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160
30. 새로운 하오문 (3)
헬싱키 공작은 다른 중앙귀족들처럼 영지 개발계획이 수반되지 않는 유민의 지방 영지 이주는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태도였다. 그렇기에 공국에서 타 영지로 이주 자체를 상당히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었다. 물론 연고가 있는 경우에는 편의를 봐주지만 그렇지 않은 개인적인 이주는 승인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이주비도 높게 책정했다.
특히 공국에서 일반 영지로의 이동은 규제했다. 용병이 되거나 상인이 되면 이주가 자유롭지만, 그 숫자는 고작 몇천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도시 빈민이 되어 힘들게 살아야 했다.
“이번 글로셜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곡물의 수급 문제와 연계를 하여 유민의 이주를 시키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민을 보내는 대가를 곡물로 받을 수는 없기에 일정한 양의 곡물을 각 영지에서 매입할 것입니다.”
곡물을 매입하면서 유민을 데려갈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그것이 최선의 방도임을 알기에 헬싱키 공작은 달리 반대를 하지 않았고 그대로 보고가 되어 시행하기로 했다. 글로셜 때문인지 조금씩 날이 풀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쌀쌀했다. 더구나 초기에는 눈이 많이 왔지만, 이후에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눈이 녹은 것 같지만 건조한 날씨 때문에 토양이 메마르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보름 정도 늦게 날씨가 풀렸지만, 저녁에는 싸늘한 바람이 불어 나무들도 제대로 싹이 트지 않았고 잡초도 나지 않고 있었다. 엔리케 영지는 양지부터 눈이 녹고 있지만, 여전히 백색의 세상이었다. 그러기에 겨울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날씨는 춥고 건조한 덕분에 오히려 전보다 더 추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올 염려는 없다는 말이지?”
“예, 그런 것 같아요. 날도 풀리는 것 같고요.”
식사 시간에 엔젤라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이반은 주로 가족들과 식사를 같이 하고 있었다. 두 여자는 매일 같이 검술 수련을 하고 있었다. 헨리와 같이 온 로위나는 정령 계약을 하고 유운심법을 어느 정도 익히자 20여 일이 지난 후에 돌아갔고 그 후부터 헨리는 따로 식사했다.
숫기가 없고 다소 낯을 가리는 상황이라 로위나가 돌아간 이후에는 따로 식사하도록 했다. 막 성장기라 먹성이 좋은데 외숙모와 형수가 있으니 마음껏 먹지 못하는 것 같아 아예 따로 식사하도록 했다. 로엔과 세레나가 시녀도 같이 보낸 상황이라 따로 챙기도록 했다.
“엘리자벳에게 들었는데 크로나 영지도 몬스터 때문에 골치라고 하는구나. 사우스 크로나 산맥에서 몬스터가 내려와서 영지 곳곳에 소규모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다고 한다.”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크로나 강을 건너 영지로 몰려오는 경우가 있어 긴급히 영지 군을 배치하여 몬스터가 준동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몬스터가 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큰 산에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몬스터 토벌로 인해 유칼라드 왕국에서 몬스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큰 산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와 방비를 소홀히 한 지역에서는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마정석 가격이 다소 내려갔다는 말도 있더구나.”
엔리케 영지에서 거두는 세금의 절반 이상은 마정석을 비롯한 몬스터 부속물의 거래와 관련되어 있었다. 마정석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일시적으로 마정석이 많이 출하되어 그렇게 되었지만, 날이 풀리면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마정석의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고 가격이 폭등할 것입니다. 조만간 날이 풀리면 일거리가 없는 용병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용병들 절반은 몬스터 토벌을 하거나 자체적으로 사냥을 하는 자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산에서 내려온 몬스터마저 토벌이 되면 몬스터는 더 줄어들고 할 일이 없어졌다.
“그런데 요새 치안은 어떠냐? 영지에 여자가 너무 적어 문제라는 말도 있던데. 심지어 용병들이 길거리에서 젊은 여자들을 희롱한다던데? 잡아들여 처벌해도 그때뿐이라며?”
“문제기는 합니다. 젊은 용병들이 많지만, 유곽이나 술집에 여자들이 많아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에는 술집이 하도 성업을 이뤄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여자들 화대도 두 배로 올랐고요.”
