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6
3. 엔리케 영지에서 (6)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장원 동쪽에 주로 호위무사들의 가족이 살았고 그쪽에 길이 잘 닦여 있는 것을 보면 수상합니다. 거기에 광산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간 저들이 행한 일을 보면 장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모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간 도미니크가 행한 일을 보면 장원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하기에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그 비용을 감당하려면 또 다른 수익원이 존재해야 가능했다. 몰래 광산을 개발했다고 봐야 했다. 이반과 스타치온은 은밀하게 주변을 탐색했고 그 결과 3일 후에 장원의 남동쪽 1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파괴된 십여 채의 건물과 엉망진창으로 뒤집혀 있는 현장을 발견했다. 꽤 높은 산의 한쪽 면이 파헤쳐져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가지 않고 두 사람만 따로 움직였다. 굳이 광산의 존재를 외부에 알려서 좋은 것이 없었다. 왕국에서 상업세와 광산세는 별도로 부과했다. 광산이 있는 것이 알려지면 영지에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그만큼 많아졌다.
“혼합 광이군요. 납과 은과 금이 채굴된 것 같습니다. 여기 납이 잔뜩 섞인 폐기물이 방치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채취한 금과 은도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 발견된 금괴와 은괴의 다섯 배 이상의 분량일 것입니다. 노면에 있는 광맥에서 원석을 채취하여 제련까지 한 것 같습니다.”
“건물을 보면 한두 해 전에 지어진 것이 아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 유지한 것 같다. 하긴 이 정도 산을 파헤치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외부에서 드러날 수 있는 저쪽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만큼 철저하게 감추었다.”
도망가면서 광산시설을 파괴했지만, 한쪽에 제련한 흔적이 있었다. 전생의 환마도 잠채를 직접 하기도 했기에 금과 은의 제련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반도 현장을 보자마자 어떤 상황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니.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군. 영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누구도 몰랐다니, 참.”
스타치온은 광산을 개발하여 이런 일을 벌이는 동안 알지 못했단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인적이 없는 산속이지만 영지 내부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몰랐으니 당연했다. 누군가 정보를 차단한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하고 있었다.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정말 잔인한 놈들입니다. 사람을 잡아다가 가둬놓고 일을 시켰습니다. 길도 저쪽으로 냈습니다. 헤세라 영지 쪽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장원 쪽이 아닌 남쪽의 크로나 강을 건너서 통행했을 것입니다. 길을 보면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다닌 흔적입니다.”
“사람을 엄청나게, 수백 명은 죽여 암매장했구나.”
“맞습니다. 다른 곳과 달리 저기는 사람을 매장하느라 판 구덩이입니다. 지표면을 보면 도주하기 직전에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유해를 발굴합니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냥 그대로 두자. 판다고 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줄 것이 없다.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엔리케 남작이 그냥 덮기로 했다. 파헤친다고 해서 달리 어떻게 할 것도 없었다. 노예가 아닌 실종자일 수도 있지만 찾는다고 해서 달리 어떻게 해줄 방도가 없었다. 굳이 불미스러운 일을 밝혀서 좋은 것도 없었다. 당장 광산을 개발할 상황도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은 것이 좋겠죠. 지금 벌어진 사건만으로 가문의 위신이 깎일 대로 깎였는데.”
이반도 밝힐 필요가 없는 일을 밝혀 굳이 일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장원이나 잘 정비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았다. 장원의 총관으로 데려온 후안은 제법 능력이 있는지 인근 주민들에게 적절하게 경지를 배분하여 소작하도록 했다. 그의 두 아들도 장원의 부총관이 되어 돕고 있었다.
“장원의 호장무사가 경비를 했기에 몬스터를 막았는데 그들이 사라졌으니 당장 시작될 몬스터 준동이 걱정입니다.”
