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52
29. 낭중지추 (1)
이반은 마운기의 환생자 레오닐 클로란을 만나 그간의 고민을 정리하니 후련했다. 물론 어떻게 할지 확실하게 결정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용서하는 방향으로 처분했다. 하지만 좀 더 살피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추적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전생에 없는 능력을 갖춘 상황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전생에는 적이 천라지망을 펼치면 꼼짝없이 힘으로 돌파해야 하지만 지금은 공간이동으로 탈출하면 된다. 물론 마나 동결이 이루어진다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겠지만.’
이반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왕에 외부에 나온 상황이니 새롭게 파악한 쿠베르의 거처를 조사하기로 했다. 에스테반의 영주 대리에서 물러났지만 뭔가 새로운 음모를 꾸밀 것으로 보았다. 음모를 꾸미는 자들은 처음에는 필요로 음모를 꾸미지만 그런 것이 일상인 자들이 많았다. 매사를 그런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러니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일을 꾸밀 것 같았다.
“그렉 남작은 결국 처형이 된다고 하는가?”
현재 그렉 남작의 처리로 왕도가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블랙 새도우는 언급되지 않고 귀족이 다른 귀족을 살해하려고 한 행위로 처형이 결정되었고 최종 승인만 남은 상태였다.
“로렌조 후작님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되겠지만 보는 눈이 있어 막기 어렵다고 합니다.”
밤늦은 시간이지만 본채의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래야 안에 사람이 있어도 위치가 특정되지 않아 안전했다. 이반이 쿠베르 백작의 저택에 접근하여 각종 경보장치와 보안장치를 뚫고 거처의 기척을 살피자 그런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자가 파르난이란 기사이지. 주로 구린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블랙 새도우와 연락을 담당하는 자라고 했던가?’
이반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그의 행동에 일단 동태를 살폈다. 왜 그가 자신을 노렸는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대충 이유를 짐작하지만, 당사자에게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물론 직접 듣는다고 해도 진짜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겁도 없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특별한 것은 없나?”
쿠베르가 누구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대상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가 있는 말이었다. 어조에서 그 대상에 대한 지독한 혐오와 멸시가 느껴졌다. 저항하는 약자에 대한 증오였다. 약자들은 생사까지 강자에게 맡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런 적의를 드러내면서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물론 그렇게 하여 성공하는 때도 많지만 그런 행위를 하다가 파멸하는 자들도 많았다. 한 번 실패했으면 포기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포기하지 못한 것 같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촌놈들이 연회에 참석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럭저럭 다른 귀족처럼 행동하여 망신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닙니다.”
이반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영락없는 이반의 행적이었다. 칩거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외부의 동정을 예의 주시하면서 뭔가 시도하려는 의욕이 강해 보였다.
“누군가 나서서 제대로 망신을 주었으면 하는데 나서는 자는 없나? 촌놈들이 사교계에 데뷔할 때 적당히 손을 봐주잖아?”
마스터가 되어 중앙에 입성하였을 때 마스터 본인을 대상으로 장난을 치지 못하지만, 마스터의 혈족을 상대로 하여 다른 마스터의 혈족들이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마스터가 되니 자신이 마스터가 된 것처럼 기고만장하여 날뛰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사태를 중앙귀족 대부분이 파악한 상황이라 함부로 나서는 자가 없습니다. 특히 마탑의 비호를 받는 것을 알기에 공작님이나 유라스 공작님의 직계 혈족은 되어야 힘을 쓸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8 왕자님이 엔리케 백작의 저택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저택에는 이반 공자만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3 왕비님의 시종장이 4군단을 방문했다 합니다.”
“망명의 시기가 도래한 것인가?”
“그럴 것이라 봅니다. 태자 전하께서 건재하지만, 즉위를 앞둔 상황에서 넘어야 하는 산이 많습니다. 법도대로 양위한다면 3년 후면 결판이 납니다.”
유칼라드 왕국은 국왕의 임기가 종신제이지만 한편으로 암묵적인 관례로 왕의 나이 70세나 태자의 나이 45세로 제한을 두고 있었다. 둘 중의 하나라도 충족이 되지 않으면 양위를 하지 않지만, 충족된다면 보통 양위를 했다. 현재 국왕의 나이는 67세이고 태자의 나이는 44세였다. 1년 후면 태자가 45세가 되고 3년 후면 국왕의 나이가 70세가 되었다. 그러니 관례에 따라 양위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2 왕자인 파츨리아였다. 태자가 정해졌지만, 그것은 후계자이지 국왕이 된 것은 아니었고 아직은 왕권경쟁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바로 귀족들의 반란이 그것이었다. 물론 그 반란은 법에 정해진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태자에 대한 일종의 불신임이었다. 최종 결정은 귀족회의에서 결판이 났다.
“그렇습니다. 아마도 망명을 논의한 것 같습니다. 3 왕비 측의 선택은 엔리케 영지로 보입니다.”
“1 왕비나 2 왕비는 아직 움직임이 없지?”
“겉으로 드러난 움직임은 없지만, 그들도 조만간 선택할 것입니다. 나이 차이도 있으니 다들 망명을 할 것입니다.”
사실 2 왕자인 파츨리아도 태자에게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헬싱키 공작에게 반감이 있는 귀족이 많아지면서 희망에 찬 면도 있었다. 더구나 헬싱키 공작이 중립을 선언할 때 태자의 지지 세력인 재상파가 분열할 수도 있었다. 쿠베르 백작이 재기할 기회는 왕권경쟁에서 새로운 국왕이 즉위하는 데 공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 정도가 아니면 다시 재기하는 자체가 불가능했다.
“함부로 움직일 상황은 아니니 지켜만 보고 첩보활동도 주의해. 괜히 마탑의 눈에 띄어 경계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골치 아프니. 파렉 쪽은 어떻게 하고 있나?”
