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26
22. 왕도 진출 (8)
“너는?”
한쪽에 있는 응접세트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얼굴에 복면했지만,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기세부터 남과 다르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삼엄한 경계를 뚫고 조용히 나타날 수 있는 존재가 누구일지 빤했다.
“궁금해서 한 번 와 봤지. 꽤 잘 꾸며 놓고 사는군. 화산의 도사로 도관 한쪽의 골방을 차지하던 것과는 천지 차이인 것 같아. 저택이 화산 파의 경내에 버금갈 정도로 대단하더군. 이 정도라면 오대 세가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 같아. 자리에 앉자고.”
마치 주인처럼 무사카에게 자리를 권했고 무사카는 달리 반응하지 않고 이반의 맞은편에 앉았다. 싸운다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무슨 목적이지? 네가 원하는 대로 종전을 앞두고 있는데? 며칠 안에 종전 협상의 최종안이 승인될 것인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허튼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인가?”
“몇 가지 살펴보려고 말이야. 아이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더군. 중원과 달라서 쉽지 않을 것인데.”
이반은 그들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무공을 전수하는 것을 보면서 놀랐지만, 그 수준이 일반 검술이나 마법을 익히는 아이들이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안도를 했다.
“개정 대법은 시행하지 않는 것인가? 하긴 그쪽 세상의 사람과 인체 구조가 달라 쉽지 않을 수도 있겠군. 골격이나 경혈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니.”
뼈나 관절의 형상도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달랐다. 또한 수도 없이 많은 경락과 혈도가 있는데 그 기능이 달랐다. 그렇기에 의술에 일가견이 있지 않는다면 개정 대법을 시행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중원의 무학을 익히도록 하기가 쉽지 않았다.
“방도를 찾았기만 쉽지 않아. 당신은 가능한가?”
“나야 가능하지. 신의는 아니지만, 명의 정도는 되었으니. 개정 대법도 전개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각종 무공의 구결도 이곳 사람에 맞춰 개조할 수 있지. 하지만 가르치기는 쉽지 않아. 이곳 사람의 생각이 중원의 사람과 다르기 때문이지. 가능하게 하려면 말문이 트이기 전에 격리하고 중원에서처럼 키운다면 가능할지도. 사막 한구석에 재미있는 곳이 하나 있더군.”
이반의 말에 무사카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사카는 사막 부족 하나를 장악하고 그곳에 투자하여 무인을 양성하고 있었다. 알레시안은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을 알지만 자세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다들 그런 시도를 몰래 하고 있었다.
“화산 파라도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물론 그런 시도는 다 똑같이 하고 있지. 알레시안은 자신이 받은 영지에서 그런 시도를 하고 있고 파타칸은 유로파한 외곽의 고아원 다섯 개를 후원하여 그런 일을 하고 있더군. 반면에 로젠만이라는 왕자는 왕실의 시종 교육원에서 그런 자들을 모아 놓았고. 나중에 무림이라도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대충 서로 다 알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다. 서로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는 것이다. 그걸 하지 말라는 것인가?”
무사카는 그런 의도로 나타난 것인지 물었다.
“아니, 굳이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시도를 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니. 그런 것이라도 해야 지루하지 않을 것이니. 나도 그런 시도를 하고 있고.”
이반은 말을 마치고 히죽 웃었다. 복면하고 있지만 그런 기분을 무사카도 느낀 것인지 같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닌지 뭔가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
“뭔가 요구를 하러 온 것은 아니야. 단지 종종 유로파한에 와서 상황을 살펴볼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그보다 남부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사막과 페네시안 지방을 장악하여 왕처럼 군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이반은 슬쩍 무사카의 욕심을 자극했다. 페네시안은 사막에 접한 남부의 평원지대였다. 중원의 광동이나 광서 정도로 더운 지방으로 다모작이 가능한 지역이었다. 사막 부족까지 합하면 유로파한 평원보다도 인구가 더 많았다.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아. 물론 이렇게 각개격파를 하면 감당하기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당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일 것이야.”
