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51
28. 처분
이반은 왕도 저택을 떠나 클로란 영지에 와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정보조직이나 암흑가의 조직이나 수뇌부들은 항상 자신들끼리 있을 때는 정황만 파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경향이 있었다. 마침 기사단장인 요크란 자가 은밀하게 영주관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종적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만 이반은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왕도의 상황은 어떤가? 엔리케 영지의 이반이란 자가 왔다고 하던데 그에 대해 알아본 것이 있나?”
이반은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몰래 듣는데 자신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요크란 자가, 자신 때문에 유카리스에 갔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엑스퍼트 하급이라고 합니다. 전날 테인즈 백작가의 연회에 참석하여 프레드릭 후작가의 로델 자작과 약간 언쟁이 있었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바올과 바올레 연주에 능하고 노래도 잘한다고 합니다. 50회 생일이라 축하공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연회에 관한 내용부터 낮에 부두 공사장을 방문한 사실마저 파악하고 있었다. 인부 중에 자신을 유심히 살피는 자들은 있었지만, 그들에게서 특별한 느낌을 받지 않아 무시했는데 정보원인 것 같았다.
“직접 살펴보았나?”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여 다른 자에게 탐문만 한 정도입니다.”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경지를 위장했는데 마스터들이 알아보지 못했다면 마스터보다도 더 높다는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그 자리에 태자나 헬싱키 공작, 마스터 상급인 유리스 공작까지 참석했는데,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면 진짜 엑스퍼트 하급이라 생각합니다.”
“내 느낌에는 그자가 초인과 연관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 내가 그 나이에 엑스퍼트 중급이 되지 않았나? 그런데 그 수준이라면 뭔가 이상해. 일단 왕도를 다녀오느라 수고했어. 말 타고 이고르 영지에 당도한 다음에 달려오려면 힘들었을 것 같군.”
잠깐 보고를 하고 요크 기사단장이 영주관을 은밀하게 빠져나갔다. 그런 모습 자체를 외부에 보이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이반은 기사단장이 떠나자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언제까지 숨어서 살필 수만은 없다. 만나서 정리를 하자. 만일 개전의 정이 있다면 휘하로 받아들이자. 혼자 넷을 상대하는 것보다 둘이 상대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단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니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로 했다. 정체가 드러나면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복장을 살피고 난 다음에 전음을 발하였다.
‘나와라. 할 말이 있다.’
이반은 중원의 말을 사용하여 전음을 보내었다. 그러자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부딪쳐보고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자신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면 일찌감치 해결하는 것이 나았다.
누구인지 짐작을 했는지 은밀하게 영주관을 나와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반은 그의 움직임을 살피다 신형을 드러냈다. 자신의 거대한 체구 때문에 정체를 짐작할 수 있지만, 굳이 축골공까지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그대로 나타났다.
“스승님도 환생하신 것입니까?”
“왜? 네놈만 환생했다고 생각한 것이냐? 그렇지 않아도 전생의 악연을 갚아줄 길이 없어 아쉽기 짝이 없었는데 잘 만난 것 같다. 네놈이 배신하여 은신처를 무림맹에 알려준 덕분에 우내사존이 출동하여 횡사했는데 이렇게 응징할 수 있게 되었으니 천운이 닿은 것 같구나.”
이반의 말에 레오닐 클로란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체념한 표정이 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현생의 아닌 전생의 잘못을 추궁받으니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항변을 하지 못했다.
“전생에 죽을죄를 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무림맹에 고한 것은 아닙니다. 제갈수문이 위장을 하여 접근하고 비살단을 동원하여 온갖 위협을 가하니 연락을 드리려고 하다가 은신처가 드러나고 말았지, 배신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제갈수문이 위장하여 접근했다고?”
“그렇습니다. 더구나 맹노를 제거하고 바꿔치기를 했습니다. 그렇기에 감쪽같이 속고 말았습니다. 그자가 저를 죽이려고 할 때까지 바꿔치기한 것도 몰랐습니다.”
“그런 바보 같은. 하긴 맹노라면 이해가 되는군.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이니, 누구보다 위장이 쉬웠을 것이니.”
무인이라면 독특한 기세가 있기에 위장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공을 모르는 자라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것도 의심하고 유심히 살피면 알 수 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잡일을 하는 자라면 주목할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까지 맹노로 위장하여 기습할 정도로 철저한 자입니다. 그런 자가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작전이니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런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당한 상황이니 할 말은 없지만요.”
“전생의 일을 지금에 탓할 필요는 없지만, 다시 태어나서도 하오문의 있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암흑가를 전전하고 있더구나. 집행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더구나.”
이반의 말에 레오닐 클로란은 별로 놀라지 않은 기색을 보였다. 자신의 행적이 드러났지만,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그들을 알고 추적해 온 것이 아닙니까? 몇 가지 흔적을 남겼는데 당연히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전생에도 중원 곳곳을 헤매고 다닌 분인데 현생에도 유칼라드 왕국이 좁다고 다닐 것이라 봅니다. 이번에 전장에 나타나서 우내사존의 환생자와 한바탕 하신 것은 들었습니다.”
“전쟁의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피러 갔는데 마침 그들이 있어 한바탕했다. 전생의 악연으로 현생에서 생사를 다투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 적당히 마무리를 지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은 했을 것이다.”
“로젠만 파사칸, 파타칸 근위대장, 알레시안 군사령관, 무사카 감찰부장인 것만 파악했습니다.”
“로젠만이란 자가 재완, 파타칸이 화정, 알레시안이 청학, 무사카가 운상이다. 알레시안과 무사카가 전선에 나왔고 그들 둘과 한판 했다. 고작 나이는 30대 중반인데 전생에 비해 한 단계 경지가 높아졌더구나. 물론 너도 고작 40인데 화경에 올랐으니 전생보다 낫구나. 벽을 깨지 못했었는데.”