사실 파렉 백작이 정보 길드를 만든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원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렉 남작도 그들로 인해 입지가 약해질까 걱정하여 폭주한 면도 있었다.
“오히려 활동을 멈추고 관망만 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보 길드가 한창 무력 조직을 확충하던 상황이었는데 블랙 새도우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원래 목적인 정보수집에 충실히 하고 있었다. 그러니 쿠베르나 그렉 남작만 공을 다툰 사람이 되었다.
“남은 자들을 잘 추스를 수 있도록 하고 원로들이란 자들과 연락을 하여 배신하지 않도록 잘 다독이도록 하게.”
그냥 방치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기에 어떻게든 수습하기로 했다. 블랙 새도우가 사라지면 밤의 전쟁에서 밀리게 되고 그러면 재상파마저 무너질 수도 있었다. 멀리서 쿠베르를 지켜보던 이반은 하는 짓이 가증스러워서 응징할까 했지만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굳이 저런 자를 처리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로델 프레드릭은 이틀이 지났지만 테인즈 백작의 연회에서 당한 일이 잊히지 않았다. 더구나 막상 당할 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당시의 상황이 또렷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니 자다가 악몽을 꾸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에는 워낙 충격이 커서 실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혼자 곰곰이 생각하고 시간이 흘러 충격이 가시니 제대로 파악이 되었다.
‘마스터인 할아버지를 능가하는 살기였다. 고작 엑스퍼트 하급이 그런 살기를 보낼 수가 있다니. 워낙 충격이 커서 당시에는 그저 도망을 치는 데 급급하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리고 나니 집에 와 있었다. 그저 두려워서 연회장을 떠났던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살기에 노출이 된 것도 그때에야 깨달았다.
‘살기는 강한 살심을 품는다고 해서 발출되는 것은 아니다. 뭔가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할아버지에게 말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마탑에서 그들을 감싸고도는 것은 뭔가 다른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로델 자작은 생각만 해도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그러니 결국은 프레드릭 백작령으로 복귀했고 할아버지인 벡스터를 찾아갔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는다면 설사 미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알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마스터 상급이라는 말인데 고작 열일곱 살에 가능한 일이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구나.”
벡스터 후작의 살기를 받아본 로델 자작은 다짜고짜 최고의 강도로 살기를 보내달라고 했고 그대로 했다. 그러나 벡스터 후작의 살기는 이반이 보냈던 살기에 미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묻자 테인즈 백작의 연회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했고 벡스터 후작이 보낸 살기보다도 훨씬 강력한 살기를 이반에 받아서 도망치듯이 연회장을 떠났던 사실을 실토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전에는 그렇게 두렵던 할아버지의 살기가 그리 두렵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네 반응을 본다면 사실인 것 같지만 그가 설마 초인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아무리 그래도 그 나이에?”
믿기 쉽지 않지만 로델 자작의 반응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탑의 탑주인 로에난 크리에포 공작이 벗이라 칭했던 사실이 떠오르자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너도 설마 초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가 초인이라면 지금 벌어진 블랙 새도우 관련 사건도 이해가 됩니다. 쿠베르 백작이 어떤 사람인데 죄를 인정하고 물러나겠습니까? 마탑이 나섰다고 하더라도 왕실의 체면이 있는데 영주 대리를 경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탑의 탑주가 있는 자리에 어세신을 보낸 것이 문제지만 쿠베르 백작이 책임질 사건은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렉 남작이 총책임자이니 그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사직을 시킨 것은 뭔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존재했다.
“초인에게 어세신을 보낸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을 졌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엔리케 백작을 노린 우리도 적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냐? 설마 너에게 살기를 보낸 것도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란 말이냐?”
“그런 것 같습니다. 결혼식에 갔을 때도 고작 남작령의 소 영주임에도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내내 기분 나빠 연회에서 다소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던 그간의 일을 세세하게 고했다. 대화를 나눴던 것까지 언급했고 그가 그동안 들었던 소문까지 언급했다. 특히 마력 포션을 기사들이 사용한 사실과 기사들 절반 이상이 엑스퍼트 중급이나 상급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더 어떤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적대행위를 하지 않으면 넘어가겠다는 의미인가?”
“그렇습니다. 당분간 조심하면서 상황을 살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번에 초인이 나타났을 때 마탑의 탑 주님이 나타나서 경고했다고 했는데 그때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벡스터 후작은 자신이 나서서 진격하자고 하다가 호통을 들었고 그 이후에 다른 군단장들은 그와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했던 사실을 전했다. 또한 감찰이 진행되면서 공개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암중에 공직 추방이라는 징계를 당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네 아버지나 형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영지 개발계획에 대해서도 절대 언급해서는 안 된다. 네 말에 의한다면 그런 계획에 반감이 상당한데 화를 당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귀족법과 영지 법으로 왕국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상은 무력을 우선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법을 지키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무력으로 해결하거나 암중에 어세신을 보내어서 암살도 서슴지 않았다.
왕국, 특히 왕실의 이익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자는 설사 고위 귀족이라도 암살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사 현장에서 범인이 잡혀도 사주한 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이반이 초인이라면 암중에서 살해를 당할 위험이 컸다.
현장에서 잡히지 않는다면 설사 증거가 있어도 단죄하기 어려웠다. 당사자가 아니라고 부인을 하면 최종적으로 무력으로 응징해야 하는데 초인을 응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왕국의 고위층은 그런 사실을 알고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보였다.
레오닐 클로란을 만난 다음 날 아침 이반은 마탑의 세스포 레온 백작에게 마법 통신으로 8 왕자의 건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모처럼 마탑 본원에 올 일이 있다면서 마탑에서 만나자고 했다. 통신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민감한 내용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