과 군무경인 에스턴 자작이 벌인 일이고 애꿎은 캘로스가 덤터기를 쓴 것이 아닙니까? 그나마 그것을 알기에 중고 선박 거래를 하는 일을 할 수 있었고요.”
“사람이야 좋은 자이지만, 알았네. 오라고 하게. 일단 대형 두 척, 중형 네 척을 운영할 것이라 하니 수배를 하여 가져오라고 하게. 중고라면 수리부터 해야 할 것이니.”
재무관인 테이튼에게 투자하겠다는 확답을 받았고 며칠 후에 소 영주인 이반을 만나서 사업계획을 보고할 예정이었다. 그 전에 사전 조사를 하고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에스테반의 쿠베린 백작이 가만히 있을지 걱정입니다. 마법사님과는 상극이 아닙니까?”
“마탑 주님에게 보고를 하면 되는 일이야. 제까짓 게 뭐라고? 전에야 연구소 문제가 걸려서 참았지만, 지금이야 거리낄 것이 없지. 지금은 왕립 마법원과도 연관이 없는 일이고.”
쿠베린 백작은 에스테반 백작령을 관장하는 대리 영주이었다. 조선소나 항구의 관리는 해군과 왕립 마법원에서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관여를 했다. 자재 납품 같은 이권에 관여하려는 경우가 많아 사이가 좋지 못했다. 연구소에서는 자재의 검수도 담당했는데 불량 자재를 잡아냈고 그럴 경우 쿠베린 백작과 연관이 된 업체가 해당이 되었다.
“하지만 마법사님이 관여한 것을 알면 사사건건 트집을 잡을 것입니다. 거기다 갈매기파의 배후에 그자가 있지 않습니까?”
갈매기파는 에스테반 항구의 밤을 지배하는 암흑조직으로 상당히 껄끄러운 존재였다. 특히 항구에서 일하는 자들 대부분이 그들의 조직원이나 마찬가지였고 항구 주변의 유흥가를 장악하고 있었다. 심지어 조선소까지 그자들이 침투하려고 하여 왕도의 기사단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엔리케 영지와 마탑의 명의로 일을 진행할 것이야. 맘에 들지 않으면 쿠베린 백작을 왕도로 소환하는 것도 방법이야.”
유칼라드 공국은 공왕을 겸하는 국왕의 직영지이기에 세습 영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리 영주가 임명되어 일정 기간 통치를 했다. 주로 왕족이나 공신, 퇴직한 관료들이 맡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번 맡으면 죽을 때까지 대리 영주를 했다.
“쿠베린 백작을 소환한다는 말입니까?”
“못할 것도 없네. 그간 얼마나 말이 많았나? 그것을 다 헬싱키 공작이 무마했지만 마탑이라면 가능하지. 마탑에서 나설 수도 있으니. 마탑에서 작정하면 사실 날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지. 더구나 탑 주님이 관여한 일인데.”
“알겠습니다. 갈매기파의 등쌀에 다들 에스테반을 떠나야 할 상황이었으니 이곳으로 오라고 하면 좋아할 것입니다.”
크레이그의 말에 호른은 좋아해야 할지 위로를 할지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일할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없어 보였다. 이반은 모처럼 영지 행정청에서 테이튼 재무관을 만나고 있었다. 호른 마법사와 면담을 앞두고 조선소 문제와 해운업에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테이트 재무관이 만든 보고서를 읽은 이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워낙 복잡하고 연관된 부문이 많아 엔리케 영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탑에서 2만 골드, 네 군데 상단이 각각 1만 골드 정도를 투자한다는 말인데 그 정도라면 지분을 너무 많이 내주는 것 아닙니까? 처음 투자하는 금액이 10만 골드인데 너무 높습니다.”
“지분은 마탑 20%로 하고 나머지 상단은 5% 정도로 조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영지 60%, 마탑 20%, 상인들 20%가 됩니다. 이후에 필요한 상단이나 다른 곳은 증자해서 지분을 배정하면 됩니다.”
“나머지 두 상단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도미니크 문제로 영지에서 추방된 하이컨 상단은 만나봤습니까?”
“두 상단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마정석만 관심이 있지, 곡물이나 철강 같은 것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하이컨 상단은 관심을 보였지만 굳이 참여를 권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화물선 이용에는 차별을 두지 않을 것이라 달랬습니다. 거래금지는 당분간 유지하실 것입니까?”
“하이컨 상단은 1~2년 더 지켜볼 것입니다. 권력을 이용하고 담합으로 압력을 가하려고 하던 버릇을 고치지 않는 이상 거래금지를 해제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른 영지는 어떻든 우리는 그런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반은 7대 상단이라 칭하는 중앙의 상단에 끌려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번 일도 에스테반이나 왕도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합작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용이하게 진출하려면 그들의 협조가 필요해서 지분을 주기로 했다.