귀족들의 장원 구역은 보통 장원의 주인이 모든 것을 책임졌다. 심지어 장원에 속한 자들에 대한 징벌까지 맘대로 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호위무사들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니 당장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일단 용병들을 불러서 경비를 맡기도록 하죠. 날이 풀리면 몬스터 사냥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최소 3년은 용병들에게 의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반은 장원의 호위무사를 충원하기 쉽지 않기에 용병들을 고용하기로 했다. 급하게 로컨이나 데크리안에 연락을 하고 헤세라 영지에 연락하여 용병을 충원하도록 했다. 어느 정도 론도의 장원이 정비되자 두리원 영지와의 경계에 있는 남동쪽 쿨롱으로 이동했다. 기사와 병사를 거느리고 가자 론도 출장소에서 파견한 영지의 서기가 그 지역의 유지를 거느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도 꽤 넓군요. 크로나 강과 데크리안 강, 두리원 산맥 사이의 평원인데 나중에 이곳을 놓고 두리원 영지와 분쟁은 없을지 걱정입니다.”
고개 하나 너머에도 두리원 영지의 마을이 존재하고 있고 두 영지 사이의 관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론도에서 오려면 폭이 최소 200m는 되어 보이는 데크리안 강을 건너야 하는 상황이기에 지원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리원 영지도 사실상 우리 엔리케 일족이나 마찬가지이다. 설화를 보면 두 형제가 있었는데 큰형이 엔리케고 동생이 두리원이었다고 하더구나. 그러니 서로 분쟁할 사이는 아니다.”
그렇게 말을 하지만 이반은 걱정이 되었다. 쿨롱이라는 곳은 요충지였고 높은 지형에 올라가서 살펴보니 그 면적이 중원의 일개 현보다도 더 넓었다. 평원만 사방으로 백 리가 더 되었다. 산지까지 하면 일개 주에 필적하는 면적이었다.
“쿨롱과 동쪽 평원을 전부 다 개발한다면 엔리케 영지의 인원 전부가 모여서 살만큼 넓은 것 같습니다.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면 욕심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부터 방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비를 강화하고 통신마법사도 배치하고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욕심이 많은 영주가 생긴다면 침략할 수도 있었다. 물론 반대쪽도 비슷한 넓이의 평원이 있지만, 쿨롱보다 더 많이 개발되어 있었다.
“저쪽이 우리보다 배나 더 넓습니다. 지금이야 문제가 아니지만, 점점 차이가 벌어지면 이쪽을 넘볼 것은 자명합니다. 견물생심이고 약하면 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몬스터를 막는 것도 힘든데 저들까지 걱정해야 한다니.”
스타치온도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게 개발하는 것보다 남이 개발해 놓은 것을 빼앗는 것이 훨씬 용이했다. 두 영지 사이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설마 도미니크와 결탁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냐?”
이반의 말 속에 담긴 우려를 바로 읽었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도망을 쳤는데 흔적이 없는 것은 누군가 조력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있다면 영주는 아니더라도 큰 장원을 가진 자일 것입니다.”
어느 영지이건 영주의 일가가 존재했다. 그들은 호시탐탐 영주의 자리를 노렸고 기회가 된다면 영지에서 독립하려고 시도했다. 그렇게 갈라진 영지도 몇 개 있었다. 그런 시도를 한다면 이 지역은 근거지로 적당한 장소였다. 더구나 흑마법사가 개입했던 것도 꺼림칙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어떤 행동을 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진짜로 영지 전이 벌어지게 된다.”
스타치온도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의구심이 있지만 그렇다고 뭘 하기에는 증거가 없었다.
“여기를 우선으로 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론도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여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기는 남쪽이라 가을에 밀을 심어도 될 것 같습니다.”
한겨울인데도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았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바람도 그리 강한 것 같지 않았다.
“데크리안 강을 건너기 쉽도록 나룻배를 몇 척 더 보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북쪽으로 강폭이 좁은 곳에 다리를 놓던가요. 그렇지 않으면 병력지원을 차단당할 수도 있습니다.”
