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38
25. 블랙 새도우 (1)
식전 행사로 엘리자벳의 성인식이 거행되었다. 유칼라드 왕국 법은 성인만이 혼인을 할 수 있었다. 영지 법과 귀족법에 따르면 성인만이 각종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미성년은 권리가 없었다.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혼인도 성인만이 가능했다. 보통 영주의 직계, 그것도 소 영주가 될 사람만 성인식을 제대로 하고 나머지는 간단하게 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진행을 했다. 엘리자벳의 성인식도 식전 행사로 간단하게 진행이 되었다.
“축하해,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군.”
이반은 성인식을 마친 엘리자벳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결혼식을 하러 가기 전에 잠시 만날 수 있었다.
“결혼식을 하기 위한 것인데요. 그리고 이거 고마워요.”
엘리자벳은 티아라, 목걸이, 팔찌를 가리키면서 감사를 표했다. 특히 성인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티아라였다. 여자의 경우 티아라는 성인들만 머리에 착용했다. 어린아이는 정식 티아라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엘리자벳이 착용한 티아라는 상당히 고가의 물건인데 이반이 건넨 예물 중의 하나였다. 엘프의 유물 중에 엘리자벳에게 어울리는 것을 골라서 예물로 건넸다.
“잘 어울리니 좋군. 바로 옷도 갈아입고 치장도 다시 해야 하겠군. 그보다 예식을 하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마.”
“혹시라도 좋지 않은 무리가 일을 꾸미는 것인가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내가 주변에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 뭔가 분위기가 그래.”
이반은 혹시라도 좋지 않은 무리가 일을 저지를지 몰라 기감으로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는데 워프 게이트로 한 무리가 당도한 이후에 움직임이 수상했다.
“알았어요. 주의하도록 할게요. 설마 어세신이 나타나지는 않겠지요? 그럴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전에 말한 그들인가요?”
“아니었으면 하는데 그런 자가 보여. 그렇다고 증거도 없이 붙잡으면 오히려 문제일 수도 있고. 경비를 철저히 하라고 해야겠어. 우리도 알아서 준비하고.”
이반은 자신을 노려보는 자들의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다.
‘에쉬턴 백작가의 기사들 같은데 그중에 셋이 수상하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나를 볼 때부터 살기를 내뿜고 있다. 더구나 둘은 위장을 한 것인지 아니면 바꿔치기를 당했는지 모르지만 일루전 마법으로 본모습을 감추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뭔가 일을 벌일 분위기이다. 설마 마스터와 마탑의 탑 주마저 있는 곳에서 일을 벌이려고 할 줄이야.’
이반은 애쉬턴 백작가가 누구인지 고민하다가 똑같은 마스터이자 남작령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는 중앙군 5군단의 군단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물론 스타치온보다 5년 정도 일찌감치 마스터가 되었지만, 마스터 하급이었고 이후에 중급이 되었지만, 이번 전쟁에서 그리 좋은 전공을 올리지 못했다. 더구나 군단장이 아닌 부군단장으로 참여한 상황이라 스타치온과 비슷했다.
‘애쉬턴 백작의 뜻은 아닌 것 같은데. 차남인 플로라 남작이 사절단을 이끌고 있다. 할아버지와 다른 점은 그는 유리스 후작과 상당히 가깝다는 점이다.’
차남임에도 남작인 것은 이번 전쟁에 참여하여 군장하면서 전공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문의 기사가 셋이나 어세신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가짜이거나 오랫동안 어세신이 잠입해 있었던 것이라는 의미일 수가 있었다.