“이게 호른 마법사가 원하는 중고 선박의 수량입니까?”
“그렇습니다.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대형 선박이 출발하고 중형은 5일과 10일, 20일과 25일에 출발을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대형 두 척, 중형 네 척이 필요합니다. 새로 배를 마련하려면 8만 골드 정도가 필요하지만, 중고로 사면 4만 골드 언저리에서 구입이 가능할 것입니다.”
조선소에서 새로 배를 만들어서 해운업을 시작하려면 너무나 시간이 오래 걸리니 결국 중고 선박을 구입하여 시작하고 조선소는 선박 수리를 하면서 중형 화물선과 소형 어선을 제작하는 것이 순리였다.
“대형 화물선은 당장 만들지 않는 것이요?”
“수요가 그리 없기에 채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천천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필요할 경우 중고로 구하거나 에스테반의 조선소에 발주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합니다.”
며칠 사이에 테이튼 재무관은 조선과 해운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뱃사람들이 거친데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입니까? 더구나 영지 안이 아닌 영지 밖으로 돌 것인데?”
“마탑에서 협조를 받아 4서클 마법사를 대형 2명, 중형 1명씩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아울러 엑스퍼트급 용병을 승선시켜 안전을 도모할 것입니다. 에스테반과 왕도의 경우에 몇몇 경비업체가 있다고 하니 그들과 계약을 하면 됩니다.”
“경비업체라 그들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듣기에 폭력조직과 연계되어 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이반도 그와 관련하여 조사했던 내용이었다. 특히 에스테반의 폭력조직인 갈매기파는 조직원만 수천 명이고 해적질까지 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에스테반의 낮은 쿠베린 백작이 지배하지만 밤은 그들이 지배한다는 말까지 있었다.
“물론 그렇지만 그들은 하역부까지 장악한 상황이기에 거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입항도 거부하고 짐을 하역하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중원에서도 항·포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흑도 무리가 많았다. 하오문도 예하에 그런 자들을 두기도 했다. 항·포구의 이권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 자들은 뱃사람 기질이라고 하는 것마저 있기에 통제가 쉽지 않았다.
“그 부분은 어쩔 수가 없지만, 영지 내부에서는 철저히 감독해야 합니다. 그런 폭력조직에 항구가 장악당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들에게 끌려다닐 소지가 큽니다.”
이반은 자신이 직접 손을 쓰더라도 그런 자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아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니 적당히 묵인하겠지만 거대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은 예방할 생각이었다. 영지경비대를 투입하여 모조리 잡아들이면 되는 문제였다.
아울러 에스테반이나 왕도 유카리스에서 귀찮게 하면 자신이라도 나서서 수뇌부를 제거할 생각이었다. 시비를 걸면 무조건 공격하여 스스로 응징을 당한다는 사실을 깨우치도록 만들면 되었다. 환마의 경험에 의하면 증거도 없이 몰살을 몇 번 시키면 귀신처럼 알고 알아서 조심했다.
처음에야 적당히 타협하겠지만 공존을 거부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흑도 들은 타협을 하자고 하면 약한 것으로 알고 더 기고만장하게 날뛰었다. 그러니 무조건 힘으로 응징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반은 영지의 행정청으로 호른 마법사를 부를까 하다가 그냥 말을 편히 하기 위해 마탑 별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평소처럼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 세스포 레온 백작과 선박이나 물의 마법에 대해서 논의를 하다가 그를 호출했다.
“제가 마법을 익히고 있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검토한 도면을 보면 여러 군데 수정할 부분이 많습니다. 몰라서 생긴 문제도 있고 알지만, 효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간 부분도 있고요.”
이반은 호른 마법사에게 전적으로 맡길 생각은 없었다. 선박의 설계도들을 살펴보니 개선할 부분이 많았다. 그렇게 하려면 호른 마법사에게 지시해야 했다. 지시하려면 이반이 마법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보증하는 것이 가장 간단했다.
“소 영주께서 여기에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호른 마법사는 세스포 레온 백작에게 이반을 소개받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반이 엔리케 영지의 소 영주라고 하지만 마탑의 탑 주와 행정청장을 맞대면할 위치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이반 공자와 탑 주님은 거의 매일 만나서 마법에 대해 논하는 사이일세. 저기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은 이반 공자가 사용하는 것이고.”
호른 마법사는 실질적으로 마탑의 총수 역할을 하는 행정청장 세스포 레온 백작의 말에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호른 마법사의 나이는 60이 넘었고 세스포 레온 백작과 동년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탑 주와는 공식적인 행사나 할 때 만나는 정도에 불과했고 이렇게 따로 만난 적도 없었다.
“이반 공자가 마법을 익힌 것은 우리 두 사람만 알고 있지. 사실 나보다 마법을 더 잘 알아 내가 가르침을 청하는 실정일세. 그렇게 알고 이반 공자의 일에 잘 협조했으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