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25
22. 왕도 진출 (7)
‘인구로 따지면 파사칸 왕국이 3천만 명, 엘리야 왕국이 1천5백만 명 정도이군. 서쪽의 면적은 거의 두 배인데 인구는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군. 산이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가? 더구나 남쪽에 사막이 많으니 문제이군. 유칼라드 왕국은 중원의 광동이나 광서처럼 사막이 아닌데 파사칸 왕국은 사막이니 인구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유칼라드 왕국의 경우에는 엔리케 산맥 북쪽은 사실상 사람이 살지 않지만 파사칸 왕국은 이전 엘리야 왕국의 주된 근거지 두 군데 중의 한 곳이 엔리케 산맥보다도 더 북쪽에 있었다. 그렇기에 엘리야 왕국은 남쪽의 근거지를 잃고서도 상당한 시간 동안 저항을 했지만 결국은 우내사존의 환생자들이 나서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이반은 파사칸 왕국을 조사하면서 그런 내용을 알게 되자 유칼라드 왕국이 적에 대해서 너무나 모른다고 생각했다. 두 나라는 파사칸 왕국의 사막지대 때문에 하나가 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우내사존 같은 초인이 나선다면 달라질 수 있지만 그런 일이 벌어져 어느 한쪽이 점령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분열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유로파한은 유카리스와 큰 차이가 없다. 단지 유카리스 인근에는 빈민이 많이 모여 있는데 그런 자들이 없다. 원래 많았는데 엘리야 왕국을 점령한 이후에 사민을 했다고 하던가?’
몇 년 전에 백만에 가까운 빈민들이 엘리야 왕국 곳곳으로 이주를 했다. 중원에서도 북방으로 사민을 한 것처럼 점령지로 빈민을 보내었다. 물론 농사지을 땅을 주고 이주 후에 먹고 살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었기에 큰 불만이 없이 진행된 것 같았다.
이반은 유로파한의 왕궁을 조사하면서 마침내 우내사존의 환생자들의 거처까지 살폈다. 낮에야 왕궁에 가서 모여 있지만, 밤에는 퇴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거처를 자주 옮기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 혹시라도 습격을 당할까 경계하는 것 같았다. 이반은 파사칸 왕국의 왕도인 유로파한을 살피는 와중에도 조선소를 재정비하고 해운 산업의 준비 상황을 살폈다. 아울러 그란델 상단을 보내어 왕도 진출을 준비하도록 했다.
“이런 서류가 접수되었는데 어떻게 합니까?”
쿠베린 백작은 서류를 보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엔리케 남작령이 어디에 있는 영지인가? 고작 남작령 따위가 상선을 운영한다고? 배짱도 좋게 서류부터 접수했다고?”
“거기 영주인 엔리케 남작이 얼마 전에 마스터가 되어 백작의 작위를 받았습니다. 거기에 공동 접수자가 마탑 엔리케 별원의 호른 마법사입니다. 마탑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다시 살펴보니 접수자에 호른이 기재되어 옆에 마탑 소속이라고 밝히고 있고 마탑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건 마탑의 소속 마법사로 일을 추진한다는 보증이었다.
“호른이라면 호른 남작을 말하는 것이겠군. 엔리케 영지라면 마탑 별원이 생긴 곳인 것 같군. 영주가 마스터가 되었다고 했던가? 엔리케 백작이라고 들은 것도 같군.”
“그렇습니다. 지금 거기에 탑 주님이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항구를 관리하는 항구관리소장을 맡은 자가 그 서류가 어떻게 접수된 것인지 설명을 했다. 그도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지만 접수 경위를 듣고 쿠베린 백작에게 들고 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탑에서 하는 일이란 말이군. 설사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한 발 걸치고 있다는 말인데 뭘 싣고 오고 뭘 가져가겠다는 말인가? 그곳에서 가져올 것이라도 있나?”
“몬스터 부속물과 강철괴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거기다 석탄도 가져오고, 말입니다. 목재와 곡물도 가져오고요.”
그런 보고에 쿠베린 백작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문서를 노려보면서 뒤적거렸다. 내용을 살피면서 안색이 변했다.
“몬스터 부속물을 제외하고 굳이 여기로 가져와서 채산성이 있을까? 기항하고 왕도까지 간다고?”
