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41
25. 블랙 새도우 (4)
쿠베르 백작은 그렉 남작에게 이반을 제거하라고 지시를 내린 이후에 에스테반에 내려가 있었다. 물론 결혼식을 하는 상황에서 이반이 죽었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탑에서 탑 주님과 행정청장이 하객으로 왔다가 블랙 새도우가 발각이 되어 모조리 붙잡혔다고 합니다.”
자신과 이번 암살사건이 무관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에스테반으로 내려간 상황인데 실패를 했다. 그것도 거사를 감행하지도 못하고 사전에 발각이 되어 모조리 다 잡히고 말았다.
“현장의 책임자로 간 자가 투항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자살을 하는 것이 더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쿠베르 백작의 수하 중에 블랙 새도우와 연락을 담당하는 엑스퍼트 상급의 기사 파르난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상황을 설명했다. 매직 나이트와는 같은 편은 아니지만, 같이 작전을 수행한 적도 있기에 아예 적대적인 조직은 아니었다.
“죽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겠지. 매직 나이트라면 정체를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한두 명이라면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여덟이나 되는 상황이니.”
쿠베르 백작은 실패했다고 해서 죽지 않은 것을 탓하지 않았다. 죽지 않고 붙잡힌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었다. 마탑의 탑 주를 암살하려고 했다는 혐의는 감당하지 않아도 되었다.
“고작 엔리케 백작 손자의 결혼식에 그 둘이 갔다니 무슨 일입니까?”
사실 그것이 가장 궁금한 이유였다.
“우연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룬어와 엘프의 마법을 같이 논하는 관계라고 합니다. 탑 주님이 이반 소 영주가 탑 주님의 벗이라 신부에게 칭했다고 합니다. 답례 인사를 하는데 그렇게 말한 것을 그 주변에 있던 벨라 백작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다들 놀라 왕도에까지 소문이 퍼졌습니다. 심지어 별원의 거처로 신부를 초대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벗이라? 그 탑 주님이 벗이라 칭하는 존재라고? 그러면 엔리케 백작이 아니라 이반 소 영주 때문에 거기 머무는 것이란 소문이 사실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뭔가 있다는 말인데?”
그러다가 쿠베르 백작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극비로 보고된 내용 중에 전장에 나타난 초인의 신분을 탑 주가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초인과 이반이 관련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반의 나이가 고작 17세에 불과해서 초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초인의 제자일 수도 있었다. 초인이 검술과 마법을 사용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런 가능성을 보면 초인 대신 탑 주가 나서서 일을 처리한 것이 이해되기도 했다.
“급히 왕도에 가야 할 것 같군.”
쿠베르 백작은 버텨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초인과 연관이 있다면 지금 벌어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자칫 잘못하다가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가 있었다. 그도 은밀하게 죄를 짓고 버티거나 헬싱키 공작에게 저항하는 자를 처리하는 일을 담당해 왔으니 당연했다.
초인들이나 권력자에게 물증은 의미가 없었다. 심기를 거스르는 사람은 그냥 처리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러니 자신이 버티면 초인의 분노로 사라질 수가 있었다. 경험상 도주를 해도 결국은 벗어나지 못하고 발각이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파장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히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파르난은 쿠베르 백작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나서지 말라고 말렸다. 그런 파르난의 만류에도 쿠베르는 의복을 갖춰 입고 워프 게이트로 달려갔다. 헬싱키 공작은 위험한 시기에 쿠베르 백작이 방문하자 문전박대를 할 수는 없어 들어오도록 했다. 기존의 대응과 다른 행보라서 의아했지만,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마탑에서 정식으로 상황을 통보한 상황일세. 내부적으로 조사를 하고 조사가 끝나면 왕실과 귀족원에 보고한다고 하네. 그 전에 해결을 해야 할 것이야.”
쿠베르 백작을 보면서 현재 상황을 언급했다. 그가 저지른 일을 책임지라는 말이었다. 헬싱키 공작도 자신이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은 일이니, 책임을 질 일도 아니었다.
“송구합니다. 모든 일은 제가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마탑에 출두하여 직접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알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초인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쿠베르 백작의 보고에 헬싱키 공작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더구나 마탑의 탑 주가 이반을 벗이라 칭한 부분에서 놀람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국왕까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마탑의 탑 주가 어린 이반을 그렇게 칭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국왕이나 헬싱키 공작은 탑 주를 상왕으로 모시는 처지라고 자조를 하는 상황이었다. 그건 유리스 후작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탑 주가 양보를 할 정도라는 말이니 초인과 연관이 있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초인이 나서는 것을 방지하고자 마탑이 나섰다는 말인가?”
“원래 마탑의 탑 주님과 행정청장이 당도한 것은 일이 있기 한 시간 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행적을 밝히지 않고 암행을 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조용히 참석하려고 했다고 봅니다.”
“결국 어세신 때문에 나섰다는 말이군. 초인이 개입할 수도 있기에 불상사를 막고자? 그 자리에 초인이 있었다는 말이군.”
워프 게이트를 운영하면 일지를 기록해야 했다. 마탑의 탑 주라도 예외는 아니었고 알려고 하면 그 정도는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굳이 그곳에 별원을 만든 것도 초인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엔리케 영지와 초인과 연관된 뭔가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다른 사건처럼 처리하다가는 문제가 커질 것입니다. 깨끗이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라 봅니다.”
어세신들이 자백을 했더라도 그들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살인 교사를 부인하면서 도의적인 수준의 책임만 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하다가 같은 방식으로 응징을 당할 위험이 있었다. 진위를 따지지 않고 암살할 수도 있었다.