“새로 나면서 자질이 좋아진 것일 수도 있고 귀족으로 난 덕분에 잘 먹고 잘산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형 둘을 밀어내고 작위와 영지를 차지했던데 대단하구나. 조금 전에 왔다 갔던 자가 네 심복이냐?”
“어릴 때 수발을 들던 호위 기사입니다. 나이는 다섯이 많은데 재질이 뛰어나 절정 끝자락 정도입니다. 그 덕분에 기사단을 장악할 수가 있어 어렵지 않게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네 표정을 보니 내가 누구인지 무척이나 궁금한 것 같구나. 네 형들처럼 내 약점도 잡고 흔들고 싶은 것이냐?”
이반의 말에 레오닐 클로란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거기까지 파악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기사단을 장악하여 위력을 보인 것으로 후계자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두 형을 협박하여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들었고 그렇게 하려면 야비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두 형에게 경고는 했지만,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생에 가족이 없이 살면서 외로웠는데 그나마 있는 가족을 해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제 실력을 보인 것이 전부입니다.”
“그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던데. 앙앙불락, 여전히 승복하지 못하고 절치부심 기회를 노리는 것 같던데. 네가 사라지면 네 애들을 향해 칼을 들 것 같던데. 물론 애들이 제법 실력이 있어 보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무공을 창안할 수 있는 대종사, 그것도 인체에 대한 조예가 깊은 자가 아니면 바뀐 골격과 혈도에 맞도록 무공을 개조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스스로 인체에 적응하면서 무공을 익혔지만, 아들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었다.
“의술을 제대로 배우라고 했는데 듣지 않아 지금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제대로 익혔다면 아들 정도는 가르칠 수 있었을 것이다. 혈도의 이름이나 기능마저 잘 모르는 상황이니.”
내공을 익히는데 필요한 혈도가 아니라면 알지를 못했다. 내공심법을 익힐 때야 위치를 알지 못해도 감각으로 찾았지만, 타인의 신체에서 그렇게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거야 스승님처럼 다재다능한 경우에나 해당이 되지 저처럼 범재는 어느 한 가지 제대로 익히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스승님이 전수해준 현현신공도 7성에 머물렀고 지금에야 고작 8성에 도달했습니다. 다 스승님처럼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마법도 익힌 것 같은데 엘프의 마법을 익힌 거냐? 룬어도 해독을 하고?”
“룬어의 해독이야 마법사들이 어느 정도 했고 문맥에 따라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다 보니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무공과 일맥상통한 면도 있고요. 도술이라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 면과 일맥상통하기도 하지. 하지만 무공은 무공이고 엘프의 마법은 선천지기를 사용하기에 상이하다. 천무지체처럼 전령혈이 개방된 자만이 제대로 성취를 거둘 것이다. 입신지경에 들면 천령개가 일부 열린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을 마치고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자 레오닐 클로란의 표정에 긴장한 기색이 어렸다.
“네 사정은 그런대로 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는구나. 널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 아니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이냐? 그것부터 듣고 싶구나.”
이반의 질문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전생이라면 달리 말이 필요 없이 처분을 내리면 따라야 하겠지만 이미 한 번 생이 끝나 새로운 인생을 사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전생의 관계를 빌미로 하여 속박을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송구합니다. 전생의 잘못을 현생에 책임지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것도 당사자 사이이니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원하시는 조처에 따르겠습니다. 목숨을 거둬간다면 그것도 감수하겠습니다. 하지만 현생에는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면서 인간답게 살아가기로 했기에 그런 지시라면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
레오닐 클로란은 환마의 환생자가 자신의 수준보다 아득히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라도 죽일 실력임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항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의지로 천륜을 저버리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렇게 하려면 작위와 영지를 놓고 경쟁하던 두 형제도 살려두고 있었다. 몇몇 가신은 처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거부하고 있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했느냐? 그렇다면 집행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암흑가를 암중에 장악하려 한 행위는 무엇이냐? 네 말과 행동이 상충하는 것 같구나.”
“상충하는 면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융통성이라 봅니다. 그들을 없앤다고 해서 그런 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다른 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중원에서도 흑도 무리를 제거한 후에 조금 지나면 조무래기들이라도 그 자리에서 양아치 짓을 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전생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구나. 적당히 일을 시킬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런데 해적들까지 네 휘하에 있는 것인가?”
이반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암흑가의 조직은 그런대로 원칙에 따라 운영이 되지만 해적은 무조건 약탈부터 했다. 그런 자들이니 가장 치부일 수 있었다. 전생에 환마는 녹림의 무리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상을 정하면 무조건 약탈했다. 그렇기에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특히 양민을 약탈하는 것을 혐오했다.
“브로넬 섬에 있던 해적을 휘하에 두고 있지만, 현재는 해적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왕국의 해군이 토벌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다른 곳으로 이주한 상황입니다. 헬렌 섬이라고 브로넬 섬 동쪽 200km 정도 거리에 있는 섬입니다.”
헬렌 섬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섬으로 브로넬 섬의 절반 크기이고 3천 명 정도의 해적과 가족이 살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브로넬 섬에는 연락원 몇 명만 남아 있는 실정이라는 말을 했다.
“5년 전에 그곳으로 이주한 상황입니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배를 타는 훈련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 해적질을 하지 않았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워서 그렇지 진짜로 나쁜 자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레오닐 클로란은 해적에 대해서 변호를 했다. 자신의 수하가 장악한 이후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말을 했다. 필요하다면 해적질을 시킬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