“그렇습니다. 에스테반 수군에도 비슷한 공문이 접수되었고 왕도의 행정청에도 역시 접수가 되었습니다.”
어느 한 곳이라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운항을 할 수 없지만, 마찬가지로 어느 한 곳이라 거부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었다. 전부가 다 나서서 거부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 한곳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마탑과 척을 지게 되었다.
“상단 네 개도 이번 사업에 참여한다는 말인가?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을 한 것인가?”
“그동안 육상으로 운송을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로 걱정이 많았는데 배로 운송을 한다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자리를 잡으면 다른 해안가 영지들을 들릴 것이라 합니다.”
“선박의 건조는 어떻게 하나? 그것까지 한다면 가뜩이나 선령이 늘어나서 문제인데.”
조선업과 해운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거기다 모든 허가권은 영지에 있었다. 이 문제에서 에스테반이나 왕도는 통행권이나 기항권을 발급해주는 정도가 전부였다.
“호른 마법사가 관여한다면 조선소를 만든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마탑까지 관여한다면 막을 권리가 없습니다. 다른 건이라면 선체 검사로 문제로 삼을 수 있지만 마탑에도 권한이 있습니다.”
마법과 관련된 것은 보통 왕립 마법원에서 관리하지만 동일한 권리가 마탑에도 주어져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마탑의 권한을 왕립 마법원에서 위임받아 대행하는 것이기도 했다.
“골치 아프군. 탑 주마저 그곳에 있다니 어떻게 하기도 그렇군. 왕립 마법원에는 알아봤나?”
일반 영지라면 온갖 구실을 붙여 거부할 것이지만 마탑이 배후로 있으니 함부로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이 왕족이고 국왕이 즉위하는 데 공을 세웠다고 하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한데 탑 주님이나 마탑은 무슨 연관이 있어 거기로 갔나?”
평소 쿠베린 백작은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껄끄럽기 짝이 없기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했다. 호른 마법사가 걸림돌이 되더라도 순리에 따라 처리를 했다. 마법사만 아니라면 진작 처리했겠지만 왕립 마법원을 통해서 적법하게 물러나도록 했다.
“그건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왕립 마법원에서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단지 알려진 것은 작위 수여식 이후에 엔리케 백작이 마탑을 방문했다는 정도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것은 행정청장님뿐이랍니다.”
상무관은 공문을 접수하고 난 다음 온갖 정보를 다 수집한 상황이었다.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을 못 해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한 자도 있었다.
“무슨 변덕인지, 참.”
말을 하다가 상무관을 보더니, 말을 끊었다. 욕을 하고 싶지만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후환이 두려워서 참는 것 같았다. 엔리케 영지와 마탑의 명의로 보낸 각종 인허가 요청 공문은 왕도에서 적지 않은 파란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방치했던 해상 운송을 변방의 영지에서 시작하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고 그 일에 마탑이 동참했기 때문이었다.
여기다 마탑에서 하필이면 변방의 영지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 이례적이었으며 심지어 유칼라드 공국, 실질적으로 왕실에서 독점하는 사업인 조선업과 해상운송사업을 시작한 것 자체가 이상했다. 거기다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문서를 접수한 것도 문제였다. 각종 이권이 걸린 일은 일종의 사례를 하는 것이 관례인데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식이니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했다. 그렇다고 승인을 거부하자니 후환이 두렵기도 했다.
“어떻게 합니까?”
허가권자인 왕도 유카리스의 행정청장인 테인즈 백작도 혼자 결정할 수가 없어 헬싱키 공작에게 의향을 물었다. 이런 일을 사실상 결정하는 것은 왕국의 재상인 헬싱키 공작이었다.
“마탑의 탑 주께서 나를 시험하려는 것인가?”
헬싱키 공작은 대답하는 대신에 혼잣말하듯이 자문했다. 얼마 전 탑 주인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왕도를 방문하여 사실상 국왕을 협박하기도 했다. 형식은 국정에 대한 조언이지만 실상은 헬싱키 공작을 탄핵하는 내용이었다.
“남작령과 일개 마법사의 행위지만 마탑의 이름을 걸고 이루어진 일입니다. 물론 왕도의 안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불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적지 않은 파란이 일 것입니다. 그냥 통과를 시키는 것이 후환이 없을 것입니다.”