“굳이 의미 없는 분쟁을 할 생각은 없으니 그런 걱정은 말게. 단지 재완 도장의 수하로 평생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니. 원한다면 협조할 의향도 있지.”
이반은 다시 한번 무사카를 부추겼다. 노예였던 과거로 인해 여전히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런 약점을 다시 건드리면서 반응을 살폈다. 로젠만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열등감이 존재할 것이고 그것은 언제라도 터져 나올 수가 있었다.
“이간질은 그 정도만 하지. 나를 소인배로 만들고 싶겠지만 그렇게 해서 득 될 게 없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
정색을 하는 것 자체가 그것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이반은 더 해서 감정만 상할 것 같아 그치기로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언젠가 충분한 결실을 볼 것 같았다.
“이만 가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 이반은 그 자리에서 텔레포트를 전개하여 자취를 감추었다. 무사카는 이반이 사라진 자리를 보면서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마법까지 전개할 줄이야. 떨어져 있는 이상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겠지만 우리가 움직인다면 언제라도 손을 쓰겠다는 의미인가?”
무사카는 환마의 환생자가 보인 갈등의 실체를 짐작하자 맘이 편하지 않았다. 명분만 주어지면 언제라도 손을 쓸 것 같았다. 주저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그날로 죽을 수도 있었다. 이반은 관련 기관에서 승인도 거부도 하지 않고 시간만 끄는 행위에 답답했지만 일단 해야 할 일을 했다.
어느새 더운 여름이 지나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왔다. 봄밀을 베어낸 곳에 심은 콩과 수수 같은 작물들을 수확할 시기가 되었다. 엔리케 영지는 봄밀보다 그런 작물을 주력으로 재배하고 있었고 상당한 양을 수확했다. 영지에서 필요한 양보다 배나 많은 양을 수확했고 그로 인해 곡물 가격이 더 폭락했다.
그 때문에 다시 한번 곡물을 보관할 창고를 증설했다. 굳이 그런 일을 해야 할지 행정관들이 반대했지만, 이반은 사비를 들여서 강행했다. 마탑에서 공간확장 마법이 걸린 아티펙트를 판매한 대금을 추가로 지급했기에 자금이 부족하지 않았다.
가을이 오면 몬스터가 겨울을 앞두고 준동하는 시기이기에 지역마다 몬스터 토벌을 시작했고 영지 군은 대대적인 몬스터 토벌을 준비했다. 일리안 단장을 비롯한 기사들은 곳곳으로 나가서 영지 군의 토벌을 준비했다. 엑스퍼트 중급이 많아진 덕분에 이반이 나가서 토벌할 필요는 없었다.
캐서린이나 엔젤라가 손을 보태겠다고 했지만, 그들이 나가면 호위를 하는 것이 더 어렵기에 그냥 집에 있으라고 말을 했다. 이반은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틈틈이 토벌할 곳을 살피면서 몬스터의 분포상황을 살폈다. 사전에 위험한 몬스터를 제거할까 생각했지만 아주 위험한 몬스터가 아니라면 그냥 놔두었다.
‘뱀처럼 생긴 이런 몬스터는 기사들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아. 오크보다도 더 약해 하급 마정석도 주지 않지만, 속도가 워낙 빨라 10여 마리만 나타나면 50여 명의 병사가 중독되는 사태가 벌어지니.’
몬스터 토벌은 비용이 들지만, 한편으로 수입을 올리는 것이기도 했다. 몬스터에서 나오는 마정석과 각종 부속물은 토벌 비용을 충분히 벌충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막판에 지지부진하던 종전 협상과 포로송환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그 소식이 왕국 전체에 알려지면서 출정했던 병사의 귀향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게 되었다.
“일반 기사들은 병사를 인솔하여 귀향하고 군장 이상의 지휘관과 영지를 대표하는 귀족과 기사는 왕도로 가서 개선행사를 한다는 말씀이죠? 그러면 중앙군 충원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중앙군 충원은 이미 완료가 되었다. 그들은 귀향하지 않고 같이 움직일 것이다. 2만 명 정도가 충원되었다.”