조사하니 전쟁이 끝난 후에 용병들과 사체 처리 인원이 대략 2천 명 정도 증가를 했다. 하지만 술집이 아무리 늘어나고 유곽이 늘어났다고 해도 여자들은 3백 명도 늘어나지 않았다. 용병들은 자신의 발로 움직이지만, 여자들은 술집 주인들이 데려와야 하니 증가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용병들을 결혼시키고 정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문제겠지만 그런 제도가 효과를 발휘하면 나아질 것입니다. 글로셜이 심화하면 영지의 사람이 이주하는 것에 너그러워지는 면이 있기에 그럭저럭 해결될 것입니다.”
이반은 앞으로 영지민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 말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하여 언급했다.
“농지를 개간하는 것을 지속해서 시행할 것입니다. 마탑에서 마법사를 일부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땅 속성 마법사들이 나서서 디그 마법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개간할 때 제일 어려운 것이 나무의 그루터기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종일 땅을 파도 하나를 제거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적당히 파고 도끼로 잘라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반은 자신이 나서면 간단한 일이지만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 정도로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비용이 들더라도 마법사들을 고용할 생각이었다.
“이제 왕도로 운항을 시작할 것이냐?”
볼리비오의 앞바다의 얼음이 다 녹아가니 항해가 가능해졌다. 더구나 화물도 많이 확보된 상황이었다. 아직 육로는 눈이 쌓인 관계로 화물을 옮기기 어려웠다.
“그렇게 할 예정입니다. 마탑에서도 몬스터 부속물을 옮겨야 하니 말입니다. 워프로 보내면 마나가 많이 포함된 것은 손상을 입을 수도 있고 워프를 위해 특수처리를 하는 것도 문제이죠.”
사실 그런 것도 있지만 에스테반에서 이주해온 자들의 가족을 데려오는 것도 시급한 상황이었다. 쿠베르 백작이 물러나면서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은 면했지만 몇 달 동안 가족들이 떨어져 살아야 했다. 조만간 글로셜이 본격화되면 곡물이 부족해지고 그러면 가족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니 하루라도 빨리 영지로 데려오기를 바랐다.
이반은 클로란 영지를 방문했다. 레오닐 클로란을 엔리케 영지로 불러 지시를 내려야 맞는 것 같지만 그가 오려면 인근 백작령으로 가서 워프해야 하고 세빌론에서 로컨까지 다시 이동해야 하니 번거로웠고 결정적으로 행적이 외부에 드러났다.
“하오문을 출범시켰으면 하지만 이곳은 강호 무림이 없는 세상이기에 다른 방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레오닐 클로란은 하오문을 그래도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했다. 현재 둘이 만나는 곳은 노지가 아니라 영주관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일종의 비밀거점이었다. 매번 밖에서 만나는 것은 좋지 않아 아예 자리를 마련하라고 했다.
대화도 그 세상의 말이 아닌 중원의 말로 하고 있었다. 유칼라드 왕국도 중원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지역마다 방언이 있어 대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수십 년 동안 사용하던 중원의 말이 훨씬 편리했다.
“세상이 다르다고 해도 흑도의 방식은 달라질 것은 별로 없지. 네가 만든 집행위원회를 당과 지부로 개편하면 되는 일이지. 내당과 외당으로 분류하고 내당 휘하에 재무부, 조직부, 무력부, 감찰부, 정보부를 두고 외당 휘하에 지역부를 두어 외곽조직을 아우르면 되는 일이야.”
“그렇게 하면 기밀 유지가 어려워서 블랙 새도우처럼 문제가 생기면 전부 처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내당과 외당을 분리하면 되는 일이지. 그리고 지금처럼 네 정체를 감추면 되는 일이야. 설사 알려진다고 해도 명확한 증거만 남기지 않으면 되지. 나중에 네 정체가 알려지더라도 발뺌을 하면 되는 일이야.”
신분제의 폐해 중의 하나가 평민은 증언해도 귀족들을 상대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인장을 찍은 서류 정도의 증거물이나 귀족이 명백히 목격하여 증언한 경우에나 증거로 인정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데 하오문의 경우 도박이나 유곽도 운영했는데 그대로 적용합니까? 암거래도 마찬가지고요.”