말은 그렇지만 그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모든 일은 부패의 사슬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연관이 없는 자가 활보하기 시작하면 기존에 만들어진 시스템이 무너지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형평성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누구는 뇌물을 받고 처리해주면서 누구는 그런 것이 없이 처리해준다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는 순간 균열이 발생했다. 그 문제로 인해 헬싱키 공작을 정점으로 형성된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부둣가에서 노점 상인을 갈취하는 양아치들까지 헬싱키 공작이 형성한 질서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유리스 후작과 연관은 없는 것인가?”
“특별한 접점은 없는 것 같지만 그쪽에 우호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출정한 엔리케 백작이 벡스터 후작과 대립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벡스터 후작이 빌미를 준 면도 있고요.”
그러면서 군납 문제로 감찰을 진행한 내용에 대하여 언급했다. 벡스터 후작은 헬싱키 공작파의 수뇌부 중의 하나였다. 처벌은 받지 않더라도 입지는 줄어들었다.
“왕립 마법원의 로가디스 백작은 뭐라고 합니까?”
“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들 몸을 사리는 것 같습니다. 호른 마법사가 탑 주님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달리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헬싱키 공작으로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그런 마법사까지 알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아니었다.
“에스테반에서 선박연구소 소장으로 있던 사람입니다. 3년 전에 그 자리에서 사실상 직위해제를 당해 마탑에 복귀한 인물입니다. 쿠베린 백작과 한동안 대립하던 인사입니다.”
“음, 얼핏 들어봤던 인물이군.”
쿠베린 백작이 언급되자 무슨 내용인지 대략 짐작했다. 그러니 더욱 골치가 아파왔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귀찮게 하려고 하면 한없이 귀찮아질 수 있는 일이었다.
“습격이군. 외곽에서 진행된 습격이야. 이걸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난리가 나겠군. 영지 개발계획에 대한 반격인가?”
변방의 영지에서 배 몇 척을 보내어서 물자를 수송하는 일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파열음을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4대 상단까지 가세한 상황이니 쉽지 않았다.
“마정석 문제 때문에 4대 상단도 쉽게 이탈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거기를 잃은 하이컨 상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마탑과의 거래에서도 지장이 크다고 합니다.”
거꾸로 에스테반에 기반을 둔 해운 업체를 같은 노선에 투입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그것이 쉽지 않았다. 각 상단에서 투자한 돈이야 고작 1만 골드이니 그리 크지 않지만 동조할 때 마정석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었다. 화물 운송은 화주가 중요한데 운송의뢰를 하지 않으면 적자만 커질 수가 있었다. 그런 대책도 없이 노선을 낼 수 없었다.
“시간이 되면, 조만간 철군이 진행되어 스타치온 엔리케 백작이 왕도에 오면 한 번 만나보도록 하게.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니 처리를 미뤄두고.”
헬싱키 공작은 바로 처리할 일이 아니기에 결정을 보류했다. 물론 다른 방향에서 조사하도록 한 후에 결정할 생각이었다. 무사카는 전쟁에 참여한 공을 인정받아 백작으로 승작을 했다. 패전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로젠만이 손을 쓴 덕분에 가능했다. 환마의 환생자가 나타난 상황에서 무사카와 알레시안과 거리를 둘 수는 없기에 일종의 화해를 하자는 신호였다.
무사카는 사막 부족의 전통에 따라 혼인을 했고 그 덕분에 부인이 넷이나 되었고 아이들은 벌써 12명이나 되었다. 그가 퇴근하자 저택 중앙에 있는 전각 앞에 부인과 아이들이 도열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무사카는 외부에 나가 있는 경우가 자주 있기에 왕도 유로파한에 머물 때는 외출했다 돌아올 때 모든 식구가 대기하도록 지시를 했다. 그래야 얼굴이라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사카는 가족이 없이 고아나 마찬가지였다. 어릴 적에 부족 간의 전쟁에서 패전한 이후 일족은 노예가 되어 곳곳으로 흩어진 상황이었다. 운 좋게 왕궁으로 팔려 와서 로젠만을 만났고 각성을 한 이후에 로젠만 마저 각성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니 가족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한 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비밀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혼자 조용히 수련하기 위해 따로 중앙 전각을 사용했다. 가족들과 인사를 마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무사카는 순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