‘설마 헬싱키 공작 진영에서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일을 저지르려는 것인가? 유리스 후작 진영의 인물이니 그들이 자행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물론 그런 빤한 수작이 먹힐 수는 없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은 그런 것이다. 어쨌든 문제가 될 것이고. 할아버지가 마탑과 유착한 것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아 나를 상대로 일을 저지르는 것이겠지. 할아버지를 공격할 수는 없으니. 알려진 것은 내가 엑스퍼트도 아니고 마나소드 최상급이니. 결혼하는 신랑이 무장할 리는 없으니 접근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이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그러자 전에 없던 자들 몇 명이 더 나타났다. 어수선한 분위기라 경비를 담당한 크로나 남작가의 기사들도 그들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엘리자벳에게 주의하라고 경고를 한 다음 듀안을 만났다.
그러면서 슬쩍 분위기가 이상하니 주의하라고 부탁을 했다. 듀안은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주의하기로 했다. 이반이 그렇다고 하면 뭔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버지인 캐빈 소 영주에게 가서 뭔가를 말했고 그러자 근처에 있던 기사에게 뭐라고 말을 했고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았다. 내가 주의를 하겠다. 검을 지참하는 것은 문제지만 정복에는 예검이 있으니 그것으로나마 저지를 하마. 나도 내심 기분이 꺼림칙하여 긴장하던 참이었다.”
스타치온은 그렇게 말하고 이반과 엘리자벳이 결혼식을 하는 동안 경호를 해주기로 했다. 마스터이기에 기감이 발달하여 미미하게 새어 나오는 살기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정말로 이상한 자들이 잠입한 것 같구나. 기사처럼 보이는데 기세가 심상치 않은 자가 저들 셋 말고도 다섯이나 보인다. 그들이 일제히 공세를 취할 것 같구나.”
“북방의 귀족들은 검술을 알기에 문제가 아니지만, 여자들이 다칠까 걱정입니다. 저야 정 급하면 엘리자벳을 데리고 피하면 되지만 엉뚱한 사람이 변을 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타치온에게 상황을 말한 다음에 캐서린과 엔젤라에게 알려 단검을 지참하도록 했다. 혹시라도 어세신이 공격을 해올 때 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설사 엑스 퍼트급 어세신이라고 해도 주의를 기울이는 상황이라면 방어할 수 있었다.
‘듀안이 기사들을 단속하여 경계하게 했으니 저들도 낌새를 눈치채고 긴장한 기색을 보이는군. 경계를 강화하면 저들의 동선이 제한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반은 그냥 사전에 검색하여 그들을 격리할까 하다가 행동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적당히 조치를 취한 연후에 정체를 감추고 참석하여 자리에 앉아 있는 세스포 레온 백작과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을 찾아갔다. 당장 그들이 피해 볼 것도 아니고 그들이 아니라도 해결하는데 문제는 아니지만, 나중에 수습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응징을 한 후에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아내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에쉬턴 백작가의 기사 셋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말인가? 그들이 움직이면 제압해달라는 말이지?”
세스포 레온 백작은 이반의 말에 조용히 주변을 살피다가 그렇게 반문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미미한 살기이니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주변에서 움직이면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지만 이런 일은 조금만 어긋나면 불상사가 발생하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들을 잡아서 추궁할 수는 없는 일이고요.”
“어세신이 맞는 것 같군. 어세신 특유의 기운이 느껴져. 주변에 다섯이나 더 있군. 특급으로 여덟이라니 어느 한 조직에서 사활을 걸은 것 같군.”
“블랙 새도우가 아닐까 합니다. 마나의 느낌과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그쪽인 것 같습니다. 마탑 별원 설립, 해상운송사업의 시작, 군단장 취임이 맘에 들지 않아 일을 벌이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둠의 전쟁은 물증이 아닌 심증으로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반의 말에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다소 놀란 기색이 되었다. 이반이 상대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차리는 것 때문이었다. 마나의 느낌이나 운신 방법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사전에 접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그렉 남작, 나이트 아울(올빼미 기사)이 사라져도 매직 나이트는 관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반의 말에 세스포 레온 백작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블랙 새도우의 총수를 정확히 지명했기 때문이었다. 매직 나이트의 총수는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지만 실질적으로 통솔하는 것은 세스포 레온 백작이었다. 그러니 매직 나이트의 보고로 블랙 새도우의 수장을 모를 수가 없었다.