“굳이 문제 될 것은 없지. 사채를 쓰고 인신매매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도 막는다고 막히는 것은 아니지. 단지 문제라면 약탈을 하거나 납치를 하여 노예로 삼는 것인데 그것 정도만 막으면 되겠지. 거기에 마탑과 왕국에서 금하는 흑마법만 피하면 되는 일이야. 도적단으로 활동하는 것은 피하고.”
“여기는 관노와 비슷한 농노가 있고 노비와 비슷한 노예가 있는데 노예거래는 어떻게 합니까? 금합니까?”
“노예거래는 합법적인 영역에서 진행이 된다면 문제는 아니잖아? 우리 영지도 반란에 관여한 자들을 노예로 만들었는데. 하지만 납치나 약탈을 하여 인신매매를 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크니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해도 뒤에서 이루어지는 밀매는 막지 못하겠지만.”
범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암흑가에서 법대로 하라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적절한 수준의 통제가 중요했다. 도둑이나 사기꾼들에게 법대로 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오문에서 하던 수준에서 통제하라는 말씀이군요.”
“맞다. 뭐를 하던 극단적인 것만 피하면 된다. 높은 놈은 가급적 피하고 관도 피하고 강자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매사에 양보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양보했는데도 상대가 선을 넘으면 어떻게든 그에 대하여는 응징을 해야 한다.”
이반은 그렇게 말을 하고 각 영지로 세력을 확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레오닐 클로란이 세력을 제법 만들었지만, 왕도 유카리스와 에스테반 정도가 고작이었다.
“집행위원회의 인원을 확대합니까? 아니면 각 지역의 암흑가를 복속시킵니까?”
“둘 다 하면 된다고 본다. 낭인, 여기서는 용병일 것인데 그들 중에 실력 있는 자들을 집행위원회로 끌어들여라. 하지만 흉포하거나 천인공노할 패륜을 일삼는 자는 끌어들이지 말고. 아울러 암흑가의 인물 중에 괜찮은 자들도 끌어들이고. 하지만 부하들에게 악독한 행위로 지탄을 받는 악질은 과감히 정리하도록 해.”
암흑가에서 중요한 것은 능력과 독심이지만 한편으로 적을 만들지 않는 처신이었다. 그런 자는 조직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주범이기에 정리하는 것이 득이었다.
“알겠습니다. 집행위원회를 내당으로 개편하여 인원을 확충하고 몇 개의 무력 조직을 만들겠습니다. 아울러 집행위원 중에 일부를 외당으로 편성하여 큰 조직의 수장이나 일정 지역을 책임지는 지부장으로 보내겠습니다.”
“내당에서 직할로 관리하는 장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도록 해. 그런 장원이 숨겨진 힘이 될 것이니. 하오문이 망해도 다시 살아나는 것은 그런 안배가 있기 때문이니.”
하오문의 문주와 원로들의 임무 중의 하나가 미래를 대비한 안배를 펼치는 것이었다. 설사 모든 조직이 박살 나도 나중에 조직을 재건할 기반은 만들어 두었다.
‘망하면 결국 모든 것이 끝인데도 지독할 정도로 그런 안배를 펼쳐두었지. 10여 명의 후계자가 나타나서 하오문을 다시 만들었지. 전의 하오문과 연관이 없는 일도 있지만, 항상 비슷한 조직이 만들어졌지.’
이반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칼라드 왕국에 그런 조직이 있다고 생각했다. 각 가문에서 운영하는 비밀세력이 좀 더 커지면 그런 세력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라나다와 갈매기파에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지침을 내려. 오면서 보니 에스테반의 갈매기파의 중간 간부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살기를 흘리더군.”
“송구합니다. 그런 녀석이 하나 있다고 보고를 받았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단속하겠습니다.”
“몇 달 전에도 맘에 들지 않아 손을 볼까 하던 녀석인데 지금도 여전하더군. 더구나 전에 말썽을 일으킨 녀석을 충동질한 것도 그냥 두었는데 도를 넘은 것 같아. 그냥 두어서는 갈매기파를 말아먹을 것 같으니 이번에 정리를 해.”
흑도 일수록 권력에 순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