이반은 종전협정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바로 스타치온을 방문하여 상황을 들었다.
“그동안 논공행상도 진행한 것으로 아는데 할아버지는 해당이 없습니까?”
“작위를 올릴 정도로 공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2등 공신에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그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지. 대신에 노아 단장이 자작의 작위를 받기로 했다. 군장으로 차출된 다른 기사 둘도 남작의 작위를 받을 예정이다.”
“그들은 어떻게 한다고 합니까? 영지에 돌아옵니까?”
“모두 원한다면 중앙군단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리고 군장으로 복무했던 기사 넷도 중앙군단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작위를 받지는 못하지만 전공이 인정되어 특채할 수 있다고 한다. 남작의 작위를 받을 것이니 좋은 기회이다.”
“할아버지는요? 중앙군단으로 옮겨갈 것입니까?”
“일단 4군단이나 5군단을 맡을 것 같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전투대장까지는 어느 정도 확정이 되었는데 군단의 참모장 이상의 직위는 확정이 되지 않았다.”
“참모장이나 부군단장을 맡을 수도 있지 않아요? 연공 서열로 따지면 할아버지는 조금 늦은 편이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마스터 하급도 아닌 중급이다. 거기에 군공도 있으니 상황이 다르다. 지방 3군단에서야 군단장인 벡스터 후작이 이스턴 주 출신이라 양보를 했지만, 원래는 부군단장을 맡는 것이 순리였다.”
스타치온은 사소한 것이지만 그 차이에 대하여 언급했다. 아울러 같은 마스터이자 백작이라도 하급과 중급은 격이 다르다고 했다. 아울러 마스터 상급이 되면, 무빙 소드를 전개할 수준이 되면 후작으로 승작을 한다는 사실도 말했다.
“왕도에 갈 때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죠?”
“행군으로 이동할 것이라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수뇌부는 워프로 갈 수도 있지만 어떻게 될지 정해진 것은 없다.”
종전이 되었지만 세세한 지침은 내려온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후의 일정은 상당히 유동적이었다.
“왕도나 에스테반에서 아직도 승인되지 않은 것이냐?”
“마탑을 통해 확인한 결과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만 합니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왕도에 간 이후에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군단장이 되면 더 막지 못할 것입니다. 거부를 하면 바로 군단장도 사임해야 할 것이니 말입니다.”
거부할 수 있는 이유 자체가 에스테반이나 왕도의 안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인데 그렇다면 그들의 수장인 엔리케 백작 스타치온도 위험한 사람이니 중앙군의 군단장을 맡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 외에 문제는 없는 것이냐?”
“특별히 문제 되는 것은 없습니다. 일할 사람이야 에스테반에서 놀고 있는 사람이 많아 그들을 불러오면 되는 것이니.”
이반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하여 언급했다.
“안 되면 억지로 밀어붙이지 마. 그보다 곡물이 많이 생산되어 걱정이라던데 계속 보관할 것이냐?”
스타치온도 영지와 통신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상황이었다.
“그럴 계획입니다. 글로셜이 시작되면 곡물 가격은 폭등할 것이니 가급적이면 많은 양의 곡물을 비축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 영지민의 수를 한 5만 정도만 늘릴까 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지금 해상 운송을 계획한 면도 있습니다.”
“알았다. 자금은 부족하지 않고? 워낙 일을 벌여 걱정이다.”
이반이 영지를 맡으면서 각종 사업을 너무나 많이 벌이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더구나 곡물 가격하락으로 영지의 수입도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마정석 부문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것도 유동적이었다.
“마탑에서 자금 일부가 들어온 상황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영지에서 거래되는 마정석을 비롯한 몬스터 부속물의 가격이 올랐기에 세금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반은 자신이 만들었던 공간 마법이 적용된 마법 물품의 유통에 대하여 언급했다. 필요하다면 그런 물품을 만들면 된다고 말해 재정의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