“우리에게 처리를 맡겨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하객으로 온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으니 나서서 인사부터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매직 나이트의 퍼스트 나이트에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일이 벌어진 이후에 수습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자리에 참석한 귀족들만 수십 명에 기사들도 백 명이 넘었다. 그 파장을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반이 분노가 책임자에게 향할 것이고 왕국의 재상인 헬싱키 공작에게 도달한다면 그것은 재앙이 아닐 수가 없었다.
더구나 결혼식장에서 목숨을 노리는 행위는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설사 마스터인 스타치온일지라도 살인멸구가 이루어지면 방도가 없지만, 이반은 달랐다. 블랙 새도우가 어세신 조직이지만 그들이 사라지는 것은 권력을 지탱하는 한 축이 사라지는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은 간단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좋은 날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좋지 못하니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안내할까요?”
“그렇게 합시다. 몰래 조용히 왔다 가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반도 그들이 공개적으로 움직이면 의전부터 모든 것이 엉망이 될 것이라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자연스럽게 개입하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을 안내하여 스타치온에게 갔다. 하객이라면 혼주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법도였다.
“어서 오십시오. 두 분이 온 줄도 몰랐습니다.”
“조용히 지켜보려고 했는데 인사를 하는 것이 예법인 것 같아 나섰습니다.”
세스포 레온 백작이 인사를 하고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나섰다. 순간 몇 사람이 놀란 표정을 지었고 장내에 파문이 일었다. 왕국에 단 셋만 존재하는 공작, 거기에 마탑의 탑 주가 나타난 것이니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탑의 탐주인 로에난 크리에포가 방문했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장내에 20여 명의 기사가 나타났다. 공식적으로 정체를 드러내자 탑 주와 행정청장의 호위를 담당하는 자들이 출동한 것이다. 모두 엑스퍼트 상급과 중급의 기사들이었고 그중에 5서클의 마법사도 둘이나 포함이 되어 있었다.
순간 그 자리에 있는 어세신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난 것을 알고 도주할 길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호위대와 매직 나이트의 암중 요원에게 길목을 차단당한 상황이었다. 마탑의 탑 주가 올 것을 알았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탑 주가 아닌 행정청장이라도 올 것을 알았다면 같았다. 그런데 탑 주와 행정청장이 동시에 나타나고 말았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조용히 한쪽에서 지켜보다 돌아갔을 사람인데 그들이 정체를 밝힌 것은 자신들 때문임을 깨달았다. 그런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것이고 그로 인해 그들만이 아닌 조직마저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마탑의 탑 주를 암살하려고 했다고 하면 그것이 아닐지라도 결코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국왕이 있는 자리에서 무력을 사용하거나 사용하려고 했다면 역모로 처벌받는 것과 비슷했다. 낭패가 아닐 수가 없었다. 죽고 싶지만 죽을 수도 없었다.
“플로라 남작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애쉬턴 백작가의 사절단 대표인 플로라는 마탑의 탑 주가 나타나자 인사라도 하려고 접근하다가 제지를 받았다. 호위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서 길을 막았다.
“잠시 저쪽으로 가시죠.”
순간 플로라 남작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다른 호위와 복장이 달랐다.
“매직 나이트의 퍼스트 나이트입니다.”
플로라 남작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가 옆에 있는 세 명의 기사를 보았다. 그들은 창백하게 질린 기색이었다.
“기사 셋 중에 둘은 최고 수준의 일루전 마법을 전개한 상황입니다. 하나만 진짜이고 둘은 다른 사람으로 바뀐 상황입니다. 물론 셋 다 어세신이지만요. 그런 사실은 모른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거야. 내가 나타난 이상 모든 것이 다 드러났다는 의미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