헬싱키 공작은 쿠베르 백작의 설명이 끝나자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말하는 바를 모를 수가 없었다. 권력은 무력에서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초인이 앙심을 품는 순간 세상을 하직할 수 있었다. 마스터 수준이라면 마스터와 기사들이 막는다고 하지만 마스터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초인이라면 대책이 없었다.
“그렉 남작과 같이 로가디스 백작을 만나서 중재를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에스테반을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스테반은 왕도 유카리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칼라드 공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 영지였다. 또한 파라운 공국으로 가는 관문의 역할을 하는 상업 도시이기도 했다. 거기에 걸린 이권은 왕도 유카리스에 버금갈 정도로 대단했다.
“영지마저 내놓고 나면 남는 것은 고작 작위뿐인데 그래도 되겠나? 이 정도 일이라면 폐하께도 보고해야 하는 일이야.”
“제가 책임을 지려면 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너무 무책임하지만, 이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그는 영주 대리이지 영주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영주 대리에서 물러나는 것이지 새로운 영주 대리의 임명은 공왕을 겸하는 국왕의 권한이었다. 결국은 국왕이 손해를 봐야 하는 일이었다. 사실상 종신직인 영주 대리를 마탑의 인사로 임명하는 것은 그만큼 왕권이 약해지는 일이기도 했다. 헬싱키 공작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국왕의 성격을 본다면 쿠베르 백작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것이고 마탑과 타협을 하더라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배후에 초인이 있다는 사실을 폐하께 아뢰어야 하는데 그것도 문제이군. 너무 과장이 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기고 있는데 문제가 심각하군. 유리스 후작에게도 뭔가 줘야 하고 엔리케 백작이나 애쉬턴 백작에게도 배상해야 할 것인데.”
정치적인 타협으로 처리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그것은 결국 책임자들이 응당한 조치를 취하고 상대에게 요직을 내주거나 이권을 내주어야 했다.
“송구합니다. 순간 오판을 하여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만일에 헬싱키 공작이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꼼짝없이 보복을 당할 수가 있기에 쿠베르 백작은 다시 한번 자신의 잘못을 빌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과 세스포 레온 백작은 이반의 혼례가 끝나자 별원으로 가지 않고 마탑으로 갔다. 마탑에 당도하여 붙잡은 자들을 심문한 내용을 살폈다. 그들이 아는 것은 위에서 시킨 일이란 것과 작전 계획 정도였다. 성공하건 실패하건 도주해야 하기에 그런 계획이 전부였다.
“결국 블랙 새도우의 내부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그렉 남작을 잡아다가 심문해야 하는가?”
“대략적인 내용은 이미 파악이 되었습니다. 내부에 있는 소식통에 의하면 쿠베르 백작이 그렉 남작과 몇 시간 동안 만나서 뭔가를 논의했다고 합니다. 만나고 하루가 지난 후에 작전 계획의 초안이 나왔고 살수들의 배정이 끝났다고 합니다. 아울러 쿠베르 백작의 동정을 살핀 보고서를 보면 엔리케 백작에 대한 적의를 계속 표출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매직 나이트의 요원이 작성한 쿠베르 백작의 동정에 대한 보고서를 보였다. 거기에는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하여 화를 내는 모습이나 엔리케 영지에서 화물선이 당도한 이후에 방해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움직임이 적혀 있었다.
“우리 마탑을 업었다고 엔리케 영지가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괘씸하다, 적절하게 성의를 표시해야 기분이 나쁘지 않은데 이런 태도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표가 나지 않은 방향에서 뭔가 한 방 먹여야 한다, 화물을 하역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나 예인을 하는 과정에서 전복을 시키는 방도를 모색하라?”
쿠베르 백작은 억하심정을 풀고 싶어서 온갖 방법을 모색했지만, 표가 나지 않을 수가 없어 보였다.
“결혼식을 한다는 것을 알고 몇 번이나 그렉 남작을 만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일을 처리했을 수도 있지만 주로 이번 습격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다른 귀족들에게 헬싱키 공작 진영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나도 그 정도 어세신이라면 모조리 다 처리가 가능한데 여러 개의 무빙소드가 난무하는 것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야. 거기에 지금도 왕국과 파사칸 왕국을 주유하는데 피의 행로가 이어졌을 것이야. 그것이 왕국을 향했을 수도 있고.”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의 우려에 세스포 레온 백작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이후에 벌어질 일은 실로 끔찍했을 수가 있었다.
“귀찮아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밝혀지면 감당이 쉽지 않아. 파사칸 왕국의 초인들까지 암중에서 제어하는 것 같은데.”
그들은 매직 나이트를 파사칸 왕국에 보내 초인이라고 밝혀진 자들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의 행보를 보면 뭔가 두려워하는 것이 있어 보였고 그것이 이반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이반의 무력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반을 위한 것보다 왕실과 마탑을 위해서였다. 이반의 무력이 알려지면 이반을 중심으로 세력이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반도 정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정치란 대등한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힘의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 파탄이 일었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이반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쉽지 않았다. 의구심이 커지기 전에 적당히 운을 뗐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니 쓸데없는 짓을 저지른 자들에 대한 분노가 일었다.
“초인에 대하여 슬쩍 언급할까요? 저들도 뭔가 감지를 한 것 같습니다. 일을 저지른 쿠베르 백작이 직접 로가디스에게 중재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의심을 하는 것과 확신을 주는 것은 다르다. 저들이 알아서 짐작하게 하라.”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은 그 정도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