두리원 영지와 거래가 그리 많지 않아 중요도가 떨어지는 곳이지만 환마의 기억을 가진 이반이 보기에는 불안했다. 엔리케 영지에 온 지 한 달 정도 지나 3월이 되자 마침내 귀족원에서 문장관이 발급한 서류를 보내왔다. 로엔 그룬힐트 자작의 차남인 이반을 스타치온 엔리케 남작의 사망한 아들 웨델 엔리케의 양자로 입적하는 것이 승인된 것이다.
영지의 주요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 행사에 어떤 격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입양 사실을 당사자들이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절차를 가졌다. 그에 따라 엔리케 남작의 지명절차, 캐서린의 인정, 엔젤라의 인정하는 절차를 밟았고 이반이 입양을 인정하면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선서하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물론 로엔 그룬힐트 자작이 남긴 양자 입양 동의서도 낭독이 되었다.
이후에 연회가 진행되었다. 그간 도미니크의 반란 사건이 터지면서 영지가 뒤숭숭했는데 이번 행사는 마침내 그 사건의 종지부를 찍고 차기 소 영주를 사실상 확정한다는 의미였다. 이반을 양자로 받아들인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공표하지 않아 궁금해하던 상황이었는데 정식으로 공표했다. 아직 성인이 아니기에 작위와 영지의 상속자로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내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반은 그 자리에서 영지의 주요 인사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몇몇 기사들과는 안면이 있었지만, 그동안 영주관에만 있으면서 외부의 인사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들 궁금해하던 참이었는데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이반 엔리케로서 첫 대면이었고 이반의 호칭은 이반 공자로 정해졌다. 그렇게 하여 비공식적이나마 미래의 소 영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반은 행사를 한 다음 날 스타치온을 따라서 펠리시안 요새에 왔다. 말을 타고 달리면 대략 한 시간 반 정도면 당도하는 거리였다. 다행히 말을 달리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길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엔리케 영지는 선제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하고 있었다. 몬스터 서식지에 개체가 증가하면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는데 그 전에 사냥을 통해 숫자를 줄여 위험을 방지했다.
“우리 영지는 로컨을 중심으로 서남부에 론도, 동남쪽에 볼리비오가 있다. 동북쪽에 펠리시안 요새가 있으며 서북쪽에 데크리안 요새가 있다. 어떻게 보면 네 지역은 로컨을 방어하는 외곽 요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펠리시안 요새는 바다와 가까이 있었다. 그렇기에 동북향의 해안가를 따라서 내려오는 몬스터를 방어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북쪽의 던파스 평원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도 막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펠리시안 요새는 지대가 높아 바다와 직접 접한 것은 아니었다. 해안 쪽으로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이 있었고 그 아래 꽤 넓은 백사장과 폭 500여 m 정도의 숲이 해안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그렇기에 펠리시안 요새라고 하지만 두 개의 요새가 나란히 있었다. 물론 두 개의 요새는 동서로 건축된 성벽으로 이어져 있었다. 대략 그 거리가 500여 m 정도 되었다.
“저 아래를 쭉 따라가면 대략 40여 km를 가서 볼리비오가 나온다. 저 아래로 몬스터가 상당히 많이 이동할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볼리비오 지역에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수가 있다. 거기가 뚫리면 로컨으로 몬스터가 몰려온다. 남쪽에 크로나 강이 있어 더 내려가지 못하고 역으로 북쪽, 로컨으로 올라온다.”
그 때문에 제일 먼저 론도와 볼리비오에 일종의 요새 도시를 만들었고 지금도 그곳을 경비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볼리비오는 볼리비오 평원이 있어 농사를 짓기 적당했다. 성벽 후면에 펠리시안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1만2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농사를 짓는 자유민과 농노가 7천여 명 정도 되고 병사와 가족이 1천여 명, 몬스터를 사냥하는 사냥꾼, 용병, 상인들과 가족들이 4천 명 정도 되었다.
“저 언덕 너머가 몬스터 천국인 던파스 평원이다. 초기에는 몬스터를 막는 요새의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몬스터 사냥꾼에게 세금을 받는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고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면 몬스터의 땅이 인간의 영역으로 변모했다. 던파스 평원도 그런 과정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